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아카데미 - 최고경영진의 사내 기업가정신을 통한 신사업 발굴
혁신 아카데미는 혁신의 주요 이론과 개념을 소개하고 실제와 연계한 칼럼입니다.
▲ 이규태 부교수 서강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한국 산업계에서 신산업 창출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고, 이를 위해서는 스타트업 기업의 확산과 기존 기업의 혁신 기반 신사업 개발이 필요하다.
특히 기존 기업의 경우 변화하는 시장과 기술환경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도 사내 기업가정신을 통한 신사업의 개발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한국의 경영문화에서 신사업의 개발은 오너의 역할로 강조되고 있는 반면, 최고경영진이 가지는 사내 기업가정신의 중요성은 제한적으로 언급되어 왔고, 기업가정신과 관련한 논의의 초점도 대부분 청년들의 창업 또는 젊은 직원의 아이디어 함양에 맞추어 왔다.
한국과는 달리 Google 및 Microsoft와 같은 해외의 혁신적인 기업들은 전사적 차원에서 전 직원의 기업가정신을 강조하고 있고, 특히 사내 기업가정신 프로세스의 중심에 최고경영진 멤버들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최고경영진이 조직 분위기 조성 및 신규 프로젝트 투자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Garvin과 Levesque(2006)01가 언급한 바와 같이, 해외에서도 사업개발 및 관리 경험에도 불구하고 최고경영진 멤버들이 혁신 기반의 사내 기업가정신 활동에 수동적으로 참여하는 경향이 있다.
사내 벤처의 사업영역이 현재 기업의 수익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거나, 현재 사업영역과 거리가 있는 사업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불확실성과 부담으로 최고경영진의 관심과 참여는 더욱 제한적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한국의 기업에서 무엇이 필요한가?
이상의 질문에 대해서 답을 하기 위해서, 최근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되어 온 혁신관리와 사내 기업가정신 관련 연구 및 해외 연구를 바탕으로 다음의 4가지를 정리하였다.
‘혁신’의 조직문화 배양
한국의 기업들은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혁신을 그들의 경영철학 중 하나로 빈번하게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추진하는 활동은 혁신과는 반대인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몇 해 전에 모기업의 경우 경영혁신의 원년으로 삼는다고 공표하면서 종업원들에게 해병대 체험을 하도록 하였다.
혁신성은 새로운 것을 남들보다 먼저 또는 빠르게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해병대 캠프를 통해서 기존 업무에 대한 몰입강도는 높일 수 있지만, 새로운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기업문화는 기업이 가지고 있는 종업원의 가치체계 및 주관적 믿음을 통해서 보여지는 것으로 혁신문화의 조직 내 배양을 위해서는 장기간의 조직활동이 요구된다.
혁신의 조직문화는 단순히 젊은 직원들의 창의성만을 위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최고경영진이 신사업 투자 및 아이디어를 평가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혁신’에 가치를 부여하는 정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또한 신사업 관련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혁신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함께 조직 내 혁신문화의 배양은 한국 기업에게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혁신적인 문화를 기르기 위해서는 조직의 혁신성 수준을 진단하고, 진단결과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제시하고 끊임없이 모니터링 하는 것이 필요하다.
혁신문화 수준의 진단과 실천방안에 대해서는 Rao와 Weintraub(2013)02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활용할 수 있다.
혁신적인 문화가 조직 내에 활성화될 때, 최고경영진을 포함한 직원들이 사내 기업가 정신의 활동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기업 내부의 자원이 적절하게 배분되는 프로세스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지속적인 조직학습 활동
조직학습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국내외의 많은 학자들이 언급하였다.
특히 기업가정신 분야에서 유명한 학자인 미네소타 대학의 Shaker Zahra 교수가 강조하였듯이 조직학습은 일반 직원뿐만 아니라 최고 경영진의 의사결정 규칙 및 체계에 변화를 주기 때문에 기존에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거나 현재 조직에서 받아드릴 수 없었던 아이디어 및 사업 등을 가능하도록 만들 수 있다.
한국에서 최고경영진은 일반적으로 현재 조직에서 장기간 근무하였거나, 현재 영위하고 있는 사업들을 오랫동안 추진하여 왔기 때문에 새로운 과학기술 및 가치사슬의 변화에 대해서 관성을 가지고 있다.
