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인사이트 - 왜 혁신 기업인가?
혁신 인사이트에서는 혁신의 트렌드, 전략 및 혁신사례를 살펴봅니다.
혁신 마인드: 창조적 혁신기업의 차이점
▲ 김동준 대표 이노캐털리스트
혁신 인사이트는 총 6회에 걸쳐 연재됩니다. 이번 호에 실린 글은 그 중 첫 번째 칼럼입니다.
현재 입증된 모든 것은 과거 누군가의 상상이었다. What is now proved was once only imagined.
- William Blake –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효용은 과거 누군가의 상상이었듯이, 미래에 실현될 혜택을 지금 꿈꾸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저 다가와서 받아들이는 미래가 아니라, 본인들이 꿈꾸는 미래를 만드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그곳이 바로 혁신 기업입니다.
이러한 혁신 기업이 하는 일은 인터넷과 컴퓨터 그리고 핸드폰과 같은 기술을 발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기술들을 거의 모든 사람이 상당히 저렴한 비용으로 아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전환시키는 창조적 작업을 더불어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오늘날 홀로 일하는 전문 프리랜서들은 별도의 작업 공간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는 무선 통신 장비만 있으면 이동하면서도 거의 모든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제 경우를 보면, 해외 저명 컨설팅 회사의 네트워크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 한 일은 약 2~3개월 동안 이메일을 서로 주고받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이러한 일을 편지로 주고받았다면 1년도 넘게 걸렸을 것이고, 전화로 진행했다면 국제 전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시카고까지 직접 가서 인터뷰를 해야 했다면 아마 포기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오늘날 우리의 생활과 경험은 아버지 세대의 생활과 경험과는 엄청나게 다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일까요? 바로 혁신 기업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저에게 왜 혁신 기업이냐고 묻는다면, 바로 그들이 우리의 경험과 라이프스타일을 엄청나게 바꾸기 때문이라고 주저 없이 답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변화의 방향이 우리 소비자나 사용자에게 너무도 많은 효용과 혜택을 주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이러한 혁신 기업은 어떻게 일하고 있기에 우리에게 이렇게 많은 효용과 혜택을 주면서도, 동시에 천문학적인 부를 누릴 수 있는 것일까요?
위기에 처한 한국 기업들도 미래 기업이 되기 위해서 반드시 고민해야 할 질문입니다.
지금부터 이 질문에 대해 스스로 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3가지 실마리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혁신 기업이 정말 잘하는 가장 첫 번째는 ‘질문하기(Questioning)’입니다.
위기에 처한 한국 기업들이 항상 답이 무엇인지를 먼저 찾는 것과는 달리, 혁신 기업들은 답보다는 질문을 찾기 위해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씁니다.
그것도 사용자와 소비자 입장에서의 질문을 찾으려고 전력투구합니다.
예를 들면,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무엇을 찾고 싶을까? 왜 찾는 것이 가치 있다고 생각할까? 어떻게 찾으면 정말 기뻐할까?
이러한 답이 뻔해 보이거나, 답이 없어 보이거나, 답이 너무 많아 보이는 질문들을 잘합니다.
이러한 질문을 통하여 그들이 하는 일은 질문에 답하기 위하여 사용자와 소비자에 대해서 공부한다는 것입니다.
너무나도 다양한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에 대해 공부하면서 이해하고, 이해할 수 없는 조건들에 대해서는 또 다른 특별한 관심을 가지면서 거기에도 패턴이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지만 인지하지 못하는 공통의 패턴을 발견한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좋은 해결안을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아주 빠르고 저렴하게 그것을 생산해 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혁신 기업은 배운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아니라 배우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배운 답을 세상에 내놓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배우는 과정의 결과로 새로운 미래를 창조할 수 있는 것입니다.
혁신 기업이 잘하는 두 번째 요소는 ‘즐겁게 일하기(Enjoying Work)’입니다.
일을 즐긴다는 것은 일을 사랑한다는 것이고, 사랑하는 일은 지치는 법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3M이나 구글과 같은 혁신 기업은 ‘15% 룰’이나 ‘20% 룰’ 같은 규칙을 활용하여 즐겁게 일을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오해가 없어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즐겁게 일한다는 것이 일의 양이 적거나 시간이 적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즉, 3M이나 구글이 전체 근무 시간 100%에서 15~20%를 차감한 80~85%의 시간만 업무를 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 근무 시간 100%를 일하고 추가로 15~20%를 일하는 사람도 많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위기의 한국 기업들에서는 이렇게 20%룰을 적용한다고 하면, 바로 120% 일을 시키려는 것이라고 생각할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혁신 기업에서는 누구도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에겐 참 놀라운 일입니다.
