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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 과학 - 봄철 황사를 잡아주는 해조류

학기술과 인문은 역사속 과학기술인의 성공과 비하인드 스토리, 당대의 역사와 문화 등에 대해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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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 정혜경 교수(호서대 식품영양학과)


황사(黃紗)가 기승이다. 아름다운 계절, 봄에 봄나물의 향긋한 맛을 느끼기에 앞서 불청객 황사가 먼저 찾아오니 봄이 괴롭다.

황사는 바람에 의하여 하늘 높이 불어 올라간 미세한 모래먼지가 대기 중에 퍼져서 하늘을 덮었다가 서서히 떨어지는 현상 또는 떨어지는 모래흙을 말한다고 한다.

황사는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에 있었다.
 
첫 기록은 삼국시대에 보이며 흙가루가 비처럼 내린다는 의미에서 우토(雨土) 즉, 흙비라고 불렸다.

황사라는 용어자체는 1954년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중국이나 일본에도 있으며 국제적으로 아시아먼지(Asian Dust)라고 한다.

그런데 환경오염과 파괴 등으로 황사가 최근에는 더 심해지고 있다.

황사가 심각해지면서 예방이나 이를 완화시켜주는 좋은 음식이 무엇이냐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한다. 당연하다.

황사에 좋은 음식을 먹고 이를 해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런데 모든 사람이 궁금해 하는 황사에 딱 좋은 음식은 없다.

단지 황사를 포함해 병들어가는 환경 때문에 저하되는 면역력의 증진이나 건강을 위해 먹어야 할 건강음식 정도를 추천해 보고자 한다.

황사에 좋은 음식을 추천하기 전에, 오히려 몸에 좋은 음식 찾기보다는 나쁜 음식을 피하라는 말을 먼저 하고 싶다.
 
몇 년 전 황사가 심해지면서 황사에 좋은 음식으로 돼지고기가 추천되었다.

돼지고기는 단백질식품으로 탄광에서 일하는 광산 근로자들이 즐겨 먹던 식품이었다.

먹을 것이 넉넉지 않았던 시절, 근로자들에게 돼지고기는 값싼 단백질식품으로 영양보충에도 도움이 되는 추천할 만한 식품이었다.

탄가루를 제거하는 데에 돼지고기가 좋으니 미세먼지제거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보았다.

그러나 최근 먹을거리가 풍요로워지고 이로 인한 비만이 심각한 상황에서 굳이 황사 예방식품으로 돼지고기를 먹는 것은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면 황사에 좋은 식품은 없는 것일까? 무엇보다 먼저, 황사에는 물을 많이 마시기를 권하고 싶다.
 
물은 몸 안의 노폐물을 배설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다.

그리고 추천하고 싶은 식품은 바로 현재 세계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는 해조류(海藻類)를 권한다.

해조류라고 하면 우리 민족이 즐겨 먹어 온 미역, 톳, 실말 등의 갈조류와 김이나 우뭇가사리 등의 홍조류, 그리고 파래 등의 녹조류 세 가지로 크게 구분된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500여 종 해조류 중 50여 종이 식용으로 이용되고 있다니 대단한 해조류민족이다.

현재도 우리나라 사람이 즐겨 먹는 해조류는 김, 미역, 다시마, 파래, 톳, 마자반, 청각 등이다.

해조류에 대한 인식은 동양과 서양에서 큰 차이가 있다.

해조류는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일본, 대만 등지에서 가장 많이 먹는데 해조류를 우리나라와 일본에선 ‘바다의 채소’로 여기는 데 반해, 서양에서는 ‘바다의 잡초(Seaweed)’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도 서양인들은 김을 블랙 페이퍼라고 하여 먹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해조류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 한국에서 수출된 김스넥에 대한 인기가 매우 높고, 미국 로스엔젤레스 근교의 산부인과에서는 임산부에게 미역국을 주기도 하는 등 서양에서도 그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알칼리 식품인 해조류에는 단백질, 당질, 비타민, 무기질 등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즉, 해조류는 피를 맑게 해주고 활성산소 생성을 억제하며, 식이섬유가 풍부하여 변비 예방에 좋다.

해조류에 함유되어 있는 철은 빈혈(貧血)을 예방한다. 또한 해조류 맛의 근원은 글루탐산, 아스파라긴산, 알라닌, 글리신 등의 아미노산으로 특유의 감칠맛을 낸다.

다시마 우린 물의 감칠맛이다.

그리고 해조류의 지질은 불포화지방산이며, 탄수화물의 대부분은 식이섬유로 정장 작용과 콜레스테롤 등의 배설 작용을 한다.

갈조류의 푸코이단(Fucoidan)은 헤파린과 같이 항혈전 작용을 한다.

고혈압, 동맥경화 등 생활습관병과 장암 등 발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런데 황사에 해조류가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해조류에서 나오는 점액인 다당류의 알긴산 성분 때문이다.

알긴산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강압 작용, 염분이나 식품첨가물 등을 배설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황사의 미세먼지를 몸 밖으로 배설해 줄거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미역, 다시마 등 갈조류에 함유되어 있는 미끈거리는 성분인 알긴산, 푸코이단은 콜레스테롤과 지방 흡수를 억제하고 담즙산을 배설시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춘다.

또한 알긴산이 위에서 소장으로 가는 음식의 이동을 지연시켜 혈당의 급격한 상승을 막아준다.

즉 해조류는 만복감이 있으면서 열량이 적어 다이어트에도 좋은 식품이다.

『동의보감』에서는 해조류의 효능으로 즉 김은 맛이 달면서 짜고 성질은 차다.

토하고 설사하며 속이 답답한 것을 치료하며 치질을 다스리고 기생충을 없앤다.

미역은 성질이 차고 맛이 짜며 독이 없어 열이 나면서 답답한 것을 없애고 기가 뭉친 것을 치료한다.
 
수종(水腫)을 치료하며 오줌을 잘 나가게 하고 얼굴이 부은 것을 내리게 한다. 또한 누창(피부병의 일종)과 영류와 기가 뭉친것도 치료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니 무엇보다 뭉친 것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하니 황사의 미세먼지가 이들로 인해 씻겨나가는 것을 기대해 봄직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황사예방이 아니더라고 해조류는 열량도 낮고 면역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무기질도 풍부하고, 과식하여 영양 과잉에 빠진 현대인들에게 식이섬유소가 풍부하여 장내 청소를 해주는 뛰어난 건강식품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해조류는 어떻게 먹는 것이 좋을까?

김은 일상적으로 기름과 소금을 발라 구워먹고 있지만 좋은 김을 조미하지 않고 그대로 구어 간장에 찍어 먹는 것도 좋다.

미역은 마른 미역을 이용해 미역국으로 많이 끓여 먹는다.

그런데 생미역은 끓는 물에 데쳐 바로 찬물에 헹구어 잎으로는 초고추장을 곁들여서 쌈으로 먹거나, 잘게 썰어서 오이나 오징어, 새우 등의 해물과 함께 초맛을 낸 생채를 만들어도 좋다.

해조류는 날것으로 먹든 익혀 먹든 영양상으로 큰 차이는 없다.

그다시마를 물에 넣고 끓이면 감칠맛이 진하게 우러나며, 국물을 내는 데 많이 사용하지만 황사예방 효과를 보려면 생다시마를 살짝 데쳐서 쌈을 싸 먹는 것이 가장 좋다.

황사가 괴로워지는 봄철에는 알긴산이 풍부하고 미세먼지 배출에도 효과적인 해조류를 먹어보자.
 
해조류를 생으로 먹으면서 바다향도 느껴보고 늘 더부룩한 뱃속도 청소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