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 우리 삶 속의 핀테크, 현재와 미래
Editor 박수용 서강대학교 교수
서강대학교에서 전자계산학을 공부하고 죠지 메이슨대학교에서 정보기술학 박사 학위를 받은 필자는 핀테크, 블록체인, 소프트웨어공학에 대해 연구하였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원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글로벌 핀테크 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다.
2015년 초까지만 해도 우리에게 약간은 생소했던 ‘핀테크’, 이미 세계경제에서는 뉴 노멀(New Normal), 즉 새롭게 일반화된 영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리는 앞서있는 IT인프라 환경을 기반으로 금융이 세계 무대로 진출하고 새로운 산업을 일으킬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핀테크를 통하여 금융 소비자에게는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다양한 기술과의 융합을 통한 새로운 기업들이 미래에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일반적으로 핀테크를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ology)이 결합한 융합 산업’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전통적인 금융 산업에서도 강력한 IT기술의 뒷받침이 있었다. 특히, IT 강국인 우리나라는 인터넷뱅킹 등이 보편화된 지 오래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핀테크는 이와는 다른 것인가? 핀테크는 두 가지 관점으로 정의할 수 있다.
하나는 전통적인 핀테크(Traditional Fintech)로 인터넷 뱅킹처럼 IT기술을 통한 기존 금융서비스의 자동화·효율화를 목표로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신생 핀테크(Emergent Fintech)로 기존의 전통적인 금융서비스를 IT기술을 활용한 혁신 서비스로 대체하는 것으로서 주로 비금융기업이 IT기술을 통해 금융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국내에서는 얼마 전부터 추진 중인 카카오뱅크 등 IT기업 주도의 인터넷전문은행이 그 예이다.
최근 전 세계적인 투자와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부분은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의 신생 핀테크이다.
핀테크 산업은 표 1과 같이 대출, 결제, 송금, 자산관리, 디지털 화폐 등의 분야로 세분화될 수 있다(표 1 참조).
국내 핀테크 활용 사례
핀테크는 이미 우리 삶 속에 침투하여 우리의 일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많은 서비스들 중 가장 각광받고 있고 일반인이 접하기 쉬운 서비스가 바로 간편 결제 서비스이다.
우리나라 결제 시스템은 가장 간편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오로지 오프라인 결제시장에만 한정되어 있다.
온라인 결제의 경우 Active X, 공인인증서, 복잡한 결제 프로세스 등 제약점이 많다.
하지만 모바일 간편 결제 출시 이후 이러한 문제점들을 한 번에 해결하며, 모바일 쇼핑시장의 급격한 성장을 이끌어 내고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 또는 밀레니엄 세대를 Now세대라고 한다. 그만큼 기다림의 미덕보다는 ‘지금 바로’를 요구하는 세대이다.
친구들과의 대화 중에 쇼핑하고 싶은 품목이 나오면 그 즉시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바로 모바일을 통해 결제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러한 즉시성에 대한 요구는 젊은 세대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어느 40대 중반 지인의 얘기다. 머릿속으로는 이것을 살까말까 고민이 안 끝났는데, 손가락은 이미 핸드폰의 결제 버튼을 눌러 버린 자신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곤 한다.
모바일 간편 결제뿐 아니라, 은행 업무 중 사용빈도가 높은 계좌이체 또한 핀테크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국내에서 개발된 Toss을 이용하면, 기존에 4∼5단계의 프로세스를 2단계로 줄여 사용 시간을 절반으로 감소 시킬 수 있다.
선진국 핀테크 활용 사례
해외에서 가장 놀랄 만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 P2P(Peer to Peer) 대출 서비스 시장이다.
P2P 대출 서비스는 원래의 대출 서비스처럼 기존 은행이나 기타 금융 중개 기관을 거치지 않고 투자자와 대출 신청자가 온라인을 통해 직접적으로 계약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미국에서는 2005년 이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2007년 Facebook을 기반으로 등장한 Lending Club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P2P 대출 서비스 업체이다(그림 4 참조).
P2P 대출 서비스는 개개인이 대출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식에 혁신을 불러왔다.
기존에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각종 서류를 구비해야 하고 이를 가지고 은행 지점에 방문하여 대면 인증 절차를 거쳐야만 했다.
하지만 P2P 대출 서비스는 이런 복잡한 절차를 혁신적으로 변화시켰다.
개인 대출 사용자는 서류를 준비할 필요가 없다. 앞서 언급한 Lending Club의 경우, 단지 자신의 SNS 계정 정보를 알려주기만 하면 된다.
이를 바탕으로 P2P 대출 서비스 업체는 대출 신청인의 SNS 활동 정보를 수집, 분석하여 대출 적격 심사를 진행한다.
