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성과를 높이는 R&D 인적자원관리
▲ 박오원 교수 가톨릭대학교 경영학부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에서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른 기업과는 차별화된 가치를 고객들에게 시의적절하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차별화된 가치란 새로운 기술, 제품 또는 서비스라고 할 수 있으며 이것은 기업의 혁신성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혁신성과는 기업의 R&D(연구개발)인력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기반하기 때문에 기업에서는 R&D 인력을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
R&D 인력을 잘 관리한다는 것은 연구개발 인력들의 역량을 높여주고 동기부여를 잘 시키고 자신의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혁신은 다양한 아이디어, 지식, 정보 등을 기존과는 상이한 새로운 방식으로 조합하고 결합하는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혁신성과를 높이기 위해서 R&D 인력들은 자신의 전문성을 높이는 것만큼 유관한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학습하려는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
즉, 바람직한 R&D 인재상은 기술측면에서는 T자형 인재, 성격측면에서는 높은 주도성을 갖춘 인재, 행동측면에서는 조직의 목표를 이해하고 이를 위해 협력을 할 수 있는 인재라고 정리할 수 있다.
T자형 인재는 자신의 전문 분야의 지식이나 아이디어와 유관한 다른 분야의 지식이나 아이디어를 새로운 방식으로 결합하거나 조합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혁신성과를 높이는 데 매우 유리하다.
주도성이 높은 사람은 목표 달성을 위해 새로운 방식을 제안하고 새로운 기회를 찾으며 새로운 것을 학습하여 이러한 것들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혁신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회와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창출하고 이것을 실행해 나가는 데 있어서 장애물을 극복해야 하는데, 주도성이 높은 사람들은 이러한 상황을 잘 대처해 나간다.
혁신성과를 높이기 위해 마지막으로 필요한 인재상은 협력지향적 인재이다. 협력지향적 인재란 조직의 목표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조직의 목표달성을 위해 필요한 행동(예; 관련된 지식, 정보 및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공유하거나 교환하는 것)을 보여주는 인재이다.
또한 조직의 목적 달성을 위하여 개인의 이익추구 행동을 하지 않는 인력을 의미한다.
R&D 인적자원관리의 큰 방향성은 바람직한 인재상과 적합성을 가지는 R&D 인력을 확보하고, 육성하고 유지하는 데 있다.
전략적 인적자원관리에서는 효과적인 인적자원관리 방식으로 헌신형 인적자원관리 시스템(High Commitment HRM System)을 제시하고 있다.
핵심적인 주장은 바람직한 인력관리는 종업원과 조직 간의 강한 상호신뢰를 기반으로 하여 조직은 종업원들에게 지속적으로 투자하여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고, 종업원들은 자신의 역량과 자발적 행동을 통해 조직성과에 기여하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종업원들에 대한 조직의 투자는 자발적으로 종업원들의 직무와 조직에 대한 몰입도를 높여서 조직성과에 기여하게 된다는 논리이다. 이러한 헌신형 인적자원관리는 R&D 인력과 같은 지식근로자들에게 더욱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헌신형 인적자원관리는 능력(Ability) 향상, 동기(Motivation) 향상 및 기회(Opportunity) 향상의 3가지 영역으로 구분될 수 있다.
능력 향상 영역에서는 직무수행과 문제해결에 필요한 지식, 기술 등을 확보하고 습득하도록 함으로써 직무성과를 높이도록 한다.
이것과 관련된 구체적 제도는 채용, 교육훈련 및 육성제도 등이다. 동기 향상 영역에서는 자신에게 부여된 직무를 자발적,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기꺼이 달성해 나가도록 해주는 동기를 증진시킴으로써 높은 직무성과를 가능하도록 한다.
구체적인 제도로서는 평가 및 보상제도, 그리고 고용보장 등이 포함된다.
기회 향상 영역에서는 종업원들이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어야 자신 및 조직의 성과를 높일 수 있음을 강조한다.
본인의 흥미와 적성에 맞는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 주는 것과 함께 본인이 자신의 업무를 주도적으로 수행하고 의사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업무수행에 있어서의 자율성 부여, 의사결정에 대한 권한위임 그리고 직무순환 및 직무확대 등을 통해서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다.
