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스케치 - 제17회 KOITA기술혁신포럼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라
글_ 정라희(자유기고가) I
사진_ 김민주(라운드테이블 이미지컴퍼니
지난 11월 17일, 제17회 KOITA 기술혁신포럼이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개최되었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주최하고 미래창조과학부가 후원한 이번 포럼은 기술혁신과 관련한 최근 이슈를 바탕으로 각 기업이 대응 방향을 모색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마련되었다.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는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트렌드를 분석하고, 바람직한 미래 비즈니스 모델을 탐색하는 강연으로 이루어졌다.
김이환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부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최근 20여년의 짧은 기간에 삶의 방식 변화와 함께 기업의 경쟁우위를 결정짓는 큰 변화를 경험하였는데, 그 중심에는 이전과 다른 비즈니스 혁신이 있었다”며, “디지털 기술이 성숙하고 세계가 연결되는 초연결시대에 우리 기업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아이디어와 신기술, 그리고 기술과 산업의 융합에 대한 통찰력과 혁신역량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후 2시부터 시작한 포럼은 세 개의 강연으로 이어졌다.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부 최재붕 교수와 웨어러블 전문 업체 인포마크 최혁 대표, 서비스 로봇 분야 선도 기업 퓨처로봇 송세경 대표가 연사로 나선 이번 포럼은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과 관련한 주요 트렌드와 시사점, 기업 성공사례 등을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강연은 주제별로 60분씩 진행되었으며, 각 주제발표 후에는 지정질의 및 자유질의가 이어졌다.
* ‘제17회 KOITA 기술혁신포럼’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홈페이지(www.koita.or.kr)에서 동영상 서비스로 보실 수 있습니다.
주제강연 1
초연결사회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 개발 전략
과거에 없던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더라도, 이러한 제품이 시장에 안착하기는 쉽지 않다.
혁신 제품 개발에 앞서 시장 변화 흐름을 파악해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시장 변화를 지혜롭게 예측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열쇠는 ‘시장 변화를 이끄는 사람들의 변화’를 살피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진화론적 관점에서 시장변화를 분석하는 시도를 해보았다.
발표_ 최재붕 성균관대학교 교수
모바일을 통한 사회적 교류의 진화
진화론자들에 따르면, 사회적 교류의 기저에는 ‘공감’ 혹은 ‘정보 전달’이라는 요소가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메커니즘은 ‘밈(Meme)’이다.
밈은 생물학적 유전자처럼 사람의 문화심리에 영향을 주는 요소다. 인간은 사회적인 교류를 통해 언어를 복제하고 사고를 복제하면서 자신들만의 생각을 만들어간다.
그런데 지금은 사회적 교류 혹은 정보를 얻는 창구가 달라졌다. 그 중심에는 ‘스마트폰’이 있다.
요즘 지하철을 타면 10명 중 8명은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외부세계에 무관심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 모든 행동이 이 시대의 ‘사회적 교류’다.
스마트폰을 통해 다른 사람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쉴 새 없이 정보를 얻는다. 실제로 스마트폰을 통해 얻는 정보의 양은 엄청나다.
혹자는 그 양이 과거와 비교해 최소 30배에서 100배 가량 늘어난 것으로 본다.
그것이 물리적인 양적 증가라면 인간의 신체는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인간의 뇌는 많은 정보를 감당하면서 인류 진화에 이바지하고 있다.
그것도 엄청난 ‘초고속 진화’다. 바야흐로 ‘스마트 신인류’의 탄생을 목도하는 순간이다.
스마트폰 탄생 이후, 지식의 교류 방식도 달라졌다. 이제 지식은 특정인의 전유물이 아니다. 누구든 ‘검색 가능’한 것이다. 아울러 자신이 신뢰하던 지식의 ‘휘발성’도 강해졌다.
언제든지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인지할 수 있고, 그 생각을 바꿀 수도 있다. 이는 인간의 소비 행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오랜 기간 브랜드파워를 구축한 기업이라도 예외는 없다.
‘그 회사 브랜드는 훌륭하지만, 이번 제품은 별로’라는 평가를 모바일로 언제든 접할 수 있다.
전통 매체에 실리는 광고는 힘을 잃었다. 상품을 사기 전 검색을 통해 구매를 결정하고, 다시 자신의 구매 결과를 인터넷에 올려 공유한다.
