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혁신 성공사례 -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기술혁신 성공사례는 기업의 연구책임자 인터뷰를 통해 성공프로젝트를 기술혁신 측면에서 살펴봅니다.
CJ제일제당의 BYO 피부유산균
전방위적 체계·기술혁신을 통한 R&D 기획과 신제품 개발
▲ 문병석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장
세계는 지금 유산균 열풍이다. 유산균은 현대인에게 가장 중요한 건강기능식품 중의 하나로 떠오르면서 식품업계, 제약업계에서도 다양한 유산균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그러나 제품이 워낙 많다 보니 과연 어떤 것을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는 소비자들의 고민 또한 가중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좋은 유산균’을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유산균이 장까지 안전하게 살아서 갈 수 있도록 제조된 제품으로 특히 채소, 곡류 위주의 식생활을 하는 한국인에게 적합한 식물성 유산균을 추천한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토종 유산균 열풍을 이끌고 있는 제품이 있다.
국내 대표 식품기업인 CJ제일제당에서 개발한 ‘BYO 피부유산균 CJLP133’이 바로 그것이다.
‘BYO 피부유산균 CJLP133’은 CJ제일제당이 7년의 연구 개발 끝에 김치에서 분리한 단일 유산균으로 장 건강뿐만 아니라 면역물질의 과분비를 조절해 피부 가려움을 개선하는 국내 최초의 건강기능식품이다.
2013년 말 출시된 이 제품은 기능성 유산균 트렌드를 이끌며 매출 상승은 물론, 국내·외에서 제품의 기능성을 인정받고 글로벌로 진출하는 등 명실공히 ‘국민 유산균’으로 자리매김했다.
신사업·신제품 개발을 위한 조직 내부의 핵심성공요인
초일류 기업을 연구하는 아리 드 게우스(Arie de Geus)는 1997년 출간된 자신의 저서 < 살아있는 기업(The Living Company) >에서 기업의 평균 존속기간은 12.5년으로 그 기간 동안 제품·서비스의 생명력은 6~36개월 유지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한 기업이 존속하는 동안에 4~25개 정도의 신제품·신서비스(이하 신제품에 포함)를 개발했음을 말해 준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매출의 획기적 증가와 고수익이 창출되는 구조는 대부분 신사업이나 신제품에서 발생된다는 점이다.
실제 우량 기업들의 경우, 전체 사업 가운데 신사업·신제품의 매출 비중이 38% 이상으로 기업 전체 수익의 약 6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SRIC-BI, 미국 내 200개 기업 대상조사, 2002).
이렇게 새로운 사업 및 제품 개발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오늘날 수많은 기업들은 신사업·신제품의 발굴과 개발에 많은 시간과 자원을 할애하고 있다.
그러나 신사업·신제품의 발굴과 개발이 사업적으로 성공하기까지는 수많은 난관들이 존재하며, 미래 시장과 기술 등의 불확실성은 미래에 대한 도전을 두렵게 하고 있다.
그렇다면 신사업 및 신제품 개발을 성공으로 이끄는 요인은 무엇일까?
CJ제일제당의 BYO 피부유산균 개발 과정에서 돋보인 조직 내부적인 요인들을 예로 들어 살펴보자.
첫째, 내부 인적자원에 대한 것이다. 여기에는 신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책임자의 사업가적 시각과 새로운 시장 및 고객에 대한 지식, 다양한 네트워크 구성 역량, 핵심인력을 확보하고 관리·운용하는 능력들이 포함된다.
내부 인적자원은 크게 두 가지 축으로 나뉘는데 연구개발자의 ‘열정’과 포기하지 않는 ‘집요함’, ‘긍정적 연구자세’가 바탕이 되어야 하며, 다음은 ‘경영자’ 혹은 ‘경영자의 관심’을 꼽을 수 있다.
