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미래 50년의 엔진이 될 개방형 혁신
▲ 이상천 이사장 국가과학기술연구회
1960년대 아프리카 가나보다 못 살았던 우리나라가 과학기술 진흥에 나선 지 정확히 반세기, 그동안 우리가 걸어온 발자취를 참고하기 위해 이제 전 세계의 개도국 지도자들이 한국형 성장모델을 배우길 원하고 있습니다.
아마 그 답은 확고한 연구개발 투자 의지와 연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 결과 한국의 발전 경험은 추격형 성장(Fast Follower) 전략이라는 개념을 만들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켜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역할이 지대했음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최근 들어 출연(연)을 포함하여 과학기술의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추격형이 아닌 선도형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는 과학기술 정책 패러다임의 변화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를 위해 R&D 혁신이 중요하다는 명제는 이제 귀에 못이 박힐 법한 이야기지만 실천이 쉬운 일만은 아닙니다.
2년 전 여름, 25개의 과학기술 출연(연)을 한 울타리 안에 모아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출범한 것은 출연(연)이 변화해야 한다는 시대정신이 발현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간 우리 연구회와 출연(연)들은 부단히 변화의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가장 먼저 출연(연)과 대학, 기업 사이의 담장을 낮추기 위해 연대와 협력의 연구기반을 조성하는 데 힘썼습니다.
연구기관 단독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연구라면 이제 기업이 더 잘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성과 창출을 위해서는 단일 연구소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협력과 융합이 요즘 우리 출연(연)에 요구되고 있는 필수 덕목이 되었습니다.
보다 장기적 안목의 원천기술 개발을 위해 출연(연)이 대학-기업과 함께 융합 연구에 나서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를 위해 2년 전에 출범시킨 융합 연구 사업이 이제 그 수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조만간 국가적 난제의 해결과 미래 성장 동력의 발굴을 위해 출연(연)이 이렇게 힘을 모았다는 성공 스토리를 말씀 드릴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또한 연구회는 출연(연) 연구자의 타 기관 혹은 중소기업으로의 파견 활성화 등 적극적인 인력 교류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본격적인 On-site 연구의 실천, 연구 장비 공동 활용 등을 통해 기관 간의 물리적·화학적 결합을 시도해 왔습니다.
올해 다보스 포럼의 화두가 4차 산업혁명이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은 동력원의 확보, 자동화, 정보통신 기술을 넘어 디지털 기기와 인간과의 융합으로 구현될 전망입니다.
ICT, 인공지능, 로봇, 유전공학 등 다양한 영역이 경계 없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파괴적 혁신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세계 각국은 이미 차분하게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변화하고 있는 환경은 기업 간 경쟁 심화를 넘어, 생태계 간 경쟁으로 우리를 내몰고 있습니다.
변화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비전과 전략의 공유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상하좌우를 가리지 않는 소통과 화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산업경쟁력을 결정하는 것은 이제 비단 기업의 역할만이 아니라 산-학-연 혁신주체 모두의 몫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혁신 생태계 구성원들이 똘똘 뭉친다면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변화의 물결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도 밝다고 생각합니다.
연구회에서 시작된 협력과 융합의 물결이 산업계로 번져 국가의 성장판이 되는 미래를 그려봅니다.
앞으로 50년 후에는 선도형 혁신으로 대한민국이 또 한 번의 비상에 성공했노라 자랑스럽게 회고할 수 있게 되길 강력히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