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현장속으로 - (주)포스콤
혁신 현장속으로는 기업의 연구소나 부서 등 혁신현장을 찾아가 그들의 열정과 노력을 소개하는 칼럼입니다.
위기를 기회로 바꿔 어두운 곳을 밝히다 의료기기 제조 전문기업
글_ 안지현(편집실)
사진_ 한제훈(라운드테이블 이미지컴퍼니)
(주)포스콤(이하 포스콤)은 어려운 상황을 최고의 기회로 바꾸는 힘이 있는 기업이다.
힘든 시기에 가장 큰 도약을 한 모범적인 사례를 남긴 포스콤. 눈으로 볼 수 없는 가장 깊숙한 곳을 환하게 비춰주는 의료기기 제조 전문기업 포스콤을 소개한다.
생각의 전환과 기술력이 이룬 성과
포스콤의 성기봉, 박종래 공동대표는 주로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커다란 전원공급기의 종류인 리니어 파워 서플라이(Linear Power Supply)를 만드는 회사에서 함께 근무했다.
1980년 즈음, 스위칭을 통해 전력을 만드는 SMPS(Switching Mode Power Supply)방식의 전원공급기가 도입되면서 두 대표는 SMPS 개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전의 전원공급기 방식은 무겁고 컸지만, SMPS 방식의 전원공급기를 사용하면 가볍고 부피도 줄어들었다. 하지만 근무하는 회사에서 바로 개발을 시도할 환경이 마련되지 못했다.
“각자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다가 SMPS를 사용한 제품을 개발해보자 하는 마음이 합쳐져 포스콤을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둘 다 SMPS 기술도 수준급이었고, 관심도 상당했어요. 무엇보다 연구하고 개발하는 일을 좋아했습니다.”
성기봉 대표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단순한 SMPS 전원공급기가 아닌 특별한 분야를 개척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때마침 초음파진단기 사업을 하던 (주)메디슨이 기존 리니어 파워 서플라이 방식의 전원공급기에서 SMPS 방식 전원공급기로 변환하던 과정에 있었다.
성 대표는 의료기기 전원공급기를 제공하기로 결정하고 즉시 개발에 착수했다.
“SMPS 방식 전원공급기의 단점 중 하나가 잡음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메디슨의 초음파 영상 모니터에도 상당한 잡음이 잡혔습니다. 우리 회사는 그 점에 주목해 잡음이 나지 않는 깨끗한 전원을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장비도 작아지고 가벼워졌으며 높은 품질의 제품 개발 덕분에 메디슨과 거래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포스콤은 메디슨의 신제품 출시에 맞추어 업그레이드된 의료용 전원공급기 개발에 주력했다.
그로 인해 매년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였는데, 당시 메디슨 신규개발 제품에 사용되는 전원공급기의 반 이상이 포스콤 제품으로 채택되었다.
이후 포스콤의 개발 제품이 여러 의료기기 업체에서 채택되면서 그 기술력을 인정받아 의료기기 제조업체로서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
위기에서 얻은 기회
설립 후 주로 전원공급기를 다루었던 포스콤이 엑스레이 분야로 사업을 확장시킨 데에는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
포스콤의 최대 거래처인 메디슨은 글로벌 기업으로 진출하기 위해 여러 개의 자회사를 설립하고, 일본의 엑스레이 회사 ‘아코마’를 인수했다.
포스콤은 자연스럽게 일본의 엑스레이 회사에 의료용 전원공급기를 제공하게 되었고, 엑스레이 사업 분야에 관련하기 시작했다.
또한 전원공급기 제공에만 그치지 않고 자사의 직원 두 명을 일본 회사에 파견시켜, 업무를 공유하고 언어를 배우며 깊은 교류를 하게 되었다.
“운이 좋게도 포스콤을 운영하면서 휘청거릴 만큼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2002년 메디슨이 부도를 맞았을 때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죠. 우리 회사가 그런 위기 상황을 기회로 바꿀 수 있었던 것은 이전부터 준비해온 사업영역의 확장과 지속적인 연구개발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부도를 맞은 메디슨은 자회사까지 관리하기가 어려워졌고, 엑스레이 사업을 담당하던 일본 회사 역시 부도를 맞게 되었다.
그 여파로 포스콤이 일본 회사로부터 받아야 할 자금을 받을 수 없게 되었고, 결국 1~2년 후에 일본 회사는 정리를 하게 되었다.
그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포스콤은 일본 회사를 인수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일본 회사를 인수하고 나자 오히려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포스콤은 일본 회사의 오랜 엑스레이 관련 노하우를 이용해 엑스레이 제네레이터(X-Ray Generator)의 기반을 잡아갔다.
회사를 인수하기 이전부터 의료용 전원공급기를 제공하며 엑스레이 제네레이터에 대한 기술을 익혀 왔고, 회사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데이터와 기술력을 획득하게 된 것이다.
더욱이 일본 회사는 포스콤이 다루지 않았던 엑스레이 분야의 기술력과 판매 루트를 탄탄하게 쌓아 온 회사였기에, 포스콤은 회사를 인수하면서 사업영역을 급속도로 확장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이미 해외진출 루트가 마련되어 있었기 때문에 포스콤의 해외진출도 빠르게 진행될 수 있었다.
