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1

미래 지향적 혁신 R&D 조직의 구축과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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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만 수석부장 LG화학 기술기획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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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예측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해 바람직한 조직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모든 조직은 미래지향적인 혁신 조직을 구축해 나가야만 하고 특히, R&D 조직은 기업 내 그 어떤 조직보다 이 점이 더욱 중요하다.

LG화학에서는 미래 지향적 혁신 조직 구축의 방향을 크게 6가지의 측면에서 고려하고 또한 시도하고 있다(그림 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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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의 특성을 고려한 조직 설계와 운영

조직성과의 핵심 요소라 할 수 있는 구성원의 특성을 조직에 반영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통제와 관리를 중요하게 여긴 그 동안의 경영 시스템으로 인해, 인간의 본성이나 조직 구성원의 특성이 조직 구축과 운영에 반영되는 데 한계가 있었다.

R&D에 종사하는 연구원도 연구원만의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컨설팅 회사인 Blessing White사의 연구 결과는 연구원의 특성을 이해하는 데 유용하다.

Blessing White사는 연구원의 주요한 특성으로 6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LG화학은 이러한 연구원의 특성을 최대한 고려한 조직 운영을 추진하고 있다.

어떻게 조직 구조를 설계하고운영하는 것이 자율적인 연구 수행과 자아 성취에 더 바람직한지를 지속적으로 고민하고,통상적인 차원에서 연구원들을지원하는 수준을 뛰어 넘어 연구인력들이 최신 기술을 파악하고 제공받아 연구 활동에 즉각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다양한 조직적, 제도적 뒷받침을 하고 있다.

▶ 연구원의 특성 6가지

① 연구원은 자율적인 분위기를 좋아한다. 성취지향적 연구원은 일 자체에서 삶의 동기를 찾으며 관리자의 감독을 극히 싫어한다.

② 연구원은 고도의 기술개발 활동에서 자아를 성취한다. 조직의 방침이 자신이 설정한 목표에서 벗어날 때 일할 맛을 잃는다.

③ 최신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등장하는 전자산업에서와 같이 자신의 성과가 추세를 따라 잡지 못하고 뒤처진다고 느꼈을 때 좌절한다.

④ 회사에 대한 충성심보다는 연구원 집단의 원칙과 윤리의식에 더 충실하다.

⑤ 조직의 목표에 열광하는 편은 아니지만 제대로 방향이 잡혔다고 생각하면 무섭게 집중한다. 따라서 진행중인 프로젝트를 취소하거나 다른 프로젝트를 강요할 경우 치명적일 수 있다.

⑥ 독립성이 강하지만 지나친 경쟁분위기는 불안감을 조성해 연구에 차질을 빚게 할 수 있다. 연구원들은 대부분 자료와 지식을 교환하는 동료 집단의 일원으로서 소속감을 중요시 한다.


양손잡이형 조직의 도입과 운영시스템 구축

양손잡이 조직(Ambidextrous Organization)은 표 1의 ‘활용(Exploitation)’과 ‘탐색(Exploration)’ 역량이 모두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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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용은 기업의 기능적 효율성을 높이고 위험은 줄이는 역량이며, 탐색은 위험을 감수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내는 역량이다.

일반적으로 두 역량은 트레이드-오프(Trade-Off) 관계에 있다.

한 역량을 높이면 다른 역량이 줄어든다. 양손잡이 조직은 이런 트레이드-오프를 극복하고, 두 역량을 모두 높이는 데 성공한 조직이다.

Ciba-Geigy(현 Novartis)의 사업 부문이었던 Ciba Vision의 사례는 양손잡이형 조직의 중요성을 말해 주고 있다.

1990년대 초반 시장 1위 기업인 Johnson & Johnson의 공격적인 시장 공략에 대응하기 위하여 Ciba Vision은 성숙된 콘택트렌즈사업에서 수익을 내면서 혁신적 신제품을 개발해내야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Ciba Vision은 십여 개의 전통적인 렌즈 개발 프로젝트를 축소하고, 일회용 렌즈와 장기 착용 렌즈와 같은 6개의 혁신적 연구 과제를 출범시켰다.

