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현황 및 과제
▲ 김태원 책임연구원 한국정보화진흥원
사물인터넷 등 신기술 발전에 따라 기존 보건의료 산업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으로 탈바꿈 하고 있다. 세계 주요국들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을 핵심 비즈니스로서 육성하고자 정부 차원의 지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성장은 답보 상태다. 규제로 인해 기업들이 시장 진입을 못하거나 기업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의료체계 전반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정부, 의료계, 산업계 등의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국가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합리적 규제 개선과 더불어 정부와 의료계, 산업계 간 긴밀한 협업이 필요하다.
IoT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미래는 산업혁명, 정보화혁명을 거쳐, 모든 것이 인터넷과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기반의 지능정보사회로 진화하고 있다.
IoT는 기존 ICT로는 불가능했던 현실 세계의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있으며, IoT, 클라우드(Cloud), 빅데이터(Big Data), 모바일(Mobile),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 연계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토대를 형성하였다.
IoT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이를 스마트홈, 의료, 교통, 에너지, 국방, 문화·관광, 농업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 적용하고 있다.
특히 IoT 기반 헬스케어 즉, 디지털 헬스케어는 가장 잠재력이 큰 분야로서 다양한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해 미래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디지털 기술을 의료(Medical) 서비스 및 건강관리(Care) 서비스와 연결하여 언제 어디서나 예방·진단·치료·사후 관리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총칭한다.
국내에서는 흔히 u-헬스케어라고도 하며, 해외에서는 e-헬스케어 혹은 디지털 홈케어라는 용어도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등 사용 어휘나 표현상의 차이는 있지만 ‘ICT’와 ‘보건의료’를 결합하는 관점에서 개념적으로 동일한 의미로 사용된다.
사회의 고령화와 유병기간 증가로 의료비 부담이 증대됨에 따라 질병의 진단·치료와 함께 예측·예방·관리가 중요해졌다.
국가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고 국민 건강수명 연장을 위한 예방 및 모니터링 기반 건강관리를 위해 디지털 헬스케어가 활용될 수 있으며, 이는 다양한 질환에 대한 개인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저비용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현황
기존 보건의료 산업은 ICT 융합을 통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세계 주요국들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을 핵심 비즈니스로서 육성하고자 정부 차원의 지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Health IT 계획, u-health 선진화 계획을 추진 중이며 2015년 초에는 의료기기와 연동 가능한 모바일 헬스케어 애플리케이션을 공식 승인함으로써 모바일 헬스케어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헬스산업을 경제성장 안전화, 구조조정, 개혁추진, 국민행복 증진을 위한 지주 산업으로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중국은 원격의료를 골자로 한 ‘디지털 헬스 육성 계획’을 확정했고, 2014년에는 인터넷을 통한 처방약 구매를 허가하였다.
2015년에는 10억명 가입자를 둔 무선통신 업체 차이나 모바일이 지역보건소와 함께 ‘무선 심장 건강’ 프로그램을 개발하
였다. 중국 정부는 모바일 기기 및 온라인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부족한 의료진과 병상 수를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맥킨지에 따르면 중국 의료보험 규모가 2020년까지 총 100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중국은 세계 최대 헬스케어 시장으로 급부상 중이다.
일본은 이미 2005년에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였다. 일본은 2001년부터 헬스케어 정보화를 시작으로 의료 표준화, 정보 인프라 구축 등을 조기에 진행하였고, 헬스케어 산업을 국가 산업으로 선정하여 헬스케어 벤처회사에 현금 투자를 하는 등 민간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지원과 동시에 규제도 완화함으로써 기업들이 개발한 기술이 상용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도왔다.
이러한 결과로 일본의 헬스케어 산업은 뛰어난 진단 기술과 생체 센싱 기술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건강 상태나 병의 징후 감지, 예후를 관리하는 새로운 기술, 제품, 서비스가 잇따라 개발되고 있다.
또한 일본은 1997년 12월부터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기 시작하였고, 3차례 고시를 개정하여 허용범위가 점차 확대되다가 2015년 8월에는 원격진료에 관한 고시를 다시 개정하여 의사-환자간 원격진료를 전면 허용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포켓닥터, 포트메디컬, 앰큐브 등 다양한 원격의료 상용서비스 모델이 서비스 중이거나 서비스될 예정이다.
EU는 u-Health 활성화를 위해 6억 유로를 투입하였고, 고령자들에게 ICT 기기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영국 정부는 2017년까지 300만 명의 Telehealth 시스템 이용 목표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보건의료 서비스 산업은 고용 효과가 높은 미래 유망산업이나 국내에서는 병원 주도 시장구조의 한계로 산업 경쟁력이 떨어지고 성장 역량이 미흡한 실정이다. 국내 보건의료 시장은 2020년 204조 원 규모(GDP 대비 10.8%)로 전망되지만 치료가 대부분의 비중을 차지하여 파급효과나 가치창출 기반이 취약하다는 우려가 있다.
