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03 - 창조경제혁신센터와 TIPS의 역할
창조경제로 나아가는 길
▲ 고영하 회장 / 한국엔젤투자협회 / gobest21@gmail.com
창조경제가 정부 주도로 시작되었지만 지금부터는 지방단체장과 시도지사가 앞서서 진정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될 수 있도록 이끌고 나가야 한다.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창업의 창구로 만들어 젊은이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통로로 만든다면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또한 앞으로의 과제는 TIPS가 어떻게 하면 민간의 우수한 창업기업을 TIPS 운영사로 끌어들이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의 예산지원이 1조 원까지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충분히 미래에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역할
(1) 위기의 한국 경제
지금 대한민국 경제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 경제에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는 것은 2013년 맥켄지 보고서에서 일찌감치 예측된 바 있다.
맥켄지는 한국 경제는 데워지는 물 안에 앉아 있는 개구리와 같다고 진단했다.
개구리는 냄비에서 튀어나오면 살 수 있지만 서서히 끓어오르는 물의 온도 변화에 둔감해서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결국 한국 경제가 다가오는 위기를 위기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더 큰 위기라는 지적이었다.
맥켄지 보고서의 경고는 흘려들을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이미 위기를 위기로 인지하지 못하고 큰 화를 입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1997년 IMF 사태가 그것이다.
IMF 사태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관계자들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탈(Fundamental)이 튼튼하므로 걱정이 없다고 말했었다. 지금의 대한민국 경제도 3~4년 안에 그런 파국을 맞을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할 시기다.
한국 경제의 위기상황을 진단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로 성장 동력의 고갈을 꼽을 수 있다.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인데 성장 동력이 고갈되어 수출에 차질이 생기면 위기는 단시간에 찾아올 수 있다.
한국 경제는 오늘까지 대기업 중심의 모방경제를 통해서 지금까지 성장을 해왔다.
과거 대한민국에는 섬유, 석유화학, 철강, 조선, 자동차, 반도체, 모바일 같은 성장 동력이 끊이지 않고 이어져 왔지만 주지하다시피 대한민국의 대표 성장 동력들은 힘을 잃어가고 있다.
이러한 정황은 다양한 지표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수출과 제조업 가동률은 줄어들고 있고, 국내 300대 기업은 작년 한 해 동안 평균 102명을 감원했고, 한 해 동안 3만 6천여 명이 구조조정 되었다.
남아있는 자동차, 스마트폰, 반도체도 앞으로 3~5년 이내에 경쟁력을 잃을 확률이 대단히 높아졌다. 이런 지표들이 어려운 한국 경제에 대한 반증이다.
(2) 창조경제와 창조경제혁신센터의 필요성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월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류근철스포츠컴플렉스에서 열린 ‘창조경제혁신센터 페스티벌’에 참석해 창조경제혁신 성과물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미래창조과학부 포토뉴스 >
한국 경제가 위기 국면으로 빠져 들어가는 중임에도 차세대 성장동력을 발굴해내지 못하고 있다.
이는 아주 심각한 문제이다. 우리사회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해 끊임없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
과거 우리나라는 선진국들을 모방해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을 펼쳤다.
모방을 통해 성장 동력을 만들어 온 것이다. 삼성은 소니를 모방했고, 현대는 도요타를 모방했고, 한국의 모든 산업들은 대부분 일본, 미국, 독일의 기업들을 모방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11번째 경제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지금 한계에 봉착했다. 우리보다 더 빠른 추격자인 중국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모든 수출산업들이 중국에 추월을 당하고 있고 지금까지의 우리의 성장 전략인 빠른 추격자전략은 더 이상 효용가치가 없다.
이제는 모방이 아닌 창조를 해야 한다.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가야한다. 퍼스트 무버로 나가서 우리가 세계 최초로 만들어내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그래서 창조경제를 해야된다는 것인데 이것이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안타깝게도 창조경제라는 혁신은 대기업에서는 잘 일어나지 않는다.
지금까지 한국 경제를 견인해 왔던 대기업들이 이제 창조경제를 견인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면 별 문제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대기업에서는 혁신이 일어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대기업은 조직이 비대하고 관료화되어 있기 때문에 개인의 창의력과 상상력이 발현되기가 어렵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은 먹고 살 것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절박하지 않다. 그래서 대기업에는 혁신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혁신은 작은 기업에서 잘 일어나는데 특히 막 창업한 창업기업에서 잘 일어난다. 왜냐하면 창업기업들은 가지고 있는 것이 창의력과 상상력 외에는 없고 그것을 극대화하지 않으면 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작은 기업들이 만들어 놓은 혁신역량을 대기업에서 제 값을 주고 사들이는 것이다.
