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 과학 - 여름철 식중독 예방을 위한 올바른 식습관
푸드 & 과학은 영양소, 조리법 등 음식과 관련한 과학 이야기와 음식문화에 대한 이슈를 살펴봅니다.
글_ 우나리야 교수(호서대학교 생명보건대학 바이오산업학부 식품공학과)
우리가 음식을 잘못 먹었을 때 설사, 구토, 복통 증상이나 또는 고열이 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배탈이 나는 것을 식중독이라고 하는데, 식중독은 세균, 곰팡이, 바이러스나 그 독소가 음식에 오염이 되어 발생한다.
식중독 사고는 냉장·냉동시설이 발달되지 않았던 예전에는 여름철 잔칫집에 다녀오면 자주 발생하였지만, 요즘처럼 주방시설이 훌륭하게 발달된 현대에도 줄지 않고 있으며, 대규모로 환자가 발생하는 집단 사고로 나타나기도 한다.
꼼꼼한 개인위생 관리는 기본
식중독균은 어떻게 전파되는 것일까? 식중독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분변물을 통해서 식품으로 전파되고 다른 사람이 그 오염된 식품을 섭취하는 경우가 가장 일반적인 감염경로이다.
분변물에 있던 균이 식품으로 전파되어 먹게 되었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불결하고, 비위생적이다. 그래서 설사, 구토, 복통 등 식중독 증상이 있는 사람은 절대로 조리를 하면 안 된다.
사람의 손바닥 지문 사이사이, 손가락 깍지 사이에 있는 미생물을 검사하면 1㎠당 60,000마리라는 엄청난 세균이 검출될 정도이다.
손을 씻지 않은 사람과 악수를 하면, 손을 씻지 않은 사람의 분변물 속에 있어야 할 세균이 상대방의 입안에서 검출된다고 조사된 경우도 있다.
따라서 식중독을 예방하는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실천은 손을 자주 깨끗이 씻는 것이다. 흔히 하는 나쁜 습관 중 하나는 싱크대에서 대강 손을 씻고 조리를 하는 것이다.
특히 화장실을 다녀온 후 손가락 사이사이까지 비누질을 하고, 흐르는 물에서 30초 이상 뽀도독 소리가 날 정도로 씻어야 한다.
또 반지, 시계, 팔찌 등은 조리하기 전에 빼도록 한다. 이렇게 하면 이물질이 끼어 있는 채로 조리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음식을 조리하면서 재채기를 하거나, 잡담을 하는 것, 조리할 때 끼었던 일회용 장갑을 끼었다 벗었다를 반복하면서 재사용하거나, 장갑을 낀 채 음식값을 주고받는 행위도 비위생적인 행동이다.
특히 손에 상처가 난 경우에는 절대 요리를 하면 안 된다. 상처 난 화농부위에서 형성된 황색포도상구균의 독소는 가열해도 없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부득이 상처가 난 손으로 조리를 해야 할 경우, 상처 난 손은 소독 후 항균밴드를 붙이고 위생장갑을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식재료의 교차오염 주의
식중독균의 또 다른 전파경로 중 가장 위험한 것이 교차오염이다.
예를 들어 육류를 다룬 조리기구나 손으로 바로 채소를 다루는 것과 같은 행위이다.
대형 단체 급식소의 주방에서는 칼, 도마 등을 색깔을 달리해서 채소용, 생선용, 육류용 등으로 나누어 사용하고 있지만, 흔히 가정집 주방에서는 도마 한 개로 모든 요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식재료를 사용한 싱크대, 도마는 반드시 깨끗이 세척 후 다음 재료를 다루어야 한다.
가급적 채소, 육류, 어류, 닭의 순으로 재료를 다루고 요리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생닭이나 생선을 싱크대에서 세척할 때 싱크대 주변에 물이 튀었다면 그 물방울과 함께 생닭과 생선에 오염되었던 균이 싱크대 주변으로 함께 튀게 되고, 그 재료를 만진 손으로 수도꼭지를 잠그면서 수도꼭지에 균을 오염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반드시 세척한 물방울이 튄 주변 싱크대와 수도꼭지를 마른 종이행주로 싹싹 닦을 필요가 있다.
