혁신 현장속으로 - 해성옵틱스(주)
혁신 현장속으로는 기업의 연구소나 부서 등 혁신현장을 찾아가 그들의 열정과 노력을 소개하는 칼럼입니다.
광학 렌즈로 여는 새로운 빛의 시대
광학 전문기업
글_안지현(편집실)
사진_이진환(라운드테이블 이미지컴퍼니)
해성옵틱스(주)(이하 해성옵틱스)는 카메라 렌즈를 통해 새로운 빛을 열어온 광학 전문기업이다.
카메라 렌즈에 특화된 전문성을 바탕으로 의료·뷰티·보안·차량 등 카메라 렌즈를 다루는 그 어떤 분야에도 도전정신을 아끼지 않는다.
‘언제든 준비되어 있다’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기업, 해성옵틱스를 소개한다.
정부 과제를 통한 위기 극복
해성옵틱스는 1988년 이재선 대표의 부친인 이을성 회장이 해성산업이라는 이름으로 설립한 기업이다.
고려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국내 최초로 카메라와 쌍안경을 제조·판매했던 회사에 입사한 이을성 회장은 재직하던 회사가 부도로 문을 닫게 되자, 광학 분야의 사업을 시작할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까지 유리렌즈를 기반으로 하는 회사가 대부분이었지만 이을성 회장은 이미 일본에서 플라스틱으로 된 렌즈를 보고 사업구상을 하던 중이었다.
그래서 플라스틱 렌즈를 사출할 수 있는 설비와 측정 장비들을 구입하여 회사를 설립하였고, 플라스틱 렌즈 전문기업으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회사를 설립하고 오래지 않아 ‘비구면 플라스틱 렌즈 개발’이라는 정부 과제를 성공시키면서 현재 해성옵틱스의 기반을 다질 수 있었습니다. 플라스틱 렌즈는 유리렌즈에 비해 대량생산에 최적화되어 있고, 비구면 방식을 이용하면 초점이 잘 맞고 성능이 뛰어난 렌즈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해성옵틱스가 개발한 비구면 플라스틱 렌즈는 캠코더와 DVD 플레이어는 물론, 휴대폰 카메라에 사용되었는데, 현재에 비하면 예전의 렌즈 화소는 그리 높지 않았다.
저장장치, 디스플레이, 데이터 통신 같은 것들이 덜 발달되어 있었기에 고화소일 필요도 없었고, 응용할 수도 없었다.
꾸준히 성장해 오던 해성옵틱스는 그 문턱으로 인해 정체의 시기를 맞았고, 수원 공장에서 추진하던 적외선 차단 필터의 생산 실패가 겹쳐 큰 위기를 맞게 된다.
“2007년부터 3년 간 적자를 보았고, 매출이 증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꽤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그렇지만 그 시기에도 정부 과제를 통해 계속 연구를 수행하며 극복 방안을 찾으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가장 어려웠던 그 시기에 자동조립장치 개발에 성공하여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었죠.”
이와 더불어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고화소급 렌즈 모듈의 수요가 증가했고, 고화소급 렌즈를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해성옵틱스에게는 새롭게 도약할 기회가 되었다.
어려운 시기에 불확실한 시장 개척은 모험이지만 정부 과제를 통해 연구개발을 진행하면 산학연이 협업할 수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 계획에 도움이 된 것이다.
이처럼 해성옵틱스가 이제껏 수행해온 정부 과제만 해도 주관기업으로만 10건이 넘는다.
또한 현재까지도 정부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발 빠르게 참여하고, 적합한 과제는 제안하기도 하며 전략적으로 연구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베트남에 이루어낸 기적
많은 회사들이 중국에 투자를 할 시기에 해성옵틱스 역시 중국에 소규모로 투자를 했지만, 대부분의 생산은 거의 한국에서 이루어졌다.
스마트폰에 기본적으로 카메라가 두 개씩 들어감으로 시장이 커지고 수요가 늘어 대량생산의 중요성이 강조되었기에, 해성옵틱스는 자동화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자동화 시스템이 정착되고 난 후에는 렌즈 모듈 전문에서 분야를 넓히기 위해 베트남 법인설립을 준비했다.
“2010년부터 준비를 시작해 2011년 법인을 설립하고 2012년 본격 양산을 시작했습니다. 이전까지는 렌즈모듈만 전문적으로 다루었는데, 베트남에 공장을 설립하고 AF(Auto Focus) 모듈과 카메라 모듈까지 통합적으로 생산해 카메라 전반적인 부분을 일괄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춘 것이죠.”
해성옵틱스의 베트남 법인은 첨단기술 업체에만 준다는 베트남 국가의 하이테크(High-tech)인증을 받았고, 하노이과학기술대학교와 함께 기술센터를 설립하여 연구개발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처음 시작은 어려웠지만 지금은 베트남 전직 대통령이 공장에 방문하는 등 관심이 높아지고, 베트남의 산학연과 협업하여 연구개발을 하며 순조롭게 정착하고 있습니다. 한국 주재원들도 나가있고, 출장도 정기적으로 보내며 한국에서는 설계 업무, 베트남에서는 영상처리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를 하는 등 분담과 협력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재선 대표는 베트남 법인의 성공적인 정착으로 카메라 렌즈 외의 분야로 사업영역을 넓힐 수 있었다고 말하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도전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를 강조했다.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구축
해성옵틱스는 시장의 변화를 눈여겨보고 앞을 미리 준비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현재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우선 자율주행 시대와 전기자동차 시대를 맞아 차량용 카메라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판단해 특화된 차량용 카메라 개발에 힘쓰고 있고, 두 번째로 지난해부터 프랑스 드론 제조업체 패럿사의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며 드론시장까지 분야를 넓히고 있다.