보건의료는 ICT 융합 가치는 높으나 활용 수준은 낮은 분야로 서비스 영역 확대 및 혁신을 위해서는 ICT 융합 추진이 적극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우수한 ICT 인프라, PACS(의료영상저장전송장치, Picture Archiving Communication System)/EMR(전자의무기록, Electronic Medical Record) 보급률 세계 1위 등 ICT 융합 여건도 우수하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선진국들은 적극적인 디지털 헬스케어 정책을 펼쳐 그 성과를 보고 있으나, 아직까지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성장은 답보 상태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기술은 빠르게 변화하는데 규제는 기술의 변화 속도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신기술 적용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지 않거나 불명확하여 시장 진입이 어려운 문제도 있다. 의료기기에 대한 엄격한 규제, 의료 정보의 유통 및 이용 제한 등 법적인 한계가 바로 그러한 예이다.
의료체계 전반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정부, 의료계, 산업계 등의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는 점도 한국의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정체의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요컨대 기술이 아닌 법제도, 이해관계 문제 등 잘못된 구조적 문제들로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자체가 형성되어 있지 못해 관련 서비스 활성화가 어려운 실정이다.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사례
민간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는 건강관리 서비스 업체, 통신사, 병원, 검진기관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보험사 피보험자, 기업 임직원, 아파트 입주민 등 제한된 수요자를 대상으로 의료 정보를 제외한 건강정보 기반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유라클, 에임메드, 헬스커넥트, 녹십자 헬스케어, 라이프시맨틱스, 비트컴퓨터, 이지케어텍 등이 있으며 이들은 다년간 민간 및 공공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구축·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법,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의료기기법, 생명윤리법 등 다양한 헬스케어 관련 규제로 인해 개발 기술을 상용화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술력 있는 기업들이 일찌감치 규제를 받지 않는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이유다.
이에 정부는 개발 기술이 상용화될 수 있도록 서비스수요 창출, 서비스 생태계 조성, 검증을 통한 단계적 법·제도 개선을 목표로 다양한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육성 방안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자생적 사업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범사업 추진도 중요하지만 이를 통해 후행성 규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
결국 지속 가능한 서비스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제공자가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서비스 모델이 존재해야 한다.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아무리 많은 시범사업, 실증사업도 사업 기간이 종료되면 서비스를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규제는 기업들의 시장 진입 자체를 저해하거나 시장에 진입했다고 하더라도 기업 활동에 있어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보험업법 규정에 의거 보험 가입자에게 각종 웨어러블 디바이스나 IoT 기기 제공 금지, u-헬스 게이트웨이의 의료기기 분류에 따른 제조 허가·심사 의무, 실질적인 의료 데이터 활용을 위한 클라우드 활용 방안 미비 등을 후행성 규제의 예로 들 수 있다.
물론 생명을 다루는 의료 분야라는 특수성을 감안할 때 규제 개선은 시장 활성화라는 측면뿐만 아니라 안전성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한편 산업계의 니즈 뿐만 아니라 의료계의 니즈도 충족할 수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건강관리 서비스업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의료법으로 인해 서비스 제공의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고, 의료계 입장에서는 건강관리 서비스업에 대한 수가체계 방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건강관리 서비스업에 적극 투자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후행성 규제를 개선하는 동시에 의료 전문성이 있는 의료인들도 건강관리 서비스 제공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수가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올해부터 원격진료를 전면 허용한 일본 정부의 경우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부담을 경감하고자 재택 의료확대를 위해 애쓰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환자들이 집에서 치료를 쉽게 받을 수 있도록 의료 보수체계를 개편하였다.
또한 의약품 택배를 허용함으로써 약국체인인 메디컬시스템 네트워크와 일본 우편이 제휴하여 의사가 직접 가정을 방문하여 치료 후 약을 처방하면 약사가 환자 집이나 요양시설 등에 방문해 복용법 등을 설명하고 약을 보내는 방식의 서비스를 올해 5월부터 시작했다.
이는 정부의 의료 정책과 환자편의를 중심으로 하는 의약 업계의 공동 노력으로 평가된다.
디지털 헬스케어로 대표되는 ICT 융합 기반의 보건의료 산업은 고부가가치 및 고용 창출 효과가 높아 기존 국가 주력산업보다 우수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ICT 융합 기반 보건의료 신수종산업이 국가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와 의료계, 산업계 간 긴밀한 협업이 이뤄질 때 비로소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가 활성화될 수 있고, 궁극적으로 국민의 건강한 삶 증진 및 국가 의료보험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