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5

05 - 금융업을 혁신하는 블록체인 기술의 현황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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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현 이사 한국투자파트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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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은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하여 기존 금융회사가 당면한 비용절감 문제를 해결하고 동시에 보안을 강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비집중화된 P2P 네트워크를 작동시키는 블록체인의 여러 장점들을 이용하여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관련 부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앞으로 블록체인 기술은 정보저장, 스마트계약, 금융상품 거래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 활용영역을 넓혀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에 대한 관련 기관들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이다.



블록체인의 부상 배경

미국의 IT 조사업체인 IDC는 글로벌 금융회사의 전산비용이 2017년까지 연 평균 4.6%씩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앞으로 증가하는 전산시스템의 관리 및 유지비용을 어떻게 줄여 나갈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블록체인(Blockchain)은 전산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면서도 보안은 강화한다는 점에서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블록체인의 개념 및 특징

블록체인은 원래 암호화 화폐인 비트코인을 작동시키는 핵심 기술로 개발됐다.

비트코인은 실존여부를 알 수 없는 나카모토 사토시(Nakamoto Satoshi)라는 사람이 개발한 암호화 화폐로 화폐발행을 담당하는 중앙은행이 없이 네트워크 참여자들의 합의를 통해 통화를 발행하고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처럼 별도의 화폐 관리기관이 없는 비트코인 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는 것은 분산화된 합의 방식에 의해 시스템이 작동되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의 거래는 화폐채굴작업에 참여하는 컴퓨터들이 개별적으로 거래의 타당성을 검증하고, 이 과정에서 전체 네트워크의 과반수 컴퓨터가 거래를 검증해야만 비로소 합법적인 거래로 인정받게 된다.

따라서 비트코인의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거래 검증을 수행하는 컴퓨터가 늘어나기 때문에 해킹에 의한 거래 내역의 조작은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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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은 비트코인의 거래과정에서 생성된 거래내역이 저장되는 블록들이 시계열 순으로 마치 체인처럼 연결되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블록체인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새로 형성된 블록 내 거래정보는 직전 블록의 해시(Hash)값01을 포함하고 있으며 직전 블록은 다시 그 이전 블록의 해시값을 포함하고 있어 결국 해시값이 체인구조로 연결된 모습을 갖게 된다.

블록체인은 분산 합의 시스템, 채굴 시스템, 거래장부 동기화 시스템 등 세 가지 시스템으로 구성된다.

분산 합의 시스템은 비트코인 거래에 대한 검증 권한을 갖고 있는 네트워크 참여자들의 51% 이상이 검증한 거래내역을 종합하여 정당한 거래로 인정해 주는 거래 인증 시스템을 말한다.

여기서 51%의 의미는 전체 네트워크 참여 컴퓨터 수의 51% 이상이 아니라 채굴중인 컴퓨터 성능 합의 51% 이상을 의미한다.

블록체인이 형성되어 거래내역을 저장하기 위해서는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끊임없이 유지할 수 있는 컴퓨팅 파워가 필요한데 암호를 풀면 비트코인을 보상으로 지급함으로써 자발적으로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거래블록을 만들고 검증할 수 있는 컴퓨터들을 유인하는 시스템을 채굴 시스템이라고 한다.

채굴에 참여한 컴퓨터가 거래내역을 한 번 검증하는 데 평균 10분정도 소요되며, 이러한 과정을 6번 검증했을 때 최종적으로 거래 검증이 완료된다.

거래장부 동기화 시스템은 분산 합의 시스템에 의해 검증이 완료된 블록체인을 네트워크 참여자들의 컴퓨터에 자동으로 동기화시켜 주는 시스템을 말한다.

따라서 네트워크 참여자들은 거래장부 동기화 시스템에 의해 2009년부터 축적된 전 세계 모든 비트코인의 거래내역을 컴퓨터에 설치된 비트코인 전자지갑속에 보유하게 된다.

또한 블록체인은 네트워크 참여자의 범위에 따라 퍼블릭 블록체인, 컨소시엄 블록체인, 프라이빗 블록체인 등 크게 세 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퍼블릭 블록체인(Public Blockchain)은 네트워크 참여자가 누구나 거래기록을 열람할 수 있고 컴퓨팅파워를 이용한 작업증명(Proof of Work)02으로 거래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완전히 분권화된 블록체인을 말한다.

컨소시엄 블록체인(Consortium Blockchain)은 미리 선정된 노드들이 컴퓨팅파워를 이용해 작업증명을 하고 컨소시엄 참가자들만 거래기록을 열람할 수 있는 반 분권화된 블록체인을 말한다.
 
프라이빗 블록체인(Private Blockchain)은 단 하나의 기관만이 작업증명을 하고 거래기록을 열람할 수 있는 완전히 개인화된 블록체인을 말한다.


블록체인의 장점

만약 블록체인이 금융회사의 전산시스템에 적용이 된다면 몇 가지 측면에서 장점을 갖게 된다.

첫째, 블록체인은 P2P(Peer to Peer) 방식으로 작동되기 때문에 기존 금융회사와 같이 중앙전산망을 갖추지 않고도 낮은 비용으로 안전한 금융거래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

블록체인을 이용해 개별 컴퓨터들이 거래내역을 저장하는 분산원장을 사용하면 P2P 네트워크만으로 거래원장을 손쉽게 관리할 수 있다.

블록체인의 이러한 특성 때문에 금융회사는 시스템 구축 및 유지보수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둘째, 비트코인은 사용자가 송금거래 요청을 하게되면 거래 정보가 기록된 하나의 블록을 생성하여 네트워크상의 모든 참여자에게 블록을 전송하는데 이때 각 참여자가 전송된 블록을 승인하게 되면 기존 블록체인에 거래 기록이 추가되면서 거래가 완료된다.
 
