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2

02 - 산업바이오: 지속성장이 가능한 인류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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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효학 수석연구원 GS칼텍스 기술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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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바이오의 중요성을 조기에 인식한 미국, 일본, 유럽연합 등 주요 선진국들은 1990년대 초반부터 정부차원에서 구체적인 정책과 전략을 수립하여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세계 메이저 석유화학회사들 역시 바이오 회사들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하여 산업바이오 관련 원천기술 개발 및 상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 역시 세계 5위 수준인 국내 석유화학 산업을 지속성장이 가능한 산업바이오로 전환시키기 위하여 ‘2020년까지 세계 7위권 바이오화학 산업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CO2 Zero Korea 2020 Vision’ 수립 등 다양한 정책들을 개발하여 추진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산업바이오의 핵심 분야인 바이오에너지와 바이오화학 물질에 관하여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산업바이오 정의 및 배경

산업바이오(Industrial or White Biotechnology)는 바이오기술(Biotechnology)을 활용하여 재생가능한 바이오매스(Biomass)를 인류에게 유용한 에너지나 물질로 전환하여 제공하는 산업이다.

따라서 현재의 석유화학산업(Petrochemical Industry)이 내재하고 있는 화석원료(Fossil Resources)의 고갈과 지구온난화로 대표되는 환경오염 문제들을 해결함에 있어서 환경친화적(Eco-friendly)이고 지속성장(Sustainable Growth)이 가능한 산업바이오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산업바이오는 정부가 2015년 12월 12일 채택한 신기후체제 합의문인 ‘파리 협정’(Paris Agreement)의 주 내용인 온실가스(Greenhouse Gas Reduction) 감축에 막대한 기여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 2013년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산하의 생명공학 글로벌 아젠다 위원회(Global Agenda Council on Biotechnology)는 ‘생명공학기술에 기반한 화학물질, 에너지, 연료, 기타 물질의 지속 가능한 생산’을 인류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는 10대 바이오기술 중 하나로 선정하였다(그림 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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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바이오: 바이오에너지

현재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에너지원의 85% 이상은 석탄(Coal), 석유(Petroleum), 천연가스(Natural Gas)로 대표되는 화석연료(Fossil Fuel)에 기반하고 있다.

이와 함께 소량의 우라늄(Uranium)으로 막대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원자력에너지가 선진국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화석연료의 유한성 및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로 인한 지구온난화 등의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대두됨에 따라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원 개발에 대한 요구가 점차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인류는 세계 3대 원전사고(스리마일 Three Mile Island: 미국, 1979년 / 체르노빌 Chernobyl: 러시아, 1986년 / 후쿠시마 Fukushima: 일본, 2011년)를 겪으면서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원자력에너지가 인류의 삶 자체를 파괴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인류는 1) 재생이 가능하고, 2) 환경친화적이면서, 3) 인류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에너지원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진행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상기의 조건들을 충족시킬 수 있는 에너지원을 발굴·개발하기 위하여 2014년 “신 에너지 및 재생 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을 개정하였으며, 바이오에너지(Bio), 태양에너지(Solar), 풍력(Wind), 수력(Hydraulic), 해양에너지(Marine), 지열(Geothermal), 폐기물에너지(Waste)를 재생에너지로 정의하였다.

또한 바이오에너지의 중요성을 인식한 정부는 “제 3차 신재생에너지(New Renewable Energy) 기술개발 및 이용보급기본계획”을 수립하여 2030년까지 바이오에너지 비중을 신재생에너지의 30%로 확대하는 내용을 확정·발표하였다.
 
바이오에너지는 1) 바이오매스 자체를 물리·화학적 공정을 통하여 열, 가스, 액체연료 등으로 전환하는 방법과 2) 바이오매스 전처리 후 생산되는 당(Sugars)을 미생물 발효공정를 통하여 가스나 연료로 전환하는 방법으로 나눌 수 있다.

