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1

01 - 은행은 사라질 것인가?


1.png

▲ 강임호 교수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2.PNG


핀테크의 발전으로 은행은 더 강화된다. 그 이유는 은행원이 핀테크의 도움을 받아 훨씬 더 효율적으로 업무수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에 근무하는 인력은 장기적으로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보험과 증권 산업에도 적용된다.

핀테크는 대체로 경기변화에 민감했던 증권 산업보다는 보험 산업과 은행 산업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이유는 핀테크 기술이 단기적·획기적인 변화가 아니라 장기적·한계적·점진적 발전을 가져오리라고 기대되기 때문이다.

 


3.PNG


약 15년 전 유럽에서 금융과 IT의 융합에 관한 한 컨퍼런스에 참여한 적이 있다.

당시 벨기에에서 인터넷 은행을 설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던 한 전자지급 업체에서 나온 발표자가 향후 은행은 컴퓨터 기술자와 변호사로만 구성될 것이라고 한 적이 있었다.

재미있는 생각이라 기억에 남았다. 그 후 15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기고 나서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이 부각되었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두려움이었다. 20년 전 IBM의 딥블루가 당시 세계 체스챔피언을 이겼던 사례를 참고해 보자.

20년이 지난 지금 체스를 두는 사람은 모두 컴퓨터 기술자인가?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에피소드는 그 이후 세계체스대회의 열기가 예전과 같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다.

세계 체스챔피언이 갖는 의미가 그 이전보다 훨씬 약화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신비감이 사라진 것이다.

만약 알파고가 바둑고수를 계속 이긴다면 세계 바둑대회의 열기는 점차 식을 수 있다고 본다.

이와 같은 논리가 은행에 적용될 수 있다. 핀테크가 발전된다고 해도 은행은 사라지지 않는다.

마치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겼다고 해서 한국기원이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하지만 프로바둑기사들에 대한 신비감과 경외감 등은 예전 같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즉 핀테크로 인해 은행에 대한 신비감과 은행원이라는 직업에 대한 인기는 장기적으로 조금씩 감소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비슷한 예를 들어보자. 전투 로봇개(Robot-dog)를 부사수로 데리고 전쟁에 임하는 전투원과 자신의 발과 체력만을 기반으로 한 전투원이 전쟁을 할 때 누가 유리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아마도 전자가 유리할 것이다. 자신의 짐과 무기를 전투 로봇개가 들게 하고 자신은 필요할 때 마다 무기를 바꾸어 사용하며 배가고플 때 로봇개의 짐에서 전투식량을 꺼내어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마치 프로골프에서 캐디가 골프백을 메고 다니면서 골퍼에게 쓸모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과, 프로골퍼가 혼자서 골프백을 메고 다니면서 골프를 치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나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인지 묻는 것과 같다.

이와 마찬가지로 핀테크로 무장된 은행원은 그렇지 않은 은행원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마치 IBM의 인공지능컴퓨터인 왓슨이 의료정보를 축적하고 있다가 환자진단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의사와 그렇지 않고 자신의 기억과 직감과 경험에 의존하는 의사 중 누가 더 좋은 성적을 낼 것인가를 묻는 것과 같다.

그래서 핀테크는 은행을 강화할 것이다. 하지만 그 은행 속의 은행원의 수는 예전보다 훨씬 줄어들 것이다.

물론 장기적으로 말이다. 이는 은행원의 업무수준을 불문하고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면 고객을 맞이하며 고객의 감정을 살펴 다양한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텔러의 기능은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반면, 충분한 전문지식이 필요한 트레이딩 분야나 투자자문 분야에서는 관련 인력을 컴퓨터가 대체할 가능성도있다.(물론 그 반대일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은행업무 전 분야에서 은행원의 업무는 더 전문화되고 그 인력은 예전에 비해 줄어드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핀테크는 스타가 될 수 없다는 점도 말하고 싶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겼을 때 스타는 누구였던가?

젊고 머리 좋은 허사비스라는 ‘딥마인드’의 사장이었다.

핀테크가 새로운 시장과 기술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 핀테크 업체의 사장이 만드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은행에서 이용되는 핀테크가 스타가 아니라 그것을 이용하는 은행원이 스타가 된다.

은행원의 평균 지적수준은 향후 계속적으로 올라갈 것이다.