이 과정에서 기존 조직 내에서는 혁신적인 과제 수행에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고 새로운 조직을 신설하여 독자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조직 구조를 변경하였다.

이를 통해 혁신 과제를 위한 별도의 조직, 프로세스, 문화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기존의 전통적인 사업들과 새로운 혁신 제품 사업이 서로 경험과 자원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함을 인지하고 실행할 수 있는 유능한 책임자를 임명함으로써 이를 해결하였다.

그 결과 3억 달러이던 매출이 십 년 뒤 세 배가 넘는 10억 달러로 성장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처럼 기업의 성장에 있어 양손잡이형 조직의 구축은 중요하다.

기업 R&D의 사명은 현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새로운 사업을 발굴·육성할 수 있는 기술 혁신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두 가지의 R&D 사명은 균형있게 다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과거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새로운 사업 기회의 발굴 육성보다는 현 사업에 치우친 R&D 활동을 전개했었던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양손잡이 조직은 R&D 자원 배분의 측면에서 상충 할 수 밖에 없는 두 사명을 효과적으로 달성해 야 하는 R&D 조직에 있어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LG화학은 사업본부 관련 연구를 수행하는 사업본부연구소와 전사 차원의 연구를 수행하는 중앙연구소를 운영 중에 있으며, 특히 소홀하기 쉬운 미래 준비를 위해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2013년부터 중앙연구소 내에 미래기술연구센터를 설립하여 도전적인 미래 지향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자발적 커뮤니티 구성을 위한 환경 조성과 운영

공통의 관심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일하며 학습하는 과정에서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비공식적 소규모 모임을 일컫는 CoP(Community of Practice)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변화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는 최근 환경에서, 모든 조직 활동이나 의사 결정을 공식적인 조직과 정해진 의사 결정 체계에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지식실행 공동체, 학습 지식형 실행공동체 또는 지식공동체라고 불리는 CoP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바람직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비공식적 모임을 통해 구성원들이 학습하고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면서 혁신적인 업무와 개선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록스의 CoP 활동인 유레카 프로젝트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전 세계 네트워크를 통해 노하우를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했고, 그 결과 1억 달러 이상의 경비 절감 효과를 거둔 것으로 추정되었다.

업무의 대부분이 지식 활동이라 할 수 있는 R&D의 경우, 이러한 CoP 도입은 매우 효과적이고 동료 집단의 소속감을 중요시 하는 연구원의 특성에도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

LG화학에서는 CoP 활동을 CoT(Community of Technology)라는 명칭으로 전개하고 있다. 

유사한 기술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이 모여 CoT를 구성하고 비공식 학습/지식 공동체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모임을 통해 최신 기술을 공유하고 상호 협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집단 지성 활용과 협력이 용이한 바람직한 조직 구조 운영

2000년대 초반 헨리체스브로 교수가 역설한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은 이제 외부와의 협력은 기술혁신을 위해서 모든 연구 조직이 반드시 추구해야만 하는 필수적인 전략적 방법론으로 정착되고 있다.

개방형 혁신이 보편화되는 이유 중 하나로 집단 지성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의 조성을 꼽을 수 있다.

과거와 같이 폐쇄형 혁신(Closed Innovation)이 작동하던 시대와는 달리, 이제는 산업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예상치 못한 산업, 지역, 기관 등으로부터 문제의 해법이 나오고, 우수한 인력의 이동성이 커지는 등 집단 지성 활용이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연구 기관이 개방형 혁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연구 조직이 외부와의 협력에 대해서만 중요성을 강조하고, 내부에서의 협력에 대해서는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조직 내에는 다양한 연구 과제와 연구인력이 있다. 이들 간의 협력을 통해 예상치 못한 우수한 연구결과의 창출이 가능하다.

LG화학에서는 외부 협력뿐만 아니라 내부 협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기술적 문제에 대한 연구원 간 질의 응답을 위한 Q&A, 기술적 이슈에 대한 해결방안 공모제도인 i-Challenge, 프로젝트 기술 이슈 오픈 토론회인 i-Forum 등을 그 사례로 들 수 있다.

NASA 또한 이와 유사한 NASA@Work 프로그램을 운영한 바 있다.

