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기고 - New Normal시대의 조선산업 기술경영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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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남 그룹장 삼성중공업


글로벌 기업환경은 이미 New Normal시대에 접어들었다.

전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는 우리나라 조선산업도 이러한 환경변화에 맞춰 새로운 질서를 모색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지난 10여 년 이상 전 세계 조선시장의 대표주자 격이었던 국내 조선산업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그 이전의 지나친 양적 팽창경쟁에 대한 후유증과 저유가라는 시대적 변화의 동조화에 따른 대비가 부족했고, Cash-Cow의 대안으로 진입했던 해양플랜트마저 막대한 손실로 귀결되면서 이제 기존의 경쟁방식으로는 더 이상 산업의 수성이 불가능한 상황에 놓여 있다.

한·중·일로 대표되는 글로벌 조선강국은 그간 대외적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국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산업을 지속시켜 왔다.

일본은 한국에 선두자리를 내준 이후로 지난 10여 년간 자국 조선산업의 통폐합을 통한 공급축소와 구조조정이라는 자구책을 통해 이미 New Normal의 시대적 기업환경을 사전적으로 경험했다.
 
중국 또한 지나친 양적 팽창에 따른 공급과잉으로 처절한 재편작업이 이뤄지고 있으나 정부 주도의 과감한 지원정책과 거대한 무역 물동량 및 내수물량 등으로 이후의 경쟁구도에서는 한국 대비 더욱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국내 조선산업도 이러한 New Normal의 시대적 환경에서 어떠한 전략적 선택을 통해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유지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 실현가능한 대안들을 기술경영의 관점에서 통찰해 보고자 한다.


조선산업 관점의 New Normal

New Normal의 대표적인 패러다임 변화가 저성장에 따른 저물가, 저취업율, 저금리, 규제 확대 등이라면 현재 조선산업에서의 New Normal은 지속되는 저유가에 기인한 저발주율, 저선가, 과열경쟁 및 그에 따른 취약한 손익구조 등으로 대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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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와 국제 유가는 조선 시황의 바로미터다.

이들 중 최근 수렴되고 있는 저유가는 선박제품 건조를 위한 발주환경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유수의 관련기관 분석에 의하면 이러한 저유가 흐름은 2020년을 기점으로 배럴당 70~80달러 대로 회복될 거라는 낙관론과 여전히 50~60달러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비관론이 공존한다.

문제는 현재의 상황이 후자에 가깝다는 것이고, 국내 조선사들은 그 이하의 초 저유가가 지속될 수 도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기업경영을 준비해야 하는 입장에 놓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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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기업의 미래가치와 지속성장을 위해 투자해야 하는 R&D의 관점에서도 그에 대한 최적의 포지셔닝을 심도 있게 분석할 필요성이 있으며 어떠한 밑그림을 바탕으로 전략적 선택을 취해야 할지 매우 중대한 기로에 서 있는 시점이라 할 수 있다.


Normal의 변화에 따른 기술경영의 방향성은?

동적 역량(Dynamic Capabilities) 강화가 우선적
 
근대 경영학에서는 동일한 환경 내 기업들이 성과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을 산업매력도 등의 환경적 요인보다는 조직내부의 고유한 역량 측면에서의 접근 필요성을 논해왔다.

그러나 고유의 역량만으로는 급속히 변화하는 환경에서 항상 경쟁우위를 가질 수 없고,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역동적인 시장에서는 혁신과정을 거치는 동적 역량의 관점에서 접근되어야 한다는 진보된 개념(Teece 등, 1997)이 제시되었다.

동적 역량이란 전략경영에 있어 “기업은 어떻게 하면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달성할 것인가?”라는 명제에 대해 급속히 변화하는 경쟁환경에 맞게 보유자원을 능동적으로 재구성(Reconstitution)하고 통합(Integration), 재배치(Reassignment) 및 통제(Management)함으로써 그에 대한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조선산업에 있어서는 안정적인 시장구조를 형성하던 글로벌 경제위기 이전에는 건조 도크, 숙련된 생산인력, 대형 크레인 등 기업이 지닌 인프라 자원이 일정 수준의 경쟁력을 가져다주는 요인이었다.

그러나 저유가와 같이 변화되는 지금의 환경에서는 경쟁우위 지속을 위한 전략적 의사결정에 있어 기업의 동태적 역량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이러한 시장변화에 있어 기존 R&D 자원의 역할과 방향성은 큰 숙제이자 딜레마일 수밖에 없다.

전술한 바와 같이 조선산업은 불확실성의 정도가 외적 요인에 따라 좌우되기에 섣부른 다운사이징이나 과도한 낙관으로 미래의 희망에 투자할 수도 없다.

다만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동적 역량의 확대는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급변하는 시대적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대처하고 지속가능한 기업 경쟁력을 추구하기 위한 기술경영의 방향성을 동적 역량의 관점에서 몇 가지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저원가 지향의 고객밀착형 R&D로의 재구성이필요하다.

