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아이디어를 낳는 통찰의 힘
▲ 김창범 사장 한화케미칼
가끔 한 가지 생각에 열중하다 보면 엉뚱하게도 다른 문제에 대한 실마리가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깊이 고민하던 문제의 단서가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곳에서 우연처럼 찾아 올 때도 있습니다.
살다 보면 크던 작던 이런 경험이 몇 번씩은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갑자기 떠오르는 아이디어는 생각해보면 우연도 행운도 아닙니다.
왕관의 순도를 측정하라는 명령을 받은 고대 그리스의 아르키메데스는 목욕을 하던 중 욕조에 넘치는 물을 보고 부력의 원리를 발견했습니다.
사과나무 아래서 달이 어떻게 지구 주위를 도는지 생각하고 있던 뉴턴은 자신의 옆으로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을 발견했습니다.
플레밍은 실수로 배양균에서 생긴 푸른 곰팡이를 보고 항생제 페니실린을 만들었습니다.
약간의 픽션이 있겠지만 위의 이야기는 사소한 일상을 가볍게 지나치지 않고 우연처럼 원하던 답을 찾아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이처럼 세상을 바꾼 위대한 발명이나 발견 속에는 사소한 것을 사소하지 않게, 평범한 것을 비범하게 바라 본 인물의 일화가 있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밥을 먹고, 숨을 쉬는 것 같은 평범한 일상에서 어떻게 부력을, 만유인력을, 페니실린을 발견했을까요.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힘을 필자는 통찰력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통찰력의 사전적 의미는 예리한 관찰로 사물이나 현상을 꿰뚫어보는 능력을 말합니다.
문제와 해답은 가까운 곳에 있기도 하지만 때로는 전혀 엉뚱한 곳에서 발견되기도 하는데, 그 멀게만 보이는 문제와 해답의 거리를 이어주는 것이 바로 통찰력입니다.
우리는 어려운 문제에 맞닥뜨리면 어딘가 꽁꽁 숨어 있는 해답을 찾아내고 망망대해에서 보석 같은 아이디어를 발견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우리 곁에 있지만 보지 못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에서 실마리를 찾아내는 것은 결국 통찰의 힘입니다. 그리고 간절함의 크기가 클수록 더 잘 보이기 마련입니다.
통찰은 풀리지 않을 것 같은 문제에 대한 답을 주기도 하고 새로운 영감을 주기도 합니다.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처럼 세상을 놀라게 하는 제품들도 자세히 보면 없던 것을 만들어 낸 창조가 아니라 일상의 발견을 재조합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신문을 읽다 보면 가끔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미래형 로봇이나 기계에 대한 기사를 접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 기술의 바탕에는 대개 거미나 개구리, 들꽃 따위와 같은 생태계 작은 생명체의 움직임에 착안한 기술을 적용한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인류의 생활을 뒤바꾼 스마트폰도 새로운 창조 같지만 사실은 첨단 기술력을 전화기 안에 재조합한 것뿐입니다.
작은 전화기 안에 담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이루는 수많은 기술은 결국 IT, 경영, 인문, 예술, 인간에 대한 통찰력을 모두 망라한 것입니다.
이쯤 되면 아이디어가 좋은 사람 또는 문제 해결 능력이 좋은 사람은 결코 센스가 있거나 타고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신은 공평해서 더 노력하고 갈구하는 사람이 먼저 답을 가져갈 수 있게 만들었다고 필자는 믿습니다.
유홍준은 그의 책 <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의 서문에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고 적은 바 있습니다.
필자는 ‘자신의 일에 간절하게 최선을 다한다면 보이는 것부터 다르고, 그때 보이는 것에 답이 있으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해답이 필요하다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면 주변의 모든 것을 통찰해 보십시오.
그 절박함의 크기가 클수록 더 좋습니다. 보석 같은 아이디어가 어느 날 당신 곁에서 사과처럼 뚝 떨어질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