대기업들이 자기들의 부족한 혁신역량을 외부에서 사들여서 본래 가지고 있던 세계적인 유통망과 마케팅 역량을 결합하여 성장 동력으로 키워나가는 것이다.
이것을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이라고 한다. 이런 개방형 혁신 생태계를 잘 만든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어떤 큰 기업이라도 망해갈 수밖에 없다.
개방형 혁신 시스템이 잘 정착된다면 대한민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을 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 이 시대에 우리가 창조경제로 가야하고, 창조경제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창업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이런 새로운 신성장 동력을 발굴해내는 시스템 구축과 창업환경을 조성을 위해 정부는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립하였다.
(3)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역할과 과제
▲ 미래창조과학부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14년 9월 한국프레스센터 프레스클럽에서 ‘창조경제혁신센터 기업-지자체 합동간담회’를 개최했다. < 미래창조과학부 포토뉴스 >
▲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 8월 정부과천청사 미래부 회의실에서 ‘창조경제혁신센터 창업대사 위촉식’을 개최했다. < 미래창조과학부 포토뉴스 >
지금까지 한국 경제를 이끌어왔던 대기업은 현재 창조경제에 둔감하며, 창조경제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서도 큰 감흥이 없는 상황이며, 준비가 되어있지도 않는 상황이다.
그래서 창조경제로 전환하기 위하여 정부가 나서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립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제일 좋은 방법은 민간에서 기업들이 스스로 자발적으로 창조경제로 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일이지만, 대기업이나 민간영역에서 창조경제가 잘 만들어지지 않다 보니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했다.
물론 정부 주도이다 보니 여러 가지 부작용들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이 조차도 안 한다면 앞으로 미래성장 동력의 창출은 대단히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정부가 각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와 연대해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만들어냈다.
이는 어떻게 보면 고육지책(苦肉之策)이라고 보일 수도 있으나 지금 현재로서는 미래가 어둡기 때문에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순기능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더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도 노력해야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공감대 형성과 지속적인 노력이다.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지역도 마찬가지로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야 할 것이 분명하다.
실제로 창원, 울산 등 공업도시들이 경제의 어려움을 피부로 바로 느낄 만큼 우리 경제는 침체기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지역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역할이 더욱더 중요하다.
그러므로 비록 정부로 시작되었지만 지금부터는 지방단체장과 시도지사가 앞서서 진정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될 수 있도록 이끌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전국에 17개의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설립되었다. 우려되는 것은 이것이 유명무실화되고 용두사미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대기업, 지방자치단체의 참여는 정부의 요구로 인해 마지못해 하는 형국이 대부분이다.
자발적으로 참여시키는 노력을 해야 하지만 지자체 사람들도 창조경제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다.
전국에 우후죽순 생겼던 테크노파크가 유명무실해지고 천덕꾸러기가 된 것처럼 혁신센터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시작을 했으니까 채찍과 당근을 쥐고 지자체, 대기업을 설득해서 이곳을 창업의 전진기지로 만들어야 한다.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창업의 창구로 만들어 젊은이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통로로 만든다면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TIPS의 역할
▲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 < 미래창조과학부 포토뉴스 >
(1) 창조경제의 촉진제, 똑똑한 R&D 투자
모든 대책이라는 것이 단기, 중기, 장기대책이 다 같이 있어야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상기했듯, 창조경제라는 것은 모방경제 시스템은 그대로 놔두고 창조경제라는 나무 몇 그루를 옮겨 심는 것 가지고는 안 된다.
대한민국이 현재 예산회계에서 기존의 모방경제 시스템에 예산을 다 쓰고 창조경제에는 적게 쓰면서 창조경제로 가자고 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창조사회, 창조경제로 가야 한다는 인식에 합의가 되어야 한다.
대한민국 경제의 활로는 창조경제 빼고는 없다고 하는 기조에 동의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예산이 집행되는 형국을 보면 중소기업청, 미래창조과학부 정도만 관심과 열정을 쏟고, 나머지 부처에서는 큰 관심없이 기존의 대기업 중심 모방경제 시스템에 안주해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이런 구조와 분위기의 쇄신을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예산계획에 보다 큰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경제위기가 3~5년 안에 올 수도 있는데, 당장 그 해법은 없다. 하지만 지금부터 노력하면 그 부분이 회복되는 과정이 빨라질 수 있다고 본다.
(2) R&D의 핵심, TIPS!
단기적인 대책에서는 성과를 내고 있는 부분들도 있다. 새 정부들어서 창업 활성화 전략에 있어서 어느 정도 성공을 하고 있는 부분이 그것이다.