세계 속에서 경쟁하는 뛰어난 제품
포스콤은 현재 엑스레이 발생장치 제조를 기반으로 해외와 국내 매출이 각각 50%씩 차지한다.
국내시장에서는 일반적으로 가슴을 촬영하는 엑스레이, 치과의 덴탈 파노라마(Dental Panorama) 촬영, 골다공증 검사 등 거의 모든 종류의 엑스레이 제품에 포스콤의 제품이 사용된다.
“요즘은 분업화가 잘되어 있기 때문에 엑스레이 기계의 테이블과 같은 부분은 다른 회사에서 제조하고, 우리회사는 엑스레이 촬영의 기술적 부분을 다루게 됩니다.”
포스콤이 주력하는 엑스레이 제품으로는 포터블 엑스레이(Portable X-ray)가 있는데 이는 해외시장에서도 관심이 높다.
포터블 엑스레이는 세계일류상품 인증을 받은 휴대가 가능한 엑스레이 제품이다.
움직이기 힘든 상황의 사람이나 동물들을 진료하기 위한 엑스레이 촬영은 물론, 수사를 위한 시체 감식에도 포터블 엑스레이 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
또 2년 전 폼페이 유적지에 관한 영국 BBC다큐멘터리의 미이라 촬영에도 사용된 바 있다.
성기봉 대표는 포터블 엑스레이는 전기가 없고 좁은 곳에서 엑스레이 촬영이 필요할 때 최적화된 제품이라고 자부한다.
“보통의 엑스레이는 전기를 꽂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야외에서 사용하기 쉽지 않죠. 우리 회사의 배터리형 포터블 엑스레이는 전기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유리합니다. 선 없이 바로 찍어서 바로 볼 수 있는 DR(Direct Radiography) 방식 덕에 해외에서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재택의료뿐 아니라 군사용, 긴급한 동물의 진료는 물론 다양한 산업에서 포터블 엑스레이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
특히 말 산업이 활발한 미국과 유럽에서 포스콤의 제품 판매량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데, 말을 구입하거나 판매하기 전 건강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용도로 가장 많이 찾는다.
가볍고 작으며, 찍으면 바로 모니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 외에도 3~4시간의 충전으로 말 사진을 400회가량 촬영할 수 있다는 게 포터블 엑스레이의 강점이다.
매년 미국에서 열리는 말 전시회에서 포스콤의 포터블 엑스레이가 가장 큰 주목을 받는 것도 포스콤이 자랑할 만한 성과이다.
“회사의 미래는 연구개발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것만으로는 몇 년 버티기 힘들죠. 그것이 우리 회사가 연구개발에 힘쓰는 이유입니다. 일 년에 한 개 제품 이상은 개발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포스콤은 최근 설립 당시의 마음을 잊지 않고, 새롭게 사업영역을 확장시키고 있다.
그동안 의료용 제품에만 집중했다면, 이제는 산업용 엑스레이 제품까지 영역을 확장시켜 연구개발에 착수한 것이다.
이미 파이프 용접 검사에 필요한 엑스레이 제품을 개발해 일본에 수출하고 있지만, 다양한 산업용 엑스레이 분야를 개척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한계에 부딪치지 않기 위해 연구개발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입니다. 길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은 ‘노력하는 자’인 것 같습니다. 멈춰있지 않고 매해 발전하는 것이 포스콤의 목표입니다.”
아직은 비싼 산업용 엑스레이 제품을 대체할 신제품을 개발하겠다는 성기봉 대표.
엑스레이 시장이 가장 활발했던 일본을 추월해 세계시장 1위로 우뚝 선 포스콤의 앞선 기술력에 박수를 보낸다.
Mini Interview
책임감을 갖고 끊임없이 정진할 것!
▲ 성기봉 대표이사
Q. 기업의 경영자로서 고수하시는 대표님만의 경영철학은 무엇 인가요?
박종래 대표와 제가 지키려고 하는 것은 신뢰입니다.
항상 말에 책임을 지고 기본에 어긋나지 않는 것이죠. 우리와 함께 일하는 기업들은 물론, 직원들에게까지 신뢰 하나만은 지키고 싶습니다.
또한 계속해서 발전하기 위해서는 바로 시도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늘 남보다 ‘먼저 만들자’라는 다짐을 하며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즉시 시도하는 편입니다.
안 될 수도 있지만, 일단 해봐야 될지 안 될지 알 수 있으니까요.
Q. 직원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소통을 잘하는 것이 그 회사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계획한 길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중간에 길을 잘 잡아주는 게 저만의 소통방식입니다.
제가 직접 연구개발에 참여하기 때문에 직원들이 필요한 점을 바로 알고 보충해 줄 수 있죠.
또한 항상 연구소에서 연구원들과 함께하며 저의 노하우를 전달하고 직원들의 의견을 듣고 있습니다.
Q. (주)포스콤이 앞으로 어떤 기업으로 성장하길 바라시는지 알고 싶습니다.
큰 욕심은 없습니다. 가장 큰 목표는 언제나 회사가 어려워 지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에 많은 사람들의 생계가 달려있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습니다.
특화된 기술력을 기반으로 건실하고 내실이 강한 회사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