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 R&D 문화와 핵심 가치 경영
▲ 박형근 부사장 네모파트너즈
기업들이 직면하고 있는 경쟁 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쟁우위의 원천 또한 변화하고 있다.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 노동과 자본에서 지식과 창의성으로 경영패러다임이 ‘생산성 경영’ → ‘품질 경영’ → ‘혁신 경영’으로 변화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때문에 기업마다 R&D 조직의 혁신성이 갖는 중요성은 날로 증대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우리 기업들이 직면하고 있는 경쟁 환경에서 가져야 할 혁신적 R&D 문화와 핵심 가치 경영에 대해 살펴본다.
필자가 오랫동안 경영 자문을 해온 한 중견 게임개발회사의 오너 분은 어느 날 보고를 받으면서 이런 얘기를 했다.
“박 부사장님, 우리 같은 개발 인력이 대부분인 회사에서 어떤 문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제가 20년 가까이 개발 업무를 해왔는데, 경험적으로 보니까, 우리 같은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소통과 이해’, ‘사명감과 열정’인 것 같습니다.
‘소통과 이해’는 개발 업무와 같이 모호한 일을 할 때 가장 기초적인 가치가 될 것 같습니다.
개발 업무는 매뉴얼대로 정해진 일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회사의 전략 방향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Project Leader는 정확하게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의 목표가 무엇인지, 어떤 Milestone에 어떤 내용의 소통을 해야 할지, 필요한 예산과 인력은 어떻게 되고, 타 부문의 협조가 필요한 점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투명하게 소통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실상 그동안 우리 회사의 시행 착오를 보면, PL들이 필요한 중간 점검 등의 시점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얘기를 잘 안 하다가 문제가 터지면 그때 할 수 없이 얘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했습니다.
도저히 손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회사에 오픈을 하니까 정말 미치겠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소통하고, 이해할 줄 아는 회사’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중요한 가치가 ‘사명감과 열정’인 것 같습니다. 대부분 실패한 PL들에게 책임지라고 하면 옷 벗고 나가겠다고 하더라고요.
회사에는 개발비 투자로 적게는 수십 억, 많게는 수백 억의 피해를 끼쳐 놓고 그러고는 결국 경쟁사로 이직을 해버립디다.
그래서 저는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길 때, 실력부터 보지 않습니다.
이 사람이 정말 자신이 맡은 일에 사명감과 열정이 있는 사람인지를 먼저 체크하고, 그렇게 배치를 합니다.
이렇게 중요한 가치들이 구현될 수 있도록 HR 제도도 만들고, 우리 회사의 분위기도 그렇게 만들어 가고 있는 중입니다.
이게 제가 1,000억 원 이상을 까먹으면서 배운 생생한 경영 노하우입니다. 오늘은 저한테 컨설팅 받으셨네요.”
기업들이 직면하고 있는 경쟁 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신기술 및 신상품 출현의 가속화, 정보, 지식, 역량의 재결합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끊임없이 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쟁우위의 원천 또한 변화하고 있다.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 노동과 자본에서 지식과 창의성으로, 경영패러다임이 ‘생산성 경영’ → ‘품질 경영’ → ‘혁신 경영’으로 변화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때문에 기업마다 R&D 조직의 혁신성이 갖는 중요성은 날로 증대되고 있다.
R&D의 창의적 가치 창출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즉, 기술 창의성은 지식기반 경제의 경쟁 우위 원천이다.
첨단기술 업종에 국한되었던 창의성 경쟁이 최근 소비재 등 전통적 업종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그래서 R&D라고 하면 회사의 다른 기능과는 다르게 ‘혁신’이란 가치가 우선 강조되기 쉽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혁신이란 가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선행되어야 할 가치가 필요할 것 같다.
그것이 위의 사례에서 언급한 대로 ‘소통’과 ‘열정’이 될지, 아니면 다른 무엇이 될지는 회사마다 경영자의 철학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보다 혁신적인 R&D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치 체계’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해야 ‘혁신성’이 발현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혁신’이라는 명목 가치를 구성원들이 체화하고 행동하도록 만들어야 혁신적인 R&D 조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지 않으면 혁신이라는 구호만 외치고 혁신 역량은 떨어지기 쉽다.
흔히 핵심 가치는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사고방식 및 행동 양식으로 기업문화의 가장 기저에 위치한 쉽게 변화하지 않는 가치’라고 정의될 수 있다.
핵심 가치를 정의한 선진 기업들의 사례를 분석해 보면 네 가지 정도의 유형을 갖고 있다(그림 1 참조).
어떤 기업들은 핵심 가치와의 연계 속에서 대내외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는 사고 방식 및 중간 매개 가치로서 ‘보조 가치’를 정의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혁신이라는 궁극적인 핵심 가치가 발현되기 위해서는 현 시점에서 ‘소통’과 ‘사명감’이 필요하다고 정의하는 것이다.
가치는 궁극적으로 구성원들의 업무 수행 중의 의사결정 및 행동의 준거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에서 행동 규범화 하고 있다.