식물성 유지나 동물성 유지는 화학적 촉매전환 공정을 통하여 바이오디젤(Biodiesel)로 전환이 가능하며, 이는 기존의 석유 기반시설에 직접 혼합하여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바이오에너지원이다.

국내에서도 현재 경유에 바이오디젤을 2.5% 혼합한 BD2.5가 생산·판매되어 사용되고 있으며, 바이오디젤 혼합률을 0.5% 상향해 3%에 맞춘 뒤 2020년까지 이를 유지하는 “신재생에너지연료 혼합의무제도(RFS, Renewable Fuel Standard)”가 확정되어 시행되고 있다.
 
유기성 폐자원(Organic Waste Resources)으로 분류되는 음식물 쓰레기, 농축산 폐기물, 생활 폐기물, 하수 슬러지 등은 혐기 조건하에서 다양한 미생물들의 작용에 의하여 최종적으로 메탄과 이산화탄소로 전환된다.

생산된 메탄은 열병합발전소나 천연가스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메탄의 지구온난화지수(Global Warming Potential)가 이산화탄소에 비하여 21배 높기 때문에 지구온난화 가스 감축에 획기적인 기여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더불어 미생물들은 바이오매스 유래의 다양한 당들을 발효 공정을 통하여 액체연료로 사용 가능한 에탄올(Ethanol)이나 부탄올(Butanol)로 전환 시키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의 생물공학 관련 기술은 유전자 조작을 통하여 미생물들의 대사능력을 임의로 조절할 수 있게 하였다.

실제 대사공학을 통하여 개량된 미생물들에 의하여 에탄올이 생산되고 있으며, 미국, 브라질 등을 중심으로 많은 국가들은 에탄올을 휘발유에 혼합하여 차량용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에탄올 생산에는 사탕수수, 옥수수, 카사바 등 식용 바이오매스가 원료물질로 사용되고 있으며, 에탄올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석유 기반시설을 개조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1) 비식용(Nonedible) 바이오매스인 리그노셀룰로오스를 활용하는 기술과 2) 에탄올에 비하여 물성이 우수한 부탄올을 생산하는 미생물을 개발하는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Gevo사와 UCLA의 Liao 교수 연구진, 국내에서는 GS칼텍스(주)와 KAIST 이상엽 교수 연구진이 부탄올 생산 연구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보다 최근에는 합성생물학기술을 적용하여 미생물이 직접 디젤과 휘발유를 생산하는 연구개발이 시도되고 있다.


산업바이오: 바이오화학물질

인류가 사용하고 있는 유기화학 제품의 95%는 석유와 천연가스로 대표되는 화석원료를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상기 제품들은 제조공정에서 지구온난화 가스와 함께 다양한 종류의 폐기물을 배출시키며 재생이 매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들은 정부 차원에서 환경친화적이면서 지속성장이 가능한 바이오화학을 미래 선도산업으로 선정하여 연구개발 및 상업화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글로벌 석유화학기업인 BASF, DuPont, Dow Chemical 등은 기존의 석유화학 중심에서 바이오화학으로 사업영역을 확대·전환하기 위하여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적인 어려움과 가격경쟁력으로 인하여 상용화에 성공한 바이오화학 제품의 수는 매우 제한적이다.

또한 최근 타이트 오일(Tight Oil)과 셰일가스(Shale Gas) 등 저가의 화석원료 개발로 인하여 석유화학제품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함에 따라 바이오화학 제품의 가격경쟁은 보다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국 및 유럽의 글로벌 기업들은 범용화학제품(Bulk Chemicals)이 중동과 중국 기업들에게 가격경쟁력을 상실하면서, 기술우위를 바탕으로 이익률을 보장받을 수 있는 화장품 및 생활용품(Cosmetics and Personal Cares), 작물보호제 및 식물성장촉진제, 기능성 고분자 등을 포함하는 특수화학 제품 중심으로 바이오화학 산업을 전환하는 추세이다.

