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혁신 성공사례

기술혁신 성공사례 - (주)녹십자

기술혁신 성공사례는 기업의 연구책임자 인터뷰를 통해 성공프로젝트를 기술혁신 측면에서 살펴봅니다.

호중구 감소증 바이오 항암치료제 ‘뉴라펙’ 개발 사례

공동작성_ 노민선 연구위원(중소기업연구원) 이정선 전문작가(프리랜서) 신화영 주임(KOITA)


1.png

▲ 조의철 선임연구위원 목암생명공학연구소


한국인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은 암이다.

사망원인 통계 집계가 시작된 1983년 이후로 32년째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암과의 동행’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다행인 것은 의학과 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암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암 생존율 또한 높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10년 전만 해도 암 환자 10명 중 3∼4명만 치료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70% 정도 완치되고 있다.

그러나 1년에 22∼23만 명의 암환자 중 7만여 명은 치료에 실패해 생명을 잃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암환자에게 병원의 항암이나 방사선 치료는 조직과 장기에 손상을 주어 체력이나 면역 저하로 감염이나 합병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부작용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항암보조제 사용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도 항암보조제를 개발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최근 들어 괄목할 만한 성과들이 전해지고 있다.

이 중 하나가 국내 제약회사인 녹십자가 자체 기술로 개발한 ‘뉴라펙’이다.


1-1.PNG



녹십자, 바이오 항암제 시장 공략 강화

(1) 연구개발 중심기업 녹십자의 도전


지난 3월 4일,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이 녹십자 오창공장을 방문했다.

앞서 정부는 연두 업무보고를 통해 바이오헬스 7대 강국 도약을 천명하고 2월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새로운 수출 동력으로서 바이오헬스 신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세제, 금융 등 다양한 지원방안을 마련할 것임을 밝힌바 있다.

정진엽 장관의 녹십자 방문은 정부 발표 이후 첫 번째 현장방문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1967년 설립된 녹십자는 제약업계 선도기업 중 하나다.

매년 매출액의 10%에 달하는 금액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으며, 바이오 분야에서 40년이 넘는 경험과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20여 개의 R&D 과제가 임상단계에 진입해 있으며, 이들 대부분 바이오 의약품이다.

항암치료제 ‘뉴라펙’은 이러한 녹십자의 기술력과 힘찬 행보 안에서 탄생했다.

녹십자는 이번에 출시한 ‘뉴라펙’과 함께 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EGFR) 표적치료제 ‘GC1118’, 유방암 치료용 항체 ‘MGAH 22’등을 개발하며 항암제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2) 항암치료제 ‘뉴라펙’

녹십자는 자체 개발한 항암치료제 ‘뉴라펙’으로 2016년도 7주차 IR52(Industrial Research 52) 장영실상을 수상했다.

시장에 출시된 지 딱 1년 만에 거둔 성과에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뉴라펙’은 과연 어떤 제품일까?

‘뉴라펙’은 암환자에게 항암제를 투여할 때 체내 호중구 수치가 감소해 면역력이 떨어지는 부작용을 예방하는 치료제이다.

여기에서 호중구란 백혈구 내 세포의 50∼70%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며, 혈액 내 세균이나 박테리아가 우리 몸을 침범했을 경우 세균(박테리아)을 파괴하고 방어하는 첫 번째 방어선 역할을 하는 세포를 말한다.

호중구 감소증이 있는 환자는 쉽게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국소적인 감염에서 전신감염으로 진행되는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

녹십자 ‘뉴라펙’은 기존 1세대 호중구 감소증 치료제의 짧은 반감기(Half Life: 체내에 존재하는 약물의 양이 절반으로 줄어드는데 필요한 시간)를 약 15배 증가시켰다.