저유가는 낮은 채산성과 물량부족으로 발주처와 조선사를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

이러한 이슈는 원가절감이라는 강한 공존의 의지로 나타날 수 있고 이는 기술적 협업이라는 공통의 과제를 유도할 수 있다.

현실적인 협업과제로는 발주처의 초기 투자비뿐만 아니라 선박의 운용비 절감도 함께 고려하는 ‘CAPEXOPEX 연계형 제품기술 개발’, ‘수입 대체재 발굴 및 공동 기술검증’, ‘운용 중 신기술의 대체적용 가능한 개조(Retrofit)기술 제안’ 등 발주처와 시장환경을 동시에 고려하는 고객밀착형 기술적 대안 제시를 통해 기존 고객의 경쟁국 이탈을 막고 안정적인 사업관계를 지속적으로 유도해 나가는 것이다.

둘째, R&BD 기능 확대를 위한 R&D 자원의 전진배치이다. 여기에는 내부적으로 개별기능인 R&D와 영업기능 간에 이질화되어 있는 고유 업무 공간의 벽을 허물고 상호생존적 차원의 접근이 필수적이다.

영업이 포괄적으로 진행하는 로드쇼, 기술제안서, 사양설명회 등 모든 판촉활동에 R&D 자원이 직접적으로 참여하여 기존의 제한된 영업 기능만의 이해수준을 넘어서는 기술적 자산과 역량을 고객에게 어필함으로써 기술적 신뢰 기반의 부가적 마케팅 효과와 함께 기존 고객의 충성도를 더욱 제고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셋째, ‘통합 지향의 Open Innovation’을 들 수 있다. 기존 R&D 네트워크는 주로 특정 조선사를 주축으로 국내외 학계, 국책연구소 또는 일부 해외 연구기관들과의 일방향적 견지에서 진행되어 왔고 결과의 공유나 활용성도 편향적이었다.

그러나 저유가시대의 Open Innovation은 한 국가의 산업 생태계 내에서 그 범위를 넘나드는 통합의 개념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즉, 중국 등 경쟁국으로부터 일정한 차별적 지위를 지속하려면 국내 업체들 간에도 기업경계를 넘어서는 공격적인 개방형 혁신이 필요하다.

자사의 장점과 타사의 장점을 상호 공유·보완하는 방식으로 기술적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면 불필요한 소모적 자원낭비를 막고 기업경쟁력과 더불어 국가적 차원의 산업경쟁력도 크게 제고할 수 있다.

업체별, 제품별로 특화된 특허나 Knowhow 등의 Cross Licensing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으며 이는 조선사 간, 조선사와 기자재업체 간 등의 폭넓은 협업을 통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기에는 이해관계에 따른 기업경영층의 전략적 의지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Value Chain형 새로운 시장표준을 찾아서

장기적으로 예상되는 저유가 환경에서 국내 조선사들의 주된 관심은 지금처럼 단순구조의 수주산업 형태로서 생존을 떠나 산업 자체가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다.

설계-건조-인도로 이어지는 단순한 업역은 산업의 진입초기부터 지난 수십 년 동안 크게 변화하지 않은 사업구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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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우리는 기존 조선산업의 사업표준을 달리 해석할 필요가 있다. 선박제품 생산이 지금까지의 주된 업역이었다면 After Market이라는 가치사슬을 조선산업의 새로운 표준으로 연장하여 시장과 공급범위를 확대하고 차별화함으로써 Market Changer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다지는 것이다.

After Market이라는 새로운 표준을 시장에 포함하기 위해선 ICT기술의 융·복합을 통한 Smart Ship 개념을 확대하여 선박운항 원격제어/육·해상 관제/AIS기반 선단관리/장비 모니터링/위성 네트워크 기술 등과 연계되는 Big Data 기반의 토털솔루션 형태의 플랫폼 기술이 주축이 될 수 있다.

인도 이후 선박제품의 생애주기 관리까지 포함하는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을 통해 기존 고객인 발주처뿐만 아니라 항만사, 관제사 및 위성통신사 등 잠재고객 대해서도 High-End 지향의 고정고객층으로 유도가 가능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에 기인한 산업의 지속성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저유가 환경은 조선산업의 틀을 바꾸는 새로운 시장 질서와 기술적 표준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R&D 활동에 기인한 조선산업의 기술경영 전략도 새로운 관점에서의 접근과 로드맵 구축을 필요로 한다.

업의 특성상 과거의 R&D 활동도 피동적으로 치우쳤던 것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며 현재의 기술경영학적 방법론으로 외적 요인에 의한 시황침체를 돌파할 수 있는 확률도 매우 제한적이다.

결론적으로 조선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현실적 인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를 통해 보다 진보되고, 보다 파괴적인 개념의 기술경영 전략이 수반되어야 해당 기업이든, 해당 국가의 산업이든, 지속경영을 위한 생태계 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