“패럿사에 먼저 공급하던 업체의 사정으로 공급이 중단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연구소장과 함께 직접 프랑스로 가 해성옵틱스의 제품을 소개하고 렌즈와 카메라 모듈을 납품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앞으로 드론 시장이 커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정부 과제를 통해 드론용 광학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또한 UWB(Ultra Wide Band)라는 ‘통신방식을 통한 무선내시경 개발’이라는 정부 과제를 수행하며 헬스케어 분야로도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얼굴을 측정하는 카메라는 물론 병원에서 쓰이는 내시경 카메라 등 의료 분야에도 렌즈와 카메라 모듈이 다양하게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매스의 사용 없이 굵은 바늘에 달린 카메라로 관절을 확인하는 내시경을 개발하고 있는데, 기존의 것보다 더 작고, 선명하고, 대량생산을 통해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에서 도전하는 새로운 분야이기 때문에 컨설팅도 받고, 산학연의 지원을 받으며 사전준비를 탄탄히 하고 있습니다.”
이재선 대표는 얼마 전 카메라 개발회사의 지분을 인수한 것 역시 사업영역을 확장시키고, 직접 카메라 시스템을 개발해 부품뿐만 아니라 카메라 자체를 개발하려는 시도임을 밝혔다.
“차량용, 드론용, 의료용 외에도 액션캠이나 360도 회전이 되는 VR용 카메라를 개발해 1인 생방송 시대를 여는 데 기여하고 싶고, 홍채 인식 분야를 더 발전 시켜 핀테크 보안 분야에 진출하고 싶습니다. 카메라 렌즈를 사용하는 분야라면 어디든 예외 없이 도전하고, 제대로 된 결과물을 만들겠다는 생각입니다.”
이와 같은 다양한 분야의 진출은 미래에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려는 해성옵틱스의 현재의 움직임이다.
해성옵틱스는 스마트폰, IoT, 차량용, 의료용 등 분야를 나누어 광학을 기반으로 한 제품 포트폴리오와 고객 포트폴리오를 구축해가고 있다.
현재까지는 카메라 모듈을 주로 다루었지만 앞으로는 핵심기반기술을 강화하고, 응용제품 솔루션과 같은 소프트웨어 제품을 통해 광학을 기반으로 역량을 넓혀가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렌즈에 먼지 하나라도 들어가지 않기 위해 방진복을 입고, 전 직원 모두 먼지를 발생시키지 않도록 슬리퍼를 착용하지 않는 등 철저히 이물관리를 하는 모습이 현재 해성옵틱스를 대변하는 것 같다.
한 발 앞서 미래를 내다보고 철저히 준비하는 해성옵틱스의 선견지명이 앞으로 더욱 기대된다.
Mini Interview
한국형 히든챔피언을 꿈꾼다!
이재선 대표이사
Q. 기업을 운영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궁금합니다.
베트남 공장을 Set-up 하기 위해 준비하던 시기는 해성옵틱스가 위기를 겨우 극복한 직후였습니다.
AF 모듈과 카메라 모듈을 일괄적으로 생산해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결심을 했기 때문에 베트남 진출을 하게 된 거죠.
하지만 사업 규모가 크다보니 자금마련이 어려웠고, 법인을 설립하기까지 정말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금이 마련되고 공장을 설립해 베트남 법인이 안정적으로 운영되었을 때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공장이 안정이 되고 원활하게 돌아가던 그 시점이 매출도 커지고 회사의 위상이 높아졌던 시기라고 볼 수 있죠.
Q. 기업의 경영자로서 고수하시는 대표님만의 경영철학은 무엇인가요?
어려운 시기를 넘겨보니 어려울 때도 회사가 생존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고, 그에 앞서 현재 회사운영을 잘 해야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먼 미래까지 경쟁력을 갖추려면 이러한 균형을 잘 이루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렇게 회사의 성장과 함께 철학도 바뀌고 저 자신도 함께 성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해성옵틱스(주)가 앞으로 어떤 기업으로 각인되길 바라시는지 알고 싶습니다.
독일형 히든챔피언 같은 회사처럼 사회와 시장이 급변해도 전문적인 분야에서 만큼은 제대로 인정받는 한국형 히든챔피언이 되고 싶습니다.
해당 분야에 강한 경쟁력을 가지고, 강한 시장지배력과 힘 있는 글로벌 브랜드를 갖는 한국형 히든챔피언이 되고 싶은 게 저의 바람입니다.
‘광학 전문기업, 광학 솔루션을 통합적으로 가지고 있는 전문기업’ 하면 해성옵틱스를 떠올릴 수 있도록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광학 부품 전문회사로 성장시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