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영솔루텍(주) 김학권 회장
최고기술경영인 인터뷰에서는 기술경영인과의 대담을 통해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최고기술경영인의 역할과 리더십 등을 알아봅니다.
40년 전통의 금형 제조 기업, 디지털화로 3.0시대를 준비하다
공동 작성_ 정양헌 교수(KAIST 기술경영학부), 김공숙 전문작가(프리랜서)
재영솔루텍의 김학권 회장을 만나기로 한 약속이 며칠 전에 오전에서 오후로 미뤄졌다.
박근혜 대통령 멕시코 방문 경제사절단으로 다녀온 후 청와대 보고회가 급하게 잡혔다고 했다.
우리와 인터뷰를 약속한 날도 모 지상파 방송사에서 취재 약속이 되어 있다고 했다.
금형 제조업체인 재영솔루텍이 여러모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
금형 제조 환경도 디지털화·프랜차이즈화가 가능하다
▲ 재영솔루텍 카메라모듈용 자동초점장치(AF) 생산 라인
재영솔루텍은 1976년 창업해 40년 역사를 가진 금형 제조업체이다. 현재 금형, 부품, 렌즈, AF(Auto Focus) 네 부문의 사업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일본의 계열사인 재영솔루텍 일본(JYCO)에서는 아시아 금형솔루션을 제공하고 있고, 중국 계열사인 혜주솔루텍은 글로벌 생산기지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재영솔루텍의 모태 산업인 금형사업은 국내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재영솔루텍은 모든 제조활동의 근간이 되는 금형 자체를 제작하여 제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금형 산업 초창기에 우리나라는 금형을 자체 생산하지 못해 일본에서 비싼 값에 사다 쓰는 실정이었다.
김학권 회장은 금형의 국산화에 노력을 기울였다.
해외에서 샘플을 구입해 그것으로 국산화 개발을 진행했고 그 결과 국내 최초로 비디오 케이스 금형을 개발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금형 산업은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주조, 용접, 표면처리, 소성가공, 열처리와 함께 제조업 경쟁력의 근간이 되는 산업으로 그 역할이 매우 크다.
재영솔루텍이 주목받는 이유는 맥도날드처럼 금형 산업의 세계 프랜차이즈화를 추진하고 있고 스마트 공장을 성공적으로 구축한 기업으로 손꼽히기 때문이라고 보인다.
금형 산업은 언뜻 프랜차이즈나 스마트화와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그러나 재영솔루텍은 이 두 가지를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제조업체로 부상하고 있다. 그 바탕에 GMS 3.0이 있다.
“과거에는 국산화에 주력했고 이후에는 일본을 추격하려는 노력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추격이 아니라 금형 산업을 이끌어 나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표를 가지게 되었어요. 그래서 시작한 것이 GMS(Global Mold Solutec) 3.0입니다. 한국 금형 산업의 도약을 이루어 낼 GMS 3.0을 달성하기 위해서 우리는 단기목표를 ‘QDC 50’으로 잡았습니다. 올해부터 2017년까지 현재 품질의 50% 향상, 현재 납기의 50% 단축, 현재 비용의 50% 감소를 목표로 한다는 의미입니다. 금형 산업을 선도화하는 GMS 3.0을 2020년까지 최종 완성하려고 합니다. 현재 주변 국가에서 우리를 엄청나게 따라오고 있는 실정인데 우리가 경쟁자들을 어떻게 물리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오랜 고민을 하여 찾은 답이 바로 GMS 3.0입니다.”
구체적으로 ‘QDC 50’와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제조환경이 변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일찍이 금형제조업의 프랜차이즈화를 꿈꾼 김학권 회장은 그 답을 스마트화에서 찾았다.
“제조환경이 다품종 소량 최적화 생산방식으로 확산되고 있는 현실인데 우리는 아직도 개인 기술자에 의한 아날로그 방식 그대로입니다. 과거와 비교하면 기계설비나 공장은 크게 변화했지만 생산 현장의 시스템은 변하지 않았어요. 이제는 생산 현장이 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날로그 방식에서 디지털로 변하고 시스템화가 되어야 해요. 개인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와 지식을 빅데이터화 해서 필요한 것을 얻어서 쓸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다양한 금형 관련 노하우 역시 데이터화 시켜 그것으로 작업을 하면 누구나 같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전체의 효율이 크게 올라갈 것입니다. 현재 구축된 기술 빅데이터를 제조현장에 적용하는 식으로 시스템을 바꿔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생산 현장이 바뀌면 결국 직원들도 좋고 회사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설계, 조립, 사출 등 전 분야의 정보가 중앙서버에 디지털화되면서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에 의해 제조라인의 원격지 통제, 스마트 공장 기반 구축, 프랜차이즈의 기본 조건이 완성되는 것이다.
