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IP-R&D전략 - 모바일 기기용 필터 및 그 지식재산권 현황
성공하는 IP-R&D전략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와 한국지식재산전략원간 협력사업의 일환으로 게재하고 있습니다.
▲ 윤영석 전문위원
한국지식재산전략원 기업협력팀
들어가며
스마트폰을 포함한 모바일 기기에서 무선간섭(RF Interference)을 최소화하는 것은 통신에서 아주 중요한 기술 중 하나이다.
이를 위하여 모바일 기기들은 외부장치에서 오는 신호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발생하는 불필요한 신호도 배제하는 것이 더욱 필요해졌다.
왜냐하면 내부의 밴드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품질의 스마트폰은 Wi-Fi, 블루투스, GPS뿐만 아니라 2G, 3G, 혹은 4G 등 적용하는 통신방식에 따라 15개 밴드에 이르기까지 송수신 경로를 필터링해야 한다.
수신되는 신호들은 서로 격리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근본 원인을 알 수 없는 잡음도 제거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다중대역 스마트폰은 8~9개의 필터와 8개의 듀플렉서까지 필요할 수 있다.
만약 탄성파 필터(Acoustic Filter)가 없다면 이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된다.
1855년에 레이라이(Layleigh)는 표면탄성파(SAW: Surface Acoustic Waves)를 이론적으로 발견하였으며, 1965년에는 화이트와 볼트머가 IDT(Inter Digital Transducer)를 발명하여 SAW 필터가 여러 분야에 적용되었다.
처음에 SAW 필터는 TV의 IF단에서 LC 필터를 대치하였으며 후에는 레이더에서 신호처리용으로 사용되었다.
1977년에 윌리엄슨이 IEEE 심포지엄에서 SAW 필터를 적용하는 45개 제품을 발표한 이후, SAW 필터의 적용 분야는 계속 확장되었다.
필터는 RF 신호처리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과거에 엔지니어들은 인덕터와 캐패시터와 같은 개별소자를 이용하여 복잡한 필터를 설계하는 데 익숙해야만 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모바일 기기와 응용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필터 규격은 동작주파수가 GHz를 훌쩍 뛰어넘게 되어 RF 스펙트럼이 점점 복잡해지면서도 좁아짐에 따라 종래의 기술로는 맞추기가 어려워지게 되었다.
그 결과 현실적으로 성능, 크기, 비용 등의 측면에서 개별소자를 이용한 필터설계는 현실성이 없어 졌다.
다행히 SAW 필터와 같은 모놀리식(Monolithic) 소자들이 지난 수십 년 동안 개발되어 왔고, 모바일 기기에서 필요로 하는 기능과 특징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SAW 필터로 인해 엔지니어들은 필터 설계보다는 하나의 완전한 개체로서 필터 선택에만 집중하게 되었다.
SAW 필터의 원리
연못에 돌을 던지면 파장이 원형으로 퍼져나가고, 책상 위를 톡톡 치면 그 지점의 주변에서 진동을 느낄 수 있다.
지진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P파와 S파 후에 지표면으로 파동이 전달되는데 이것 또한 탄성파이다.
이와 같은 파장이 탄성체에서도 존재하게 되는데 SAW 필터는 이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기본적인 SAW 필터의 구조는 그림 1과 같다.
그림 1을 보면, 리튬탄탈레이트(LiTaO₃), 수정(Quartz), 혹은 리튬니오베이트(LiNbO₃)와 같은 압전기판 위에 만들어지는 IDT(Inter Digital Transducer)에 의하여 전기적 입력신호가 탄성파로 변환된다.
압전물질은 전기적 신호가 표면탄성파로 변환되기 위하여 필요한데, 이는 전기장이 가해지면 압전물질이 변형되는 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SAW 필터는 듀플렉서와 수신필터부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며 광대역에서 동작할 수 있고 아주 작은 크기로 만들 수도 있다.
SAW 필터는 웨이퍼 상에서 제조되기 때문에 저비용으로 많이 생산할 수 있으며, SAW 필터를 이용하면 서로 상이한 대역의 여러 필터들과 듀플렉서들을 하나의 칩에 집적할 수 있다.
대칭성을 가지는 결정체(Crystal)에 존재하는 압전효과는 SAW 필터와 같은 탄성필터에서 “생성기(Generator)”뿐만 아니라 “모터(Motor)”역할을 한다.
결정체에 전압이 가해지면 기계적으로 변형이 생기고, 전기 에너지를 기계 에너지로 바꾸게 된다.
이런 결정체가 기계적으로 압축되거나 확장되면 반대현상이 일어나서, 결정구조의 반대쪽에 전하가 형성되어 전극에 전류가 흐르게 되는 것이다.
전기적 그리고 기계적 영역 간의 변환은 극히 낮은 에너지 손실과 함께 발생하여 양방향에서 효율이 99.99%에 이른다.
반면에 SAW 필터가 가진 단점들도 있다. 약 1GHz에서 SAW 필터의 선택성은 감소하고 약 2.5GHz에서는 좋은 성능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응용 분야가 제한된다.
또한 SAW 필터는 온도변화에 민감한 것으로 악명이 높은데, 기판 물질의 강성도(Stiffness)가 고온에서 감소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개발된 것이 온도 보상형 SAW 필터(Temperature Compensated(TC)-SAW)이다.
이 TC-SAW 필터는 IDT 구조에 고온에서 강성도를 올려 주는 층(Layer)들을 오버코팅한 것이다.
그 결과 좋은 온도 특성을 가지게 되지만 제작 공정에서 필요한 마스크층의 개수가 증가하여 제조단가가 올라가는 문제가 생긴다.
그래도 BAW(Bulk Acoustic Wave) 필터에 비하면 가격 경쟁력이 있다.
