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인사이트

혁신 인사이트 - 혁신, 언제 해야 하는가?

혁신 인사이트에서는 혁신의 트렌드, 전략 및 혁신사례를 살펴봅니다.

혁신은 불연속적, 비선형적으로 진화한다


5.PNG

 김동준 대표 이노캐털리스트


혁신 인사이트는 총 6회에 걸쳐 연재됩니다. 이번 호에 실린 글은 그 중 다섯 번째 칼럼입니다.

혁신은 무엇인가를 하는 새로운 그리고 보다 나은 방법을 찾는 것이다.

즉, 오늘날 우리가 즐기고 있는 생활 수준은 과거 누군가의 혁신 덕분이다.

Innovation involves finding a new and better way of doing something.

Much of our modern society is based on innovations that have occurred in the past that provide us with the standard of living we enjoy today.

- Peter Drucker and Innovation -


생물학적 개체가 진화하듯, 혁신도 S-곡선을 따라 진화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도 그 중 한 사람입니다.

생물학적 진화에서 중요한 개념은 ‘변화(Change)’와 ‘다양성(Diversity)’입니다.
 
다시 말해서 개체들의 유전된 ‘특성’에 ‘변화’가 생기고, 이러한 변화의 과정이 ‘다양성’의 증가로 이어진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생물학적 진화의 관점을 ‘공학적 시스템(Engineering System)’에 도입한 방법론도 있습니다.

즉, 공학적 시스템도 생물학적 개체와 마찬가지로 어떤 하나의 시스템이 세상에 발명된 이후에는 그림 1과 같이 도입기 → 성장기 → 성숙기 → 쇠퇴기의 S자 곡선을 따라 발전한다는 것입니다.


6.PNG


혁신에서도 이러한 각 단계를 거치면서 단계별로 다른 혁신의 원리들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즉, 도입기에는 이전의 패러다임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되는 와해적(Disruption) 혁신에 의해 새로운 비즈니스가 탄생하게 됩니다.
 
이후 성장기에는 이성이나 합리보다는 영감(Inspiration)에 의한 혁신에 의해 새로 탄생한 비즈니스에 새로운 카테고리(Category)를 추가적으로 형성하게 됩니다.

이와 같이 도입기와 성장기의 혁명적(Revolutionary)이고, 도약적(Leap)인 혁신의 단계가 성장의 변곡점을 지나게 되면 성장은 계속하지만 그 성장의 속도는 줄어드는 성숙기에 접어들게 됩니다.
 
이 단계에서는 이미 형성된 카테고리를 세분화하는 확장적(Extension) 혁신에 의해 새로운 세그먼트(Segment)들이 형성됩니다.

결국 더 이상 성장이 없는 쇠퇴기에는 해체(Deconstruction)적 혁신에 의해 신상품(Product)들이 쏟아져 나오게 됩니다.

이렇게 성장의 속도가 둔화되거나 감소하는 성숙기와 쇠퇴기를 일컬어 점진적(Incremental) 혁신이라고 합니다.
 
이와 같이 혁신에서도 각 단계별로 혁신의 원칙이 다르므로, 시기 적절하게 혁신의 원칙을 사용해야 합니다.

그런데 S-곡선은 단 한 번으로 그 변화와 다양성이 종료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진화라고 명명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와 다양성의 증가는 반복적으로 계속됩니다.
 
즉, 성장기를 거쳐 성장의 한계인 성숙기에 다다르면, 동일 기능을 수행하지만 다른 원리를 적용하는 새로운 시스템으로 대체되면서 계속 발전하는 경향이 나타나게 됩니다.

결국 그림 2와 같이 기술 시스템이 진화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트리즈(TRIZ)라는 발명적 문제 해결의 창시자인 겐리히 알츠슐러(Genrich Altshuller)의 ‘기술 시스템 진화’이면서, 동시에 ‘혁신의 진화’ 양상입니다.


7.PNG


이해를 돕기 위해 사례를 들어 보겠습니다. 동일 기능을 수행하지만 다른 원리를 적용하는 진화의 사례는 너무도 많지만 여기서는 그 중에서 ‘음악 재생 장치’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음악 재생 장치는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 → CD 플레이어 → MP3 플레이어’로 발전하였습니다.
 
음악을 담고 있는 미디어(저장 장치)는 각각 카세트테이프, CD, 그리고 MP3입니다.

