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3

03 - 스마트 디바이스들만의 연결이 아닌 비즈니스와의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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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용 교수 순천향대학교 IoT보안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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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생활가전 제품들이 인터넷에 연결되기 시작하면서 스마트홈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기존에는 홈네트워크에 연결되지 않았던 보일러, 가스밸브, 전등 같은 제품들이 새롭게 연결되기 시작했다는 것 외에, 과거에 유행했던 스마트홈이나 홈오토메이션과 다른 점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스마트홈이라는 것이 여전히 ‘자동화’라는 단편적인 편리함만을 제공할 뿐, 사용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고객가치를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글에서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사물인터넷 기반의 스마트홈 산업의 현상에 대해 분석하고 스마트홈 산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사물인터넷 기반의 스마트홈과 생활가전

초소형 저전력 반도체 및 소자 기술, 저전력 통신기술, 디바이스 제조 기술의 발전은 전자제품은 물론 그렇지 않은 제품들까지도 인터넷에 연결될 수 있게 만들고 있다.
 
이처럼 개별적인 데이터 처리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인터넷에 연결되는 장치들을 스마트커넥티드 디바이스(Smart Connected Device)라 부른다.

이들은 사물인터넷 서비스 플랫폼이라 불리는 인터넷 상의 가상의 공간에서 서로 연계되고 데이터를 교환하며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게 된다.
 
이러한 개념이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이며, 집이라는 특정한 공간에서 생각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 서비스들을 통틀어 스마트홈 서비스라 한다.

가정용 디바이스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스마트홈 서비스도 다양하게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집 밖에서도 보일러나 에어컨을 껐다 켤 수 있으며, 퇴근 후 집에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서 저녁밥이 지어지고 세탁이 완료되도록 할 수 있다.

모든 가족이 외출했다는 것이 확인되면 알아서 현관문과 가스 밸브를 잠그고 불필요한 전등들을 끄도록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ICT 기술을 이용해서 삶의 중심인 집이라는 곳을 이렇게 편리한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던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1980년대부터 홈오토메이션(Home Automation)을 위한 다양한 제품들을 출시하기 시작했으며, 건설 경기가 호황이던 2000년대 중후반부터는 건설사들과 시스템 통합(System Integration)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스마트홈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가 그렇게 스위트하지만은 않았다. 스마트홈 시스템이 제공하던 기능들이 사용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던 그것과는 거리가 먼 단편적인 편리함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7~8년이 지난 지금은 통신사를 중심으로 스마트홈 경쟁이 전개되고 있다.

통신사들은 자체적으로 구축한 사물인터넷 서비스 플랫폼과 저전력 광역무선통신(LPWA) 기술 등을 바탕으로 다양한 스마트 가전제품(Smart Consumer Electronics)들에 대한 연결성(Connectivity)을 제공하려 하고 있으며, 이로인해 사용자들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집안의 가전제품들이나 각종 장치들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제어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있다.

그러나 그 뿐이다. 기존 스마트홈과 비교했을 때, 더 다양한 제품들이 연동됨으로써 더 다양한 연동 기능을 제공한다는 것 외에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디바이스들을 연결하기 위한 기술보다 새로운 서비스 패러다임 및 비즈니스 모델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일 것이다.


국내외 스마트홈 사업자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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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간으로 지난 5월 19일 새벽, 구글은 구글 I/O 2016 행사에서 ‘구글 홈(Google Home)’이라는 스마트홈 서비스 디바이스를 공개했다.
 
이 장치는 음성인식 기반 개인비서 서비스인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와 함께 이용하도록 만들어진 것으로, 음성인식을 통해 사람의 명령을 이해하고 그에 대한 검색결과를 제공하거나 식당 예약이나 일정 관리 등 클라우드 기반의 인공지능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집안에 존재하는 스마트 램프, 무선 스피커 등과 같은 스마트 기기들의 상태나 동작을 음성으로 확인하거나 제어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이런 스마트홈 서비스 디바이스를 출시한 것은 구글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2년 전에 글로벌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이 음성인식 기반의 개인비서 서비스인 ‘알렉사(Alexa)’와 알렉사와 함께 이용할 ‘에코(Echo)’라는 홈서비스 디바이스를 출시한 바 있다.
 
