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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혁신 칼럼 - 전 세계 행복지수 1위, 피지 사람들의 비결

자기혁신 칼럼은 회원사의 기업인, 이공계 연구원 등에게 자기혁신과 리프레시가 되는 재미있고 흥미로운 자기계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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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 오세웅 작가


객관적으로 행복지수를 측정하는 대표적인 방식으로는 인간개발지수(Human Development Index)가 있다.

인간개발지수는 그 나라의 교육 수준, 취직율, 1인당 국민소득, 평균수명 등을 종합해서 생활의 정도를 측정한 값이다.

해마다 측정하는 인간개발지수의 상위권은 대부분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등 유럽 각국이 차지한다.

그만큼 사회 전반적으로 살기 좋은 곳임을 반영한다.

반면에 2015년의 결과에서 피지는 187개국 중 88위였으며, 평균수명은 119위, 1인당 국민소득은 100위로 하위권이었다.

한편 주관적으로 행복지수를 측정하는 대표적인 방식으로는 인터뷰나 전화, 설문조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당신은 행복합니까?’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그 나라의 행복지수는 높다고 말할 수 있다.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의 비율에서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의 비율을 빼면 ‘순수행복지수’가 된다.

앞서 말한 인간개발지수의 상위권을 차지하는 유럽 각국들의 순수행복지수의 평균값이 ‘40’이다.

하지만 피지의 순수행복지수의 평균값은 무려 ‘85’나 된다.

아무리 생활수준이 높은 나라에 살더라도 ‘당신은 행복합니까?’라는 질문에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피지는 남태평양의 섬나라로 호주에서 바라보면 동쪽, 뉴질랜드에서는 북쪽 방향에 위치한다.

약 330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면적은 18.274㎢로 아주 작은 나라다. 영국의 식민지였다가 1987년에 독립했다.
 
주요 산업은 관광과 사탕수수 재배다. 인구 구성 비율은 피지인이 57%, 인도인 38%, 기타 민족이 5%다.

인도인이 많은 이유는 영국 식민지였던 인도에서 사탕수수 재배로 많은 인도인들이 차출 당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피지인들은 왜 그토록 행복해 할까. 첫째, 피지인들은 ‘공유’가 생활화되어 있다.

피지인들은 사유라는 개념이 희박하다. 피지의 맥주집에서 맥주를 시켜놓고 마셔보면 그들의 공유 방식을 금세 알게 된다.

일면식도 없는 옆 테이블의 사람이 아무런 허락도 구하지 않고, 이쪽의 맥주병을 집어 자신의 컵에 따른다.
 
외지인들은 그들의 몰상식한 행동에 금세 화를 낸다. 하지만 그들의 방식과 똑같이 해보면 오해가 금세 풀린다.

그들의 행동을 흉내 내서 옆 테이블의 맥주를 함부로 따라 마시면 그들은 웃음을 띠며, 어디서 왔는지, 무엇 때문에 왔는지, 맥주는 맛있는지 등 질문을 쏟아낸다.

피지인들은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외국인이든 눈이 마주치면 웃는다.

그들의 웃음은 가식적인 관광용 미소도 아니고 멋쩍어서 짓는 웃음도 아니다. 마음속에서 나오기에 지극히 따뜻한 느낌을 준다.

피지인들에게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십중팔구 ‘수다와 웃음(Talk & Laugh)’이라고 대답한다.

그만큼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즐긴다.

둘째, 피지인들은 ‘대충’ 산다. 피지인들은 대부분 격주로 월급을 받는다.

월급 받은 사람은 꼭 친구들이나 이웃을 불러 파티를 연다.
 
그러니 피지에서는 매주 집집마다 파티가 열린다. 저축하려는 의식 자체가 낮다.

버스 차비가 없어서 회사를 쉬는 사람도 있고, 아까 커피를 마셨더니 차비가 떨어져 집에 걸어가야 한다며 조퇴하는 사람도 있다.

피지인들은 꼼꼼하게 뭔가를 계획한다는 발상이 없다.

언뜻 무모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지금의 우리처럼 늘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하는 스트레스는 생기지 않는다.

셋째, 피지인들은 ‘지금’에 산다. 피지인들은 대개 뚱뚱하다.

미국의 비영리 공익자선단체인 ‘ProCon.org’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세계 88개국 중 16위로 비만율이 높다.
 
