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 IoT 기반의 스마트 그리드
▲ 함경선 책임연구원 전자부품연구원
현재 에너지 산업은 패러다임의 변환기에 서 있다. 중앙 집중식 발전 방식에서 분산 에너지를 기반으로 마이크로그리드 형태의 산업으로 변모하는 진화의 단계에 있는 것이다.
산업 구조가 변화하는 과도기적 단계에서 ICT 융합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혁신적인 기술 수단으로 주목 받고 있는 것도 그 이유에서이다.
이 글에서는 에너지 산업의 변화와 함께 ICT 융합의 성공 사례와 에너지 신산업으로서의 활성화 방안을 알아보고 요구되는 요소들을 짚어 보고자 한다.
에너지 산업의 변화
오늘날 한국이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에너지의 역할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과거의 에너지 산업이 경제 성장과 국민 생활 안정을 위해 필요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주력했다면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환경, 녹색성장 등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그 가치가 주목 받게 되었다.
이에 2015년 정부는 신기후체제에 대응한 에너지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위해 에너지 프로슈머, 저탄소 발전, 전기자동차, 친환경 공정이라는 4대 분야를 에너지신산업으로 육성하는 ‘2030 에너지 신산업 확산 전략’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정책적 변화에 맞추어 에너지 생산, 전달, 소비 과정 전반에 대한 양상이 크게 변하고 있으며 혁신적인 기술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단일 방향의 에너지 공급 중심이었던 중앙 집중식 발전 구조에서 다수의 행위자들에 의해 에너지 전원을 자체 공급하고 소비하는 마이크로그리드 시스템이 에너지 자립섬이나 대학 캠퍼스 마이크로그리드 등과 같은 새로운 사업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소규모 발전자원들을 이용하여 누구나 전기를 사고 팔 수 있는 에너지 프로슈머(Energy Prosumer)의 개념이 ICT 기술의 바탕 위에서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을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IoT 기반의 스마트 그리드 시장 현황 및 발전 방향
스마트 그리드는 전기와 ICT 기술을 융합하여 고품질의 전력 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효율을 극대화한 지능적이고 고도화된 전력망으로써 그 핵심은 ‘전력과 ICT의 융합’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내면을 살펴보면 전력망이라는 물리적 공간과 ICT라는 논리적 공간이 통합되는 개념으로 사물을 네트워크로 통합하는 IoT 개념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송전, 변전, 배전 등에 사용되는 다양한 전력설비 등을 포함하여 수용가의 계량기, 거래, 정산과 같은 전력 산업의 전 주기에 있어서 사물을 인터넷에 연결하여 통합하는 IoT 기술이 근간을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IoT의 기술적 범위가 모호하긴 하나 물리적 공간과 논리적 공간을 통합하는 관점으로 볼 때 선진국은 이미 이러한 개념을 적용해 오고 있다.
세계적 수준의 풍력터빈 제작사인 덴마크의 베스타스(Vestas)는 자사가 공급한 풍력터빈 4천 6백여 기의 풍력터빈에서 수집되는 바람에너지 정보를 분석하여 풍력발전 단지를 설계하거나 최적으로 운영하는 비즈니스에 활용하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또한 에너지 분야에 IoT를 접목하는 것은 매우 혁신적인 비즈니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세계적인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Tesla)와 민간 우주 개발업체인 스페이스엑스(SpaceX)를 소유한 엘런 머스크는 솔라시티(Solar City)를 통해 에너지 저장장치가 결합된 태양광 패널 보급 사업을 하고 있으며 전력 구매계약을 통해 소비자가 갖고 있는 발전 자원을 거래하는 프로슈머 분야로 사업을 점차 확장해 나가고 있다.
에너지 산업의 혁신적인 변화는 태양광, 풍력 등 자연에너지의 활용도가 화석에너지에 근접할수록 보다 가속화될 것이고 IoT 기반의 스마트 그리드 시장은 이러한 다양한 발전 자원의 보급 증가와 함께 보완재적 시장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더불어 각국의 정부 정책도 에너지 산업의 근본적인 시스템 변화를 이끌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만 보더라도 2030년까지 에너지 신산업을 육성하고 50만 명의 일자리 창출과 온실가스 5천 5백만 톤을 줄이는 야심찬 계획을 내놓았으며, 2015년 파리 기후 협정에 따라 모든 산업도 지속 가능한 산업 구조로 변모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적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앞으로 IoT를 활용한 에너지 산업은 크게 공급과 수요의 관점에서 혁신이 거듭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에너지 공급 측면에서는 화석에너지보다 청정에너지로의 변화가 확실하기에 예측이 어렵고 변동성이 높은 자연에너지 생산에 필요한 정보화 기술이 요구된다.
발전 자원이 다양해짐에 따라 조화로운 협력이 필수적이므로 관련된 IoT 기술이 활발하게 적용될 것이다.
그리고 에너지 수요 측면에서는 원하는 시기에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주목 받을 것이다.
에너지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를 지능적으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하고 확보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국민 참여가 활발해질 것이다.
따라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IoT와 빅데이터 분석 기술이 핵심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중앙 집중식 전력망 구조에서 자체 전력 생산과 소비가 가능한 마이크로그리드 구조로, 나아가서는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주체가 동일해지는 프로슈머의 생태계가 형성되는 친환경 스마트시티(Smart City)의 구현에 대한 노력도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다.