현재 산업계에서 사용하는 바이오화학 제품들은 1) 미생물 발효를 통하여 직접 생산하는 방법과 2) 생산된 단량체(Monomer)를 화학 및 효소 공정을 이용하여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으로 전환하는 방법으로 나눌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발효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일부 제품들은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국내 바이오 기업인 CJ제일제당(주)은 동물 사료에 첨가되는 필수 아미노산인 라이신(Lysine)을 연간 70만 톤 이상 생산하면서 세계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대상㈜ 역시 식품 첨가물로 사용되는 글루탐산(Glutamate)을 연간 10만 톤 이상 생산하면서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출신 연구원들이 창업한 국내 바이오 벤처 1세대인 바이오리더스(주)는 미생물 발효를 통하여 폴리글루탐산(Poly-γ-glutamic Acid) 대량생산에 성공하여 의약품, 화장품, 기능성 식품 등과 같은 고부가 제품에 사용하고 있다.

미생물 발효 산물인 단량체를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하여 상업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폴리락트산(PLA: Polylactic Acid)과 폴리트라이메틸텔레프탈산(PTT: Polytrimethylene Terephthalate)이 있다.

Cargill사와 Dow사는 젖산(Lactic Acid)을 과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미생물과 발효 공정 개발을 2002년 성공하였으며, 젖산을 락타이드(Lactide)로 전환한 후 생분해성 고분자인 PLA로 중합하는 기술개발을 성공하였다.

이를 기반으로 NatureWorks(Cargill-Dow)사는 연간 14만 톤 이상의 PLA를 생산·판매하면서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산업바이오를 새로운 성장동력산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DuPont사 역시 2003년 1,3-프로판디올(1,3-PDO, 1,3-Propanediol)을 발효 공정을 통하여 생산하는 기술개발에 성공하였으며, 현재 1,3-PDO를 화장품, 식품 산업 등에 널리 이용하고 있다.

특히 DuPont사는 1,3-PDO를 텔레프탈산과 축중합(Condensation Polymerization)한 PTT를 제조하여 세계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보다 최근에는 1,3-PDO 생산 설비를 연간 14만 톤으로 확장하면서 시장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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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이 상기와 같이 바이오와 석유화학 기술을 융합하여 상업화에 성공한 실적은 현재까지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롯데케미칼(주)과 CJ제일제당(주)은 PLA, GS칼텍스(주)와 대상(주)은 Nylon6 상업화를 위하여 중앙정부(산업통상자원부), 지방자치단체(대구광역시, 전라북도, 군산시)와 협력하여 데모플랜트(Demonstration Plant) 사업을 추진하는 등 국내 기업들 역시 산업바이오 분야에 진출하기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진행하고 있다.


맺음말

지금까지 바이오에너지와 바이오화학 물질로 대표되는 산업바이오의 성공사례와 국내 현황에 대해 살펴보았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셰일가스와 타이트 오일과 같은 저가의 화석원료 개발과 함께 지속되는 저유가로 인하여 바이오화학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석유화학제품에 비하여 상당히 낮은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원가경쟁력이 심화되는 Bulk Chemicals보다는 환경친화적이면서 인체에 대한 안정성이 요구되는 고가의 Specialty Chemicals을 중심으로 산업바이오 기반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더불어 현재 원료물질로 사용되는 옥수수나 사탕수수와 같은 식용 바이오매스가 아닌 저가의 비식용 바이오매스 활용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여 원가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의 생물공학 관련 기술의 발전속도, 화석원료 자원의 고갈, 친환경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 증가 등을 고려할 때, 기존의 석유화학제품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바이오에너지 및 화학제품들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세계 최고의 미생물 개량 기술을 보유한 국내 대학 및 국가연구소,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발효 기술을 보유한 국내 바이오기업, 세계 5위 수준의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유기적으로 연계한다면 “2020년까지 세계 7위권 바이오화학 산업 강국”이라는 국가 비전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