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인사이트 - 혁신, 어떻게 해야 하는가?
혁신 인사이트에서는 혁신의 트렌드, 전략 및 혁신사례를 살펴봅니다.
▲ 김동준 대표 이노캐털리스트
혁신 인사이트는 총 6회에 걸쳐 연재됩니다. 이번 호에 실린 글은 그 중 여섯 번째 칼럼입니다.
마음이 거기에 있지 않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 먹어도 그 맛을 모른다.
- 大學 -
지금까지 혁신에 대한 5W(Why, What, Who, Where, When)를 알아 보았습니다.
이번에는 마지막으로 How에 대해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혁신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오늘은 창조적 혁신을 어떻게 수행해 나갈 것인지에 집중해서 생각해볼 것입니다.
결론부터 내리면, 혁신 중 특히 창조적 혁신(Creative Innovation)은 퍼즐을 푸는 것이 아니라 미스터리를 구조화하는 여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퍼즐은 가로세로 퍼즐 혹은 조각 퍼즐과 같이 정답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러나 미스터리는 현재 정해진 답이 없습니다.
그래서 ‘정답을 맞추는 것이 쉽다 혹은 어렵다’라는 기준보다, ‘답이 있다 혹은 없다’가 혁신의 여정을 어떻게 펼쳐 나갈 것인지에 대한 아주 중요한 열쇠가 됩니다.
정답이 있더라도 천 개의 조각을 맞추는 퍼즐을 푸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렇다고 이러한 해결 과정을 ‘혁신적’이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이러한 경우는 ‘스마트’하다고 하거나 ‘인내심’이 좋다고 합니다.
이와는 달리 정답이 없는 미스터리를 구조화해 나가는 과정을 창조적 혁신의 여정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미스터리의 구조화는 정답이 없기 때문에 먼저 상상력을 통해 질문을 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사람들이 전축을 들고 다니면서 거리에서 음악을 들을 수는 없을까?’,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게임을 하자고 부를 수는 없을까?’, ‘사람들이 컴퓨터를 들고 다니면서 거리에서 컴퓨터를 하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아무도 운전하지 않아도 자동차가 원하는 장소로 이동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이 질문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따라서 질문한 사람들이 그 질문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의견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게 되면 혁신의 과정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됩니다.
워크맨, 닌텐도, 아이폰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리고 머지않은 미래에 네 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이 완성될 것 같습니다.
현재까지 답변의 주인공은 테슬러나 구글이 될 것 같지만, 아직 미스터리가 완전히 구조화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속단은 금물입니다.
어쨌든 이러한 혼돈에서 질서로의 이동, 혹은 미스터리에서 알고리즘으로의 진화 과정이 바로 창조적 혁신을 이루는 방식입니다.
이를 보다 구체적인 과정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이 6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여섯 개의 각 과정이 모두 영문 ‘I’자로 시작하기 때문에 저는 ‘혁신(Innovation)의 ‘6I’라고 부릅니다.
이제부터 그 내용을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Inspire, 영감(靈感)
Inspire는 어원적인 의미와 같이 ‘Spirit(혼)’을 불어 넣는 단계입니다.
창조적 혁신을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어떤 일에 고무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정답이 없는 일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정답이 없는 일을 스스로 하지 않고, 누가 시켜서 한다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만일 누군가가 정답이 없는 문제를 우리에게 풀라고 하면, 우리는 과연 어떻게 답할까요?
자기도 알지 못하는 일을 시켰다고 불평하거나, 그렇게 하고 싶으면 본인이 직접 하지 본인도 못하는 일을 시켰다고 불만이 폭발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창조적 혁신을 시작하려면 그 일을 내가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고 믿든지, 아니면 결과에 상관없이 너무도 하고 싶어야 합니다.
이와 같이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고 믿는 것을 사명(Mission)이라고 하고, 결과에 상관없이 무조건 하고 싶은 일을 열정(Passion)이라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창조적 혁신을 이루려면 미스터리를 구조화하는 주체인 우리가 사명 혹은 열정, 둘 중의 하나를 가지고 혼을 불살라야 미스터리의 임계점을 뚫고 알고리즘 단계로 승화할 수 있습니다.
이 단계를 과소평가하여 지나친다면 혁신은 ‘구호’에 불과하다는 것을 꼭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2) Immerse, 몰입(沒入)
창조적 혁신을 하기 위해 영감을 받았다면 당연히 미스터리에 몰입하게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몰입을 강조하는 이유는 몰입의 대상에 대해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여기서 몰입해야 하는 대상은 자기 자신이나 조직 혹은 기업이어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우리 모두 알고 있듯이 그 대상은 ‘사용자’ 혹은 ‘고객’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래야 한다는 이론만 알고 있을 뿐 사용자에 대해 실질적으로 몰입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몰입이란 말 그대로 사용자에 푹 빠져서 깊이 파고들어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사용자에 대해서 피상적으로 아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사용자에게 몰입하기 위해서는 사용자를 공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공감이란 것은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환경 혹은 사용자가 행동하는 문맥을 이해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사용자를 공감하거나 이해하는 것이지, 사용자에게 동의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3) Identify, 식별(識別)
사명 혹은 열정의 영감을 가지고 사용자에게 몰입했다면, 반드시 추론 혹은 통찰을 갖게 됩니다.