이로 인해 일반적으로 항암화학요법 1주기 중 4~6회 투여해야 했던 1세대 호중구 감소증 치료제와 달리 1주기당 1회 투여만으로 동등한 효과를 거둘 수 있어 환자와 의료진의 편의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그럼 지금부터 이러한 장점을 두루 갖춘 뉴라펙의 개발 배경 및 과정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뉴라펙의 개발 배경 및 추진 과정


2.PNG


(1) 자체 기술로 개발한 페길레이션(PEGylation)기술

녹십자가 처음 ‘뉴라펙’에 관한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은 지난 2005년.

다른 제약회사들은 성장호르몬, 당뇨에 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던 때였다.

녹십자 연구진은 기존 1세대 호중구 감소증 치료제의 반감기를 늘려 환자의 투약편의성을 높이고 의료비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뉴라펙 개발에 착수했다.

반감기를 늘리기 위해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페길레이션 기술이었다.

페길레이션은 단백질 의약품에 PEG(폴리에틸렌글리콜)를 접합해 의약품의 반감기를 늘려주는 플랫폼 기술로, 연구진은 이것이 뉴라펙 개발의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녹십자는 특정 위치에만 PEG(폴리에틸렌글리콜)를 붙이는 페길레이션(PEGylation) 기술을 자체 개발하며 기존 제품보다 순도와 안전성을 높이는 동시에 약물의 반감기를 대폭 늘린 ‘뉴라펙’ 개발에 성공하며 국내 최강 제약사의 명성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2) 긴밀한 협조로 완성도 높은 생산 공정 확립

반감기를 늘려 환자의 투약 편의성을 높이고 의료비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호중구 감소증 치료제를 개발하겠다는 의지와 열망으로 항암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지 10여 년. 그 기간은 도전과 성취, 감동의 연속이었다.

2005년에는 위치를 선정할 수 있는 단백질 페길레이션 기술개발 및 ‘뉴라펙’의 동물 효력을 확인하였으며, 2007년부터 비임상 시험을 통하여 임상시험의 근거자료를 확보하기 시작하였다.

이어진 임상시험에서는 정상인에서 기존 출시 제품과 ‘뉴라펙’의 효력 및 안전성을 비교하였고, 안전한 인체 투여 용량 범위를 확인하였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진행된 임상 2~3상 시험에서는 ‘뉴라펙’의 임상 용량을 선정하고, 항암 화학요법치료중인 유방암 환자에게 ‘뉴라펙’을 투여하여 기존 출시 제품 대비 유효성과 안전성을 비교하였다.

이처럼 기존 의약품을 뛰어넘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특히 단백질의 구조적 복잡성으로 인해 연구소에서 개발한 기술을 대량 생산체계에서 구현하는 작업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연구소와 생산 부서간 긴밀한 협조속에서 치열하게 연구를 이어간 끝에 공장의 생산체계에 적용 가능한 구조의 단백질을 생산하여 PEG(폴리에틸렌글리콜)의 접합을 원활히 할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기술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생산 공정을 확립할 수 있었고, 현재 ‘뉴라펙’이 갖고 있는 경쟁력의 밑바탕이 되었다.


뉴라펙의 기술혁신 및 차별화

(1) 위치 특이적 기술 적용

제약시장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뉴라펙’은 기존의 페길레이션 반응에 비해 위치를 선택할 수 있는 위치 특이적(Site-Specific) 페길레이션 기술을 적용했다는 점에서 차별적 특성을 갖는다.

페길레이션(PEGylation)기술은 바이오 의약품의 반감기를 늘려 약의 투여 빈도를 줄이거나 생체이용률을 개선하고 독성을 줄이는 역할을 하는 기술을 말한다.

PEG(폴리에틸렌글리콜)은 인체에 들어가면 신장을 통해 배출된다.

인체에 3.5시간 가량 머물러 있지만 오래 머무를수록 면역체계가 오래 지속된다.

녹십자는 그림 3과 같이 G-CSF와 G-CSF의 결합구조에 PEG(폴리에틸렌글리콜)라는 인체에 무해한 물질을 붙여서 몸집을 크게 하여 몸속에서 빨리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기술을 연구하였다.