조직 내 집단 지성을 어떻게 활용하고 협력을 강화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이슈이며, 이에 대한 고민을 통해 바람직한 조직 구조와 운영 방안을 만드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과감한 도전을 장려하고 실패를 용인하는 조직

하나의 성공적인 사업화에 얼마나 많은 연구개발 도전과 실패가 내재되어 있는지, 연구개발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그만큼 연구개발과 실패는 뗄 수 없는 관계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과감한 도전에는 많은 제약이 따르고, 과감한 도전에 따른 실패는 연구자들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과감한 도전과 실패의 용인이 중요하다고 인식하고는 있지만, 이러한 인식을 올바르게 실천하고 있는 연구 조직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도전과 실패의 중요성만을 강조하는 것으로는 성과 창출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연구자들은 조직 차원에서 뒷받침되지 않는 도전은 기피할 것이고, 실패의 용인도 믿지 않으려 한다.

LG화학에는 실패를 용인하는 조직문화가 있다. 실제 실패를 했지만 이를 통해 얻어진 기술을 토대로 멋진 성공을 이끈 사례도 매우 많다.

3D TV에 적용되고 있는 LG화학의 Film Patterned Retarder도 실패를 통한 성공의 결과물이다.

실패에 대한 용인 없이는 절대 이와 같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없다.

연구자들이 과감하고 도전적인 아이디어를 활발하게 낼 수 있도록 유도하고, 그러한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추진할 수 있는 운영방안을 마련하는 등 조직의 변화를 꾀하여야 한다.

이러한 노력들이 모일 때 연구자들은 자발적으로 과감한 도전에 나설 것이며 도전과 실패 용인의 문화도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원천 기술과 와해성 기술 창출을 위한 조직 운영

대한민국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빠른 추종자(Fast Follower) 전략을 효율적으로 추진해 왔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시장 선점(First Mover) 전략의 추진 없이는 성장을 이루어 내기가 힘들다.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한 가장 좋은 해법은 원천 기술의 개발이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지만, 원천 기술이 개발되면 상당한 기간 동안 퍼스트 무버의 지위를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원천 기술 개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과거 기술력이 부족했던 시기에는 원천 기술 개발을 시도한다는 것이 다소 무모한 도전과 같이 여겨지기도 했었지만 지금 수준의 우리 기술력으로 많은 수의 원천 기술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앞선 기술을 보유했던 일본 기업들도 가능성이 없다고 포기했던 자동차용 리튬 이온 이차전지를 LG화학이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안전성 강화 분리막 기술과 같은 원천 기술을 보유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를 통해 LG화학은 자동차용 리튬 이온 이차전지 기술과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성공 방식만을 고집하며 원천 기술에 도전하지 않는 조직은 미래에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와해성 기술(Disruptive Technology)개발을 통한 혁신의 추구 또한 중요하다.

클레이튼크리스텐슨 교수가 주장하듯이 와해성 기술이 산업과 시장에 주는 파괴력은 매우 크다.
 
와해성 기술의 개발은 기존에 정해진 조직틀 안에서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그의 연구 결과처럼, 와해성 기술 개발을 위한 별도의 조직 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그리고 원천 기술 개발이 적극적으로 추진되도록 조직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미래의 퍼스트 무버를 꿈꾸는 조직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요한 숙제이다.


글을 마치며

지금까지 살펴본 R&D 조직의 여섯 가지 조직 구축방향은 상충하는 면도 있지만, 시너지 창출의 기회도 많이 있다.

그렇다면 여섯 가지 방향성에 기초한 바람직한 R&D 조직은 어떤 형태를 가질까?
 
분명한 것은 기존의 중앙집중형, 분권형, 매트릭스(Matrix)형과 같은 익숙한 조직 형태는 아니라는 것이다.

R&D 조직은 처한 환경, 기술 특성, 시장 특성, 산업 특성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조직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기업 R&D 조직의 실무자들은 자사에 적합한 조직 구조를 구축하고 운영하며, 구조와 제도를 문화로 정착시키고, 다시 구조와 제도를 발전시켜 나가는 선순환을 위해 많은 고민과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