이 지적수준은 학력뿐만 아니라, 은행의 텔러가 고객에게 새로운 금융상품을 권유할 때 사용하는 고객 파악능력이 포함될 것이다.

이러한 능력은 학교에서 쉽게 길러지지 않는 능력이다. 은행원의 연봉은 평균적으로 그리고 장기적으로 상승할 것이다.

은행은 오히려 강화될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보험시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인공지능은 기존 자신이 가입하고 있는 보험상품을 파악하여 최적의 보험상품을 알려 줄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알파고는 이세돌 9단과 대국할 때 자신의 바둑을 두기보다는 상대방에게 2~3집을 이기는 바둑을 두게끔 프로그래밍되었다고 한다.

달리 말하면 이길 확률이 가장 큰 수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백을 잡았을 때의 승률이 흑을 잡았을 때의 승률보다 약 4%p가 높다고 하였다.
 
마찬가지로 금융시장에서의 인공지능은 새로운 혁신적인 상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방법보다 약간 그리고 뚜렷하게 좋은 상품을 고객에게 추천하게 된다.

수익률로 환산하면 1~3% 정도의 수익을 기존상품에 비해 더 내도록 프로그래밍될 것이다.
 
그렇다면 보험시장에서도 핀테크는 스타가 될 수 없다.

인간의 충실한 보조자가 될 것이고, 결국은 기존 보험원이 스타가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험원들의 지적수준과 평균연봉은 증가하고, 대신 인력이 서서히 감소하게 될 것이다.

지급결제에서도 좀 더 기술집약적인 방법이 나오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 아마존의 음성인식 스피커인 ‘알렉사’와 같은 것이 지급에 이용될 것이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에서 뱅킹사이트를 열고 공인인증서 암호를 입력하고 상대방의 계좌번호를 입력하고 또 OTP 암호를 입력하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공인인증서 암호를 다시 입력해야 하는 절차를 밟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음성인식 스피커를 이용하여 ‘계좌이체’라고 말하면, 스마트폰이 스스로 은행앱을 열고 공인인증서의 암호를 말해달라고 요청한다.

암호를 말해 주면 계좌번호, 계좌비밀번호, 그리고 OTP번호를 말해 달라고 요청한다.
 
마지막으로 공인인증서 암호를 다시 말해 주면, 계좌를 이체할 수 있게 한다.

만약 스피커가 주인의 음성을 인식할 수 있다면, 공인인증서 암호 및 계좌비밀번호 등을 말로 해줌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보안상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아마존은 스피커로 쇼핑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이미 제공하고 있는데, 아마도 아마존과 은행이 제휴한다면 이러한 서비스의 제공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4.png


우리나라에서 소매상의 지급결제는 신용카드 중심으로 되어 있다.

대부분의 소매상들은 손님이 현금으로 지급해 주기를 원하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수수료 때문이다.

만약 수수료가 1.5%이고 매출액의 약 10%가 이윤으로 남는다고 보면 이윤의 15%가 신용카드 수수료로 지급되는 것이므로 현금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은행과 금융기관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선불카드 또는 전자화폐를 개발하여 스마트폰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한다면, 비록 소매상들이 현금을 원한다고 할지라도 소비자가 떳떳하게 전자화폐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전자화폐의 사용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수수료이다.

사실상 신용카드는 이미 인프라로 정착되어 그 수수료가 1.5%임은 무척 낮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전자화폐 사업자가 이 사업을 한다면 1% 이상의 수수료를 받아야만 수지를 맞출 수 있다.

이동통신사업자는 마케팅에 막대한 자금을 지출하고 있다.

그러나 전자화폐를 스마트폰 간에 지급이 가능하도록 한다면 국민적인 서비스가 되도록 할 수 있고 또 수수료를 마케팅 차원에서도 받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은행과 금융기관, 이동통신사 등이 모두 협력할 필요가 있으며 이런 의미에서 현재의 핀테크 기술은 아직 이루어야 할 부분이 무척 많다고 생각한다.

한편 증권 분야를 생각해 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로보어드바이저이다.

위에서 이야기하였듯이 인공지능의 특징은 기존의 금융상품 또는 투자기회보다 수익률이 조금 그러나 확실히 좋은 것을 제공하는 능력이다.

획기적이고 혁신적인 금융상품이나 투자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가장 강력한 특징은 낮은 수수료율이라고 보인다.