알렉사 역시, 음성 명령을 바탕으로 검색 결과를 제공하거나 스마트 가전제품들을 제어할 수 있으며, 필요한 생필품이나 배달음식을 주문하고 식당을 예약하는 것도 가능하다.

최근에는 다양한 상황이나 환경에서 알렉사의 인공지능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에코 탭(Echo Tap)’이나 ‘에코 닷(Echo Dot)’과 같은 변형된 장치를 출시하기도 했으며, 어떤 기기에서도 알렉사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알렉사 API를 공개하기도 했다.

아마존 외에도 일본의 NTT도코모도 ‘오하나스(おはなす)’라는 음성인식 기반 인공지능 서비스 디바이스를 출시하였고, 소프트뱅크는 IBM의 인공지능인 왓슨을 이용하는 홈서비스 로봇 ‘페퍼’를 출시하였다.

그 외에도 IBM은 인공지능 기반의 서비스 로봇인 ‘나오미’를 공개했고, 인텔도 지난 1월에 열린 CES 2016에서 ‘버틀러(Butler)’라는 홈서비스 로봇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홈서비스 디바이스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경쟁자들보다 더 많은 홈서비스 디바이스를 판매한다거나 혹은 스마트홈 디바이스들의 구심점이 되고자 함은 아닐 것이다.

이들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홈서비스 디바이스에 집중하는 이유는 사용자들과 더 자연스럽고 직관적인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함으로써 고객들이 이미 이용하고 있던 서비스를 더 효과적으로 더 자주 이용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사용자와 관련된 수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고객들도 만족할 뿐만 아니라 디바이스 한 대를 판매할 때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음을 이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 상황은 사뭇 다르다. 스마트홈 확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통신사들은 여전히 이동통신 서비스를 판매하던 전통적인 방식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통신사마다 독자적인 사물인터넷 서비스 플랫폼도 구축하고 사물인터넷 전용망도 구축할 계획을 밝히고 있으나, 스마트 콘센트, 도어락, 가스락, 보일러, 전등 등과 같은 디바이스들을 스마트폰과 동일하게 36개월 할부로 판매하고 있다.
 
게다가 자사의 사물인터넷 플랫폼을 이용하여 이러한 디바이스들의 원격제어나 모니터링, 혹은 연동 기능 등을 제공하면서 별도의 플랫폼 이용료를 받는다.

이러한 방식은 외국 기업들이 전개하는 비즈니스 방식과는 다르며,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들의 생각과도 다르다.

어디에서도 새로운 시대에 맞는 서비스 전략이나 사업철학을 찾아볼 수 없다. 스마트홈 디바이스를 단지 침체된 통신시장을 헤쳐 나가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


스마트홈 시장 전망 및 진화 방향

시장조사기관인 스태티스타(Statista)의 2015년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홈 시장 규모는 2016년에 약 156억 달러로 전년 대비 60% 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2020년에는 약 430억 달러로 2015년보다 4.5배 정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홈과 관련해서는 홈자동화, 엔터테인먼트, 보안, 그리고 에너지 관리 분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으며, 이 중 홈 자동화가 가장 큰 영역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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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I Research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에는 전년보다 두 배 많은 스마트홈 디바이스들이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향후 5년간은 서비스보다 하드웨어가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이며, 그 이후부터는 서비스 매출이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스마트홈 전체 매출 중에서 서비스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20% 이하에서 2020년에 25%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나, 구글이나 아마존과 같은 서비스 사업자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이나 서비스 디바이스 가격의 하락 등을 감안하면 서비스 매출 비중은 ABI Research의 전망보다 훨씬 더 클 것으로 필자는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흐름, 즉 디바이스 섹터의 성장속도(< 4.1배)보다 서비스섹터의 성장 속도( >5.5배)가 더욱 가파르다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사실이 디바이스 판매에만 집중하는 우리 기업들이 눈여겨봐야 할 대목인 것이다.

