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나침반

과학기술 플러스 - 인공지능의 오늘과 미래

과학기술 플러스는 최근 이슈가 되는 과학 기술 및 연구, 과학발전사 등에 대해 깊이 있게 살펴봅니다.

1.png


글_ 이성규 과학칼럼니스트


일본의 로봇 공학자 모리 마사히로는 1970년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라는 이론을 제시했다.

로봇이 점점 사람과 흡사할수록 호감도가 증가하다가 어느 지점에 도달하면 갑자기 강한 거부감으로 바뀌게 된다는 게 이 이론의 핵심이다.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결에서 패했을 때 우리가 느낀 끔찍한 감정 역시 이 ‘불쾌한 골짜기’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낀 불쾌한 감정과 달리 알파고를 내세워 세계적인 바둑 이벤트를 개최한 구글의 주가는 대국 기간 동안 급등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이 열린 1주일 동안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A형)의 시가총액은 약 29조 1,000억 원이 증가했으며, 또 다른 상장주인 알파벳(C형)의 시가총액도 같은 기간 동안 그만큼 증가했다.

두 상장주를 합하면 알파벳의 시가총액은 대국 기간 동안 무려 총 58조 원이 늘어난 셈이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정답은 인공지능이 우리 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사실을 알파고를 통해 깨달았기 때문이다.

알고 보면 인공지능은 미래의 기술이 아니라 이미 우리 실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현재진행형 기술이다.

월스트리트 주식 매매의 약 75%는 인공지능에 의해 이뤄지고 있으며, 골드만삭스는 금융시장 분석을 위해 ‘켄쇼’라는 금융분석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싱가포르개발은행 역시 인공지능을 활용해 사용자 성향에 맞는 상품과 투자처 등을 조언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도 인공지능이 환자의 의료영상을 분석해 질병을 찾아내거나 치료에 적합한 계획을 제시하는 등 이미 넓게 퍼져 있는 상태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자궁경부암의 경우 인공지능이 100% 정확도로 진료하고 있다.

질병의 원인 요소는 수없이 많은데 인공지능은 그 같은 역학적인 자료들을 기반으로 정밀하게 진단을 내릴 수 있다.

이처럼 객관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실을 분석해서 예측하는 분야는 앞으로 상당 부분 인공지능이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중국에서도 기상예보는 인공지능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지능은 소비 생활에서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알리바바는 컴퓨터가 사람의 눈과 같이 제품 이미지를 직접 인지해 사용자가 원하는 상품을 정확하게 찾아주는 타오바오 비주얼 검색 기능을 출시했으며, 아마존에서는 음성 인식 기반으로 제품을 주문하는 ‘아마존 에코’라는 인공지능 머신러닝 플랫폼을 도입했다.

인공지능이 활성화되면 소비자의 정보 부족 및 판단 오류 등을 막아 지혜로운 소비 생활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밖에도 인공지능은 자율주행차를 비롯해 경제, 기후, 실시간 번역기 등 다양한 곳에 적용되고 있다.

또한 요즘 부상하고 있는 사물인터넷과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에 인공지능 기술이 연결되면 새로운 부가가치가 생길 수 있다.

이에 따라 선진국에서는 이미 인공지능 관련 프로젝트에 엄청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향후 10년간 총 30억 달러가 투입되는 브레인 이니셔티브를 포함에 인공지능 연구개발에 연간 30억 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유럽연합(EU)은 2013년부터 10년간 10억 유로를 투입하고 25개국 135개 기관이 참여해 인간의 뇌를 연구하는 휴먼브레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또 일본은 인공지능 연구를 위해 2016년부터 10년간 1,000억 엔을 지원할 계획이다.

IT 시장조사기관인 IDC는 세계 인공지능 시장 규모가 2015년 약 1,270억 달러에서 2017년 약 1,650억 달러로 연평균 14%의 고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공지능 관련 스타트업 투자 규모는 2010년 4,500만 달러에서 2015년 3억 1,000만 달러로 급증했다.

이에 비해 국내 인공지능 산업은 아직까지 시장 형성 수준의 초기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현대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AI 시대, 한국의 현주소는?’이라는 보고서에 의하면, 2013년 기준 국내 인공지능 시장 규모는 3.6조 원으로 세계 인공지능 시장규모(약 240조 원)의 1.5%밖에 되지 않는다.

2015년 기준 국내 인공지능 관련 기업은 약 24~64개로 추정되는데, 이는 세계 인공지능 관련 스타트업 수와 비교할 때 약 2.5~6.7% 수준이다.

한국의 ICT산업 비중이 세계 ICT산업 대비 10.7%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수준인 셈이다.

세계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인공지능 관련 기술수준 역시 낮으며 특허 보유 수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인공지능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기술수준(100)을 기준으로 할 때 한국의 인공지능 SW 기술은 75.0% 수준이며 인공지능 응용 SW 기술은 74.0% 수준으로 조사되어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또한 미국, 일본, 한국, PCT(국제특허) 등 4개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인공지능 관련 특허 1만 1,613건 중 한국인이 보유한 특허는 306건으로 전체의 3%에 불과하다.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는 인공지능에 의한 4차 산업혁명의 이슈가 제기됐다.

1차 산업혁명이 18세기 증기기관과 방적기 개량에 의해 일어났다면, 2차 산업혁명은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 전기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대량생산 혁명이었다.

3차 산업혁명은 1960년대부터 최근까지 진행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 혁명을 가리킨다.

인공지능에 의해 사물인터넷과 드론, 가상현실, 3D 프린터, 로봇 등이 최적의 상태로 제어되는 4차 산업혁명에서는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했던 것과 전혀 다른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은 기존의 기계와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지금까지 모든 기계는 인간이 업그레이드를 했지만 인공지능은 이를 스스로 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능가하는 시점인 ‘특이점(Singularity)’이 오는 시기가 바로 그때다.

특이점이 도래하면 인간이 기계나 기술을 제어할 수 있는 속도를 넘어서게 되고, 기술이 기술을 발전시키게 된다.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은 2029년에 인공지능이 개별 인간을 넘어서고, 2045년엔 전 인류 지능의 총합마저 크게 앞선다고 예측했다.

따라서 미국의 다큐 작가 제임스 바랏은 인공지능을 ‘인류 최후의 발명품’이라 일컫는다.

인공지능 이후의 모든 발명은 기계의 몫이 될 것이라는 의미다.

알파고의 승리 이후 가장 큰 이슈가 됐던 것은 바로 일자리의 감소다.

대부분의 연구결과들은 인공지능으로 인해 인간의 일자리가 대규모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한다.

특이점이 열리면 인공지능이 더 잘할 수 있는 분야에 매달려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다만, 인간의 감성과 창의성을 요하는 분야는 더욱 많은 일자리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쓸데없는 몽상과 꿈을 결코 꾸지 못하는 인공지능에게는 의외의 순간에 우연히 솟아나는 창의성이 없을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