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혁신 성공사례

기술혁신 성공사례 - (주)누리플랜

기술혁신 성공사례는 기업의 연구책임자 인터뷰를 통해 성공프로젝트를 기술혁신 측면에서 살펴봅니다.

상호 보완적 사업 포트폴리오와 연계사업 발굴을 통한 신사업 추진


1.png

▲ 나경록 연구소장 (주)누리플랜

공동 작성_ 이동기 대표(SBP전략경영연구소)
이정선 전문작가(프리랜서)
신화영 주임(KOITA)


지난 2011년 1월, 여수산단 정전사고로 인해 약 700억 원의 피해액이 발생했다.

같은 해 9월에는 서울 강남과 여의도 일대를 비롯해 경기, 강원, 충청 등 전국 162만 지역이 대규모 정전사태에 빠졌다.

사태가 진정되는 5시간 동안 많은 회사와 가정은 기습적이고 규모가 큰 정전사태에 당황했다.

이후 냉난방용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는 여름과 겨울철 전력부족 현상을 해결해 줄 에너지저장장치(ESS, Energy Storage System)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에너지저장 장치(ESS)는 전기를 저장해뒀다가 필요할 때 사용하는 일종의 ‘전력 저수지’로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곳으로 전송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스마트그리드 분야의 핵심 장치다.

이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한 기업이 있다.

야간조명의 선두 기업으로 20여 년간 도시경관사업을 하면서 절전방안을 강구하다 에너지저장장치(ESS)사업에 뛰어든 지 3년 만에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는 누리플랜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신제품 개발의 성공요건


2.png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경영환경에서 기업들은 새로운 시장 개척과 신규 사업 발굴을 통하여 성장과 수익성을 확보하고자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제품 개발의 성공률은 그리 높지 못한것이 현실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한 조사에 따르면 큰 원인은 두 가지다. 먼저 전략적 측면에서 보면 목표 자체가 불명확하거나 개발 대상(Object)이 자주 변경되는 경우이다.

두 번째는 관리·운영적 측면에서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책임감 결여와 경영자의 지원부족 등으로 분석된다.

즉, 신제품이나 신사업의 초기 기획활동이 부적합하거나 오로지 개발결과와 사업적 성과에만 치중한 나머지 사전에 추진해야 할 수많은 작업을 간과한 데에서 실패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표 1 참조).


3.png


그렇다면 신제품 개발을 성공으로 이끄는 동인은 무엇일까? 크게 네 가지 관점으로 설명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전략적 요소(Strategic Factors)에 대한 것이다.

기업이 구상하는 콘셉트(Concept)의 신제품을 어떠한 방법과 수단을 활용하여 확보하고자 하는지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그와 연계해 제품이 가지는 기본적 장점을 부각하고 자원의 활용 가능성에 대한 명확한 방향과 실행 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

두 번째는 시장 환경적 요소(Market Environment Factors)에 대한 것이다.

보통 신사업을 통해 미래를 준비할 때는 향후 성장 가능성과 충분한 시장 잠재력이 기초가 되고, 그에 따라 제품 개발 전략을 수립한다.

전략의 추진 방향 및 속도와 수준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세계 경제의 발전과 연관된 환경의 변화 속도와 관련 법규의 동향, 기술의 발전 등 다양한 환경요인들을 지속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세 번째는 실질적 연구개발을 위한 체계, 운영 방법, 관리 노하우, 그리고 각 기능조직 간의 연계 활동 등을 포괄하는 개발 프로세스 요소(Development Process Factors)에 대한 것이다.

기업 연구소에서 신제품을 개발하는 절차는 보통 기술개발에 대한 기본적 접근 방법을 설계한 후, 기초실험을 진행하여, 제품·서비스의 핵심 기능 및 속성을 설계하고, 그에 따른 프로토타입(Prototype)을 제작하며, 이후 엔지니어링 샘플(Engineering Sample) 제작과 생산으로 이어진다.

이 각각의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적절한 심의와 평가를 통해 연구개발자들의 기술적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 외에 시장에 대한 대응, 생산, 구매업무 등 연구개발 조직만으로는 수행이 어려운 활동들은 각 기능간 협력과 공조를 통해 대응하도록 해야 한다.