현장에 가지 않고 원격으로 제조라인을 통제할 수 있다면 직원들도 훨씬 일하기 수월할 것이다.
GMS 3.0이 성공적으로 완성된다면 솔루텍이라는 브랜드를 가지고 금형의 프랜차이즈화가 충분히 가능하다.
한국 본사가 디지털 정보를 수출하고 금형제조 지식 시스템을 전 세계에 판매할 수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금형은 고객사로부터 제품에 대한 정보를 받아서 그것을 기반으로 금형을 하나하나 직접 만드는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다.
즉 제품을 찍어내기 위한 금형을 만들 때 고려해야 하는 수축률이나 퍼팅라인 등과 같은 많은 부분들은 사람이 직접 수정을 해가며 작업한다.
그러나 GMS 3.0을 통해 노하우와 지식의 시스템화가 이루어지고 생산 현장의 디지털화가 되면 제품 도면 정보를 이용해서 바로 가공이 가능하고 생산에 적용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현재 한국 본사가 헤드쿼터 역할을 하면서 생산 현장에서 제품 도면 정보를 받아 가공하고, 세계 각국 현지 생산 공장에서도 이를 통해 곧바로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는 것이다.
“그때가 되면 재영은 빠지고 솔루텍이라는 브랜드만 가지고 세계의 금형 프랜차이즈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랜 기간 동안 기업 내부 인력들을 이해시켜가며 스스로 공부해온 김학권 회장의 조금은 이른 감이 있는 목표가 지금에 와서는 GMS 3.0이라는 형태로 구체화되어 이루어지고 있다.
GMS 3.0은 더 큰 변화를 이끄는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추격이 매우 빨라서 걱정스럽지만 국내 금형 업계가 이러한 시스템을 공유할 수 있다면 향후 충분히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옛날에는 중국 물건이 우리 물건의 품질을 따라오려면 멀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차이가 20여 년은 날 것이라고 봤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예전에는 모두 2D로 작업했는데 중국에 가서 보니 모두 3D로 작업하고 있더라고요. 그들은 후발주자인 만큼 시행착오 없이 접근 자체를 다르게 가니까 정말 빠르게 따라오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나라와 기업들이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혁신 활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것이 GMS 3.0입니다.”
창업 40주년, 금형에서 시작해 부품 사업으로 확장
▲ 재영솔루텍 사업장 전경
재영솔루텍은 과거 KIKO 사태로 인해 큰 손해도 보기도 했고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지만 극복하고 올해 창업 40주년을 맞이했다. 김학권 회장은 많은 생각이 든다.
“40년간 기업을 하면서 잘했다 성공했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려운 것 같고, 다만 좀 더 부지런하게 뛰어다녀서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지금같이 인터넷이 없어서 신문 등을 보고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녔어요. 흐름을 따라가려고 노력하고 앞선 기술에 대해 관심을 가지다 보니 남들보다 반 박자 빠르게 앞서갈 수 있었고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금형을 비싸게 사오는 것을 보면서 국산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하여 시작했고, 그래서 우리나라 처음으로 비디오테이프 케이스 금형도 개발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금형 가격을 많이 내릴 수 있게 돼 테이프 업계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고마운 소리도 들었지요. 그 외에도 반도체 칩을 체크하는 소켓 제품 금형이나 자동차 부품 금형도 국산화에 성공했고 그렇게 저렇게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오랜 기간 금형 산업에서 큰 역할을 해온 재영솔루텍의 큰 사업 분야는 부품 사업이다. 부품 사업은 성장하기 위해서 필요한 분야였다.
“부품을 시작하게 된 것은 부품의 질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보니 아예 직접 만들자라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금형 산업은 제조업의 기반이 되는 산업이고 부품과도 연계가 되기 때문에 결국 이런 식으로 확장하는 것이 좋은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잘 알려진 대만의 폭스콘도 처음에는 금형 산업에서 시작했고 지금은 부품으로 영역을 확장해 널리 알려진 기업이 되었습니다. 또한 일본의 중소기업들도 금형에서 시작해서 성장한 기업들이 많이 있어요. 살펴보면 금형 산업에만 안주하게 되면 언젠가는 후발 주자에게 자리를 내어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금형을 하던 기업이 성장하려면 결국 영역을 넓히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학권 회장은 애플의 아이폰 등 OEM 생산을 잘하는 기업으로 알려진 대만의 폭스콘 오너와 인연이 있다고 한다.