저성장구조에서는 당연히 일반 투자기회의 수익률이 낮고 그에 따라 낮은 수수료율은 필수적이라고 보인다.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펀드를 만들어 낮은 수수료율이 상당한 차이를 낼 수 있는 시장과 투자자를 모아 나가는 것도 새로운 기술개발의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필자는 인간의 지능이 매년 경제성장률만큼 증가한다고 생각한다.

대체로 경제성장률이 약 3%였다고 본다면 10년 정도면 기존의 30% 정도 더 지능이 우수한 세대가 배출된다고 본다.

새로운 세대의 눈에는 과거의 방식으로 높은 수수료의 투자자문을 받는 것보다 자신이 직접 투자하고 수수료를 자신의 몫으로 돌리는 것이 더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다.

이때 로보어드 바이저가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그림 3 참조).


5.PNG


마찬가지로 증권업에서도 투자자문가들의 지적수준은 더 높아지고 연봉도 더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이전에 비해 고용인력은 장기적으로 감소할 것이다.

증권업은 은행과 보험업에 비해 비교적 변화가 심한데, 이는 달리 말하면 핀테크의 발전에 따라 증권업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은행과 보험업에 미치는 영향보다 더 적을 것이라고 보인다.

하지만 세 산업 모두가 고용인력들의 지적수준은 높아지고 그에 따라 연봉도 높아지지만 고용인력의 규모는 점차 감소할 것임이 명확해 보인다.

대체로 핀테크의 발전은 기술과 협조(Coordination)라는 두 개의 요소로 파악할 수 있다.

기술은 IT와 금융기술의 융합이라고 볼 수 있고, 협조란 그 기술이 효과를 발생하도록 하는 조직 및 협력체계를 말한다.

새로운 기술이 나타나면 그에 적합한 새로운 조직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산업혁명이 시작되었을 때 기존 봉건시대에 없었던 대형 공장과 회사가 나타났다.

새로운 기술이 나타나면 기존 기술을 둘러싼 조직들이 체계적으로 반발한다.

기술적으로 뛰어나더라도 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사장되는 기술이 많다.

이런 맥락에서 새로운 기술이 기존 조직의 느슨한 변방에서 조직화되어 그 효력을 극대화하는 경우를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유럽의 중세에 비교적 변방이라고 간주되었던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났고, 또 유럽의 가톨릭 체계에서 반발하던 프로테스탄트들이 신대륙 아메리카로 건너가 세계 최강의 국가를 만들게 된 것을 들 수 있다.

하지만 동일한 사실을 반대방향으로도 이야기할 수 있다. 기술뿐만 아니라 조직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조직 자체로 지식을 축적해 나가며 그 축적된 지식을 바탕으로 한 조직체계가 없다면 새로운 기술이 효력을 발생시키지도 못하는 경우가 있다.

즉 기술과 조직의 동시적 발전이 향후 새로운 기술의 확산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금융 산업은 새로운 정보기술의 도입에도 적극적이면서 또 고유한 지식을 축적하여 왔다.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과 같은 조직을 운영하는 데 많은 지식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그들이 자신들의 시장에서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하는 지식도 축적하여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IT기술이 아주 빠른 속도로 발전하더라도 이 기술들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조직의 발전 또한 무척 중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핀테크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기존 금융기관들은 새로운 조직체계를 시험하면서도 기존의 축적된 지식으로 말미암아 자신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필자가 핀테크와 관련하여 하고 싶은 말은 핀테크를 기술의 문제, 조직의 문제로 보기보다는 우리나라의 금융 산업 또는 일반 산업의 지적수준 문제로 파악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음성인식 스피커를 통해서 인터넷 계좌이체를 한다고 생각해 보자.

그렇다면 일단 음성인식 기술이 있어야 하고, 인공지능이 있어야 하고, 그리고 그것이 은행과 연결되어야 하고, 그것을 사용하는 소비자 군이 형성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전자화폐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소매상들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유인구조가 있어야 한다.

미국에서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과 같은 거대 IT기업들이 형성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물론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으나, 그들을 이용하는 높은 지적수준의 소비자 군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국민은 세계적으로 뛰어난 지능을 가진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따라서 국민의 지적수준을 높여가면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 핀테크 문화라고 보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