IoT 기반의 스마트 그리드 적용 사례
스마트 그리드 실현에 필수적인 기술 요소 중 하나인 AMI(Advanced Metering Infrastructure)는 에너지 공급자와 사용자 사이에서 양방향 통신을 통한 측정, 자료 수집을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이다.
양방향 통신이 가능하게 되면서 사용자의 전력 사용량을 통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는데 대표적으로 에너지 소비패턴을 분석하여 능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선불형 계량, 즉 수요 반응(Demand Response)을 활용한 서비스가 가능하게 되었다.
이외에도 시간별 요금제, 피크 요금제 등 사용자에 맞는 에너지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스마트 그리드 환경에서 IoT 기술을 활용한 대표적인 기술로 가상 발전소(Virtual Power Plant)가 있다.
가상 발전소는 상용발전기, 비상발전기 에너지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 수요 반응(Demand Response) 등 다양한 분산 자원(Distributed Energy Resource)을 네트워크로 결합하여 하나의 발전기로 제어하는 기술이다.
추가적인 발전소 건설없이 탄력적인 전력 수급에 대응할 수 있으며 평상시 에너지 수요 패턴을 모니터링 및 분석하여 향후 수요를 예측하거나 전력 가격을 예측하는 등의 체계적이고 능동적인 전력계통 운영이 가능하게 된다.
독일의 경우 ‘재생 가능 에너지 법안’ 개정 후 가상 발전소로부터 전기에너지를 판매하도록 권장하고 있으며 스마트 그리드에서 가상 발전소의 비중이 증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너지 자원이 다양해지면서 분산 자원 분야에서 IoT 적용이 활발하다.
스페인과 벨기에의 기업과 대학은 EU의 지원을 받아 분산 자원을 활용한 전력 거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SCANERGY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에너지 프로슈머는 언제 어디서든지 전력 생산량, 판매량, 사용량을 확인할 수 있으며 전력시장에서의 거래도 가능하게 되는 등 ICT를 통해 일반 사용자가 전력 생산과 사용, 판매에 관여가 가능하게 되었다.
또한 핀란드의 경우 건물 또는 지역 단위로 에너지 거래를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전력 데이터 분석, 전력 수요 및 가격 예측을 통한 프로슈머간의 가격 협상, 거래 건물 단위의 거래 중개가 가능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분산 자원 중개 시장이 2017년 열릴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분산 자원을 활용한 전력거래가 에너지 산업 패러다임 변화의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다룬 세 가지의 사례에서의 공통점은 IoT 기술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분석하여 제어한다는 점이라 할 수 있다.
산업에서의 일방향적인 모습이 IoT 기술을 통해 유기적이고 능동적인 모습으로 진화되고 있다.
IoT 기반의 스마트 그리드/에너지 관리 정책 및 생태계 활성화 방안
지역사회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마이크로그리드 산업을 전제로 할 때 기존 한전 중심의 중앙 집중형 시스템은 많은 변화를 요구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양한 이슈가 제기될 수 있지만 이 글에서는 IoT 관점으로만 기술한다.
첫째, 에너지에 대한 공공 데이터 활용에 대한 정책적·기술적 대안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IoT에 근거하여 다양한 장치와 설비, 인간이 정보를 교환하는 복잡한 시스템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막대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한 모니터링과 제어의 관점에서 고차원적인 데이터를 만들고 이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부가적 서비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시도는 민간보다는 공공 부문에서 주도하여 인프라를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시간 에너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가능한 넓은 범위에서 지능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는 에너지 산업에 기반한 기업가(Entrepreneur)가 등장하게 되고 에너지 산업 전반에 대한 시스템 혁신이 촉발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게 된다.
둘째, 국민이 참여하는 개방형 혁신이 가능해야 한다.
에너지 안보 및 국가 경쟁력 관점에서 에너지 정책은 보수적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겠으나, 에너지 사용절감을 통해 얻게 되는 수요 자원(Demand Resource)과 신재생 에너지, 연료전지, 에너지저장장치, 전기차 및 국민이 소유하는 소규모 분산 자원(Distributed Energy Resource)의 거래 등 시대적 변화에 맞는 기술과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에너지를 통해 얻게되는 부가가치를 누구나 얻을 수 있는 개방형 에너지 시스템으로 만들기 위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민간 기업에 의한 지속적인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소비자 편익을 찾아내고 이것을 비즈니스로 연결할 수 있는 기술적·제도적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작게는 IoT, 빅데이터를 이용하여 에너지 생산과 소비에 있어서 효율을 경쟁적으로 끌어올리는 노력이 필요하고, 크게는 에너지 정보를 이용한 부가가치 창출에 기술적·제도적 개선 노력이 동시에 진행되어 나가야 하는 시점이다.
최근 정부가 정책을 통해 미래 먹거리로 에너지 신산업을 선정하였다는 것은 매우 큰 의미를 주고 있다.
새로운 기회는 제도가 변하고 신기술이 등장했을 때 생겨난다고 한다. 오늘날 우리가 맞고 있는 에너지와 환경의 위기는 제도를 변화시키고 그로 인해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줄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을 만들게 된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혁신가들에 의한 기술적 시도도 가능해지고 새로운 신기술의 등장은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주게 되므로 앞으로의 에너지 산업 전망은 매우 밝다고 할 수 있겠다.
에너지 산업의 혁신은 정보화에 있다. IoT로 대변되는 물리적, 논리적 공간의 통합은 에너지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기술 자체가 주는 부가가치뿐만 아니라 국가 인프라로서 지능화된 에너지 산업을 통해 신산업을 창출할 수 있는 훌륭한 기반이 된다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