위와 같은 방식으로 대출 심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대출 문턱이 낮아져 기존 은행이나 금융기업 등에서 대출을 받지 못했던 사용자도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개발도상국 핀테크 활용 사례
IT인프라가 발달한 선진국과 달리 후진국에서 핀테크 기술이 활용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점을 가질 수 있다.
여기 M-pesa가 바로 후진국에서 이용되어, 문화적·경제적으로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는 기술이다.
현재 개발도상국은 금융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 은행이 없는 나라가 많으며 있어도 제대로 된 송금 및 결제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않다.
그렇지만 개발도상국 국민의 80% 이상이 핸드폰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M-pesa라는 모바일 결제&송금 시스템 구축하였다.
M-pesa는 휴대폰으로 상대의 번호와 금액을 적으면 송금이 가능하며 또한 M-pesa를 취급하는 가게에서도 결제가 가능하다.
M-pesa의 경우 가맹점과 사용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케냐 등의 개발도상국에서는 안전 자산으로 취급되고 있다.
M-pesa를 이용 확대로 인하여 급여체계가 투명해 지고, 정부의 세금 징수율 또한 올라갔다.
또한 기존 금융권 및 사업 분야와 융합하여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국민 생활을 진보시키고 있다.
핀테크 전망
핀테크 서비스는 이미 글로벌 트렌드로 성장하고 새로운 금융 시장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중이다.
미국, 영국 등을 중심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던 핀테크 시장은 2010년부터 연평균 130%의 엄청난 성장 규모를 보여주고 있고 2016년에는 640억 달러, 2025년에는 1조 달러까지 증가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성장의 배경에는 국가와 기업이 핀테크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지속적인 투자비용을 증가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통적인 금융 강국이자 핀테크 산업의 시발점인 영국, IT 선두 주자 미국, 신흥 IT 강국 중국 등은 정부 주도의 적극적인 정책지원과 더불어 IT기업 및 기존 금융권의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핀테크 산업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핀테크 산업 초기에는 진입장벽이 낮은 지급·결제 등 일부 서비스 위주로 투자가 집중되었으나, 현재는 개인금융, 자산관리, 증권, 보험 등 금융 산업의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
무엇보다 지속적인 핀테크 산업 성장의 동인은 금융소비자의 변화에 있다.
정보통신컨설팅 기업인 캡제 미니(Capgemini)의 2014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부유층 고객의 디지털 자산관리 선호도는 40세 이상의 경우 46.7%이며, 40세 미만의 경우 75.9%에 이른다고 한다.
또한 5년 이내에 각각 54.1%, 82.4%로 향상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는 미국 밀레니엄 세대의 88%가 온라인 뱅킹을 사용하고 있으며, 기존 금융기관보다 IT기업이 제공하는 금융 서비스를 더 선호한다는 조사결과를 내놓고 있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듯이 CB Insight에서 발표한 미국 개인자산관리 분야에 대한 연도별 투자 규모는 2010년 23.5백만 달러에서 2014년 289.7백만 달러로 약 13배의 증가를 보이고 있다.
모바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인공지능 등 기술의 발달은 핀테크 서비스의 질을 더욱 높이고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해 나갈 것이다.
핀테크 산업에서 갖는 기술의 의미는 단순히 서비스의 차별화를 넘어 서비스 자체의 존폐와 직결된다.
자산운용 분야에서 활발히 도입되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 기반의 로보어드바이저의 예측 정확도, 금융기록이 없는 대출 신청자에 대한 신용도 평가의 정확도는 서비스의 사용편의성에 대한 것이 아닌 것이다.
또한 기술의 발전은 새로운 고객층을 계속 확대해 나갈 것이다. 중국의 14억 명의 인구 중 인터넷 사용 인구는 10억 명을 넘었으며 케냐, 나이지리아, 가나 등 아프리카 국가들의 모바일 보급률은 2014년 기준 80%를 넘어서고 있다.
결어
2015년 초까지만 해도 우리에게 약간은 생소했던 ‘핀테크’는 이미 세계경제에서는 뉴 노멀(New Normal), 즉 새롭게 일반화된 영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핀테크 100대 기업 중 국내 기업은 한 곳도 없고 더욱이 알리바바 등 해외 핀테크 서비스의 국내 진출로 국내 시장까지 빼앗기고 있는 상황이 우리의 현실이지만 정부, 금융당국, 기술기업, 금융기업, 학계가 결집하여 한국형 핀테크 발전 모델을 구상하고 추진한다면 후발주자로서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지금의 위기의식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우리는 앞서 있는 IT 인프라 환경을 기반으로 금융이 세계 무대로 진출하고 새로운 산업을 일으킬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핀테크를 통하여 금융소비자에게는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다양한 기술과의 융합을 통하여 새로운 기업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