이 때 내부의 프로세스와 각 단계별 시너지를 높이고자 한다면 경영층의 변함없는 관심과 지원이 필수적이다.

실제로 국내 기업들의 신사업 신제품 개발 성공사례를 보면 최고 경영자의 확고한 ‘약속과 헌신’이 기반이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네 번째는, 실제 활동을 수행해야 하는 조직과 그 구성 방법을 정의하는 조직적 요소(Organizational Factors)에 대한 부분이다.

현재 시장 환경은 새로운 기술의 출현과 산업 간 융·복합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하나의 기업이 독자적으로 대응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자원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내부의 각 기능조직 외에 외부의 다양한 네트워크와 전문가 조직, 그리고 이들을 연계하는 체계를 확보하는 것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4.PNG


위의 동인들은 실제 기업 현장에서 적절한 형태로 통합 또는 재구축되어 적용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성공요인은 다시 9가지로 정리되는데 그 가운데 핵심 요소는 4가지로 간추릴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각 사업 단위별 혹은 제품별로 신제품 전략을 명확히 정의하는 것이다.

아무리 유망한 사업이나 제품군을 확보했어도 추진 전략이 불명확 하거나 시장의 경쟁상황 및 내부 기능 간의 역할과 공조협력에 대한 계획이 구체화되지 못하면 성공을 보장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신제품에 대한 전략적 추진 방향이 결정되면 사업 단위 또는 제품군의 전략적 목표와 목적 달성 및 수행을 위해 개발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

오늘날 대부분의 기업들은 신제품 개발을 위한 내부의 물리적 프로세스는 이상적으로 잘 구축하고 있다.

다만, 그 체계가 다소 개발 중심적이거나, 운영이 견고하여 새롭게 태동되고 있는 다양한 신사업·신기술의 개발에는 효율적으로 적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운영의 원칙이 정해져 있는 것은 중요하지만 융·복합적 기술과 다양한 산업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운영체계의 유연성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 세 번째와 네 번째 요인은 현재 또는 선행적인 연구개발을 위한 ‘자원과 투자’에 대한 부분이다.

R&D 자원은 크게 현재의 상시적인 개발 활동과 미래를 준비하는 선행적 연구개발 활동을 위한 투자자원으로 구분된다.

그런데 만일 이들의 포트폴리오(Portfolio)가 어느 한쪽으로만 치우쳐 있다면 그 기업은 현재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미래의 기술 경쟁에서 뒤쳐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연구개발 자원은 적절하게 배분되어야 하고, 특히 차세대 혹은 미래에 대비한 연구활동에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자원을 우선적으로 할당하고 기획 시점에서 적합한 핵심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성공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 밖에 ‘관리자의 헌신과 책임감’ 또한 중요한 요소다.

앞서 제시한 핵심 성공요인들은 최고경영층을 포함하는 관리자들의 관심과 지원이 전제되어야 가능하며, 그 관심과 노력 여하에 따라 정보의 통합이나 기능조직 간의 협력을 통한 조직(Cross-Functional Team)구성 등이 가능하고 자원 활용에 대한 유연성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그럼 지금부터는 누리플랜이 신규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바나듐 레독스 흐름 전력저장장치(이하 VRB ESS)의 개발 배경 및 상용화 과정을 살펴보고, 그 과정에서 앞서 살펴본 성공요인들이 어떻게 발현되었는지 살펴보자.


누리플랜의 VRB ESS 기술의 개발

차세대 ESS ‘레독스 흐름 전지’의 약진


누리플랜은 지난 3년간의 연구개발을 통해 VRB ESS의 핵심 기술인 스택(Stack)개발에 성공했다.

특히 10kW와 25kW급 고성능 스택 개발은 물론 50kW급 대용량 VRB ESS 시스템을 위한 전반적 성능 평가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레독스 흐름 전지(RFB, Redox Flow Battery)는 2차전지와 달리 전해액 중의 활물질(Active Material)이 산화(Oxidation)·환원(Reduction) 되면서 충·방전되는 시스템으로 전해액의 화학적 에너지를 직접 전기에너지로 저장하는 전기화학적 축전장치를 말한다.

