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혁신 칼럼 - 새해 계획이 늘 작심삼일로 끝나는 까닭은?
자기혁신 칼럼은 회원사의 기업인, 이공계 연구원 등에게 자기혁신과 리프레시가 되는 재미있고 흥미로운 자기계발 칼럼입니다.
글_ 오세웅 작가
‘실행력’은 끈기와 집중에서부터
‘자, 오늘부터 시작이다.’
계획을 세우고 실행할 목표를 잡는다. 내가 세운 목표를 수첩에 고이 옮겨 적고 스마트폰에도 저장해둔다.
목표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벌써 두근두근한 여행이 시작된 기분이다.
작년처럼 어영부영하다가 연말에 들어서야 ‘내가 뭘 했는지’ 물어보고 싶지는 않다.
한 해의 하이라이트는 ‘추수’다. 씨앗을 뿌리고 거름을 주고 정성껏 가꾸면 반드시 수확물이 생겨야 한다.
지금까지 씨만 뿌려놓고 가꾸질 않았으니 수확할 거리가 없는 게 당연했다.
씨뿌리기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첫 단추인 계획부터 빗나가면 척박한 땅에 뿌려진 씨앗처럼 자랄 수 없다.
부끄럽지만 올해의 계획은 작년과 대동소이하다.
아니, 재작년과도 엇비슷하다. 생각은 굴뚝같은데 제대로 익어 추수한 과실을 먹어본 적이 없다.
계획은 세웠건만 실행력이 부족했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하지만 살다보면 뜻하지 않은 일이 생기면서 계획대로 이루어내기가 쉽지 않다.
그놈의 실행력이 늘 문제다. 끈기가 없으니 실행력이 떨어지고, 애초 마음먹은 대로의 계획은 늘 종이 위에서만 머문다.
남들은 어떨까. 위대한 일을 이루어낸 사람은 끈기가 대단하다고 한다.
악전고투하면서도 자신의 목표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 이 차이는 어디서 비롯될까.
처음부터 타고 난 소질일까 아니면 혹독하게 훈련한 결과일까. 둘 다 보통 사람의 경우와는 거리가 먼 것 같다.
하지만 계획한 대로 이루려면 끈기가 필요한 게 사실이다. 집중력이라고 말해도 좋겠다.
집중력은 어떻게 키워질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 집중이 더 잘되는 것은 알고 있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는 초 단위로 집중되지만, 꼴 보기 싫은 사람과 함께 있자면 세상에 시간만큼 더딘 게 없을 정도다.
좋고 싫음을 떠나 인간의 집중력은 얼마큼의 시간일까. 뇌신경학에 따르면 인간의 뇌가 최고로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7분 내외라고 한다. 7분을 넘으면 주의가 산만해진다는 뜻이다.
올해 계획한 대로 결실을 거두려면 평일에는 1~2시간, 주말에는 평균 5시간은 공을 들여야 한다. 불과 7분으로는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7분은 어느 경우에 사용되는 시간일까. 하나의 목표를 세우고 7분 집중하고, 쉬었다가 다시 7분 집중하고를 반복하는 걸까.
아니면 하루에 7분일까. 그럴 리가. 하루에 7분으로 계획이 이루어진다면 누구라도 해낼 것이다.
일본의 소프트뱅크 창업자인 손정의가 미국에서 공부할 때의 일이다.
고등학교 때 야무진 꿈을 품고 미국에 건너간 그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야무진 꿈만큼 악착같이 공부했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졸업 후 무엇을 할지 곰곰이 생각했다.
손정의는 졸업 후에는 창업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무슨 아이템으로 창업할지는 몰랐다.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는 확실한 아이템을 정해두고 싶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며 대학교에 다녔기에, 장래의 꿈을 준비할 시간이 거의 없었다.
곰곰이 생각한 끝에 하루의 일정한 시간은 자신의 꿈을 위해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딱 5분만 집중하자.
그 5분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확보하자. 손정의는 하루 5분이라는 짤막한 시간에 미래에 창업할 종자돈을 만드는 아이디어 구상에 골몰했다.
물론 처음부터 기가 막힌 아이디어가 나올 리 없다.
손정의도 그걸 알았기에 초조해 하지 않았다. 일단 1년동안 하루 5분에 집중하기로 했다.
1년이 지나고 2년째 되는 해, 손정의는 매일 수없이 궁리해 산처럼 쌓인 아이디어 속에서 돈이 될 만한 것을 하나 발견했다.
일본어를 각국의 언어로 번역·통역해 주는 휴대용 기기였다.
지금이야 그리 신기할 것도 없지만 당시로서는 일본 국내 시장에 내놓으면 꽤 가능성이 있었다.