그 다음 단계에는 사용자와 그 문맥 그리고 발견한 통찰을 가지고 사용자의 문제를 정의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기업이 고객에게 제안할 가치 역시 규정해야 합니다.
더불어서 사용자의 문제와 기업의 가치 사이의 핏(Fit)이 얼마나 좋은지 역시 따져봐야 합니다.
이렇게 사용자의 문제, 기업의 제공 가치 및 둘 사이의 관계를 정의하고 규정하여 식별하는 단계들을 ‘문제의 영역’이라고 합니다.
여기까지는 철저하게 문제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혹은 현존하는 해결안과 철저하게 독립된 문제 그 자체만을 고려하는 것이 창조적 혁신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 단계를 마무리하고, 다음의 ‘해결의 영역’으로 이동하는 것이 혁신을 이루는 방식임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따라서 영감을 가지고 몰입했음에도 불구하고 통찰을 가지지 못했다면 아직 영감이나 몰입이 부족한 것이므로, 함부로 식별하면 안됩니다.
(4) Incubate, 배양(培養)
앞의 3단계를 통해서 새로운 문제를 찾았다면, 이제부터는 새로운 문제를 새로운 기준을 가지고 새롭게 풀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아이디어 발상(Ideate)이 필요한데, 이때 역시 답을 찾기보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추구하는 것이 혁신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필수 조건입니다.
일단 가능한 많은 가능성을 도출한 후, 가능성들을 연결시키고 분류하는 작업을 반복하여 그들 간의 새로운 관계를 찾아야 합니다.
만일 새로운 관계가 발견된다면, 그것은 새로운 의미가 존재한다는 것이므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 것입니다.
이러한 새로운 관계들 사이에서 패턴까지 밝히게 된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유용하거나 일정 사람들이 반복하여 사용하는 가치를 창조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새로운 관계, 의미, 패턴, 가치는 한 번의 아이디어 발상과 분류로 완성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수도 없는 반복 작업(Iterate)을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반복 작업이 일상이라는 의미는 실패(Failure)가 일종의 과정이라는 것을 의미하며, 실패를 통하여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즉, 가능성이 있는 알을 오랜 시간 품어서 부화시키는 작업이 배양의 의미입니다.
(5) Inspect, 점검(點檢)
실험실에서 배양된 아이디어는 거친 자연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시작품(Prototype)을 만들어 보기를 적극 추천합니다. 프로토타입을 시제품이라고 하지 않고 시작품으로 표현한 것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시장에 출시하기 전 테스트하는 시제품이 아니고 배양된 아이디어를 가치 있는 해결안으로 키울 수 있는지를 점검하는 시작품부터 만들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즉, 배양된 아이디어를 생산자가 말로 설명하지 않고 사용자가 눈으로 보거나 직접 만져보면서 점검하는 것이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목적입니다.
따라서 시작품을 만들 때는 우리의 제안이 아주 가치가 있다고 믿고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 사용자가 프로토타입을 점검할 때는 우리의 완벽하지 않은 부분을 사용자가 우리에게 가르쳐준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결국 점검은 우리가 창조한 가치가 사용자에게도 의미 있는지를 확인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점검 실험은 작게 시작해서, 옳다는 확신이 들면 빠르게 규모를 키우는 방식이 혁신의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6) Implement, 시행(施行)
점검을 통하여 배양된 아이디어가 해결안으로 선정되었다는 것은 해결안이 사용자에게 충분히 새로운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시행 단계에서는 사용자가 구매를 결정할 수 있을 정도로 가치를 정량화해야 합니다.
즉, 사용자와 생산자 모두의 부가가치를 최대화할 수 있는 가격을 결정해야 합니다.
이렇게 가격이 결정되면, 그 가격에 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비용 구조를 확보해야 합니다.
비용 구조까지 확보하였다면 이제 소비자가 가치를 구매하는 데 방해가 되는 모든 장애물을 제거해야 합니다.
이렇게 가격 결정, 비용 구조 확보, 및 구매 장애 제거의 순서대로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것을 혁신의 전략적 시행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명심해야 하는 것은 전략적 시행 단계에서는 가격, 비용, 장애물 등 서로 다른 요소가 모순된다고 해서 트레이드오프(Trade-off)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모순을 극복하고 두 요소를 모두 확보하는 돌파구를 찾는 것이 혁신의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혁신은 변화가 기본이지만 큰 변화를 의미하므로 그 끝이 아주 원대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이상향을 추구하는 정신 자세(Think Big)가 아주 중요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현실에서 발을 떼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보잘것없어 보이고 하찮은 아이디어일지라도 그것에서 영감을 받아 사용자에게 몰입하여 그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반복하여 배양한다면, 사용자에게 점검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잠재적 가치를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잠재적 가치를 다시 끊임없이 반복하여 점검함으로써 사용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가치를 창조할 수 있다고 믿고 실행에 옮기는 과정, 이것이 정답이 없는 미스터리를 구조화하는 혁신의 여정입니다.
우리 모두가 이러한 혁신의 본질을 알고 있지만, 그 길을 걷는 혁신가는 지극히 소수라는 것이 혁신의 역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知而不行 是爲不知
알고도 행하지 않으면 그것은 모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