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아카데미 - 경영에 예술을 입히면 파괴적 혁신이 일어난다
혁신 아카데미는 혁신의 주요 이론과 개념을 소개하고 실제와 연계한 칼럼입니다.
▲ 홍대순 교수 이화여대 경영전문대학원/테크노MBA
파괴적 경영혁신의 뉴 패러다임; 예술적 개입
우리는 어린 시절 미술 시간에 데생을 한두 번쯤은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학교가 아닌 기업현장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데생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면, 어떤 사람은 기업현장이 전쟁터인데 한가하게 그림 그리고 있을 시간이 어디 있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데생을 강조하는 기업은 ‘토이스토리’, ‘니모를 찾아서’ 등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아는 혁신의 아이콘인 영화제작사 ‘픽사’이다.
픽사는 다양한 부서의 직원들에게 예술교육을 시키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픽사에서 ‘데생 교육’을 실시하는 이유는 데생과정을 통해 사물을 유심히 관찰하게 되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러한 관찰의 힘과 관찰의 습관을 체화시킴으로써 비즈니스에 대한 새로운 관찰과 통찰력, 영감을 갖게 하는 것이다.
끊임없는 상상력의 원천인 셈이다.
유럽의 한 제조회사의 경우에는 생산현장의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자 경영현장에 예술가가 투입되고, 예술가와 조직 구성원들은 일련의 과정을 통해 생산효율성을 무려 25% 향상시키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을 뿐만이 아니라, 조직 구성원들은 이 과정 속에서 기계 뒤의 사람(기계를 움직이는 사람이 하나의 부속이 아닌 소중한 존재로서의 인간의 모습)을 보게 되고, 회사에 대한 로열티와 직원들 간의 의사소통이 활성화되는 등 조직으로서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을 축적하게 되었다.
우리는 기술혁신을 비롯한 경영에서의 혁신에 목말라 하고 있는데, 비즈니스 현장에서 예술가 및 예술적 요소가 도입되는 예술적 개입(Artistic Intervention)에 대하여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 기업경영에서 예술의 역할은 직원 복리후생 차원에서의 공연관람이나 기업이미지 개선 등을 위한 예술가 후원 수준 정도에 그쳤다.
그러나 예술적 개입은 이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기업의 전략수립, 개발, 제조, 판매와 같은 기업 의사결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과정에 침투되며, 기업의 경영혁신, 기술혁신을 이루어 가는 것이 예술적 개입이며, 진정한 아트경영인 것이다.
이러한 기업경영에서의 예술적 개입의 장르는 음악, 미술, 무용, 연극, 영화, 문학 등을 총 망라한다.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지오바니쉬우마 교수는 ‘The Art Value Matrix’ 를 제시하고 있는데, 본 Matrix는 조직 구성원 차원의 변화 정도(X축: Organizational People Change/Development)와 조직 구성원 차원에서의 변화정도(Y축: Organizational Infrastructure Development)를 두 축으로 하여 총 9개의 형태를 제시하고 있다.
경영에서의 매우 소극적인 역할인 ‘Entertainment’에서 가장 적극적인 예술적 개입의 의미를 지닌 ‘Transformation’의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여기서 논의하는 것은 바로 우측 상단에 위치한 ‘Transformation’에 해당하는 것이며, 파괴적 기술혁신, 경영혁신을 통한 새로운 경영혁신 패러다임을 논하고자 한다.