이러한 거래과정에서 기존 블록체인에 담겨 있는 거래 정보를 수정하기 위해서는 전체 비트코인 네트워크 참여자의 과반수가 동일한 정보임을 확인해 줘야 하기 때문에 해커가 전 세계 네트워크 참여자 과반수의 블록체인을 동시에 해킹하는 것은 사실상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현재 많은 금융회사들이 보안부문에 대해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 보안사고를 예방하지 못하는 데 반해, 블록체인은 저렴한 시스템 유지비용만으로도 해킹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게 해준다.

셋째, 블록체인은 거래 원장의 관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금융영역에서 사용할 수 있다.

만약 블록체인에 사용자가 임의로 설정한 거래규칙을 설정하면 네트워크에 접속된 컴퓨터들이 자동으로 금융상품 거래를 해주는 자산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수도 있다.
 
기존 지급결제 서비스에 블록체인이 접목되면 이용자가 비트코인 직불카드를 사용해 지급결제 대행업체의 도움을 받지 않고 전 세계 어디에서든지 송금 및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국내외 블록체인 도입 사례

해외 주요국의 금융당국과 관련 기관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존 금융시스템에 접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유럽은행감독청은 자체 연구보고서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금융 서비스 비용은 획기적으로 낮추면서도 금융거래 서비스의 질은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싱가포르통화청은 블록체인 기술 혁신센터를 설립하고 은행의 원장 관리시스템에 분산원장 기술을 적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를 운영하는 나스닥 OMX도 2015년 5월 미공개 주식 거래에 블록체인 기술을 시범적으로 도입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나스닥 OMX는 비교적 규모가 작은 프라이빗 마켓에 시범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2014년 1월에 개설된 나스닥 프라이빗 마켓은 비상장 회사가 투자를 받거나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장외시장이다.

미국 ‘증권 거래위원회(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는 가구·홈데코 전문 온라인 쇼핑몰인 ‘오버스톡(Overstock)’이 회사 주식을 블록체인이 적용된 인터넷 시스템을 통해 공모주식(Public Securities)으로 발행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해외 금융회사들도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와 투자를 확대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은행들은 비트코인에서 이용된 블록체인 기술을 응용하고 송금과 결제를 저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는 공통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미국의 핀테크 기업인 ‘R3CEV’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R3CEV는 2015년 9월부터 워킹그룹을 가동시켜 향후 1~2년 내에 블록체인 공통 시스템을 선보일 예정이다.

R3CEV는 기본적인 시스템 설계 및 기술개발을 담당하고, 연합체 은행들은 자사 API에 연결해 시스템을 테스트하고,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디자인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은행들은 1차적으로 블록체인 기반의 해외송금 시스템을 개발하여 해외송금 수수료를 종전보다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또한 R3CEV는 궁극적으로 시스템 활용영역을 송금 등 금융거래에서 주식, 채권, 부동산거래 등으로 확대하여 전 세계 은행들이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표준화된 블록체인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을 중장기 목표로 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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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스페인의 산탄데르은행은 블록체인 기술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여 연간 150~200억 달러의 전산비용 절감을 추진 중이며, 스위스의 UBS도 블록체인 기반의 채권거래시스템을 이미 개발하여 시험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주요 은행들은 비트코인과 관련된 핀테크 기업과 제휴하는 형태로 블록체인 기술의 실제 활용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KB금융그룹은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해외송금 서비스, 개인인증서, 문서보안 서비스 등에서 핀테크 기업의 인프라를 활용한 제휴를 추진하고 있고, 비트코인 거래소인 코인플러그에 15억원을 투자했다.

신한은행은 블록체인을 이용하여 외환송금시스템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인 스트리미와 협업하여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핀테크 사업부를 중심으로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국내 최초 비트코인 거래소인 코빗과 제휴를 맺고 자사 업무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KEB하나은행도 핀테크 기업 육성센터인 ‘원큐랩’에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축하여 인증체계, 송금 등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블록체인의 활용 전망

블록체인은 오픈소스 프로그램으로 높은 확장성을 갖고 있어 데이터나 조건부 지급명령 등을 추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블록체인이 보유하고 있는 특수한 기능은 자산거래, 소유권 확인 등 다양한 영역에 적용할 수 있다.

채권, 주식 등 자산의 소유권 정보를 소액의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저장하여 비트코인과 자산을 함께 거래할 수 있고 토지 소유권, 고가 사치품의 특성 등을 블록체인에 추가하여 기록함으로써 소유권자를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리고 조건부 지급명령을 블록체인에 추가하여 목표금액이 모금되는 경우에만 자금이 공급되는 크라우드펀딩 등 스마트계약에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계약 등을 실행하는 분산원장 기술 플랫폼이자 프로그래밍 언어로서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이더리움(Ethereum)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블록체인의 적용 가능영역이 대폭 확대되고 있다.
 
예를 들어 전자제품을 인터넷에 연결하는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여 해킹 및 도감청을 막을 수 있다.
 
블록체인을 렌터카 또는 카셰어링 등에 적용하면 사전에 프로그램된 규칙에 따라 대금, 연료비, 수리비 등을 자동으로 정산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도 있다.

최근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블록체인 시스템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만큼 국내 금융회사들도 공공기관, 핀테크 기업과 공동연구그룹을 결성하여 블록체인의 활용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타진해볼 필요가 있다.

 



01 해시값은 해시함수를 이용해 임의의 데이터로부터 고정된 길이의 난수를 만들어 내는 방법을 의미한다.

02 1990년대 DDoS 및 스팸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고안된 방안으로 답을 찾기는 어렵지만 확인하기는 쉬운 비대칭적인 작업을 수행하도록 요구하는 메커니즘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