이제 보다 자세한 논의를 위하여 각 제도별로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도록 한다. 우선 능력 향상 영역에서 채용의 경우 선발기준을 무엇으로 설정할 것인 가가 중요한 이슈이다.
여러 가지 선발기준이 있지만 R&D 인력의 경우에는 학습에 대한 잠재력과 조직과의 적합성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학습에 대한 잠재력이란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적극적으로 습득하고 이것을 기반으로 다른 분야와 연결/통합 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조직과의 적합성이란 개인의 가치관이나 태도가 조직의 핵심가치와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핵심가치에 대한 수용성이 떨어지는 인력의 경우 조직 목표 달성을 위한 자발적이고 협력적 행동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자기중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조직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이직을 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선발기준으로 학습에 대한 잠재력도 중요하지만 조직가치와의 적합성 정도를 반드시 확인하여야 한다.
다음으로 교육훈련제도에서는 현재 직무와 직접적인 관련도가 높은 교육이외에도 유관한 분야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광범위한 교육훈련을 실시해야 한다.
이렇게 교육훈련 범위를 넓게 설정할 때 다기능화를 통한 T자형 인재로의 육성이 가능하다. 경력개발과 관련해서는 IBM이나 3M 그리고 국내 대기업들도 도입하고 있는 이중경력(Dual Career)제도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
이중경력제도란 R&D 직무를 수행하는 연구원들이 일정 직급이 되는 시점에서 자신의 경험 업무나 적성 등을 고려하여 순수 연구업무만을 수행하는 연구전문직의 경로를 선택하거나 연구업무를 기반으로 연구기획/관리 등의 연구관리직의 경력경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연구원 경력개발과 관련하여 국내 D 연구소의 경력개발제도의 구체적인 운영 방식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D 연구소에서는 입사 5~6년차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연구원들의 경력개발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위원회를 개최하고 있다.
대상자로 선발되면 본인은 과거 및 현재 수행 직무에 대해서 작성하고(예; 구체적 업무, 성과, 확보한 기술, 애로사항 등), 기술역량별로 역량에 대한 개인 평가를 통해서 향후 본인이 어떤 분야의 기술전문가로 성장하고 싶은지를 서술하게 된다.
작성된 서류를 바탕으로 직속상사 및 연구소 내 관련 기술 분야 전문가 2명과 면담을 하게 되며, 직속상사 및 면담위원들은 면담내용을 기록한다.
인재위원회가 개최되면 연구소장, 연구위원, 직속상사 및 면담위원들이 참석하여 본인이 작성한 내용 및 면담내용을 토대로 육성방향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논의결과는 정리하여 본인과 직속상사에게 피드백 된다.
직속상사는 논의결과를 반영하여 6개월 단위로 향후 3년간 대상자의 육성계획을 수립하고 제출해야 한다.
육성방향에 대한 논의에서 주요하게 결정되는 사항이 연구전문가로 육성할 것인지 아니면 연구관리 분야 또는 타 직무 전문가로 육성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이러한 결정에 따라 후속조치가 이루어진다.
동기향상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제도는 평가 및 보상 제도이다.
평가시스템에서는 개인평가에 프로젝트 평가를 포함한 조직평가 결과가 반영되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며, 프로젝트 평가에서는 프로젝트 특성이나 유형을 고려한 평가시스템을 운영하여야 한다.
연구소에서 혁신성과는 프로젝트 결과물로부터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프로젝트 평가가 중심이 되어서 개인평가나 부서평가 등이 상호 유기적인 연계성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연구원의 경우 자신의 업무나 기술 분야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본인이 수행하는 프로젝트의 성과 수준을 개인평가에 필수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평가시스템이 이렇게 운영되어야만 T자형 인재가 되기 위한 노력과 협력적 행동이 더욱 잘 발현될 수 있다.
프로젝트 평가는 프로젝트 유형에 따라 상이하고 차별화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프로젝트는 유형(예; 기초연구 vs. 응용연구, 전사 프로젝트 vs. 사업부 프로젝트, 장기과제 vs. 단기과제 등)에 따라 평가 항목이나 비중 등이 다르게 설계되고 평가되어야 평가의 공정성을 높일 수 있다.