폭스콘은 재영솔루텍과 같은 금형 기업으로 시작해 부품 제조 분야로 영역을 넓혀 현재와 같은 큰 성장한 이룩했다.
그 배경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폭스콘의 성장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30년 전이었는데 우리와는 다르게 폭스콘은 엔젤 펀드를 받아서 중국으로 진출했습니다. 당시 중국 인건비가 우리 돈으로 2만 원이 안 되는 정도로 굉장히 저렴했습니다. 폭스콘은 싼 인건비와 투자받은 자금으로 인해전술을 썼어요. 많은 수의 설비와 인력으로 보통은 2개월 정도는 걸리는 금형을 1주일 안에 만들어 주겠다고 하면서 사업을 하더라고요. 1주일 안에 가져다준다는데 마다할 고객이 어디 있겠어요. 그러니까 사업이 점점 커지더라고요. 사실 폭스콘 대표가 사업 초기에는 자금이 많지 않았어요. 그런데 설비를 대량으로 구매할 때 대량 구매 할인을 붙이고, 정부 보증으로 일부 계약금만 먼저 주고 설비를 받는 식으로 사업을 해서 대금을 지불하더라고요. 그렇게 빠르게 성장을 하는데 이는 당시에는 생소하고 공격적인 사업 방식이었습니다. 일반적인 방식과는 다른 발상으로 사업을 한 것이 폭스콘의 성공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폭스콘이 처음 시작할 때 도와주던 일본 금형 회사가 있었는데 그 회사는 금형에만 집중하다보니 아직도 금형만 하는 회사로 남아 있습니다. 반면 폭스콘은 샤프도 사고 멕시코에 있는 소니 공장도 사면서 엄청나게 확장을 하고 있지요. 이런 사례만 봐도 금형 기술만으로는 사업이 커지는 데 한계가 있어요. 금형을 다른 것과 접목시켜서 확장할 수 있어야 막힌 길을 뚫고 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현장의 생산직 직원에게 자부심을 주는 기업
40년 역사의 재영솔루텍의 사훈이 궁금했다. 그런데 사훈이 아닌 ‘우리의 이념’이라는 제목으로 흥미로운 내용이 적혀 있었다.
내용인 즉 ‘우리들은 서로 서로 도우며 인격의 향상과 기술 연마에 힘쓰며 최고의 품질로 사회에 기여하고 모두가 풍족해지자’는 것이다.
김학권 회장이 강조하는 것은 ‘우리’이다.
수년 전 KIKO로 많은 기업들이 큰 손해를 봤을 때 재영솔루텍도 수출을 많이 하는 회사로서 큰 손해를 보고 회사가 휘청했다.
수백 억 원 규모의 손해를 보고 회사 처분과 구조조정 등 힘든 시간을 거쳐 왔다.
그러나 힘들었던 시기에도 재영솔루텍은 임금을 인상해 화제가 되었다. 일반 기업인과는 다른 김학권 회장의 행보는 자신의 평소 소신이 반영된 결과이다.
“임금 인상이야 우리가 같이 가야 하는 것이니까 당연히 해야 하는 것입니다. 임금이란 것이 각자 개인의 삶을 살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임금을 깎는다면 직원들을 힘들게 하는 것이지요. 그 당시에는 임금을 깎아서 스스로를 희생해 가는 것 보다 다른 부분에서 미처 개선하지 못한 것을 고치면서 이겨나가 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사람 위주의 경영을 하자는 소신을 갖고 있다보니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금형 기술이 사람에게 크게 의존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사람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입니다.”
김학권 회장의 방에 걸려 있는 액자의 이인위본(以人爲本)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사람을 근본으로 한다는 말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재영솔루텍을 운영해왔다.
“코스닥에 상장할 때 회사가 이렇게 커져서 상장까지 가게 된 것은 구성원들의 힘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모두가 열심히 했으니 모두가 함께 풍족해져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가진 15% 정도를 직원들에게 액면가로 줬어요. 모두가 풍족해지자고 하는 일을 저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어떻게 구성원들을 풍족하게 만들 것인가 고민하고 있어요.”
직원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각별한 김학권 회장은 내부적으로 관리직과 생산 현장직 간의 갈등을 줄이고 모두의 자긍심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목표라고 말한다.
과거 생산 현장에 특별한 직급이 없었을 때 현장에도 직급을 만들어서 능력이 있고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격려했다.