예술이라는 영어 Art는 라틴어인 아르스(ars)이며 그리스어로는 테크네(techne)으로, 예술이라는 말에는 기술이 포함되어 있는 셈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과학기술자와 예술가 두 그룹 사이에 공통적인 요소가 있는데, 예술가와 과학기술자들은 사고하는 데 동일한 도구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그러하기에 예술가인 과학기술자, 과학적인 예술가가 자연스럽게 탄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마치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이점은 특히 과학기술과 기술혁신에 있어서 예술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인식할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이정문 화백이 서기 2000년대를 상상하며 1965년도에 그린 그림 2를 보면 그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며 다빈치의 헬리콥터 스케치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왜 예술적 개입, 즉 아트경영이 경영혁신을 리드하고, 혁신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새로운 경영철학으로 자리 잡게 되는 것인가에 대하여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시대는 산업경제 시대를 넘어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가득한 새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
변화의 속도는 예전과는 판이하게 달라 이제는 오히려 새로운 것이 보편적(New is Normal)인 시대로 접어 들었으며, 호모사피엔스의 이성을 뛰어넘어 호모루덴스의 감성을 자극하는 Know Feel의 시대에서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기업만이 세상을 리드해 갈 수밖에 없는 세상이다.
바로 이러한 창조, 창의의 근원적이고 근본적인 원천에 ‘예술’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창의, 혁신의 근원적 본질에 철저하게 접근해야 하는 이유이다.
예술에는 몇 가지 독특한 특성이 있는데, 바로 상상력, 표현과 공감, 해석과 존중, 과정지향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림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카소의 작품 게르니카의 작업진행을 연구한 저명한 창의성 대가인 로버트와이스버그는 “예술가는 창의적인 과정을 수행하는 동안 대상을 새로운 존재로 바꾼다. 다시 말해 피카소가 없으면 게르니카도 있을 수 없는 것이다”라고 말했는데, 이는 표현하는 주체에 따라서 대상이 완전히 새롭게 바뀌게 됨을 알 수 있다.
상상하고 표현하는 예술적 사유, 예술가적인 주관적 통찰은 다름을 허용하고 창조를 일으키는 예술의 과정은 기업혁신 과정에 고스란히 스며들어야 하는 간절한 것이다.
실제로 피카소는 게르니카를 완성하기 위해 45번의 예비작품 과정을 통해 게르니카라는 대작품을 완성한다.
전쟁이라는 직접적인 표현보다는 무엇인가 끔찍한 일이 벌어진 암시와 더불어 색깔을 쓰지 않고 오히려 검은색, 흰색의 사용은 보다 강렬한 인상을 주고 있다.
예술가 폴 호건은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없으며,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이 묘사한 세계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창의, 혁신을 강조하고 이성적으로 이해하고 수많은 활동을 전개하지만, 과연 그 성과는 얼마만큼 파괴적이고 혁신적이었는가?’라는 질문에 일침을 가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기업들이 다양한 혁신활동을 한다고는 하지만, 결국에는 기존의 틀 안에서 움직인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쉽게도 열심히 활동한 결과는 미흡한 성과 창출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이며, 혁신에서 멀어지고, 경쟁에서 뒤처지는 기업이 된다는 점이다.
‘그래 더 해보자’라고 이것을 또 반복한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파괴적 혁신의 실현을 위해서 새로운 경영패러다임인 예술적 개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예술적 개입이 기업 경영혁신에 미치는 영향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기업 경영 현장에서 예술적 개입을 통해 어떠한 변화와 성과가 창출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관련 내용으로 유럽연합(EU)의 ‘Creative Clash (창조적 충돌)’ 보고서를 기반으로 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이 글에서는 다양한 기업사례를 통해 경영에서의 예술적 개입을 통해 다른 시각에 기반한 신제품 혁신은 물론이거니와, 생산성 제고와 더불어 직원들의 일하는 방식의 변화, 조직 구성원의 결속력 증가 등 기업경영전반의 변화와 혁신을 일으키는 새로운 경영패러다임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피력하고 있다.
표 1 에서 보는 바와 같이 비즈니스에서의 예술적 개입에 대한 영향은 크게 8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8가지 영향에는 다르게 보고 생각하기(Seeing More and Differently), 활성화(Activation), 조직 구성원 간의 협업과 소통(Collaborative Ways of Working) 등이 있으며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호에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혁신 아카데미의 다음 내용은 2월호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