‘행동규범’은 가치의 발현 모습으로서 구성원들에게 구체적 행위로 표현되는 핵심적인 준거 체계의 내용을 열거한 것이다(표 1 참조).
그렇다면 R&D조직에서는 어떤 핵심 가치들이 적절할까?
필자의 컨설팅 경험으로 보면 이는 R&D 업무의 특성과 연계해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R&D 업무는 불확실성이 크고 ‘프로젝트’ 단위로 수행된다.
그렇기 때문에 유연성과 어느 정도의 자유도가 필요하다. R&D 활동은 상호 의존적이고, 과제들 간 연계성이 높다.
연구 프로젝트의 기획/선정에서 프로젝트 간의 상호관계를 고려하고, 기업 내부 및 외부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촉진해야 한다.
R&D 결과가 우연, 운 또는 부산물로 창출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자의 창의성을 자극할 수 있도록 여유(Useful Waste)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R(Research)이냐, D(Development)이냐에 따라서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
Research 활동은 새로운 가치나 지식의 창조가 목적이다.
개인의 호기심과 자율에 의한 창조 활동과 Self-Control이 중시된다. 반면 Development 활동은 새로운 가치를 사업가치로 변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과 실험/개발/평가의 순환 과정을 가진다. 목표, 타이밍, 개인의 역할 분담과 팀워크가 중시된다.
이런 업무 특성을 갖고 있어서 필자가 실제로 컨설팅을 하면서 연구원들을 상대로 조사한 중요 가치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유연성의 강조이다.
이는 서로 신뢰할 수 있는 분위기와 실험정신을 강조하는 연구소 문화를 반영한다.
둘째, 주인의식과 사명감이다.
R&D 특성 상 장기 투자와 장기 성과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프로젝트 오너십과 하고 있는 일에 전적으로 몰입하는 사명감이 강조된다.
셋째, 협동심과 팀워크이다.
프로젝트 멤버들 간에 서로 격려하고 도와주며 활력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넷째, 거시적 안목이다.
이는 자칫 전문성에 몰입하다 보면 시야가 좁아질 수 있는 것을 경계하고, 연구 부산물로 얻을 수 있는 부차적인 효익을 잃지 않기 위한 중요 가치이다.
다섯째, 통합화(Integration)와 다양성(Diversity)의 강조이다.
관련 부서 간 다양한 정보와 지식, 관점의 공유를 통한 시너지 추가가 중요하다.
또한 다양한 배경의 인력이 협업하여 다양한 경험들을 충돌시켜서 새로운 정보 교류의 장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소통이다. 관련 부문과 연관 전문가들과의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자신감이 강조된다.
타 기능보다 불확실한 업무를 추진하는 R&D 조직에서는 가치를 강조해서 경영해 나가는 것이 관료적인 통제 시스템보다는 더 효과적이다.
가치는 행동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원칙과 가이드라인의 역할을 하고, 내적인 도덕적 기준의 역할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R&D 전략과 연계된 가치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성원들의 신념 속에 또는 행동 속에서 가치가 표현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겉으로 내세우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일치하지 않으면 R&D의 혁신 역량은 제고되지 않을 것이다.
조직의 변화는 개인의 변화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고, 개인들이 조직의 가치와 개인의 가치가 정합성을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핵심 가치는 귀에 듣기 좋은 말들이 아닌 회사가 진짜로 가치 있게 여기는 것들이어야 하며, 누가 보상받고 승진되고 해고되는지에 반영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연구소 내에 가치에 대한 얘기들이 자꾸 생성되어 연구소가 지향하는 가치가 생명력을 얻어갈 수 있어야 한다.
사례 Netflix
“이곳은 고객들에게 월 이용권을 판매한 뒤 DVD를 빌려주는 거대한 비디오 대여점이다. 하지만 더 깊이 들어가면 고객의 장기적인 가치를 극대화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서비스 비용 절감 방안을 연구하는 싱크탱크에 가깝다.”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Netflix)의 주식을 사야 한다고 주장하던 한 펀드매니저가 당시 리포트에 담았던 얘기다.
기존 시장에서 독식하던 공룡 기업을 이긴 혁신의 아이콘으로 추앙받는 이 싱크탱크는 얼마 전 한국 시장에도 진출해 방송통신업계를 비롯해 온 나라를 들썩이게 했다.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에 가장 편리한 방식으로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최고의 서비스로 추앙받고 있기 때문이다(머니투데이, 2016년 2월 9일).
Netflix의 핵심 성공요인은 흔히 강한 기업문화로 일컬어지고 있으며 이는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신뢰할 수 있는 동료들로 회사를 운영함에 기인한다.
Netflix는 회사의 가치에 동의하고, 고 성과를 내는 사람만 남게 하며, 그들에게는 최고의 보상과 자유를 제공한다.
직원들에게 가치만을 강조하며 상세 업무 규정은 거의 없다.
아래에 Netflix가 지향하는 핵심 가치들을 소개한다.
We want to work with peoples who embody these nine values!
우리는 아래 9가지 가치를 체화한 사람들과 일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