중소·중견기업의 경우라면 CEO, 중견기업 이상 대기업의 경우라면 CEO를 중심으로 사업부장, 연구소장 등 경영층의 전략적이고 일관된 시각과 조직적 지원과 약속, 그리고 연구개발 전 진행 과정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둘째, 경영자들의 공통되고 일관된 전략적 마인드가 확보된 가운데 합의된 명확한 세부전략이 있어야 한다.
기존 사업은 물론 새로운 사업의 추진을 위해서는 중장기 환경예측에 따른 제품개발 및 출시 계획, 콘셉트의 적용 등 제품 파이프라인의 구축과 이에 대응한 핵심기반 기술의 개발 및 확보 계획, 그리고 구매, 생산, 마케팅 등 관련 기능들의 연계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 등 모든 세부활동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는 유관조직간의 관심과 지식공유가 사전에 합의되었을 때만 가능하다.
셋째, 사전 기획과 R&D 과정, 그리고 연구개발의 결과가 글로벌 시장에서 사업적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다양한 글로벌 기업 및 연구기관과의 네트워크가 필수적이다.
현재의 경영환경은 국내 시장에 한정되지 않은 만큼 기업 내부의 인력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따라서 글로벌 시장과 기술의 관점에서 함께 고민하고 도전할 외부 전문 조직과 인력을 확보하고 정기적인 교류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조건이 있다. 그 대상이 되는 신사업 및 신기술은 한 세대를 앞선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그것이 짧은 기간에 사업적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사업이나 기술적 아이디어라면 ‘협력’보다 ‘경쟁’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접근해야 한다.
마지막 네 번째 성공요인은 기업의 문화와 풍토에 대한 것이다. 경영층으로부터 하부 각 기능조직에 이르기까지 개방적인 사업기획과 연구개발 활동이 가능하고 외부적으로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비교적 쉽게 구축할 수 있다면 그 조직은 새로운 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충분한 문화와 토양(체계와 인프라, 의사소통의 분위기 등 포함)을 갖추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반면 새로운 것에 대한 투자 리스크에 대한 두려움과 다른 조직의 견제에 의한 지식과 정보의 차단 등 새로운 도전을 원천적으로 어렵게 하는 문화를 가진 기업이라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문제는 후자에 해당하는 기업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럼 지금부터 CJ제일제당이 ‘BYO 피부유산균 CJLP133’을 개발하는 과정에서의 주요 활동과 기술혁신체계를 살펴보고 앞서 짚어본 성공요인들의 중요성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하자.
CJ제일제당의 BYO 피부유산균 개발의 배경
(1) 미래 트렌드 예측과 신사업 전개 방향
1953년 8월 제일제당공업주식회사로 설립된 CJ제일제당은 설탕, 밀가루, 식용유 등 소재식품에서 가공식품으로 끊임없이 사업영역을 넓히며 국내 최고의 종합식품회사로 성장했다.
현재 CJ제일제당이 주력으로 하고 있는 사업은 크게 4개로 다양한 전통식품과 즉석·신선식품 등을 주로 하는 ‘식품사업군’과 밀가루, 식용류 등의 ‘소재식품사업군’, 발효정제 기술을 기반으로 핵산, 식용 아미노산, 축산용 라이신 등을 생산하는 ‘바이오사업군’, 그리고 사료제품과 사양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생물자원사업군’으로 나뉜다.
‘BYO 피부유산균 CJLP133’은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의 신제품 개발 역량이 낳은 히트상품으로 우리의 전통발효식품인 김치를 활용하여 세계 최초로 약의 도움 없이 유산균 섭취만으로 피부가려움과 아토피 개선 효과를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여기에 더해 다양한 사업영역에 걸친 융합기술을 바탕으로 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실제로 우리의 전통식품에 기반한 건강식품으로 약리적 효과의 검증, 유산균을 활용하고 다룬다는 측면에서 제약과 바이오 기술영역이 사용되었으며, 동물실험과 임상시험에서도 CJ제일제당이 보유한 기술이 사용되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기존의 사업전개 방식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핵심기술 확보 전략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전반적 기획 절차는 기존의 전통적인 신사업·신제품 발굴 프로세스와 무관하지 않지만, 내부의 사업영역과 기술전략 관점에서 핵심역량과 시너지활동이 철저하게 전제되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미래의 산업 환경을 예측하고 분석함으로써 주요 사업군과 연관된 주요 트렌드 네 가지를 도출하는 데서 기획의 출발점을 마련하였다(그림 2).