단기적인 대책 중 변화가 가능하고 반드시 필요한 것은 정부의 R&D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다.
정부의 R&D 예산이 1년에 18~19조 원이다. R&D 예산만이라도 적재적소에 잘 쓰면 미래의 성장 동력을 빨리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의 R&D 예산의 경우 생산성이 매우 낮은 것이 문제다.
전 세계에서 우리 R&D 예산을 규모로 따지면 5위 안에 들어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R&D 예산이 효율적으로 쓰이지 못하고 있다. 예산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한다.
작은 부분이지만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 R&D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려는 시도가 시작되고 있다.
작년부터 중소기업청에서 하는 TIPS(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 up,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라는 제도가 그것이다. 창업기업들에게 R&D 자금을 지원해주는 제도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R&D 예산의 문제점 중 하나는 자금을 정부가 바로 집행하기 때문에 실제 시장의 요구와 부합되지 않다는 점이다.
시장의 니즈에 따라 자금이 흘러들어 가지 않기 때문에 성과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TIPS 프로그램에서는 실제로 투자자들이 업체를 발굴·선정하여 투자하고, 정부가 그 투자자들이 투자한 회사에 투자지원을 해주고 있다.
이런 제도가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것은 이미 이스라엘, 독일, 핀란드에서 증명된 바 있기 때문에 한국정부가 R&D 자금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도입한 것이다.
실제로 TIPS 제도를 통해서 짧은 기간에 100개가 넘는 기업이 탄생을 했고, 지원받은 기업은 불과 2년도 채 되지 않아 1,000억 원 이상의 후속 투자를 유치해낸 바 있다.
지금은 불과 수백억 원의 자금으로 TIPS 제도가 운영되고 있지만, 앞으로 우리나라 18조 원 예산 중 1조 원 정도만 TIPS 제도에 지원이 된다면 1년에 300~500개 정도의 새로운 기업들을 탄생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TIPS 예산은 증액되어야 한다.
(3) 창조경제로 나아가는 길
재작년부터 시행된 TIPS는 30억 원 예산으로 시작했고 올해는 약 200~300억 원 예산으로 진행되고 있다.
TIPS는 현재 창업을 시도하는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호평 받는 이유로는 TIPS프로그램 이전에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 자금을 지원해주는 제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창업 이후 양산제품을 만들기까지 보통 3~4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3~4년을 버티기까지 투자금은 5~10억 원 정도 필요하다. 대부분의 창업자가 이 돈을 조달할 방법이 없어서 망한다.
이 시기를 죽음의 계곡(Death Valley)라고 부른다. 이 기간을 넘어서 양산제품을 만들어내면 그 이후에는 벤처캐피탈(Venture Capital) 등 더 큰 투자자들이 투자를 해주는 시기가 온다.
이 시기를 건너기 위해서 정부가 R&D 예산을 잘 써주면 아주 유용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는 그런 제도가 없었고, 재작년부터 만들진 셈이니 이 제도를 잘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언급되었던 바와 같이 창업기업은 초기에는 자금을 확보하고 있을지라도, 이후 죽음의 계곡에서 자금이라는 난관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
이런 기업들에게 죽음의 계곡을 건너기 위한 자금을 지원해주는 TIPS 제도가 탄생하였으며, 민간에서 1억 원 이상 투자가 이루어지면 R&D 5억 원, 창업자금 1억 원, 해외 마케팅 자금 1억 원, 매칭펀드 2억 원, 총 10억 원 정도의 자금이 기업에 지급이 된다.
이로써 우리나라의 창업 생태계가 빠짐없이 구성되어졌다. 창업에서부터 초기자금은 엔젤투자로부터, 죽음의 계곡에서는 TIPS가, 이후는 창업투자회사의 후속투자로 완벽한 창업의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진다.
TIPS 제도는 죽음의 계곡에서 수많은 기업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으며, 한국 창업 생태계에서 성과를 낼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다.
실제로 TIPS 제도가 만들어진 지 2년도 채 안 되었지만, 후속 투자가 20여 개 기업에서 1,000억 원 정도로, 정부가 투자한 돈보다도 훨씬 더 많은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의 과제로는 TIPS가 어떻게 하면 민간의 우수한 창업기업을 TIPS 운영사로 끌어들이느냐가 매우 중요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의 예산지원이 1조 원까지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 제도를 통해 성장하는 기업들이 1년에 200~300개만 만들어진다 하더라도, 10년이면 2,000~3,000개 기업이기 때문에, 이는 충분히 미래에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