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 의약바이오 성공사례
▲ 박순재 대표이사 (주)알테오젠
알테오젠은 공동 연구개발을 통해 제품의 개발단계를 업그레이드하여 글로벌 제약회사로의 단계적인 라이센싱-아웃을 추구하였다.
또한 제품개발을 통해 제품에 적용된 알테오젠의 플랫폼 기술의 우월성을 입증함으로써 해당 기술들이 다른 다양한 파이프라인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으로 파이프라인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렇게 글로벌 바이오회사로 도약하는 알테오젠의 사례를 통해 의약바이오 분야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 보자.
대기업 임원에서 벤처기업 창업, 글로벌 시장 진출에 이르기까지
필자가 창업하여 대표이사로 있는 알테오젠은 기존 의약품과 동등한 효능을 가진 ‘바이오시밀러(Biosimilar)’, 한 차원 더 높은 성능을 발휘하는 ‘바이오베터(Biobetter)’의 두 가지 플랫폼 전략으로 기업의 생존과 미래성장 잠재력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는 독특한 바이오의약 벤처기업이다.
10여 개의 의약품 개발과 5건의 국내외 기술이전 등 기술력과 사업성과를 동시에 보여주며 2008년 회사 설립 이후 6년 만인 2014년 12월에 바이오 기업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기술성장기업 특례제도를 통해 단기간에 코스닥 무대에 데뷔했다.
알테오젠은 도하 각 언론들로부터 한국의 바이오의약 분야를 견인할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조선일보 기사는 알테오젠을 ‘제약업계의 퀄컴’이 될 가능성이 큰 기업으로 꼽고 있다.
통신기업 퀄컴은 휴대폰의 핵심부품인 통신용 반도체 칩으로 한때 전 세계 휴대전화 제조사들의 운명을 쥐락펴락 했던 막후의 최강자다.
일반인에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알테오젠 역시 퀄컴처럼 다양한 약에 적용되는 범용기술로 글로벌 제약시장의 강자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작은 벤처기업에 이토록 세간의 관심이 쏠린 까닭은 알테오젠의 핵심 원천기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당사가 개발 중인 바이오베터 기술 중 하나인 바이오 약물 전달기술의 일종인 지속성(Long Acting) 플랫폼 기술(NexP 융합기술)의 장점은 바이오의약품들이 사람의 몸 속에 머무는 지속시간을 크게 늘리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한 새로운 기술이다.
NexP는 지난 20년간 과량의 단백질을 인체에 투여하여도 부작용이 거의 없고 면역원성이 나타나지 않은 알파-1 안티트립신(Alpha-1 Antitrypsin)이라는 물질을 모체로 하여 유전자 재조합 방법으로 반감기를 더 늘리고 원래의 단백질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활성을 없애서 지속성 단백질 운반체(Long Acting Carrier)로 만든 단백질이다.
NexP를 이용한 알테오젠의 바이오베터 기술은 이미 임상이 진행 중인 성장호르몬 치료제에 이어 당뇨, 혈우병, 폐기종, 중증천식 등으로 빠르게 개발 범위를 넓히고 있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여기에 더해 알테오젠은 기존 항암치료제보다 뛰어난 효능을 지닌 항체-약물 접합 기술(ADC, Antibody Drug Conjugate)까지 가지고 있어 항암 신약 개발 분야에서도 해외 유수의 바이오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다.
‘NexMab ADC’라 명명된 위치 특이적 융합 기술에 의한 항암 항체 치료제는 독성이 강해 정상세포까지 파괴하는 일반 항암치료제와 달리 일종의 안전장치를 마련해 암세포에만 약물이 작용토록 한 것으로 전 세계적으로 원천특허를 갖고 있는 회사는 10여 개에 불과하다.
필자는 사회에서의 첫발을 LG생명과학연구소에서 시작하였으며 근무 시절 바이오시밀러 및 바이오베터의 연구, 개발, 상업화에 전념하였다.
당시 우리나라는 바이오 사업이 막 시작하는 태동기여서 처음부터 바이오 신약을 개발하기에는 여건도 성숙하지 않았고 국가적인 인프라도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때문에 LG생명과학은 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인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우선 시작하였다.