첫째, 과거 순수한 식량의 관점에서 농업의 중요성이 강조된 ‘쌀’의 개념은 산업화 시대로 접어들며 반도체, 철강, 정보통신 등 소위 ‘산업의 쌀’로 의미가 진화해 왔다.
그리고 다시 ‘생명공학 관련 산업’과 ‘문화산업’이 ‘새로운 산업의 쌀’의 의미로 진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CJ제일제당의 식품영역에서도 생명공학이나 문화의 이입(移入)을 통하여 언제든 새로운 시장이 창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과거 산업화 시대에 ‘중요하고, 강력하며, 대세적인’ 의미를 갖던 것들이 미래에는 ‘사소하고, 미약하며, 미세한 것’으로 산업과 제품의 콘셉트가 변화한다는 것이다.
즉, 대규모 투자와 복잡한 공정을 통하여 단시간에 대량으로 생산되는 것보다는 자연환경, 생활환경의 변화에서 기인하고 다양한 대상과 목표에 근원적 원인을 개선할 수 있는 특화된 제품과 기술들이 새로운 산업의 핵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셋째, 다가오는 세기(2100년대)까지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100억 명에 도달하는 한편 인간의 수명은 100세에 도달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1인 가구의 증가로 단순한 식생활을 추구하는 비중 또한 급격하게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갖가지 식단과 식사 단계별로 개별적으로 구성된 식품들(반찬류, 샐러드, 수프 등)은 하나의 포장으로 한끼의 식사를 해결할 수 있고, 그 특성이 조화롭고 강화된 통합형 식품들이 주류를 이룰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마지막 CJ제일제당이 주목한 미래 트렌드는 식량 생산의 기반인 종자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그것이 또 다른 산업의 축으로 급부상할 것이라는 점이다.
증가하는 세계 인구, 변화하는 지구 환경, 그리고 이에 무감각하게 대응하고 있는 식량의 근원인 종자의 개발과 확보·선점 노력이 미래의 ‘안정적 삶’을 영위하는데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 보고 있다.
장기적인 사업과 기술전략 설정을 위해 이렇게 미래 트렌드를 예측한 CJ제일제당은 생명과학(공학)과 생활과학을 중심으로 하는 핵심기술력을 확보하여 ‘종자’, ‘미생물’, 그리고 ‘세포’를 축으로 하는 ‘사업의 핵’ 구조를 정립하고, 세부 제품 개발을 위한 파이프라인을 구축해 가고 있다.
(2) 피부유산균 제품의 개발 배경과 과정
그렇다면 기능성 유산균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BYO 피부유산균 CJLP133’ 의 아이디어 도출과 개발 방향은 어떻게 이뤄졌을까?
앞서 소개한 신사업 전개 방향에 따라서 신제품·신기술 아이디어를 확보하고 개발을 추진하게 되었는데 이때 전략적인 방향을 설정하는데 중요한 포인트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 번째, ‘인류의 체형 진화와 식문화’에 대한 분석을 기반으로 제품 콘셉트를 정리했다는 점이다.
250만 년~350만 년 전 지구상에 첫 모습을 나타낸 인류의 진화와 체형 변화를 분석한 결과 아프리카와 한국, 일본 그리고 유럽 일부 지역의 사람들이 비교적 건강한 체형은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그림 3의 A)을 확인하고 그들의 식문화연구에 들어갔다.