그나마 날씬한 인도인이 섞여 있기에 그 정도다. 뚱뚱하다보니 당뇨병도 많다.

그 원인은 감자류, 쌀, 면을 주식으로 취하기에 탄수화물 섭취가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지인들은 뚱뚱한 남자를 믿음직스럽게 여기고, 뚱뚱한 여자는 섹시하다고 쳐준다.

다이어트 콜라 따위는 마시지도 않는다. 그들은 입버릇처럼 ‘먹는 게 너무 좋아!(We love food!)’라고 말한다.

피지인들에게는 건강은 삶의 목적이 되지 못한다. 어디까지나 삶의 수단이다.

먹고 싶으면 먹고, 사람들과 유쾌한 수다를 나누면서 사는 게 그들에게는 삶의 목적이다.

넷째, 피지인들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최우선으로 둔다. 피지에서 살려면 약속 시간보다 최소한 1시간은 빨리 집을 나서야 한다.

지나치는 사람들과 일일이 대화를 나누느라 바쁘기 때문이다. 피지인들 중에는 풀이 죽거나 우울해 하는 사람이 없다.

고독한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지갑에 차비밖에 없지만 자신보다 급하거나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선뜻 그 돈을 내주고 자신은 집까지 걸어간다.
 
아마 세계에서 가장 친절한 민족이 피지인일 것이다. 잔디밭에서 피크닉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과 눈이라도 마주치면, 여기 와서 같이 먹자며 웃으며 권한다. 피지인들은 노인을 ‘골든 에이지’라고 부른다.

실제로 피지 정부에서 운영하는 노인 요양소의 명칭도 ‘더 골든 에이지 홈’이다.

60세 이상으로 혼자 생활하기가 곤란하며 마땅한 보호자가 없으면 누구라도 무료다.

하지만 더 골든 에이지 홈에서 생활하는 사람의 90%는 인도인이다. 피지인은 없다.
 
그들은 누군가 반드시 도와주기 때문이다. 가족이 도와주고, 가족이 없으면 친척이 도와준다.
 
친척이 없으면 친구가 도와주고, 친구가 없으면 친구의 친구가 도와준다.

친구의 친구가 없어도 이웃이나 타인이 꼭 도와준다. 피지인들은 인생의 성공, 실패를 자기책임이라고 간주하지 않는다.
 
성공이나 실패도 모두 공유한다.

특히 위험 분담(Risk-share)이 생활화 되어 있다. 누가 성공하면 그 성공을 나눈다. 누가 실패하면 그 실패도 나눈다.

또한 피지인들은 자기네끼리만 소통하는 작은 그릇이 아니다. 남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는 지금 바다에 잠길 위험에 처해 있다.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해수면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투발루는 호주와 뉴질랜드에 난민을 요청했다. 호주는 거부했고, 뉴질랜드는 노동이민자격이라면 연간 75명은 받아들일 수 있다는 구두 약속만 했을 뿐이다.

하지만 조그만 섬나라 피지는 달랐다. 피지의 대통령은 투발루를 방문해서 “국제 사회는 지구 온난화 대책에 실패했지만, 우리는 이웃 나라의 고통에 결코 눈을 돌리지 않겠습니다. 당당히 가슴을 펴고 피지로 이주하기 바랍니다.”라는 공식성명을 발표했다.

단순히 겉치레 위로가 아니다. 위험 분담이야말로 피지인들이 지닌 상식이다.

경쟁주의, 이기주의, 약육강식의 상식이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행복하기가 어렵다.

잠깐 행복할 수는 있어도, 그 행복이 지속되지 못한다. 지속적인 행복은 남을 먼저 이롭게 해주는 이타주의 사회라야 한다.

피지인들의 행복은 우리 상식으로는 멀고 먼 곳에 존재하는 파랑새일지도 모른다. 행복은 과연 무엇일까.

하버드대에서 행해진 조사가 우리에게 어쩌면 그 대답을 알려줄 수도 있다.

조사에만 75년이 걸렸으며, 2천만 달러라는 큰돈을 쏟아부은 그 조사의 책임자는 너무 간단한 한 마디로 다음처럼 결론 내렸다.

‘행복은 사랑입니다. 그 이상의 어떤 것도 아닙니다.’

피지인들의 행복은 남도 나처럼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 이상의 어떤 것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