바이오시밀러는 바이오의약을 개발하고 생산력을 증대시키는 기술을 갖추기에 아주 적합한 분야라고 생각한다.
세포주 선별, 효율적인 정제 방법 수립, Scale-up 및 생산, 그리고 각 국가별 허가 진행 등 의약 개발에서 필요한 전 분야의 노하우가 모두 필요한 분야이다.
또한 성공적인 바이오시밀러 사업은 기업 입장에서는 단기간 내에 매출 증진으로 이어져서 매우 안전하면서도 바이오의약 연구 개발 지식을 축적하기에 적합한 분야이다.
LG의 선구자적인 바이오시밀러 사업은 2006년 4월에 Sandoz사와 동시에 세계 최초로 성장 호르몬 바이오시밀러 허가를 유럽 EMA에서 획득하면서 정점을 이루게 된다.
LG에서의 또 다른 경험은 해외 사업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다는 점이다.
세계 유수의 제약회사, 바이오 회사 및 연구 기관들과의 라이센싱 업무, 공동 연구개발 업무를 수행하였고, 남미를 비롯하여 전 세계 각 국에 의약을 수출하는 업무를 총괄하였다.
결국 이 경험은 현재 알테오젠의 해외 사업을 이끌어 가는 데 매우 중요하고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전문 기업으로서 바이오시밀러 사업이 성공한 후에 나아갈 분야 중 하나는 바이오베터 분야이다.
세계적인 바이오 전문 회사들도 오리지널 제품을 출시하면서 동시에 다음 제품인 바이오베터 개발에 착수를 한다.
이것은 언젠가는 오리지널 바이오의약이 특허가 만료가 되고 바이오시밀러들이 출시되면 오리지널 제품의 바이오베터를 출시하여 제품의 Life Cycle을 연장하고, 바이오시밀러들과 경쟁하면서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그러나 바이오베터 연구는 바이오시밀러 연구와는 차원이 다르다.
바이오베터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제품 개량을 위한 고유한 기반 기술이 있어야 하며 신약에 준하는 검증 및 허가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임상 단계에서 실패할 확률이 바이오시밀러보다는 상대적으로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전혀 새로운 기작을 타깃으로 하는 바이오 신약 개발보다는 상대적으로 임상에서 실패할 확률이 더 적으면서도 제품개발에 성공한다면 제품의 시장성을 한 단계 올려놓을 수 있는 분야이다.
생산 측면에서는 바이오시밀러를 연구, 개발, 상업화하면서 축적된 기술이 바이오베터의 새로운 분야에 적용되면 훨씬 수월하게 제품개발을 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이 바이오시밀러에 관심을 가지고 제품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바이오베터도 같이 추구하고 있다.
이 같은 점에서 바이오시밀러와 바이오베터의 동반 연구는 성공적인 글로벌 회사로 성장하기 위한 바이오의약의 일관적인 전술이자 전략적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불행히도 과거 국내에서는 이런 식으로 바이오의약 개발을 접근하는 대기업이 없었다.
따라서 필자가 대기업에 다니면서 이루지 못하였던 바이오의약의 일관적인 Portfolio Management를 추구해 보고자 하는 의욕이 현재 알테오젠을 설립하게 된 배경이다.
알테오젠은 배우자이자 함께 기업체와 대학에서 각각 연구를 해 온 정혜신 박사와 함께 2008년 5월에 설립되었다.
알테오젠의 창업은 정혜신 박사의 연구실인 한남대학교 대덕밸리캠퍼스 내 연구실에서 이루어졌다.
당시 정혜신 교수가 구축해 놓은 Long Acting Carrier에 대한 기반 연구 및 ADC에 대한 개념 수립은 알테오젠 설립의 원천이었다.
하지만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에는 대당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에 달하는 다양한 실험장비와 분석장비들이 필요하지만 이런 장비들을 갓 시작한 벤처기업이 자체적으로 모두 갖추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다행히 정 박사의 연구실 바로 옆에 있던 대전테크노파크 산하 대전바이오벤처타운에 다양한 실험, 분석장비가 갖춰져 있어 창업 이듬해 이곳에 기업부설연구소를 설치하며 본격적으로 연구개발에 매진할 수 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알테오젠을 창업하기 전에도 대부분의 바이오 벤처 기업들은 외부 투자로 연구개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당연시 되는 게 우리나라 현실이었다.