이 모두의 기능은 ‘음악 재생’입니다. 그러나 각 세대별로 성장이 한계에 다다르면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지만 다른 원리(자기 → 광학 → 디지털)를 적용하는 새로운 시스템으로 대체되면서 발전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 하나는 기술의 원리가 바뀌어 시스템이 대체 되면 S-곡선 간에 불연속성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불연속성을 넘는 진화적 발전은 이상성을 향해 다가가게 됩니다.
 
즉, 시스템의 요소는 사라지지만 그 기능은 계속 남아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CD 플레이어에서 MP3 플레이어로 시스템이 발전하면서 저장 미디어는 CD에서 메모리로 불연속적으로 진화하게 되었고, 그 결과 별도의 시스템이었던 저장 기기가 시스템으로 통합됩니다.

카세트테이프에서 CD로의 진화는 어땠을까요?
 
CD는 하나의 플라스틱 재료를 활용하여 만들 수 있지만, 카세트테이프는 자기 테이프를 포함하여 이를 유지하기 위한 보조 장치인 롤, 케이스, 나사 등 많은 부품을 필요로 합니다.

불연속점을 건너가는 변화는 생물학적 진화에서 언급하는 종의 변화와 같을 정도로 그 특성이 급변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서 혁신의 과정을 통해서 새로운 시스템이 발명되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이와 같은 기술의 진화 경향은 기술을 발명하거나 고안하는 기술분야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에서 성공하기 위한 진화적 예측에도 아주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대로 기술적 발명이 비즈니스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으며, 이렇게 발명된 기술이 비즈니스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하이프 사이클의 경로가 뒤따릅니다.

가트너의 하이프 사이클은 모두 잘 아실것이라 지면 관계상 설명하지 않겠지만, 이러한 혁신의 지연성에 대해 명심한다면, 발명된 기술의 상업적 성공을 위한 스마트 시대의 혁신 방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혁신이 진화하게 되면, 기업은 불연속성과 불확실성의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S-곡선의 불연속 구간을 활용해서 설명해 보겠습니다.

S-곡선에 대해 잘 모른다 해도 시간에 따라 수준이 선형적으로 증가하지는 않는다는 것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S-곡선은 어떤 시스템, 예를 들어 제품, 패러다임, 역량 등이 투자한 시간에 따라 직선적으로 증가하지 않고 도입기(A), 성장기(B), 성숙기(C), 그리고 쇠퇴기(D)의 네 가지 단계를 거치면서 증가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런 비선형적 증가는 선형적 증가와는 달리 예측이 불확실합니다.

게다가 하나의 S-곡선에서 다른 S-곡선으로 진화할 때, 두 시스템 간에는 불연속 구간이 존재합니다.
 
즉, 음악 재생 기기를 통해 살펴본 바와 같이 CD 플레이어라는 시스템과 MP3 플레이어라는 시스템은 완전히 다른 원리를 사용하는 불연속성이 나타난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하나의 연속적인 S-곡선 내부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예측이 불확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기존 시스템에 머물러 있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기존 시스템은 쇠퇴하여 사라져 버릴 운명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어딘가에 기업이 계속 머무른다는 것은 함께 사라지겠다는 의미이므로 지속하기를 원하는 기업이라면 무엇인가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혁신을 위해서는 기업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하여 S-곡선의 진화 과정 중 불연속 구간을 좀 더 자세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림 3을 통해 시스템 I에서 II로 바뀌어야 할 시점은 시스템 II의 성능이 시스템 I보다 높은 교차점(X) 이후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8.png


그런데 문제는 시스템 II가 어떻게 교차점 X의 수준에 도달할 것인가 입니다.

상식적으로 교차점 X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무엇인가를 하고 있어야지 그냥 도달할 수는 없습니다.

이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많은 신생기업이나 벤처기업들은 무엇인가를 이루고자 열심히 일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대기업같이 이미 무엇인가를 많이 가진 기업의 경우는 어떨까요?

시스템 I의 수준을 이미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시스템 II보다 이미 높은 수준이므로 가만히 교차점 X까지 기다렸다가 가진 것을 시장에 내놓으면 다음 세대에 더 많은 것을 유지하거나 발전시킬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할 기업은 없을 것입니다. CD 플레이어(시스템 I)의 기술 수준이 높다고, MP3 플레이어(시스템 II)에 대한 기술 수준까지 높은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두 시스템 간에는 불연속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전에 높은 수준의 역량을 보유했다고 해도 패러다임이 바뀌게 되면 그것이 아무런 쓸모도 없게 되는 극단적인 경우도 발생합니다.