“언젠가 생산직의 한 직원이 이야기를 하는데 자신은 정말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일한다고 생각했는데 자존심이 상한다고 말했습니다. 무슨 일인가 해서 들어보았더니 딸이 아버지가 재영솔루텍이란 곳에서 일을 하는데 직급이 무엇이냐 무슨 일을 하느냐는 질문에 자신이 생산현장에 있다 보니 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없다는 거예요. 정말 잘하고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있으면 회사에서 그 사람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생산직으로 오는 사람들이 능력이 없고 공부를 못해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과거에는 가정환경이 모두 힘들어서 학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잖아요. 그러다 보니 관리직이나 사무직을 못한 것인데 그 때문에 무시 받으면 안 되는 거지요. 그래서 현장에도 직급을 만들고 명함을 만들어서 현장 직원들에게 줬어요. 그러니까 다들 놀라더라고요. 뿐만 아니라 직급에 따른 수당도 챙겼습니다. 이것은 개인의 명예와 자존심에 대한 문제예요. 처음에는 우왕좌왕하고 잘 안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니까 정착이 되고 지금까지 잘 해오고 있습니다. 생산직과 관리직이 모두 중요한 일을 하는데 서로 간에 열등감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회사 내에서 ‘우리’가 잘되어야 한다는 김학권 회장의 생각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산업 전반에 걸쳐서 ‘우리’가 잘될 수 있는 상생의 길을 가야한다고 강조한다.
“경험을 많이 하다 보니 우리나라 산업 환경과 일본이 다른 게 있습니다. 우리나라 산업은 너무 급작스럽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기만의 영역을 넓히려고만 했지 주변을 같이 성장시키려고 하지 않았어요. 우리나라는 하청업체가 병들고 어려우면 금방 내쳐버리는 문화인 것 같습니다. 반면에 일본은 하청업체와 함께 가려고 하더라고요. 아주 끈끈하고 의리도 있고 어려울 때에도 같이 끌고 가려는 부분이 있습니다. 재영솔루텍이 KIKO로 어려운 상황이 되었을 때 국내 관련 업체들은 우리 회사가 언제 부도가 나나하면서 관리를 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일본에서도 알고 관련 업체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그래서 일본 업체 사람들과 만나서 우리가 어떤 상황이고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겠다는 내용의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그동안 거래하면서 약속을 안 지킨적이 있느냐고 하면서 믿어달라고 부탁을 했어요. 그랬더니 어느 정도의 조건을 걸었지만 오히려 자금을 주면서 도와주었습니다. 그 경험이 기억에 크게 남았습니다. 우리나라 산업 환경도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우리가 함께 잘 되도록 풀어나가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사회 전반이 바뀌어 가야
김 회장은 급격한 성장을 거치며 아직 부족한 면이 많은 우리나라 산업 사회가 좀 더 제대로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독일과 일본의 예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독일과 일본은 기술 쪽에서 경쟁력이 뛰어나다고들 이야기합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독일에는 마이스터라는 제도가 있어요. 마이스터 시스템을 통해서 중간 단계에서부터 전문적인 기술 교육을 통해 자신의 길을 정해서 갈 수 있도록 만들어 줍니다. 독일에서는 마이스터가 되면 사회에서도 충분히 인정해 주고 예우를 해주는 시스템이 되어 있어요. 이렇게 되면 자신의 일이나 학력 등에 열등감을 가지는 대신 모두가 자신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집니다. 그것이 현재 독일 사회의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일본의 경우는 혼신을 다해서 물건을 만드는 장인 정신이 사회 전반에 걸쳐 퍼져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가 경쟁력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기능 올림픽에서 우리나라처럼 잘하는 국가가 없어요. 그런데 전문기술자들에 대한 존중이 부족해요. 나라에서 마이스터 고등학교를 만들었지만 그런 노력 외에도 사회나 국민의 존중도 필요해요. 과거 박정희 대통령 때에는 기능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고 돌아오면 카퍼레이드를 시켜주는 등 정말 자랑스러운 일임을 널리 알리곤 했습니다. 이렇게 기술 인재들에 대한 대우와 존중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대학을 안 나오면 사회생활이 힘들어서 부모들이 어떻게든 자식을 대학에 보내려고 하지요. 그러다 보니 결국 학력 인플레가 일어나고 전문 기술은 없고 생산 현장으로는 가지 않으려고 해서 인력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김 회장은 이제는 정말 필요한 인재를 그 분야에 맞게 키우고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청년들이 다양한 생산 현장에 가서 자리잡고 일하게 되면 현장의 노하우나 지식이 쌓이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혁신의 원동력은 결국 생산 현장에서 쌓이는 노하우와 지식인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 제조업 생산 현장에는 청년보다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습니다. 이들은 지속적으로 일할 수가 없어요. 주기적으로 바뀝니다. 그러니 현장에서 노하우와 지식이 쌓이기 힘들어요. 우리 젊은이들이 자리를 잡고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되면 그것이 혁신으로 이어지고 우리나라 제조업의 경쟁력도 확장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장 기술자들을 존중해 주는 사회 기반 즉 이들을 길러낼 수 있는 정책적 지원 등 많은 부분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그는 정부와 국민 모두가 노력한다면 모두가 함께 잘 살고 발전할 수 있는 세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김학권 회장은 그 길에서 재영솔루텍이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꿈을 가지고 있다.