자본시장에서 자발적 클릭 시장으로
산업 시장을 이끄는 기업들의 순위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세계 1위에서 10위 사이 대다수 기업이 제조 기반의 기업이 아닌, 고객기반의 플랫폼을 갖춘 회사들이다. 애플은 앱스토어라는 생태계를 통해 세계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재 구글은 유튜브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는데, 자발적으로 올린 콘텐츠 동영상을 통해 광고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제는 문화가 소비를 이끌어간다. 미국이 지배한 음악 시장에 반기를 들 수 있었던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유튜브 24억 뷰(View)를 달성해 기네스북에 올랐다.
이는 문화시장이 자본시장에서 자발적 클릭 시장으로 전환되었음을 의미한다.
이제는 빅데이터를 보고 소비자 특성을 파악해야 한다. 단순히 글로벌 시장 전체를 볼 것이 아니라, 섹터별로 다른 시장을 빅데이터에 기반을 두고 틈새를 공략해야 한다.
그러나 통계적 분석에 기대는 것은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 소비자 중심에서 트렌드를 보는 훈련을 해야 한다.
스토리를 바탕으로 소비자의 욕망에 부합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기술은 중요하다. 그러나 인간이 중심이다. 인간을 향한 진심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핵심 전략이다.
이를 위해서는 인문학과 예술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인간 중심으로 세계를 한 번 더 살펴보길 바란다.
주제강연 2
웨어러블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전망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자들의 공통적인 고민이다.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 개발은 회사의 성장과 기반 구축에 큰 도움을 준다.
인포마크는 모바일 라우터부터 웨어러블 키즈폰 등 스마트 통신기기를 개발하는 회사로, 매번 비슷한 고민에 직면한다.
그 중 성공적인 성과를 얻었던 ‘키즈폰’ 사례를 바탕으로 웨어러블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전망에 대해 살펴본다.
발표_ 최혁 인포마크 대표
기존 키즈폰 시장의 한계와 기회
인포마크는 2002년 설립 이후, 통신 단말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모바일 라우터의 경우, 전 세계 30여 개국에 1억 1천만 달러의 수출을 기록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받는 기업으로 안착했다.
그러나 앞으로의 성장가능성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고심해야 했다.
키즈폰 ‘JUN’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된 모뎀장착 어린이용 단말이다. 이전에도 유사한 기능을 지닌 특수목적 단말은 있었으나 시장에서 외면당했다.
수요는 있는데 왜 성공하지 못하는 걸까. 이는 시장의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를 만족시키지 못한 ‘그 무언가’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키즈폰 개발을 시작했다.
키즈폰은 일반적인 스마트폰과 달리, 부모의 의견이 중요한 아이템이다.
그러나 아이들도 ‘좋고 싫음’에 대한 의견이 있다. 과거의 어린이용 단말을 아이들에게 주었을 때, 과연 아이들은 만족감을 느낄까?
부모 입장에서는 필요에 따라 구매했지만,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족쇄처럼 여겨질 것이다. 그래서 키즈폰을 아이들이 장착했을 때, 만족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인식했다.
아이들 스스로 ‘자랑하고 싶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 키즈폰 개발의 시작이었다.
웨어러블 기기, 필요에 매력을 더하라
분실 위험이 큰 아이들을 위해 시계 타입으로 만들자는 것이 키즈폰 개발의 핵심 아이디어였다. 시계 타입은 오래 착용해도 부담이 없다.
아이들 입장에서도 ‘또봇’ 등 인기 만화 등을 통해 시계타입에 대한 관심이 컸다.
뿐만 아니라 예전과 달리 한층 높아진 아이들의 인식은 디자인 역시 소홀할 수 없다는 데 중의가 모아졌다.
지나치게 유아적인 콘셉트는 요즘 아이들의 성향에 맞지 않았다. 디자인을 세련되게 만들어 소유욕을 충족시킬 수 있어야 했다. 그렇게 국내 최초 키즈폰이 지난해 7월에 첫 발매되었다.
우선 통화, 메시지, 위치 확인 등 핵심 기능에 집중했다.
이는 불필요한 기능을 없애 가격을 낮추고,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등을 배제한 선택이었다.
나아가 핵심 기능에 섬세함을 더했다. 저장되지 않은 번호와 연결되면 스팸으로 처리했다.
또한 학교나 학원에서 이동시 메시지 발신 기능, 비상 상황에 대비한 2회 통화 연결 실패 시 자동 연결 등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을 접목했다.
웨어러블 제품을 개발하기 전에는 다음의 두 가지 의문을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첫째는 ‘소비자가 제품을 필요로 하는가’ 그리고 ‘매력을 느끼는가’이다. 이 기준을 충족해 성공한 웨어러블 기기들이 전 세계에도 있다.