3.PNG


이처럼 G-CSF와 G-CSF의 결합구조를 방해하지 않는 위치에 PEG(폴리에틸렌글리콜)를 붙이는 것이 기술의 핵심이다.

‘뉴라펙’은 기술적 측면에서 페길레이션 반응의 정확성이 높기 때문에 물질의 생물학적 활성이 최대한 유지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감기가 늘어나면서 항암 주기당 4∼6회 투여해야 했던 1세대 호중구 감소증 치료제와 달리 ‘뉴라펙’은 1주기당 투여 횟수를 1회로 줄일 수 있게 되었다.

(2) 호중구 수치 회복 기간 단축

‘뉴라펙’은 2012부터 2013년까지 14개 기관에서 진행한 임상 3상 결과 기존 제품에 비해 호중구 수치 회복 기간이 짧게 나타났다.

항암제 치료를 하면 호중구의 숫자가 1mm³당 500개 이하로 떨어지게 된다.

‘뉴라펙’의 경우 항암화학요법 1주기 동안 절대 호중구 수(ANC, Absolute Neutrophil Count)가 최저값 이후 1mm³당 2000개 이상으로 회복되는 데 걸리는 기간은 8.85일로 기존 제품 투여군(9.83일)에 비해 하루 정도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실험집단(뉴라펙)과 비교집단(기존 제품)과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나타났다.

이는 항암 치료를 받는 환자가 면역력 감소로 인해 감염증 위험에 노출되는 기간을 하루 정도 줄일 수 있다는 큰 의미를 가진다.

(3) 정제 공정 단순화


4.PNG


기존의 호중구 감소증 치료제는 시장 가격이 고가로 형성되어 경제적인 부담으로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이 많았다.

이는 기존 제품들이 특허를 통해 생산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페길레이션 반응 이후의 정제공정이 복잡한 것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다.

‘뉴라펙’의 경우 선택된 위치에만 페길레이션이 진행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에 정제공정이 비교적 단순하고 부산물의 생성도 줄어들었다.

이를 통해 가격 경쟁력 확보가 가능해졌으며, 궁극적으로 환자에게 의료비 부담 경감이라는 혜택으로 돌아 갈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개발된 ‘뉴라펙’은 2014년 8월 식품의약품 안전처에서 품목 허가를 받았고 지난해 3월 국내 시장에 출시되었다.

건강보험 적용을 받은 지 1년 밖에 되지 않은 ‘뉴라펙’의 매출규모는 시장 진입 초기 단계여서 아직은 크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기존 치료제보다 작용시간이 길어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향후 시장잠재력 또한 큰 것으로 평가된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약물을 가격 경쟁력이 있는 국산 의약품으로 공급함으로써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 경감이 기대되며, 국가 보험 재정 절감 및 글로벌 시장으로 수출 확대가 예상된다.

녹십자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백신, 혈액제제 등 바이오 의약품을 연구, 개발한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뉴라펙’ 개발에 성공했다.

그 과정 속에는 우리가 반드시 주목해야 할 혁신 포인트가 있다. 그 가운데 중요한 몇 가지를 소개한다.


뉴라펙이 전하는 혁신 포인트

(1) 상향식 의사결정 시스템(Bottom-up Approach)


녹십자의 연구개발 의사결정은 조직 내 연구원들의 자유로운 참여와 정보 공유를 통해 상향식으로 이루어진다.

의사결정 과정에 연구원들이 직접 참여하고 그들의 의견을 충실하게 반영한다.
 
주로 실무를 담당하는 연구원들이 사업을 계획하고 임원들을 설득하는 형태이다.

실무 담당자들은 연구개발 목표와 방향성을 고민하고 자유로운 의견을 펼치며, 임원들은 담당자들이 고민한 결과물이 현실화 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관련부서들의 커뮤니케이션과 크로스 체크(Cross-Check)가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의사결정 시스템에 조직 구성원들간의 커뮤니케이션을 포함시킴으로서 철저한 사업관리와 리스크 분석이 가능해졌다.