손정의는 엔지니어가 아니기에 하드웨어를 제작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다니던 대학의 연구원들을 수소문해서 만들어줄 사람을 찾아냈다.
엔지니어에게는 기기가 팔리면 일정 부분을 배분해 주기로 계약했다.
손정의는 만들어진 기기를 일본에 갖고 들어와 사줄 기업을 찾아다녔다.
대기업 중 한 곳이 그 제품을 마음에 들어 했고 구입해 주었다. 그 돈이 나중에 소프트뱅크 창업의 종자돈이 되었다.
‘꾸준함의 힘’은 한계를 극복하게 한다
하루 5분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기껏해야 다음에 올 전철을 기다리거나, 쓸모없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시간밖에 안 된다.
이솝 우화의 거북이는 굳이 토끼가 아니라 사자나 얼룩말이 경쟁 상대였어도 자신의 페이스를 꾸준히 지키며 경주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산을 잘 타는 비결은 빠름이 아닌 꾸준함이다. 그렇다면 계속하는 힘은 어디서 비롯될까.
한계의 돌파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한계가 오면 제일 먼저 꺼내드는 편리한 자기방어 무기가 있다. 변명이라는 방패다.
한계에 직면하면 갖가지 이유를 등장시킨다.
어떤 때는 ‘저렇게 구체적으로 명료하게 안 된다는 이유를 댈 수 있을까?’라고 감탄스러울 만큼 자기 방어에 치밀한 사람도 많다.
하루 5분을 못하면 내일 10분하면 된다. 내일 10분 못하면 며칠 분을 한꺼번에 모아서 하면 된다는 방식 자체가 하루 5분의 한계를 버거워 한다는 증거다. 중요한 발견을 한 느낌이 든다.
토끼처럼 뛰다가 쉬고, 급기야 잠까지 자는 것은 어쩌면 누구나 가능할 수도 있다. 반면에 늑장부리지 않고 매일 최선을 다해 꾸준히 걷는 거북이가 되긴 쉽지 않다.
지인과 만나 술 한 잔의 회포를 풀 때도 있고, 피곤해서 침대에 눕고 싶기만 할 때도 있고, 주말이면 어딘가 훌쩍 떠나고 싶기도 하다. 이 모두가 내일이 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연 내일이 올까. 내일을 위해 준비하는 오늘은 있어도 내일의 실체는 없다. 그때 가봐야 아는 것이다.
아침에 눈을 떠서 깜짝 놀라며 ‘아, 고대하던 내일이 드디어 왔구나!’라고 감탄할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다만 ‘오늘’이 있을 뿐이다. 목표나 꿈은 패션이 아니다.
사람들에게 떠들어댄다고 내가 입을 옷이나 어깨에 걸칠 가방이 결코 될 수 없다. 토끼는 뛰다가 졌지만, 거북이는 걸으면서 이겼다.
‘걷다’ 뜻의 한자인 보(步)는 윗부분이 멈출 지(止), 아랫부분은 적을 소(少)라는 글자다. 힘들어도 멈춤을 적게 하라는 뜻이다.
한계에 당당히 직면해서 계속하다 보면 거기에는 쌓이는 힘이 있다.
그 힘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변화를 가져다 준다. 손정의가 그걸 확실히 증명해 보였다.
작심삼일은 ‘삼일’에 문제가 있지 않다.
정작 작심이 관건이다. 매일 계속하겠다는 ‘작심’만이 삼일이라는 한계를 극복해 준다.
최근에 읽은 영문소설에 나온 ‘Time is flying!’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시간이 흐르는 것도 아니고, 지나가는 것도 아니고 날아간다, 는 사실이 쇼크처럼 가슴을 쳤다.
하루 5분은 허투루 여길 시간도, 잉여 시간도 아니다.
지금도 내 눈앞에서 훌쩍 저편으로 날아가는 시간이다. 어차피 변명은 자기만족이다. 한계의 극복도 자기만족이다.
하지만 변명은 먹다 남은 인스턴트커피처럼 뒷맛이 안 좋고, 한계의 극복은 계속하는 힘을 길러주는 든든한 지렛대가 되어준다.
올해는 매일 5분도 못하겠다고 변명하는 치졸한 짓은 그만두자.
365일의 맨 끝의 날짜에 왔을 때, 올해는 꾸준히 걸었노라, 고 자신만만하게 선언하겠다.
시험 삼아 타이머를 맞추어두고 5분간 어떤 일에 집중해 보았다. 의외로 5분이란 시간은 묵직하면서 짙다.
작심은 된 것 같다. 자, 오늘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