여기서 전해액의 활물질로 바나듐(Vanadium)을 사용한 것을 ‘VRB ESS’라 한다.

지금까지 VRB(Vanadium Redox Flow Battery)의 장기간 운전에는 스택 내부의 멤브레인(Membrane)을 통해 바나듐 이온 및 물 등이 투과되게 되는데, 이와 같이 VRB 충·방전 사이클이 반복됨에 따라 VRB 방전에너지 용량이 서서히 감소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따라서 초기 방전에너지 용량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바나듐 전해액을 자주 리믹싱(Remixing)해야 하는 점이 상용화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었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VRB의 방전에너지 용량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리믹싱이 필요 없는 새로운 VRB 시스템을 구현한 것이다.

현재까지 에너지저장장치의 대명사는 2차전지로, 그 중에서도 리튬이온(Lithium Ion/Polymer), Ni-MH(Nickel Metal Hydrate, 니켈수소전지)는 고성능 전지로 분류된다.

그러나 얼마 전 미국 시장조사기관 파이크 리서치(Pike Research, 2009. 10)의 발표에 따르면, 리튬이온전지(33%), 납축전지(25%)에 이어 레독스 흐름 전지(21%)의 성장이 부각되고 있다.

그동안 휴대용으로 주로 사용해온 리튬이온전지는 대용량에 한계가 있고 그것이 가능하다 해도 수급이 원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새로운 에너지 저장기술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대응해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레독스 흐름 전지(RFB)로 향후 대규모 에너지의 저장과 활용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그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문제에서 길을 찾다

1994년 설립된 누리플랜은 도시경관 전문기업으로 남산타워의 경관조명을 중심으로 한강 교량이나 국회 의사당과 같은 대형 건물 등의 야간 경관을 빛(Lighting)을 활용하여 차별화하는 사업과 그와 연관되는 사업을 추진해 왔다.

최근에는 국방 분야의 EMP방호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 기업이 신사업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 Energy Storage System)를 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2011년 9 월 우리나라에서 발생된 대규모 정전사태 때문이다.

당시 우리나라의 전력 예비율은 5% 수준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한여름이 지나고 9월까지 늦더위가 이어지면서 대부분 빌딩과 가정에서 에어컨 등 전력의 사용량이 일제히 상승하면서 대규모 전력 대란이 일어났다.

이러한 사태는 비단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2010년과 2011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도 발생했다.
 
문제는 이에 대한 종합적인 정책적 대응과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이 같은 전력난은 지속적으로 발생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혹시라도 임시방편의 단기적 관점으로 접근하거나, 사용자(국민)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식으로 대응해서는 안된다.

특히 주간과 심야의 에너지 예비율 격차가 우리나라는 발전소 건립이 해답이 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더해 2012년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태와 에너지 문제에 대한 세계적 이슈는 누리플랜으로 하여금 신사업을 발굴, 기획하는 중요한 배경이 되었다.

그동안 추진해 온 도시경관 조명사업과 상호 보완할 수 있는 에너지저장장치야 말로 세계적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면서 기존 사업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기술 개발에 도전하게 되었다(그림3 참조).


5.png


그동안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하여 태양전지, 풍력 발전 등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이러한 발전 형태는 전력의 품질과 안정적 활용이라는 관점에서는 수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즉, 주·야간 태양광의 효율, 바람의 발생과 무풍 시점 간, 그리고 태양빛과 바람의 강도 여하에 따른 격차 등 전력의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매우 다양하다는 점에서 신사업으로 ‘레독스 흐름 전지(RFB)’는 이 모든 요인을 아우를 수 있는 가장 부합된 대안이라 판단하였던 것이다.

또한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지칭하는 MENA(Middle East North Africa) 지역을 중심으로 신재생 에너지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충분한 시장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중요한 의사결정 포인트였다.

VRB ESS 개발 추진 과정 및 전략

레독스 흐름 전지(RFB) 사업에서 희망을 본 누리플랜은 새로운 사업의 추진을 위한 자원 및 인력, 기술력 확보에 착수했다.
 