우리 기업의 웨어러블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특화된 기능과 뛰어난 디자인을 지닌 사용성 기반의 웨어러블 단말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개발해야 한다.
아울러 사용자 데이터에 대한 분석을 통해 시장의 끊임없는 요구를 충족시켜나가야 한다.
주제강연 3
서비스 로봇산업 사례를 통해 살펴본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 창출 전략
최근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는 두 가지 단어가 있다. ‘미래’와 ‘로봇’이다.
실제로 세계적인 국제전자제품박람회인 CES(The 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 2015에 로봇 기술이 대거 등장했다. 로봇 시장의 문이 열린 것이다.
다양한 로봇 중 퓨처로봇은 ‘서비스 로봇’에 주목하고 있다. 앞으로 로봇 시장은 어떻게 재편될 것인가.
퓨처로봇은 로봇 산업은 제품이 아닌 플랫폼 산업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발표_ 송세경 퓨처로봇 대표
업(業)에 대한 분명한 이해가 신산업 진입에 도움
퓨처로봇은 글로벌 서비스 로봇 시장의 개척자로, 2009년 1인 기업으로 시작해 이제 세계적 브랜드를 가진 서비스 로봇 전문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 CES 2015에서 퓨처로봇의 스마트홈용 로봇인 ‘퓨로’가 ‘베스트 로봇’으로 선정되었고, 2015 로봇 비즈니스 리뷰(Robot Business Review) 50대 기업에도 그 이름을 올렸다.
기술에 중심을 둔 엔지니어들도 인문학적 지식이 없다면 창업이 어렵다. 현재 사업을 하고 있더라도 계속해서 업(業)을 창조해야 한다.
사람들이 창업을 하면서 가장 크게 실수하는 부분이 이런 기본적인 용어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시장에 뛰어드는 경우이다.
퓨처로봇은 ‘서비스 로봇’의 정의부터 생각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수없이 사용하는 ‘서비스’라는 용어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없었다. 퓨처로봇은 서비스 로봇을 ‘소울웨어(Soul-ware)’로 정의했다.
초반에는 시장 흐름이 곧 서비스 로봇으로 옮겨갈 것이라 착각했다.
그러나 피처폰과 스마트폰이 완전히 다른 시장 영역에 있듯, 산업용 로봇과 서비스 로봇도 본질적으로 달랐다. 잘못된 접근으로 한 차례 실패를 경험한 서비스 로봇 산업은 사물인터넷의 확산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인문학적 사고로 로봇의 융합 기술 완성
해외에서는 로봇을 철저하게 상업적 관점에서 바라본다. 현재 로봇에 대한 각 국가의 수요는 다르다.
미국은 ‘전문 로봇’, 중국은 ‘산업용 로봇’, 일본은 ‘휴머노이드’, 한국은 ‘개인 서비스 로봇’에 집중하고 있다.
서비스 로봇 시장에서 한국이 지닌 강점은 문자와 언어의 동일성이다. 이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의 로봇 기술의 강점을 입증한 사례가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개발한 휴보(HUBO)가 세계 재난대응 로봇대회에서 우승한 것이다. 휴보는 한국 최초의 이족보행 인간형 로봇이다.
이 대회의 장면을 보면 휴보가 왜 우승할 수밖에 없었는지 알 수 있다. 미션에 최적화된 로봇을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미션실패 시 자동 복구까지 가능하게 했다.
로봇은 제품 산업이 아니라 플랫폼 산업이다. 제품이 시장성을 확보하면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경험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현장에 맞는 로봇 기술을 개발해 한층 발전한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다.
IT와 정보, 디바이스 및 로봇 간의 연결은 인간의 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 것이다.
인간의 관점에서 기술을 바라보면 새로운 시장이 창출된다.
일례로, 퓨처로봇은 연간 3천 명이 경유하는 두바이공항에서 현지로 관광객을 유인할 수 있도록 비자발급 키오스크와 로봇을 접목시킨 제품을 출시했다.
중국에서는 대표적인 금융 서비스업 분야인 은행에서 로봇을 사용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코엑스에서도 인공지능 데이터에 기반을 둔 사용자 경험 추천 서비스를 제공한다.
로봇 산업은 ‘디지털(Digital)’과 ‘아날로그(Analog)’를 융합한 ‘디지로그(Digilog)’ 산업이다. 그 틈을 메우는 해법은 ‘인문학적 사고’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