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 2016년 산업계 R&D 동향
▲ 김이환 부회장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서언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로 인해 세계 무역량이 감소하고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신흥국의 금융위기론이 고개를 드는 등, 2016년에도 세계경제는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우리 경제는 내수의 개선에 따라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세계적인 경제성장 둔화로 인한 수출 부진이 계속되고 있어 그리 밝지만은 않은 상태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우리 기업들의 약진은 계속되고 있다.
브랜드 컨설팅 전문업체 인터브랜드(Interbrand)가 발표한 “2015 세계 100대 브랜드(Best Global Brands 2015)”에서 삼성전자가 GE를 앞서며 7위에 올라 4년 연속 10위권을 유지했다.
또한 현대자동차는 2014년도 40위에서 한 계단 상승한 39위를 기록하면서 최초로 30위권에 진입하였고, 기아자동차 역시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며 74위를 차지하였다.
미국에서 열린 세계최대 전자제품 전시회 ‘CES 2016’에서는 우리나라 주요기업이 최고혁신상을 휩쓸었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이 세계 일류가 되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들이 아직 많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에서는 2014년과 동일한 26위를 기록하였지만, 기업혁신 부문은 2014년 17위에서 2015년 19위로 2단계 하락하였다.
포춘(Fortune)지가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에 우리나라 기업의 평균 수익률은 4.52%로, 미국 대기업의 7.44%, 중국 기업의 5.49% 보다 낮으며, 500대 기업의 평균인 5.37%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기업시가총액을 기준으로 매년 발표하는 500대 기업에서도 2015년 한국 기업은 2001년 이후 최저치인 4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미국은 197개에서 205개, 중국은 0개에서 37개로 미국과 중국의 약진은 두드러졌다.
글로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 더 많은 글로벌 기업이 배출되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독보적인 기술과 품질의 확보가 필요하며, 혁신으로 기업경영의 효율성을 향상시켜 나가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개발 활동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2014년도 연구개발 활동 및 기술무역 조사 결과
2014년도 우리나라의 총 연구개발비는 전년대비 7.5% 증가한 63조 7,341억 원(605억 달러 수준)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4년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전년대비 0.14%p 증가한 4.29%로 세계 1위 수준인 것으로 조사되었다(그림 1).
우리나라의 연구개발비 중 기업이 투자한 개발비는 49조 8,545억 원(78.2%)으로, 공공연구기관 8조 1,127억 원(12.7%), 대학 5조 7,670억 원(9.0%)에 비해 높게 나타났으며, 우리나라 기업이 전체 연구개발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중국의 76.6%(2013년), 일본의 76.1%(2013년), 미국의 70.6%(2013년)보다 높은 수준이다(그림 2).
기업의 연구개발비 중 대기업의 연구개발비는 38조 6,177억 원(77.5%)으로, 중소기업 5조 9,468억 원(11.9%), 벤처기업 5조 2,899억 원(10.6%)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연구개발비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70.9% 이후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대기업 위주의 연구개발투자 경향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연구개발비 중 제조업 부문의 연구개발비는 전년보다 3조 742억 원 증가한 44조 3,282억 원으로 전체 연구개발비의 88.9%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일본 88.7%, 독일 86.1%, 미국 65.8% 보다 높은 수준이다.
반면, 서비스업 연구개발비는 전체 연구개발비의 8.3%에 해당하는 4조 1,172억 원으로, 미국의 28.6%(2012년), 영국의 58.1%(2012년), 일본의 10.0%(2013년), 독일의 13.1%(2012년) 등에 비해 낮게 나타났다.
연구개발투자 성과의 한 측면으로써 살펴볼 수 있는 것이 바로 기술무역이다.
2014년도 기술무역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술무역 규모는 2013년 대비 64억 21백만 달러 증가한 253억 5백만 달러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기술수출은 97억 65백만 달러로 전년대비 42.6% 증가하였으며, 기술도입은 155억 40백만 달러로 전년대비 29.1% 증가하였다.
기술수출액을 기술도입액으로 나눈 기술무역 수지비는 2010년 0.33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개선되어 2013년 0.57에서 2014년에는 0.63 수준까지 이르렀다(그림 3).
기술수출 현황을 산업분야별로 살펴보면 전기전자 분야가 40억 95백만 달러(41.9%)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정보통신 분야 28억 15백만 달러(28.8%), 기계 분야 14억 99백만달러(15.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술도입의 경우 전기전자 분야 84억 63백만달러(54.5%), 정보통신 분야 21억 41백만달러(13.8%), 기계 분야 20억 34백만달러(13.1%) 등의 순으로 나타나 우리나라 기술무역은 이 세 분야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표 1).
우리나라의 주요 기술수출국으로는 중국, 미국, 베트남, 싱가포르 등의 순이었으며 주요 수입국은 미국, 일본, 스웨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체 수출액의 30.2%가 중국에, 전체 기술도입의 47.5%가 미국에 의존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기술무역이 특정국가에 치우친 구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기업 연구개발투자 전망
2016년 우리나라 기업들의 연구개발투자는 큰 증가 없이 정체된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최근 표본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R&D전망지수인 KOITA RSI01 를 조사한 결과, 투자 RSI는 102.4, 인력 RSI는 103.6으로 나타나 2016년에는 R&D 투자와 연구인력 채용의 증가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표 2).