그 결과 아프리카의 경우에는 자연식을, 한국과 유럽의 일부 지역에서는 발효식품을, 일본은 다양한 해조류를 중심으로 하는 식단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하고 신제품의 아이디어를 도출해 냈다.
두 번째, 기존 사업인 전통식품군의 지속 성장을 위한 전략 방향을 ‘한식의 세계화로 시장을 확대한다’는 직접적이고 물리적 접근방법보다는 단계적으로 대응해 간다는 것이다.
즉, 우리 전통식품인 ‘김치’는 곧바로 세계화가 가능한 제품이 되기는 어렵다는 판단 아래 일본의 대표음식인 ‘스시’의 세계화 과정에 주목했다.
과거 서양인들에게 ‘날것으로 먹는 것’은 ‘미개한 것’이라 인식되었던 스시가 오늘날 ‘건강에 좋은 고급 음식’으로 발전되어 세계시장을 공략하기까지의 과정을 롤모델로 삼았다.
서비스가 시장에 도입되고, 이것이 문화로 받아들여져, 시장에 정착이 되는 선순환의 구조를 만들어보기로 한 것이다.
즉 김치의 유산균을 기반으로 하는 제품개발을 통하여 먼저 시장에 출시하고 이를 기반으로 세계시장에서의 인식 전환을 이룬 후에 김치의 세계화로 나아간다는 전략이다(그림 3).
‘BYO 피부유산균 CJLP133’ 은 바로 이러한 전략적 배경 아래에서 개발이 진행되었다.
우선 김치 속 유산균으로 우리 몸 안의 면역 반응을 활용하고, 복합적 요인 및 약물로 대응한다는 전략에 따라 기존의 전통발효식품을 활용하는 신제품 아이디어를 확보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국내 최초 ‘면역과민반응에 의한 피부상태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섭취가 간편하고 부작용이 없는 안전한 메디푸드 ‘BYO 피부유산균 CJLP133’과 ‘BYO 피부생유산균 CJLP133’을 2013년 말 출시하였다.
이는 세계 최초 ‘단일 유산균’으로 피부면역은 물론 장 건강까지 해결할 수 있는 제품으로 인정받으며, CJ제일제당을 프로바이오틱(Probiotic) 유산균 전문기업으로 이끌 핵심 제품으로 부상하였다.
이상에서 우리는 CJ제일제당의 신사업·신제품의 전략적 방향과 개발 콘셉트에 대하여 살펴 보았다. 그럼 지금부터는 BYO 피부유산균 CJLP133 제품을 성공으로 이끈 요인들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BYO 피부유산균 CJLP133 제품의 성공요인
‘BYO 피부유산균 CJLP133 제품(이하 BYO 유산균)’이 사업적 성공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그 기획과 개발 과정에서 빛난 기술혁신 체계는 다섯 가지로 정리된다.
(1) 철저한 사전 기획과 전략적 합의
‘BYO 유산균’ 개발을 성공으로 이끈 첫번째 성공의 요인은 신제품의 아이디어에서 사업화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철저한 사전 기획과 장기간에 걸친 전략적 합의가 추진되어 왔다는 점이다.
CJ제일제당은 2000년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성장을 위한 신사업·신기술 개발 방향을 정립하기 위하여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확보된 시장과 기술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기반으로 회사의 새로운 사업 전략 방향을 수립하였다.
이렇게 구축된 사업전개 방향은 조직의 핵심역량과 기술 개발을 위한 구심점 역할을 한 것이다.
이는 분명 다른 기업들과 차별화된 부분이다.
일부 기업들 중에는 CEO나 경영층으로부터 확보된 신사업 아이디어가 개발 부문에 일방적으로 주입되고, 연구자는 개발의 최종 목표와 기본 콘셉트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시장출시를 강요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때 문제는 시장과 기술, 개발 방법 등에서 심각한 부조화가 초래되면서 사업화와 그 성공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진다는 점이다.