내부적으로 열악한 상황에서 외부로 눈을 돌린 누리플랜은 현재의 EES 연구소장(나경록 소장)과 접촉이 이루어졌다.
 
당시 나경록 소장은 벤처기업을 운영하고 있었으나 기술개발과 사업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누리플랜의 제안으로 합류를 결정하면서 본격적인 개발에 집중할 수 있었다.

당시 ESS에 대한 기술경쟁은 치열했지만 주로 리튬이온 기술이 지배적이었고, RFB는 여러 기술적 문제로 상업화되지 못한 채 초기단계에 머무르고 있었다.

특히 국내에서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개발한 5KW급 스택(Stack)이 전부일뿐 기술적 발전도 느리고 시장의 형성 시점 역시 불확실하여 연구개발에 대한 관심은 매우 낮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RFB는 블랙아웃을 대비하거나 신재생에너지를 저장하기 좋은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주목받으면서 기술개발의 필요성이 날로 부각되고 있었다(그림4 참조).


6.png


척박한 국내 연구개발 환경에서 기술개발 및 사업화를 위한 누리플랜의 전략은 국내·외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먼저 설계 아이디어 확보를 위해 국내의 호서대 차세대전지연구소를 핵심 파트너로 선택하고 지금까지 소재 및 시스템에 대한 평가기술의 공동연구는 물론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연구인력 확보의 툴로 이용하고 있다.

또한 스택(Stack)의 소재기술과 분석을 위해서는 독일의 연구기관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으며 시스템의 현장 실증을 위하여 한국

에너지기술평가원과의 협력도 유지해 오고 있다. 이러한 연구개발 협력체계의 구축을 통하여 상업화 기술개발에 성공한 누리플랜은 현재 인도, 남아공과 함께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나아가 향후 생산과 공정의 자동화 등 본격적인 사업 전개를 위해 국내의 다양한 기업들과 협력을 모색하는 중이다.

물론 지난 연구개발 과정을 돌아보면 어려움도 많았다.
 
가장 큰 어려움은 차세대 혹은 한 세대 앞선 기술을 제품화하다 보니 누군가가 선행적으로 경험한 내용이나 방법이 전무하다는 것이었다.

결국 개발 과정에서 발생되는 전기화학적 현상, 특히 현장(Field) 테스트 과정에 발생한 누액(Leakage)에 대해서는 수백 번의 조립과 분해를 반복함으로써 점진적인 개선을 이뤄낼 수 있었다.

완전한 무결점의 제품개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소재 및 주변 기술에 대한 기초연구도 수백 번 되풀이했다.

그 결과 누리플랜만의 분석기법과 생산기술들을 확립하고 노하우를 쌓을 수 있었다.


VRB 기술개발의 성공요인

누리플랜이 VRB ESS를 개발하는 과정을 보면 보통의 성공한 기업과는 다른 독특한 활동들이 있다. 그 자세한 내용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1) 구체적인 추진 전략 수립

먼저, 사업의 필요성에 대한 명확한 해답과 그에 따른 구체적인 추진 전략을 확보한 점이다.

보통 기업이 신사업 아이템을 발굴할 때 시장·기술적인 측면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된 상황에서 추진을 결정할 수 있다면 수월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경우 누구나 그 시장의 성장 가능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이미 치열한 기술경쟁이 진행되고 있어 성공을 예단하기 어렵다.

따라서 경쟁의 축을 5년 이상의 미래 시점으로 옮겨 기술과 경쟁의 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이 필요하다.

하지만 장기간에 걸친 기술개발과 기획의 시간 프레임(Time-Frame)은 미래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시장에 대한 명확한 포커스와 사업모델(Business Model), 그리고 핵심 기술에 대한 분석이 충분하지 못한 상태에서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이렇게 기획이 철저하지 못한 상황에서 기술개발을 추진할 경우 연구개발 과정에서 목표 자체가 변경되거나 핵심 자원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반면 누리플랜은 기존 사업과 상호 보완적인 에너지 저장 기술의 필요성을 명확히 알고 그에 맞는 기술을 탐색하는 한편 단계적인 역량을 확보해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조직을 구성하고 통합된 연구개발 활동 체계를 구축했다.