그렇다면 스마트홈과 관련된 서비스라 함은 무엇을 말할까? 스마트홈 서비스라 하면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디바이스의 원격 모니터링이나 원격제어 혹은 디바이스 연동을 통한 자율화(Autonomy) 같은 기능들을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는 디바이스가 제공하는 기능의 확장일 뿐이지 서비스라 할 수 없다. 단순한 편리함 이상의 고객가치를 제공해야만 서비스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사물인터넷 시대의 스마트홈 서비스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하나는 디바이스 그 자체가 서비스가 될 것이며, 다른 하나는 디바이스와 관련된 기존 서비스와 디바이스가 연결되는 형태가 될 것이다.

예를 들면 정수기 같은 가전제품들이 인터넷에 연결된다면 이러한 제품들을 이용한 시간이나 이용한 기능 혹은 이용한 자원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일시불로 가전제품을 구매하거나 36개월간 일정한 금액의 렌탈 요금을 내기보다는 해당 가전제품이나 기능 혹은 자원을 이용한 만큼 비용을 낼 수도 있을 것이다.

냉장고는 부족한 식자재를 파악해서 사람의 관여 없이 식자재 유통점에 주문을 넣을 수 있으며, 냉장고를 통해 레시피를 구매하고 식사시간에 어울리는 음악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세탁기는 세제가 거의 떨어질 즈음 알아서 세제를 주문할 수도 있고, 세탁기로 세탁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빨랫감이 있으면 세탁소에 세탁 서비스를 의뢰할 수도 있다.

이처럼 디바이스가 서비스화(Servitization)되거나 디바이스와 기존 서비스가 연계되는 경우 기존의 비즈니스 패러다임은 크게 바뀔 가능성이 높다.
 
디바이스의 기능이 클라우드로 이동함에 따라 디바이스의 가격은 지금보다 훨씬 낮아질 수 있을 것이며, 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디바이스를 더 낮은 가격에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서비스 제공자 관점에서는 디바이스와 기존 서비스가 연계되면 손쉽게 고객을 묶어둘 수 있지만, 처음에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더 적극적으로 기울여야 할 것이다.


스마트홈 생태계의 활성화 방향

과거에 추진되었던 스마트홈 사업들이 번번이 실패한 이유는 분명하다. 자동화된 디바이스들이 제공하는 단순한 편리함이 마치 스마트홈의 절대적인 고객가치라는 잘못된 믿음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사물인터넷 시대에 스마트홈 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전기요금이 매달 3,000원씩 절약된다든지 한 달 후면 체중이 2Kg 빠진다는 것처럼 구체적인 고객가치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디바이스가 아닌 서비스 중심의 스마트홈 생태계가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관련 업계는 앞에서 소개한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들 역시 스마트홈을 위한 최첨단의 디바이스를 제공하지만, 디바이스를 스마트홈 비즈니스의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즉, 디바이스는 스마트홈 서비스에 대한 고객 니즈를 파악하기 위한 수단임과 동시에 스마트홈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수단인 것이다.

따라서 핵심은 자연스러운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부지불식간(不知不識間)에 얻어지는 사용자 데이터를 활용하는 능력을 얼마나 빨리 확보하느냐일 것이다.

스마트홈 서비스는 나라별 특성이나 사회적 이슈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홈 서비스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60%를 넘는 단독주택 보급율과 우리보다 10배 이상 높은 강도범죄 발생률로 인해 출동보안과 같은 보안 서비스가 매우 활성화되어 있다.

또한 1인당 전력 사용량도 우리보다 40% 정도 많으며 전기요금도 주(州)에 따라 우리보다 2배에서 4배 정도 비싸기 때문에 에너지 절감 솔루션이 주목을 받고 있다.

따라서 국내 스마트홈 사업자들은 음식배달이라든지 1인 가구 대상의 보안 서비스처럼 우리나라의 특성에 맞는 스마트홈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요컨대 스마트홈 서비스는 다양한 디바이스를 수용하고 정책 기반의 연동 기능을 제공하기 위한 디바이스 플랫폼이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
 
디바이스의 특성을 수집하고 분석하여 이를 서비스화하거나 기존 서비스와 연계하는 서비스 플랫폼이 중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