그들은 업무 시간에도 업무와 무관하지만, 본인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허락된 문화 속에서 일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업무 시간 중에 업무와 무관한 일을 한다고 해서 거리낄 담당자나 전문가도 없고, 업무 시간에 왜 업무외적인 일을 하느냐고 문책할 보스도 없다는 태도와 문화가 중요한 것이지, 업무 시간의 배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업무 시간 중에도 여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창의력을 높이는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사람의 뇌는 업무가 과중하여 뇌를 100% 활용하여 일해야 할 때는 하고 있는 현재 업무 이외의 다른 일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용량 한계의 이론’이 작동합니다.
즉, 현재 하고 있는 기존의 업무 이외에는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결국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창의적 업무를 할 수 없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런데 딴 생각-새로운 생각을 업무 시간에 해도 된다고 허락된 문화에서는 찰나의 창의적 통찰의 순간이 왔을 때 아이디어를 죽이려는 외부의 힘에 대항하여 아이디어가 타살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과부하 업무 때문에 그 생각을 스스로 죽이는 아이디어 자살 같은 현상이 발생하지 않을 확률이 훨씬 더 높습니다.
이렇게 자신의 아이디어와 정체성을 즐기는 혁신 기업의 문화 속에서 미래가 창조되는 것은 하나도 이상한 일이 아닐 것입니다.
이와는 달리 현재하고 있는 일이 너무도 힘들고 재미없어서 퇴근 이후에 회사 생각은 죽어도 하기 싫은 ‘직장인의 자기 내면적 퇴직’ 현상이 만연한 위기의 기업에서 미래를 창조하는 일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혁신 기업이 잘하는 세 번째는 ‘협업(Collaboration)’입니다.
협업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같이 일한다”라는 것과 조금 다른 특성을 가지는 이유는 “다른 분야의 전문가와 같이 일 한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엔지니어끼리 혹은 마케터끼리 아니면 디자이너끼리 함께 일하는 것보다는 엔지니어, 마케터, 그리고 디자이너 등등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함께 일하는 것을 아주 잘한다는 뜻입니다.
이들은 모두 전문가들이기 때문에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는 독립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일할 때는 상호의존적이 되는 것이 바로 ‘협업’입니다.
누군가에게 종속되는 상하 구조를 갖는 것이 아니라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면서도 서로를 믿고 의존하므로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협업이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하나의 일을 나눠서 하는 생산의 시대의 협력인 분업이 아니라, 하나의 일에 서로 함께 힘을 합하고, 생각을 모아서, 다양한 관점의 조화를 이루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능력이라서 그 결과가 탁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함께 모여서 일할 때도 위에서 군림하려 하기보다는 솔선수범하여 앞장서려고 하고, 아래서 복지부동 하려 하기보다는 평등하게 협력하려 합니다.
또한 동료를 경쟁하여 굴복시켜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서로 도와서 함께 미래를 창조하려는 문화가 꽃피는 조직이 됩니다. 이런 조직이 바로 혁신 기업입니다.
지금까지 자발적으로 질문하며, 그에 대한 답도 스스로 하기 위해서 어려움이 있음에도 즐겁게 협업할 줄 아는 혁신 기업의 3가지 특징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이러한 3가지 특징이 디지털 경제의 시대이자, 스마트 시대인 오늘날 더욱 중요한 이유는 예측 가능한 단 하나의 정답을 찾는 선형적 변화가 아니라 질문에 따라 독창적이고 고유한 답을 할 수 있는 비선형적 변화인 혁신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불연속적이고 불확실한 미래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혁신의 능력이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러한 창조적 혁신의 시작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1,000가지 이유를 찾아서 효율화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성공할 수밖에 없는 단 1가지 이유를 찾는 탐색의 작업이고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는 지루한 과정을 함께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부디 반복되는 효율화 게임에 지쳐서 새로움이 필요한 기업이나, 위기에 처했으나 이를 타개할 미래 경영전략이 없는 기업은 다음 아인스타인의 말을 곱씹어 생각하면서, 혁신 기업으로의 전환에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다른 결과를 원하면서 같은 방식으로 계속 일한다면 그것은 제정신이 아닌 것이다.
Insanity: Doing the Same Thing Over and Over Again and Expecting Different Results.
-Albert Einste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