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 사이언스

Life In Tech - 마법의 광선, 레이저가 쓰이는 곳은?

Life In Tech는 우리 생활 속에서 활용되고 있는 각종 과학기술들을 하나의 키워드를 통해서 살펴보고, 그것이 다양하게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심층적으로 살펴보는 칼럼입니다.

글_ 최성우 과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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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Laser) 하면 사람들은 흔히 SF영화에 나오는 광선총과 같은 무기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최근 속편이 개봉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에서도 고속으로 날아가는 우주선들이 레이저 광선을 발사하며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전개하고, 거대한 레이저포로 행성 하나를 통째로 날려버리는 장면이 나온 바 있다.

또한 실제로도 영화에서와 유사한 레이저기술을 이용한 군사용 무기들이 개발되고 있다.


레이저광의 다양한 특성들

레이저는 영어로 “유도방출에 의한 빛의 증폭(Light Amplification by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이라는 의미의 머리글자만을 따서 만든 합성어인데, 이 용어 자체가 레이저의 원리를 잘 설명하는 셈이다.

즉 특정 원자계가 방출할 수 있는 빛과 같은 크기의 파장을 갖는 빛이 전기 등의 다른 외부에너지에 의해 들뜬 상태로 유지되는 원자계에 입사하면, 이 빛과 에너지, 방향 및 위상이 똑같은 빛이 무더기로 방출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두 개 이상의 빛이 증폭되어 강한 하나의 빛으로 나오게 되는데, 이것을 그대로 두면 보통 빛과 마찬가지로 모든 방향으로 흩어져 나갈 것이다.

그런데 레이저 장치는 내부의 양쪽 끝에 마주보고 있는 두 거울을 장치해 놓아서, 그 빛들은 두 거울 사이를 계속 왕복하다가 일정한 방향을 가지는 빛만 밖으로 새어나도록 되어 있다. 이것이 바로 레이저 광선이다.

레이저광은 보통의 빛과는 다른 여러 특성을 지닌다.

우선, 단일한 색의 빛만을 방출하는 단색성(Monochromatic)을 꼽을 수 있다.

햇빛이나 형광등, 백열전구에서 나오는 보통의 빛은 여러 파장을 지니는 빛이 섞여 있기 때문에 프리즘을 투과시키면 여러 색깔별로 분리가 된다.

그러나 레이저의 빛은 단일한 파장만을 지니기 때문에 빨간색, 파란색과 같이 하나의 색만을 낸다.

두 번째로는 앞으로 똑바로 나아가는 직진성(Directivity)을 들 수 있다.

이런 성질을 이용하여 레이저광을 달의 표면에서 쏘아서 반사시켜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를 측정하기도 한다.

세 번째는 매우 밝고 출력이 큰 고휘도성(Brightness)을 들 수 있다. 햇빛도 돋보기로 집속하면 검은 종이를 태울 수 있듯이, 레이저광은 집속된 빛이기 때문에 매우 출력이 크다.

레이저 무기는 바로 이러한 성질을 이용하여 제작하는 것이다. 네 번째로는 가간섭성을 들 수 있다.

빛도 일종의 파동이기 때문에 물결모양과 같은 위상을 지니는데, 레이저의 빛은 이러한 위상들이 일치하는 ‘결맞는’(Coherent) 상태를 지닌다.

이러한 특성을 이용하면 보통의 사진과는 다른 3차원 입체사진, 즉 홀로그래피(Holography)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광통신, 바코드 리더 등 이미 일상생활에 폭넓게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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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는 이처럼 난해하고 특별한 것이므로 우리 일상생활과는 별로 관련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도리어 레이저가 쓰이지 않는 분야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예를 들어서, 인터넷으로 검색을 한 후에 전화로 친구를 불러내어 할인점에서 가서 좋아하는 영화가 수록된 DVD를 사서보고, 병원에 가서 미용수술을 받았다면, 그때마다 여러 차례 레이저를 이용한 셈이 된다.

먼저 초고속인터넷망이나 전화에 이용되는 광통신은, 전자가 전선에서 움직이듯이 레이저 빛이 광섬유 안에서 움직이는 원리를 이용하여 정보를 주고받는 것이다.

이것이 없다면 오늘날과 같은 정보화사회는 불가능할 것이며, 광섬유를 개발한 과학자는 그 공로로 2009년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슈퍼마켓이나 할인점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 계산원이 사용하는 바코드 리더는 레이저 빛으로 라벨에 표시된 바코드 무늬를 읽어 들이는 장치이고, 물건 값을 지불하기 위해 내미는 신용카드나 지폐에는 복제방지 또는 위조방지용 홀로그램 무늬가 새겨져 있다.

CD 플레이어나 DVD 플레이어에는 광픽업(Pick-up)장치라는 부품이 들어있는데, 이것 역시 디지털 정보가 수록된 디스크에 레이저광을 쏘아서 반사와 간섭을 통하여 읽어들이는 장치이다.

병원에서 가서 수술을 받는다면, 요즘은 고출력의 레이저 광이 종래의 수술칼을 대신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특히 안과의 각막 박피장치, 피부과의 피부 치료장치, 외과의 수술 장비 등 첨단의료장비에 레이저가 자주 이용된다.

병원에서 처방전 등을 인쇄하는 데 쓰인 레이저 프린터 역시 레이저 빛을 드럼 위에 고속으로 주사(走査; Scan)하여 글자를 형성하고, 그것을 토너로 종이에 옮김으로써 인쇄하는 원리이다.

이외에도 학교나 직장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쓰는 레이저 포인터 역시 지시봉 대신에 레이저 광을 사용하는 것이고, 공업용으로도 두꺼운 철판의 절단, 용접이나 정밀가공, 각종 측정장치 등에도 레이저가 널리 이용된다.

레이저가 발명된 뒤로 홀로그래피의 연구개발 역시 급속한 진전을 이루어 다양한 분야에 이용하게 되었다.

홀로그래피를 창시한 게이버는 1971년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바 있다.

홀로그래피 기술은 신용카드의 스티커, 위조지폐방지용 식별표지 등에도 쓰이고, 비파괴검사장비, 정밀계측장치 등에도 이용된다.

미래에는 SF영화에서 나오듯이 안방에서 3차원 입체텔레비전으로 실감나는 영상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