특히 임상시험 이후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연구개발 아이템은 문제점 분석(Problem Analysis) → 대안 탐색(Alternative Analysis) → 해결방안 검토(Solution Analysis) → 의사결정(Decision) → 실행 (Action) 등의 단계를 거쳐 선정한다.

‘뉴라펙’의 경우 2005년부터 제품개발 작업이 시작되었지만, 본격적인 투자 의사결정은 2007년부터 이루어졌다.

외부동향 모니터링 등을 통해 관련 이슈들을 지속적으로 체크했으며, 제품개발이 완료될 때까지 8년 9개월 동안 주요 단계별로 심층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거쳤음을 확인할 수 있다.

(2) R&D기획부터 사업화까지 체계적인 프로젝트 관리


5.PNG


현재 녹십자의 R&D 활동은 프로젝트 관리 시스템(Project Management System, 이하 PMS)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프로젝트 관리 시스템(PMS)은 초기 프로젝트 기획부터 연구, 개발, 허가에 이르기까지 연구개발 전 단계를 Stage 1~10까지 10단계로 나누고(Stage-Gate 시스템), 각 단계에서 수행해야 할 activity와 거쳐야 할 프로세스를 표준화한 시스템으로서 효율적 R&D 성과관리를 가능케 하고 있다.

또한 프로젝트 관리 시스템(PMS)에는 연구개발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슈 또는 리스크들을 등록하고 회의체를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프로세스가 규정되어 있다.

이를 통해 연구개발 인력들은 과제 수행 시의 애로사항을 신속히 해결하고 그 노하우를 사내 자산으로 공유하고 있다.

‘뉴라펙’의 개발 역시 녹십자와 목암연구소 양 기관이 프로젝트 관리 시스템(PMS)에 기반하여 협업을 진행한 노력의 산물이었다.

목암연구소에서는 주로 Stage 1~3에 해당하는 단백질 페길레이션 기술 개발, 페길레이션 기술 응용, 특허 확보, 물질 특성 및 생물학적 활성 연구, 동물효력연구를 담당했다.

녹십자는 Stage 4 이후에 해당하는 생산공정 개발, 비임상 및 임상 시험, 허가 및 등록 단계를 주로 담당하여 기술을 제품화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결국 ‘뉴라펙’의 개발 사례에서 비춰볼 때, 양 기관이 가진 강점을 살려 연구개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프로젝트 관리 시스템(PMS)이 뛰어난 연구개발 성과를 거두는 밑거름이 되었다.

(3)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한 지속적인 R&D투자

국내 제약사가 신약을 개발할 때 국내 시장만을 목표로 해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녹십자는 ‘뉴라펙’을 개발할 때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추진하였다.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장기간의 개발기간과 많은 개발비용이 소요되기 마련이다.

제품개발을 완료한 후 개발비용을 회수하는 기간도 일반적으로 5년 이상의 오랜 기간이 주어진다.

녹십자는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비의 상한선을 정하지 않는다.

녹십자는 ‘뉴라펙’을 개발하기 위해 2005년 1월부터 2013년 9월까지 8년 9개월간 연구개발비로만 약 170억 원을 투자하였다.

동 기간 동안 총 100여 명 이상의 연구개발 인력이 제품개발에 참여하였다.

위치 특이적(Site-Specific) 페길레이션 기술을 개발하고 동물효력을 확인하는 기초연구 단계에서만 2년 11개월이 소요되었다.

기초연구 단계의 성과를 기반으로 1년 1개월간 비임상시험 단계를 거친 후 4년 5개월간 임상시험을 실시하였다.

마지막으로 4개월간 식약처 품목 허가 신청을 위한 작업을 진행하였다.