보상의 경우에는 개인의 성과에 따른 개인보상과 프로젝트 성과에 따른 프로젝트보상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일단 프로젝트 단위로 금액이 지급되면 프로젝트 성과에 공헌한 개인별 기여도를 반영하여 개인별로 금액을 차등지급하게 된다.
지금까지 설명한 개인보상과 프로젝트 보상은 조직에 따라 6개월 또는 1년 단위로 지급되는 정기 인센티브의 성격에 가깝다.
이러한 정기 인센티브 이외에 보상의 즉시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시 인센티브제도를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수시 인센티브란 연중 수시로 기간에 관계없이 보상이 필요할 경우 개인 또는 프로젝트 단위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제도이다.
수시 인센티브는 고액의 금전적 보상의 성격보다는 칭찬, 격려 또는 인정의 의미로 제공되는 것이기 때문에 지급 금액이 높을 필요는 없다.
다만 수시로 지급하다 보면 기준의 공정성이나 효과적인 재원관리가 어려울 수 있으니 이점을 유의해야 한다.
이러한 보상이 종업원들의 혁신성과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는 하지만 금전적 보상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보상과 창의성 간의 관계에 대한 연구들을 보면 금전적 보상이 창의성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창의성에는 금전적 보상과 같은 외적 보상보다는 일 자체의 흥미, 즐거움, 성취감과 같은 내적 보상이 훨씬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고용에 대한 보장도 동기부여에 매우 중요하다. 혁신적인 업무는 도전적이고 불확실하며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성과가 나오지 않거나 실패하였다고 하여서 지나친 불이익을 주거나 고용 안정성을 훼손시킬 경우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시도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기회향상과 관련하여서는 업무수행에 있어서의 자율성을 적극적으로 부여해 주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을 확대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주도적으로 업무를 진행하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게 되면 업무성과에 대한 책임감도 높아지고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험이나 역량도 높아지게 된다.
이것은 일에 대한 내적 동기를 향상시키기 때문에 업무성과를 높일 수 있다.
또한 T자형 인재나 협력적 행동을 높이기 위해서는 유사한 분야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거나 다른 기술 분야와의 적극적인 교류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C 연구소의 경우에는 기술그룹이라는 기술동호회 활동을 통해서 유관한 기술 분야의 연구원들이, 자신들이 프로젝트에서 경험한 내용을 함께 공유하고 최근 기술 흐름에 대해서 학습함으로써 기술이나 지식 간의 공유나 결합이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
3M도 유사한 제도가 있는데 3M에서는 기술 연구회(Technical Forum)를 통해서 3M의 다른 사업부문에 근무하는 연구원들 간의 정보 공유 및 아이디어 교환 기회를 마련해 주고 있다.
각 부서의 연구원들은 정기적으로 모여 기술적인 개선 사항들을 발표하고, 서로에게 필요한 기술적인 내용에 대한 자문을 받는다.
기술연구회는 상호 간에 축적된 정보나 지식의 활용을 통해 정보나 지식의 가치를 더욱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조직 내 다양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것도 필요하다.
정보에 대한 공유는 다양한 부서나 부문들 간의 협력이나 새로운 시너지 창출을 가능하게 하며 종업원들에게 현재 조직의 중요한 이슈나 조직이 지향하는 방향성 등을 인지시킴으로써 종업원들이 조직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를 명확하게 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진다.
이상의 내용을 다시 정리하면 표 1과 같다.
일반적으로 혁신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조직은 종업원들을 신뢰하고 그들이 하고자 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필요한 자원을 충분히 제공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지원과 함께 적절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성과에 대한 책임감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적정 수준의 긴장감은 혁신성과를 높일 수 있는데 이를 창의적 긴장감(Creative Tension)이라고 불린다.
예를 들어 3M의 경우에도 15% 법칙을 통해서 연구원들이 자신의 근무시간 중 15%는 현재 업무와 무관한 관심분야에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만 40% 법칙을 정해서 각 사업부의 성과를 평가한다.
40% 법칙이란 사업부 총 매출액의 40%는 최근 4년 동안 출시한 신제품과 서비스로부터 발생된 매출이어야 함을 의미한다.
즉, 이러한 제도들을 통하여 연구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신제품으로 결실을 맺도록 하고 있다.
즉, 혁신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권한과 책임 그리고 자율과 통제 간의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