더욱이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과 다른 새로운 지식에 대해서 거부감을 가지는 것이 인간의 기본적인 특성이기 때문에 기업은 최고경영진의 혁신 기반 신사업에 대한 거부감을 조직학습을 통해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조직학습 활동 추진시 기업이 주의해야 할 부분은 조직학습 활동의 성격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직학습은 학습의 넓이, 깊이, 그리고 속도에 따라 기업가정신 행동과 성과에 차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창업가를 대상으로 수행한 Zahra(2012)03의 연구는 학습의 넓이와 깊이만이 기업가정신 활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비슷하게 한국의 최고경영진 그룹을 대상으로 진행한 Lee, Koh, 그리고 Kim(2016)04의 연구도 조직의 사내 기업가정신 활동에 학습의 넓이와 깊이 만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흥미롭게도 학습의 속도는 아래에서 설명할 기업가적 기민성 개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즉, 최고 경영진이 폭넓고 깊이 숙달할 수 있는 학습활동의 기회와 환경을 제공하여 주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의 대표적인 조직문화가 “빨리빨리”인 것을 고려할 때, 조직학습 활동에서 속도를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사내 기업가정신의 활동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사내 기업가정신 활동 관련 의사결정 권한 위임
많은 한국 기업은 주식회사이면서 동시에 가족기업의 지배구조를 가진다.
이에 따라 최고경영진 구성원이라고 하더라도 가족이 아닐 경우 가질 수 있는 의사결정 권한은 제한적이고, 특히 장기간의 투자가 필요한 혁신활동에 대한 투자결정에 대해서 최고경영진은 보수적일 수 밖에 없다.
한국의 임원이 “임시직원”을 의미한다고 산업에서 회자되고 있는 가운데, 최고경영진이라고 하더라도 장기적 투자가 요구되는 신사업에 대한 투자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에는 막중한 책임이 따른다.
오너의 부재로 신사업 개발에 대한 결정이 지연된다고 일부에서 주장하고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현재의 지배구조가 최고경영진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분위기(Climate)를 만든다는 것이 더욱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한국의 지배구조에 대한 변화가 단기간에 이루어지기 힘들다면, 기업들은 사내 기업가정신 활동과 관련한 부서 또는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최고경영진에 대해서는 기존 시스템과는 차별적인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하고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내 기업가정신의 관리 활동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Wolcott과 Lippitz(2007)05가 해외사례를 정리하여 4가지 형태(예: Enabler, Producer, Advocate, Opportunist)로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고, 4가지 형태 중 어떤 방식을 취할 것인가에 대해서 기업은 자신들이 속해 있는 산업과 상황을 고려하여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방식을 취하더라도 기업이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은 의사결정 권한을 적절하게 위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고경영진의 기업가적 기민성 확인 및 개발
기업가적 기민성은 시장과 환경에 대한 정보를 꾸준히 탐색하고, 관련이 없어 보이는 정보들을 연결하여 신사업의 기회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최고경영진이 가져야 할 역량으로 리더십 및 관리능력을 언급하고 있지만 기업가적 기민성에 대한 언급은 제한적이다.
물론 기업의 최고경영진이 되기 위해서 기업을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지만, 이와 더불어 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혁신 기반의 신사업 기회를 얼마나 잘 파악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역량, 즉 기업가적 기민성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이전에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의 최고경영진은 혁신적인 아이디어 및 신사업에 대해서 보수적일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이 기업가적 기민성을 가지는 것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유럽의 제약회사인 Organon International의 경우 알레르기 치료제 개발에 실패한 팀의 보고서를 면밀히 확인하였던 회사의 중역이 항우울제로써의 가능성과 시장의 기회를 인지하고 이를 성공적으로 시장에 출시하였다.
해당 항우울제는 중역이 가진 기민성이 없었다면 사장되었을 것으로 회자되고 있다.
최고경영진이 가지는 역할 및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혁신 기반의 신사업 개발 과정에서 이들의 역할에 대해서는 산업계에서 상대적으로 간과되어 왔다.
최고경영진은 기업 내부에서 사업추진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사내 기업가정신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새로운 아이디어와 경험을 적절하게 결합시킬 수 있을 것이고, 나아가 신사업 개발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사내 기업가정신에 대한 조직과 최고경영진의 관심이 요구된다.
01 Garvin, D. A., & Levesque, L. C. (2006). Meeting the challenge of corporate entrepreneurship. Harvard Business Review, 84(10), 102-112.
02 Rao, J., &Weintraub, J.(2013). How innovative is your company’s culture? MIT Sloan Management Review, 54, 29-37.
03 Zahra, S. A. (2012). Organizational learning and entrepreneurship in family firms: Exploring the moderating effect of ownership and cohesion. Small Business Economics, 38(1), 51-65.
04 Lee, K., Koh, D., &Kim, Y. (2016). Top management team’s entrepreneurial alertness, organizational learning, and corporate entrepreneurship in Korea, working paper.
05 Wolcott, R. C., & Lippitz, M. J. (2007). The four models of corporate entrepreneurship. MIT Sloan Management Review, 49(1), 75-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