또한 다양한 시각의 리스크 대응 계획을 수립해 추진한 것도 성공의 요인으로 꼽힌다.

(2) 확고한 개발 비전 수립

두 번째는 경영 및 관리적 측면에서 확고한 ‘개발비전(Vision)의 수립’을 들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누리플랜이 VRB ESS기술을 개발하기까지 3년의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내부 기획단계 등을 포함하면 실질적으로 7년이 소요되었다.

여기에 연구소장 개인적으로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온 시간을 더하면 VRB ESS 기술은 무려 30년에 걸친 노력과 열정의 결과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본격적이 생산과 사업을 위해서는 앞으로 2~3년의 기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기업이 거의 10년에 걸쳐 연구개발과 사업화를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누리플랜의 노력이 돋보이다.

현재 누리플랜의 CEO와 경영진은 기존 사업과는 전혀 다른 신기술 개발을 위해 핵심 인력을 발굴하고 장기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3) 연구개발자의 끈기와 집념

세 번째는 연구개발자들의 확고한 근성, 그리고 끈기와 집념을 들 수 있다.

신사업 추진을 위한 기술을 개발할 때 그 기술이 세계적으로 아직 검증되지 않은 것이라면 그 결과물은 안정성을 보장받기 어렵다.

하지만 누리플랜의 연구자들은 수백회 반복되는 스택의 ‘분해와 조립’을 통하여 문제점을 발견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 나갔다.

이러한 무한 반복적 활동을 통하여 조립기술, 분해기술, 평가기술, 그리고 배관기술에 대한 종합적인 시스템 기술력을 자연스럽게 확보했다. 누구나 쉬운 길은 알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수월함이 향후 시장에서는 난관으로 작용된다는 점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연구개발의 어려움 앞에서 포기하거나 자신과 타협하는 순간 향후 그것이 사업을 가로막는 치명적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기본에 충실한 조직을 만드는 한 이유가 되었다.

(4) 스컹크 프로젝트(Skunk Work Project) 운영

네 번째는 신사업 성공과 기술 투자의 일관성 및 지속성 확보를 위해 기존의 사업조직 및 연구조직과는 다른 별도의 장소에서 연구개발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소위 ‘스컹크 프로젝트(Skunk Work Project)’를 추진한 점이다(그림5 참조).


7-1.PNG


일반적으로 기업이 신사업에 실패하는 경우는 앞서 언급된 세 가지 부분들이 간과된 경우와 기존 사업과 조직 내에서 신규 사업을 기획하고 관리하려는 경향 때문이다.

이런 경우 기존 사업의 연장선에서 투자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시장을 보게 되어 명확한 투자 시점과 의사결정의 신속성을 보장받기 어렵다.

또한 장기간 연구개발이 진행될 경우 신기술 개발조직의 인력이 기존 사업의 개발활동에 활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개발 속도가 지연되거나 본래 개발하고자 하는 신기술의 존립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누리플랜은 다르다.

기존 사업조직과 다른 별도의 공간을 확보하여 ESS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향후 바나듐 레독스 흐름 전지의 사업화를 위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한편 세륨과 아연 등 추가적 레독스 커플스(Couples) 기술개발을 위한 준비 역시 별도의 연구공간에서 추진하고 있다(그림6 참조).


7-2.PNG



시사점

일반적으로 중소기업이 신사업을 추진하는 방법은 그리 다양하지 않다. 때문에 신사업 발굴에서부터 장기간에 걸친 연구개발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란 매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누리플랜의 성공사례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첫째, 신사업 추진은 충분한 기간을 가지고 기존 사업과의 연관성 및 개발 콘셉트를 검토하는 등 초기 기획이 철저해야 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신규 사업 발굴 및 검토 활동은 CEO나 경영층이 외부 미팅이나 세미나 등을 통해 아이템을 확보한 후 그것을 내부 연구부서에 ‘언제까지 기초 연구를 추진하라’고 지시하면서 시작된다.

그 후 몇 달 아니 몇 주 지나지 않아 연구개발자를 불러 그동안의 결과를 독촉하는 것이 일반적 형태이다.