기업규모로 볼 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투자 및 인력 RSI가 2015년에 비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중견기업의 경우 투자 및 인력 RSI 모두 미미하게나마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산업별로는 자동차 및 정보통신 분야의 투자 RSI가 소폭 상승한 것을 제외하고 전 산업의 투자 RSI가 2015년도에 비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산업 전반에 걸쳐 R&D 활동이 전년보다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기계 분야의 경우 조선 및 중공업 계열 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심하게 위축되어 R&D 투자가 감소하는 단계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 건설 분야의 투자 RSI가 2015년에 이어 또다시 100 이하로 나타나 해당 분야의 R&D 투자감소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그림 4).
정부 연구개발 정책
기업들의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의지가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R&D정책 패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다고 하겠다.
이에 정부에서는 R&D투자가 GDP대비 4.29%로 세계 최고수준임에도 불구하고 R&D생산성 등 연구성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으며 전략 없는 R&D투자확대가 이루어진다고 보고 2015년 6월에 R&D혁신방안을 증가발표하였다.
혁신방안의 주요내용은 정부 R&D지원체계를 중소·중견기업 중심으로 개편하며 정부 R&D컨트롤타워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이었다.
연구개발 관련 예산도 양적인 확대에서 벗어나 연구개발 혁신과 효율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편성되었다.
국회에서 확정된 2016년 정부 예산을 살펴보면, 이러한 정부의 R&D정책이 투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2016년 연구개발 관련 예산은 19조 1천억 원으로 전년대비 1.1% 증가하였으나, 전체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9%으로 작년보다 0.1%p 줄여 예산편성이 이루어졌다(표 3).
결어
2015년에도 기업연구소는 인정요건 완화와 창조경제를 통한 기술혁신형 창업분위기 확산 등으로 증가세를 유지했다.
창업 3년 미만인 소기업의 경우 대표이사도 연구전담요원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허용(2015년 3월)했는가 하면, 중소기업 연구소의 연구전담요원 자격기준을 완화하여, 중소기업의 연구소가 크게 증가한 것이다.
2015년 12월말 기준 기업부설연구소는 35,288개인데, 이는 2014년 32,167개보다 9.7%인 3,121개가 증가한 숫자이다.
대기업은 2014년도 1,421개에서 1,266개로 감소한 반면, 중소기업은 30,746개에서 34,022개로 10.6% 증가했다.
정부는 기업의 기술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2015년 다양한 정책적 지원책을 시행했다.
중소기업 기술도우미(SOS1379)인 ‘기업공감원스톱 지원센터’를 7월에 확대·개소하여 중소기업을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체제를 구축하였다.
대기업과 출연연구기관간 협력을 통한 연구개발 혁신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노력도 추진되었다.
산기협과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출연연과 기업간 교류협력을 지원하기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하였다.
11월에는 양 기관 협력활동이 결실을 맺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24개 대기업 CTO와 출연연이 만나 기술협력에 대한 진지한 논의의 시간을 가졌다.
지역별로는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전국적으로 설립이 완료되어 18개의 센터가 운영되게 되었으며 창업의 구심점 역할을 하였다 한편으로는 규제개혁노력이 한층 가속화되었다.
모든 인증규제(203개)를 원점에서 검토하여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36개를 폐지하고 중소기업의 비용이나 절차를 부담스럽게 하는 77개 인증을 개선하는 등 대폭 정비하였다.
산업기술진흥을 위한 시상 및 인증제도에도 획기적인 변화가 있었다. 신기술인증(NET)의 경우 2015년에 전체 415개가 신규신청 하였는데 중소기업은 296개로 71.3%를 차지하며 전년도 70.9%에 비해 비중이 증가했다.
인증 비율 또한 2014년 50.5%에서 2015년 60.9%로 중소기업의 비중이 상승하였다.
무엇보다 2015년에 신기술적용제품에 대한 지원 혜택이 강화되어 공공기관이 공공구매시 10% 이상 구매가 의무화되는 등 중소기업 기술개발제품의 판로개척에 기여할 수 있었다.
2016년 신기술인증에 대한 중소기업의 관심과 참여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3년째 운영된 NET는 2016년 상반기에는 1,000개 신기술이 인증될 예정으로 우리나라 신기술인증 역사에 획을 긋게 될 예정이다.
IR52장영실상 또한 2016년에 25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그동안 1,300여 개의 기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는데, 이들 수상제품 중 13개는 광복 70주년 기념 과학기술대표성과 70선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기업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외적인 경제상황의 악화는 기업들의 연구개발에 대한 의지를 점차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일부에서는 일본 제품에 대해 가격경쟁력이 밀리기 시작했으며, 기술력은 중국에 따라 잡혔다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에게 이제 ‘단기간의 고도성장’이라는 프레임이 더 이상 유효하지는 않다고 하겠다.
지속가능하며 미래지향적인 성장전략이 필요한 시점이 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양적확대에서 질적 기반의 발전전략으로 대전환이 필요하다.
기업연구소의 지속적 증가로 연구개발투자의 양적인 확대는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
기업의 기술혁신역량을 중심으로 한 기업 육성과 신산업창출 지원책 마련 및 연구개발투자의 효율과 생산성향상 정책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대·중소기업간 기술협력을 강화하고, 산·학·연 연구협력 강화, 효율적인 연구인력정책과 지원체계 마련 등에 대한 대폭적인 변화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2016년은 산업기술계의 체질을 개선하고, 미래를 향한 새로운 출발을 다지는 한 해로 삼아야 할 것이다.
01 KOITA RSI(KOITA R&D Sentiment Index): 차년도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전망을 지수화한 척도. 100 이상이면 해당연도보다 호전, 100 미만이면 악화, 100 이면 해당연도와 동일함을 의미(0≦RSI≦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