‘뉴라펙’ 개발을 통해 국내 및 해외 특허가 각각 5건씩 등록되었고 국내 시장에서의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했으며, 2017년부터는 해외에서 매출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4) R&D 사업화의 적절한 타이밍

연구개발(R&D)에 있어 과거에는 ‘시간은 돈이다’라는 개념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로 신중한 접근을 강조하는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요즘은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정보의 양이 많아지고, 정보의 스피드 또한 빨라지고 있기 때문에 빠른 시간에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골든타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기업의 기술혁신 활동도 마찬가지다. 품질이 제아무리 좋아도 적절한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면 경쟁에서 뒤쳐지게 마련이다.

G-CSF 제제류의 호중구 감소증 치료제 중 기존 출시 제품과 비교했을 때 효능이 우수한 제품을 찾기가 어렵다.

특히 2002년부터 시장에 출시되었던 기존 출시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가 2015년 10월에 만료(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은 2017년 만료)되면서 다수의 제약 회사가 복제의약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특허 만료 이후 복제 의약품이 다수 출시되어 시장 경쟁이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뉴라펙’의 제품 개발과 사업화 시기가 조금 더 늦어졌더라면 시장에서 신속한 반응 또한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5) 해외 제약회사와 협업노력

현재 우리나라 임상시험 수준과 노하우는 제약선진국(미국, 유럽, 일본)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다.

따라서 해외업체와 원활한 의사소통은 임상시험 성공의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특히 신약 개발의 경우 임상시험의 안전성 및 유효성 검사를 여러 차례 시행하게 되고, 적시에 기술 수출을 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제약회사와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녹십자는 글로벌 파트너쉽 구축을 위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되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도 매년 참석하고 있다.

이 행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제약·바이오 IR행사로 주최 측인 JP모건이 초청한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각국의 신약 메이커들이 참가한다.

컨퍼런스에는 다국적 제약회사의 CEO와 COO, 대형 VC, 유력 신약 메이커가 대부분 참가하며, 비즈니스 미팅 또한 활성화 되어 파트너쉽 구축을 위한 기회의 장이 마련되어 있다.


시사점

이미 오래 전부터 녹십자의 신약개발 능력은 업계 선두로 꼽혀 왔다.

녹십자가 자체 기술로 개발한 항암치료제, 뉴라펙의 성공적인 개발과 출시는 녹십자의 높은 연구개발 능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 국제학술지에 녹십자가 목암생명공학연구소와 공동으로 개발 중인 바이오 신약 ‘GC1118(암세포의 성장과 관련된 특정요인을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표적치료제)’의 작용기전에 대한 논문이 소개되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는 녹십자의 글로벌 행보에 힘을 실어주는 부분이다.

실제로 녹십자는 지난해 매출액이 창사 이래 처음 1조원을 돌파했다.
 
주력 사업 영역인 백신 부문의 수출 호조에 힘입은 결과다.

수출이 된다는 것은 녹십자의 연구개발 성과에 대한 신뢰도 상승을 의미한다.

녹십자의 성공은 국산신약을 내놓기는 했지만 시장에 확실히 각인시키는 데는 실패한 다른 제약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업계 전문가들은 결국 혁신신약 개발보다 중요한 것은 글로벌 시장을 위한 전략을 어떻게 수립할 것인가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잘할 수 있는 것’을 가지고 해외시장 문을 두드려야 글로벌 기업으로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바이오 분야로 발을 넓히고 있는 녹십자의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녹십자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백신·혈액제제 등의 선진시장 진출을 최우선으로 진행하면서 축적된 연구개발 역량을 활용하여 ‘GC1118’뿐만 아니라 20여 가지의 바이오 파이프라인을 진행하고 있다.

녹십자가 바이오 분야에 뛰어든 이유는 향후 시장 잠재력이 높기 때문이다.

바이오 신약 부문은 이머징 마켓뿐 아니라 미국·유럽·중국 등 거대 시장에서 상당한 수요가 예상되고 있다.

유망 독점 기술을 보유한 국내외 바이오 벤처기업과의 협력 연구·공동 개발 등을 수행하면서 바이오분야의 기술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높여 나가고 있는 녹십자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6.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