하지만 신사업이나 신기술이 이렇게 빠른 시간 내에 개발될 것이라면 누가 신사업을 고민하고 사업의 성장을 고민하겠는가?

반면 누리플랜은 에너지저장시스템을 신사업 아이템으로 결정하기까지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였다.

현재사업의 지속성을 위하여, 그리고 신재생 에너지라는 화두에 따른 기술동향 파악과 시기적으로 후쿠시마 사태와 국내 전력대란을 겪는 과정에서 사업을 구체화시켜 나갔다.

이후 기술개발을 위한 필요역량, 경쟁 기술의 분석 등을 통해 전략적 방향을 설정하는 데 수많은 시간을 투입한 결과 비로소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

두 번째, 신사업 추진의 가장 중요한 핵심 역량의 확보와 실행계획을 구체화하여야 한다.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루는 기술을 올바로 이해하고 제품화 하기 위해서는 그 기술을 다룰 줄 아는 지식을 가지 연구자가 필요하다.

그래서 신규 사업과 기술 아이템이 확보되면 그것이 기술적으로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분석하고 그에 적합한 내부역량을 확인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가장 먼저 이뤄진다.

이때 사업자체는 매력적이지만 핵심 기술을 위한 내부의 인적자원이 충분치 못하다면 외부자원의 활용 또는 공동연구, 아웃소싱(Outsourcing)을 고려해야 한다.

누리플랜의 경우는 외부에서 적합한 인력을 찾아서 핵심기술을 내재화함으로써 성공을 거두었다.

세 번째, 비즈니스 모델(Business Model)과 사업·연구개발 계획의 연계수립을 들 수 있다.

실제 기업이 매출을 발생시키고 수익을 확보하는 것은 사업 모델의 형태에서 결정된다.

소위 ‘어떤 사업을 할 것인가’에 따라서 내부 자원의 확보와 구성 방안이 결정되고, 필요한 연구개발의 계획을 구체화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중소기업이 시스템 사업을 한다는 것은 사전에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매우 복잡하고 다양함을 의미한다.

핵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개발과정에서 협력체계의 구축이 필요하고, 생산과 사업의 추진을 위한 고객과 협력기업도 확보해야 한다.

이때 기존 사업의 추진 과정에서 다양한 협력사나 고객사, 그리고 이들을 활용한 사업과 개발체계가 잘 구축되어 있다면 문제될 것은 없다.

하지만 보통의 경우는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

바로 이 부분에서 누리플랜은 전력대란을 통해 사업의 안정성과 새로운 기회의 창출을 위하여 ESS 시스템 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후 중장기적 관점에서 사업추진 및 연구개발 계획을 수립하였다.

그 과정에서 국내외 대학 및 연구소 등과 협력체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강조할 점은 신규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다양한 관계자 및 글로벌 협력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신규 사업 아이템과 경영기법, 기술과 이론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그 모든 것들이 현장에 적용되거나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내용에 필요한 역량과 그에 부합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만이 성공으로 이끄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성공하는 기업들을 보면 소위 유행하는 새로운 경영기법으로 신사업을 추진하지 않았다.

다만 그동안 확보해 온 시장에 대한 지식과 연구개발 방향에 따라 기존의 네트워크를 개선·보완하여 새로운 사업의 추진체계를 만들어 대응하고 있다.

누리플랜 역시 연구개발의 전 과정에서 국내외 정부기관, 기업 및 연구소 등 관련 기관과의 협력체계를 구축함으로써 누구나 어렵다고 하는 VRB ESS기술의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다.

누리플랜의 VRB ESS 기술은 향후 2~3년 후 사업화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본격적인 사업화 시점에 대비 해 내부인력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함께 성과별 보상 체제 도입도 계획하고 있다.

나아가 마케팅·생산 부서와의 공조 및 협력, 공장 자동화 등 제조기술력 강화 계획과 더불어 해외시장 공략을 위한 협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한강다리의 ‘화려한 변신’을 이끌었던 누리플랜이 높은 성장성이 기대되는 VRB ESS 시장을 무대로 다시 한번 화려한 변신을 준비 중이다.


8.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