성공이란 정해진 목표를 제 시간에 완성하는 것
많은 CEO들이 자신만의 멘토를 통해 경영에 대해 배웠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김학권 회장은 멘토에 대해 묻자 특별히 없다고 답한다.
“그저 아침에 신문을 챙겨 읽으면서 내용을 정리하고 경영이나 관리 쪽의 책을 보고 정리하면서 열심히 공부를 했던 것 같습니다.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왔습니다.”
김학권 회장이 남다른 점은 다양한 분야에서 앞에 있던 누군가로부터 영향을 받기보다 스스로가 공부하고 고민하며 발전과 성장을 이루어 왔다는 것이다.
이공계 학생들과 다른 기업의 경영자들에게 줄 수 있는 조언을 부탁하자 김학권 회장은 스스로의 신념과 목표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목표와 기한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저는 확실한 자기 신념을 가지고 목표 관리를 철저히 해 가면 자신의 길을 바르게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젊을 적에 세 가지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노력했고 결국 다 이루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성공이란 정해진 목표를 제 시간에 완성하는 것이다.
김학권 회장의 젊은 시절 세 가지 목표는 한 분야의 제일가는 기술자가 되기 위해 자격증을 갖는 것, 서른 살에 사업을 시작하는 것, 해외 경험을 해본다는 것 등이다.
결국 서른 살에 사업을 시작했고 자격증을 땄고 현재 여러 국가에 다니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목표를 이루었다.
“어릴 때부터 자라면서 인생 플랜을 생각하고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러다보니 열심히 공부해서 자격증을 땄고, 서른 살에는 다섯 명과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에피소드가 하나 있습니다. 제 꿈 중 하나가 해외 경험을 해보는 것이라고 했지요? 과거 독일에 광부들이 많이 갔는데 그 당시 광부만이 아니라 기능 인력들도 많이 갔습니다. 저도 그때 합격해서 갈 수가 있었어요. 필기, 실기를 다 합격해 놓고 마지막 신체검사를 했는데 폐에 이상이 있다고 떨어졌어요. 그런데 다시 확인을 해보니 이상이 없다는 거예요. 결국에는 가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 후 일본도 다녀오고 더 많은 해외 경험을 했습니다. 결국 꿈을 이룬다는 것은 신념의 마술 같아요. 신념을 가지고 목표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입니다. 막연히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떤 환경에서 어떤 것을 언제까지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을 세워서 이루어가는 게 중요합니다. 하물며 회사 부서 일도 그렇게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학권 회장은 회사 근무복 차림이었는데 이름표가 아주 특별했다. 김학권이 아니라 ‘김품질’이다. 품질 관리를 잘하자고 상징적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고객들이 품질이 X판이라고 하면 결국 제 이름을 욕하는 셈이 되잖아요. 회장 이름에 먹칠하지 말고 품질에 대해 책임지자라는 차원에서 15년 전부터 이렇게 이름표를 붙였습니다.”
40년 동안 산전수전을 모두 겪은 김학권 회장의 여유와 노하우가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재영솔루텍은 GMS 3.0을 슬로건 삼아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Global Mold Solutec은 제3의 도약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또한 앞으로 한국 금형 산업을 이끌어 나가고자 하는 김학권 회장의 목표가 오롯이 담겨 있다.
짧게는 품질, 납기, 비용 면에서 향상을 이루고 길게는 제조환경의 혁신을 이루어서 금형 산업의 글로벌 리더가 되고자 하는 재영솔루텍.
‘김품질’ 회장이 40년을 지속해온 평소 소신대로 꾸준히 노력한다면 GMS 3.0은 성공적으로 수행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의 소망은 금형이 한국의 산업 전반을 이끄는 진정한 뿌리 산업으로 더 튼튼한 뿌리를 내리는 것이다.
이것은 제조 산업 관계자 모두의 소망이자 우리 산업기술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이들의 소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