이런 경우를 두고 우리는 ‘게임의 법칙’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따라서 이런 ‘게임의 법칙’을 바꾸는 기업 즉,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되지 못하면 이전 패러다임에서 얼마나 크고 높은 공간과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는지와 상관없이 다음 게임의 세상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따라서 ‘창조적 파괴’ 혹은 ‘내려놓기’라는 혁신의 원칙이 아주 중요합니다.

그런데 왜 게임 체인저가 되는 기업을 우리 주변에서 찾기가 어려울까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용기(勇氣)’의 부재입니다.

교차점 이전의 불연속 구간에서 시스템 I에서 시스템 II로 전환한다는 것은 어떤 경로를 거치든지 그 수준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떨어져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1억 원인 내 연봉을 7,000만 원으로 낮추어야 2억 원으로 인상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쉽게 연봉을 낮출 사람은 아마 드물 것입니다.
 
연봉이 일정 기간 후에 반드시 오른다고 하면 삭감은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도 있겠지만, 오를 수도 있고 오르지 않을 수도 있는 불확실한 상황이라면 연봉을 낮추지 않는다는 사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불연속성을 건너 다음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불확실성의 낭떠러지로 몸을 던져야만 합니다.

물론 아직 잃을 것이 없거나 규모가 작은 신생 기업 혹은 벤처 기업과는 달리, 대기업은 가진 것을 잃어버리거나 실패에 책임져야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쉽게 불확실성에 발을 담그기가 어렵습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새로운 패러다임은 아직 그 실체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누구도 그 존재를 입증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입증하기 전에는 시작할 수 없는데 입증할 수가 없다는 딜레마에 빠지는 것입니다.
 
결국 ‘수영’을 할 수 있기 전에는 물에 들어갈 수 없다’라는 딜레마를 풀어야 하는 것이 오늘날 우리 기업이 혁신 앞에 처한 상황입니다.

불연속성과 불확실성에 대한 딜레마를 풀기 위해서는 먼저 S-곡선에 대해 잘 인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에서 살펴본 S-곡선에는 두 개의 평평한 구간이 있습니다. 하나는 쇠퇴기(D)이고 다른 하나는 도입기(A)입니다.

같은 평평한 구간이라도 도입기는 그 특성상 시작점을 알 수는 없지만, 쇠퇴기(D)를 인식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도 아니고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쇠퇴기(D) 이전에는 성장기(B)와 성숙기(C)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수준의 증가가 있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더 이상 수준의 증가가 없다면 다음 세대를 준비하기 위한 때가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인정하고 준비한다는 것은 ‘새 잔을 채우기 위해 잔을 비워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즉, 잔을 ‘비우는’ 행동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비우기’는 다른 표현으로 ‘내려놓기’ 혹은 ‘창조적 파괴’라고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에 미련을 두지 말고, 가진 것이 없다는 생각으로 새로운 일을 도모하는 용기와 자세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처한 환경인 시스템 I은 고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높은 수준의 비교 대상을 제거하게 되면, 새로운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하게 되는 이치를 활용하라는 뜻입니다.

짐 콜린스(Jim Collins)는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에서 지금 가진 좋은 것(Good)을 버리면 위대한 것(Great)을 추구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입니다.

역설적이지만 기존의 시스템 I을 파괴해야만, 새로운 시스템 II를 창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시스템 I을 만들고 성장시키고 유지하고 있는 조직이 반드시 스스로 자신의 시스템을 파괴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비즈니스에서는 이러한 것을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Portfolio Management)라고 하는데, 캐시카우(Cash Cow; 고수익 상품, 사업)와 분리하여 별도로 혁신팀을 운영하라는 의미입니다.

보다 혁신적인 기업 문화를 가진 곳이라면 쇠퇴기(D)가 아닌 성숙기(C)에 혁신팀을 준비합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기업에서는 수준이 증가 하지만 그 가속도(수준/시간의 기울기)가 세 번 연속 줄어들 때에 주목합니다.

즉 이러한 시기를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징후로 받아들여 다음 패러다임을 준비하기 위한 혁신팀을 운영하기 시작해야 하는 때라는 의미입니다.

이것은 상시 혁신 부서를 운영하는 혁신 기업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에 해당된다는 것을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9.png


친구를 필요할 때 사귀는 것이 아니듯, 혁신도 필요할 때 시작해서 이룰 수는 없다.

- 이노캐털리스트 김동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