자고로 신사업이란 산업환경의 변화와 내부 역량 등 다양한 관점에서 강점분야와 발전 전략이 우선적으로 정해지고 이것은 다시 조직적 합의를 거친 후에 신사업 아이디어를 확보하는 것이 순서다.
이처럼 시장과 문화, 제품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시장 접근 방법 및 절차에 대한 분석을 통하여 사업화에 이르기까지는 절대시간이란 것이 소요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CJ제일제당은 식품사업에 대한 성장의 기회를 탐색하기 위하여 다양한 사전 기획 활동을 통하여 중장기 전략방향을 정립하고 충분한 합의와 검증을 거쳐서 세부 사업·제품의 파이프라인을 구축했다.
‘BYO 유산균’ 제품만 해도 실제 개발 기간(약 3년)보다는 기획 활동과 전후방 관련 산업과의 관계 및 대외 검증 활동 등에 훨씬 많은 시간(약 7년)을 할애했다.
(2) 연구개발 추진 체계의 통합
두 번째 성공요인은 통합화된 연구개발 추진 체계에 대한 것이다.
보통 중견기업과 대기업에서는 사업이나 기술이 자신과 직접 연계된 사안이 아닌 경우 사업간 혹은 유관 조직간에 의사소통이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있거나 서로의 활동에 대한 협력이 원활하지 않은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경우 다른 사업부서의 연구자가 가진 정보나 노하우를 알기 어려울 뿐더러 실제 활용하기란 더욱 어렵다.
하지만 ‘BYO 유산균’ 개발의 경우는 달랐다.
아이디어 자체가 장기적 전략 아래서 조직의 공통된 생각과 합의를 통해 형성된 지향점을 기반으로 탄생된 것이었기에 특정 사업부에 한정되지 않은 다양한 핵심기술력과 전문지식, 노하우들이 결합되어야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김치의 유산균을 제품화하는 과정에서는 다양한 기능 혹은 학제들 간의 지식과 노하우가 요구되었다.
과거의 연구개발 과정에서는 구현된 적이 없는 새로운 체계의 혁신이 필요했다.
물리적인 공간의 통합화 작업을 포함하여 국내의 대학과 병원들은 물론 글로벌 기업들과의 네트워크와 연구 협력 활동들이 회사차원에서 다양하게 추진되었다.
(3) 사업 심의 및 평가 프레임의 차별화
세 번째 성공요인은 기존 사업과는 다른 사업의 심의 및 평가 체계를 구축했다는 점이다.
흔히 기존의 제품·사업과는 다른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경우 그 영역의 특성과 목적에 부합되는 새로운 조직을 구성하여 대응할 것이 권장된다.
제품의 콘셉트를 개발하는 기획단계부터 향후 연구개발과 장기적인 사업화 관점에서 기존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각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자칫 기존 사업·기술의 패러다임 아래서 새로운 사업이나 제품을 추진할 경우 시장과 고객에게 제공할 가치를 명확히 판단하는 것이 어렵고, 의사결정의 시점과 그에 따른 기회의 포착방법 등이 이질적일 수 있다.
때문에 새로운 사업의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시장과 기술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의 충분한 기간에 걸쳐서 다양한 시각에서 확보된 의견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BYO 유산균의 개발과정을 살펴보면 기업 내부조직을 재구축하는 등 여러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연구과제의 존립이 어려운 상황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과제가 중단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던 비결은 새로운 것에 대한 판단 기준이 기존의 것과는 차별화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곧 내·외부의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활용하여 충분히 검증한 이후 각 연구개발 과제의 성격(신기술, 신제품, 업그레이드 제품, 공정개선 등)과 각 단계별 주요 특성을 중심으로 소위 ‘연구결과물의 가치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내부의 정의와 기준을 명확히 확립했다는 의미다.
(4) 전방위적이고 종합적인 검증과 합의 과정
네 번째 성공요인은 내부의 전방위적인 검증과 협의활동에 대한 것이다.