고성능 BAW
그림 2를 보면, SAW 필터와는 달리 BAW 필터에서 탄성파는 수직으로 전파된다.
그림 2의 예시는 기판으로 수정결정체판을 사용하는 경우인데, BAW 공진기에서 기판의 상부와 하부에 붙여진 금속이 탄성파를 야기하면 상부 표면에서 하부 표면 쪽으로 튀며 정상 탄성파(Standing Acoustic Wave)를 형성한다.
공진이 발생하는 주파수는 슬랩의 두께와 전극의 Mass에 의하여 결정된다.
이러한 BAW 필터에는 대표적으로 두 종류가 있는데, 그림 3과 그림 4에 도시한 바와 같은 BAW-SMR(Surface Mounted Resonator)과 FBAR(Film Bulk Acoustic Resonator)이 그것이다.
이 BAW 필터들은 탄성에너지 밀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손실을 많이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필터들은 2GHz에서 2,500정도의 높은 Q 값을 갖기 때문에 통과대역 에지(Edge)에서 월등한 삽입 성능을 보인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하여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LTE 대역을 포함하는 높은 주파수 영역에서 적용할 수 있는 필터로 각광받고 있다.
FBAR의 경우는 상하부 전극 사이에 얇은 압전필름을 삽입하고 고주파 신호를 가하게 되면 벌크파(Bulk Wave)가 그 얇은 압전필름 내에서 전달된다.
이 파장은 필름의 두께에 따라 특정 주파수에서 공진하며, FBAR에서 사용하는 압전체에는 일반적으로 AlN(질화알루미늄)을 사용한다.
그림 5의 BAW 필터 관련 출원 동향을 살펴보면, 이미 1970년대부터 출원이 진행되어 오다가 1990년대 후반부터 이동통신 분야의 성장과 함께 급속하게 출원 건수가 급등하였지만 2004년을 기점으로 출원 건수가 줄어들고 있다.
이는 당시 좋지 않았던 세계경제 상황의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볼 수도 있으며 2000년대 초반까지 FBAR 분야에 출원을 집중하였던 주요기업(AVAGO, TriQuint, TAIYO YUDEN 등)의 출원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등록특허 건수에 따른 주요 출원인을 표시한 그림 6을 보면 BAW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리는 AVAGO가 압도적으로 선두에 있고, 그 뒤를 일본의 TAIYO YUDEN이 잇고 있음을 알 수 있다.
AVAGO사는 1960년대 초반에 설립된 회사로서 2008년 Infineon으로부터 BAW 사업을 인수한 이래 이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BAW 필터 분야의 특허를 조사해본 결과 등록특허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기업으로는 AVAGO, TriQuint, TAIYO YUDEN, MURATA가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들 특허를 BAW 필터를 구성하는 주요 기술 구성요소별로 구분해 본 것이 그림 7에 나타나 있다.
이 필터의 주요 구성요소를 크게 분류해 보면 공진기 구성요소 배열을 위한 기본판인 기판, 상하부 전극, 상하부 전극 사이의 압전체, 공진기를 형성하는 패키징 재료 및 방법, 2개 이상의 공진기를 배열하여 패키징하는 모듈화 등이 있다.
이러한 기술적 요소들을 기준으로 위의 상위 4개사들의 등록특허의 기술적 포트폴리오를 보면, AVAGO는 BAW 필터 관련 기술 전반에 걸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TAIYO YUDEN은 모듈화, 전극, 압전체 및 Cavity의 형성 방식에 집중하고 있으며, MURATA는 모듈 분야에, 그리고 TriQuint는 모듈 및 압전체 분야에 상대적으로 역량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종합적으로 보면 주요 기업들은 필터 특성이 우수하게 나오면서도 소형화할 수 있는 모듈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모바일 기기에 사용되는 부품들에 요구되는 주요 특징 중 하나가 저가이면서 고품질의 소형인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이 분야에서 해외 선진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기업들은 이 점을 항상 염두에 두면서 개발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또한 한 제품을 형성하는 주요 구성 요소에 자신만의 독특한 기술적 특징을 권리화하는 모습은 치열한 세계시장에서 경쟁을 해야 하는 국내 기업들이 본 받아야 할 점이다.
BAW 필터와 관련된 분쟁을 조사해 보면 AVAGO사와 TriQuint사 간의 특허분쟁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요지만 살펴보면, TriQuint사가 자사특허 3건에 대하여 AVAGO사가 특허를 침해하고 있음을 이유로 특허침해소송을 청구하였고, 이에 대응하여 AVAGO사는 자사가 보유한 특허 10건을 제시하며 계쟁 특허의 무효화를 청구하여 다투던 중 AVAGO사가 영업비밀유지 관련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결과적으로 양사 간 크로스 라이센스로 마무리되었다.
이와 같이 본 필터분야는 적용되는 제품 자체도 특허분쟁이 심각한 모바일 기기이고, 특히 FBAR 필터의 경우는 미국의 AVAGO사가 시장 지배적 지위를 누리고 있기 때문에 분쟁 가능성이 높은 분야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후발주자인 국내 기업들은 위 AVAGO 등 여러 선진 기업들의 특허를 면밀하게 검토하여 자사가 개발하고자 하는 제품의 특허침해 가능성을 잘 판단하고 그 대응방안을 미리 마련한 후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더불어 위 분쟁사례에서 보듯이 자신만의 기술을 특화하여 권리화함으로써 최악의 경우 크로스 라이센스 전략에 활용할 수 있도록 특허 포트폴리오를 잘 구축하여야 한다.
그런 준비과정을 거쳐야 향후 어떠한 특허분쟁에 휩싸이게 되더라도 떳떳하게 대응할 수 있는 나만의 무기를 가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