식중독균에 오염된 생닭을 칼로 자른 다음 그 칼로 채소를 자른다면, 식중독균은 칼과 도마를 통해 채소로 옮겨지게 된다.
그런데 만약 채소를 날로 섭취한다면? 우리는 고스란히 생닭에 번식했던 균을 먹게 되는 것이다.
날 것의 육류나 생선, 닭 등을 다룰 때는 세척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식재료 구입하기
식품의약안전처에서 제공하는 안전하게 장보기 정보는 60분안에 장보기를 마치라고 홍보하고 있다.
장보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해야 지갑에서 쓸데없이 지출되는 경비도 절약할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신선한 재료를 안전하게 집으로 가져올 수 있다.
60분이 지나면 식품에 증식하던 세균수가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에 생활잡화를 먼저 사고 상하기 쉬운 고기, 어패류, 달걀, 두부 등을 구입해야 한다.
그런데 집근처 단골 마트의 쇼핑 동선을 생각해 보면, 카트를 밀고 들어가는 초입부터 채소와 과일 진열대, 고기, 생선 진열대 그리고 가공식품과 잡화 물품 진열대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무심코 쇼핑카트를 밀고 저녁거리 장보기를 할 때도 한번쯤 우리의 발걸음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어패류 등은 선도, 냄새, 탄력성, 고유의 색 등을 확인 후 구입해야 한다.
달걀은 껍질에 오물이 묻어있지 않고 깨끗한 상태의 것을 선택하고, 채소는 구입 후 흙이나 이물질을 제거하고, 모든 재료는 구입 즉시 냉장고에 보관한다.
냉장고 사용 안전수칙과 식품별 명당자리
식중독균의 위험 온도 대는 50~60℃이다. 식중독 예방을 위해서는 위험 온도 대를 피하여 저온보관과 가열을 하면 간단할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식중독 배앓이를 하게 된다.
그만큼 음식의 보관과 섭취 전 온도 관리가 어렵고 중요한 것이다.
현대의 가정에는 집집마다 대형 냉장고와 김치냉장고, 심지어 냉동고까지 구비하고 있다.
냉장고가 안전한 저장고이기는 하지만, 모든 균으로부터 안전한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식중독균은 상온에서 가장 번식력이 높지만, ‘노로바이러스’와 같은 바이러스는 ‘겨울철 설사 바이러스’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저온에서 번식이 잘되어 전염력이 강하다.
다시 말해 냉장고에 있는 식품이 반드시 안전한 것은 아니다.
냉장고에 있는 음식을 취급할 때도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냉장고에 식품을 저장할 때는 냉장 5℃, 냉동 –18℃로 온도를 잘 유지해야 한다.
안전한 온도 유지를 위해서는 냉장고에 음식을 용적 가득 채우지 않도록 하여 냉기가 잘 순환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
또한 냉장고에 보관된 음식을 먹을 때는 75℃에서 1분 이상 다시 가열하고 섭취해야 한다.
냉장고는 내부 위치에 따라 온도가 다르다. 냉장고의 문 쪽은 온도변화가 심하므로 문 쪽 수납 칸에 보관된 음식은 가급적 빨리 소비하도록 하고, 안쪽에는 저장할 식품들을 넣어두도록 한다.
생선과 육류의 핏물은 제거하고, 다른 재료와 접촉하지 않도록 밀폐용기에 담고, 생 재료와 조리된 음식은 구분하여 칸에 나누어 보관하는 것도 중요한 요령이다.
온도가 높아지는 여름철의 식중독 예방은 조리를 담당하는 사람과 음식을 섭취하는 사람 모두가 꼼꼼한 위생습관을 몸에 익히는 것이다.
화장실을 다녀온 후, 밥을 먹기 직전에는 깨끗이 손을 씻고, 음식물은 먹기 직전에 재가열을 해서 먹어야 한다.
청결한 주방관리와 더불어 식재료를 세심하게 다루고 보관한다면 식중독은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