연구개발 과정에서 사업 및 기능 조직 간의 평가와 협의를 공동으로 진행할 경우 그 과제가 사업화에 근접할수록 관련자들은 서로 다른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과연 그 기술이 시장에서 받아들여질 것인가?(연구·마케팅 부문)’, ‘기획단계에서의 개발 콘셉트가 제대로 구현되기 위한 기초소재 등은 소싱이 가능한 것인가?(생산·마케팅부문)’, ‘새로운 제품은 과연 기획된 사업 모델로 사업 성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인가?(경영·기획부문)’, ‘어떤 사업적·기술적 리스크들이 존재하며, 그것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전체부문)’ 하는 다양한 의문이 생기는 만큼 그 불확실성이 제거되거나 다른 대안이 존재할 때라야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CJ제일제당은 바로 이러한 때에 소위 ‘끝장회의’를 진행하였다.
미래형 건강식품을 놓고 제약 수준의 데이터 신뢰성에 대한 요구와 검증, 융합적·이질적 사업·기술에 대응한 프로토콜 구축, 법적 이슈에 대한 대응 등 시장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사소한 문제의 근원들을 다양한 시각에서 보완할 수 있는 활동들을 진행하였다.
이렇게 내부 합의와 설득을 거치는 데만 무려 1.5~2년이 소요되었다.
(5) 연구개발자의 열정과 집중력
기간의 길고 짧음을 떠나서 모든 연구과제를 진행함에 있어서 중요한 성공요인 중 하나는 강한 책임감과 목표의식, 집념을 바탕으로 연구과정 자체에 몰입할 수 있는 연구개발자다.
BYO 유산균 개발을 성공으로 이끈 중요한 요인 역시 연구개발자의 열정과 집중력에 있었다.
BYO유산균 과제의 기획 시점은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획 초기, ‘한식·전통식품의 세계화’라는 큰 주제 아래에서 김치의 직접적 사업화 보다는 서비스, 즉 문화적 인식을 먼저 개선한 후 식품의 사업화를 추진한다는 전략 아래 김치의 ‘유산균’에 포커스된 연구가 시작되었다.
‘유산균’의 제품화에 대한 개발 목표를 구체화시키기 위해 관련된 특허와 논문들을 검토하고, 그 효능과 애플리케이션을 정리하여 전체 리스트를 구축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그 후에는 현재의 약물로는 근원적인 치료가 불가능하고,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제품 타깃 하나를 선정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아토피 피부의 개선과 완화’라는 테마였다.
이에 제품 아이디어의 콘셉트를 구체화하기 위한 작업이 이어졌다. ‘내 아이에게 먹일 수 있을 정도의 안전성과 효능’을 검증해야 하였고, ‘섭취와 보관의 편리성’을 높이는 한편 ‘아이 스스로 찾아서 섭취’할 수 있는 친밀한 맛과 식용감 등을 강화하기 위한 끝없는 고민의 시간이 이어지고 다양한 루트를 통해 데이터를 확보하고 검증하는 작업이 계속되었다.
원천기술 개발에서부터 신뢰성 확보를 위한 데이터 관리, 임상시험실험 등 다양한 내·외부의 연구개발 체계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연구자의 ‘집념’과 ‘끈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아무리 좋은 내부의 운영 기법과 시스템이 존재할지라도 연구자의 열정과 집중력이 없다면 성공을 보장받기 어렵다.
시사점
지금까지 우리는 CJ제일제당이 ‘BYO 피부유산균 CJLP133’을 성공으로 이끈 혁신 체계에 대하여 살펴 보았다.
세상에 없던 새로운 기술과 사업의 성공과정에서 나타난 다양한 활동은 우리에게 몇 가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첫째, 기업이 새로운 사업을 기반으로 혁신적 성장의 모멘텀을 확보하고자 한다면 긴 호흡으로 중장기적인 전략을 세워 차근히 진행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CJ제일제당의 BYO 유산균 과제의 경우, 기본 전략의 수립에서부터 아이디어의 도출과 개발, 그리고 단계별 심의와 내부 합의를 이루기까지 거의 10여 년에 걸친 내부 검증과 합의의 과정을 거쳐 성과로 이어진 것이다.