하지만 돌발적인 국내외 환경에 의하여 연구개발 자금 조달이 일시적으로 중지된다면 바이오 벤처기업은 창업 후 반드시 맞닥뜨리게 된다는 그 긴 ‘죽음의 계곡’을 맞이하게 된다.
회사 설립 전에 당시 국내의 취약한 바이오 투자 환경을 목격해 오면서 알테 오젠은 다른 바이오 신약 벤처기업과는 다른 길을 가고 싶었다.
알테오젠은 다른 바이오 벤처기업과는 다르게 창업 초기부터 외부의 자금지원 없이 독자적인 생존이 가능하고, 기업으로서의 영속성을 갖춘 기업이 되기 위해 독특한 사업 전략을 택했다.
블록버스터 항체 치료제의 특허 만료를 앞두고 성장기를 맞고 있던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당장의 생존에 필요한 수익 창출원으로 삼아 자생력을 갖추는 한편 국내외 대형 제약사와의 공동 연구개발로 폭발적인 잠재력을 가진 바이오베터 기술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는 것으로 방향을 설정하였다.
그동안 국내 벤처기업들이 보여 왔던 모습과는 다른 알테오젠의 색다른 접근법은 두 개의 사업 분야가 서로 상호보완적인 응용기술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알테오젠의 사업철학은 국가별로 능력이 있는 제약사들과 초기에 공동 연구개발을 수행함으로써 제품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 부담은 줄이고, 임상이 어느 정도 성공한 이후에는 다시 글로벌 제휴사에 라이센싱을 함으로써 마케팅 실패의 위험을 최소화하고 더불어 단계별로 추가 라이센싱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압축하여 설명할 수 있다.
알테오젠의 이런 사업전략은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연간 수조 원의 의약품이 판매되는 브라질의 대형 제약사인 Cristalia사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와 유방암 치료제 등의 바이오시밀러 공동개발에 나섰고, 2014년에는 일본의 Kissei사와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사업 제휴를 했다.
2015년에는 중국의 바이오 전문 제약사와도 바이오 베터 분야에서 협력관계를 구축하며 5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이렇게 원활해진 ‘현금 흐름’ 속에서 내부에서는 여전히 미래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바이오 신약의 연구개발이 계속되고 있었음은 물론이다.
알테오젠이 개발하고 있는 바이오시밀러와 바이오베터는 같은 지향점을 추구한다.
예를 들면 허셉틴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면서 차세대 허셉틴 ADC를 개발하는 것이다.
같은 질병군을 공략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바이오시밀러 사업이 달성하지 못하는 새로운 마켓을 바이오베터 제품으로 보완하면서 전체 시장에서 중요한 Player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런 식으로 알테오젠의 바이오시밀러와 바이오베터 제품개발은 상호 시너지를 창출하기 때문에 적은 인원과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내는 것이 가능하다.
앞으로 회사가 성장하면서 자체 개발한 NexP 융합기술과 NexMab ADC 기술을 활용한 바이오신약 개발 사업이 현재 개발 중인 5개의 바이오의약품뿐만 아니라 향후 적용 파이프라인을 무수히 확대해 나갈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이라는 것도 당사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다.
결론적으로 당사는 사업적인 측면에서는 공동 연구개발을 통해 제품의 개발단계를 업그레이드하여 글로벌 제약회사로의 단계적인 라이센싱-아웃을 추구하고, 또한 제품개발을 통해 제품에 적용된 알테오젠의 플랫폼 기술의 우월성을 입증함으로써 해당 기술들이 다른 다양한 파이프라인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으로 파이프라인을 확대해 나가려고 한다.
이렇게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여 국내외 제약사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확대하여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바이오회사로 도약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다.
알테오젠은 인간으로 보면 두 발로 홀로 서서 이제 첫 걸음을 힘차게 뻗고 있는 단계의 회사이다.
아직도 모든 제품들이 개발 단계에 있기 때문에 성공한 기업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나라 제약, 바이오기업들이 시도하지 못했던 새로운 전략으로 알테오젠이 국내 바이오 분야에서 꾸준히 전진하는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바이오 벤처를 하고자 하는 예비 창업자나 투자자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바이오사업을 바라볼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