이렇게 내부의 핵심기반기술력과 시장에 대한 지식, 그리고 사업을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다양한 의견이나 생각들을 기반으로 사업을 구체화하여 추진한다면 성공 확률은 현저히 높아질 것이다.
둘째, 새로운 사업의 추진을 위한 연구개발 주제에 대해서는 기존의 연구과제와는 다른 평가와 기준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신사업·신제품의 경우에는 기존의 잣대로는 판단할 수 없는 독특한 부분들이 곳곳에 산적해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주로 미래시점에 대응된 타임프레임이 가지는 불확실성 때문이다.
따라서 다양한 내·외부의 시각과 지식을 초기시점에서부터 협의하고 대응하는 ‘체계의 혁신’이 필요하다.
BYO 유산균 과제는 CJ제일제당의 수많은 R&D 과제의 하나였으나 그 주제 자체는 아직 세상에서 접근해 본 적이 없었던 제품으로 연구개발자들의 호기심과 관심이 충분한 주제였다.
그래서 현재 경쟁자와 견제자의 관점보다는 그 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법에 대하여 다양한 의견을 제공하였고, 그에 대한 기술적·사업적 판단을 해야 하는 시점에서 객관적인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
셋째는 기업 내 다양한 조직의 지식과 정보를 총 집약하고, 그것을 활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개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는 자신이 소속된 기업의 역량이 전제된 상황에서 발의되고 추진이 결정된다.
그래서 기획 시점에서부터 조직이 공통된 지향점을 중심으로 다양한 정보와 생각들이 연구개발 진행과정에서 수시로 논의되고 그 접근 방법에 대하여 고민하여 일관된 사고 아래서 ‘긍정적인 투입’이 많아질 때 성공의 확률도 높아진다.
지금까지 사업화에 성공한 제품들의 개발 이면에는 항상 기획단계에서부터 다양한 조직 기능간의 협력과 공조, 그리고 지속적 피드백이 전제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자.
마지막으로는 CEO를 중심으로 한 최고 경영층의 지속적 관심과 지원에 대한 것이다.
이는 신사업 뿐만 아니라 기업 내부에서 추진되는 대부분의 태스크 활동에도 적용되는 사항이다.
특히 R&D 영역에서는 경영층의 관심이 초기에 집중되다가 사업적 성과 창출이 지연되는 과정에서 관심도가 급격하게 추락한다.
그 후 연구개발자 홀로 우여곡절을 넘긴 후 사업화 시점에서 다시 급격한 관심을 가지는 것이 세계적인 현실이다.
따라서 일단 신사업 추진이 결정되었다면 내·외부의 환경변화에 따른 연구과제의 중단 혹은 보류가 아닌 경우 관리자와 경영층의 지속적 관심은 필수적이다.
BYO 유산균 과제는 기획시점에서부터 짚어 본다면 보통 사람의 기억에서 충분히 사라질 수 도 있는 장기 과제였다.
그러나 연구소장을 중심으로 경영층의 이동과 변화에도 일관되게 추진이 되고 관심의 대상이 되었던 만큼 결국 성공에 이를 수 있었다.
현재 CJ제일제당은 BYO 유산균의 개발 과정에서의 경험과 핵심기술력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BYO 유산균 브랜드가 국내 프리미엄 유산균 시장 선점 뿐 아니라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반기술을 강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또한 김치의 유산균에서 창출된 제품을 시발점으로 한식의 세계화를 위한 활동들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전방위적협력 체계 구축과 기술혁신 활동으로 연구개발 기획과 신제품 개발의 성공모델을 보여주는 CJ제일제당의 사례가 많은 기업들에게 확산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