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INTRO - 스마트폰 다음은 지능로봇 시대
▲ Editor 김문상 책임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munsang@irobotics.re.kr
주요 연구 분야는 지능로봇 시스템 설계, 로봇 센서응용 등이며, 산업통상부 프론티어 지능로봇사업단장, 국제지능로봇협회 한국대표를 역임하였다.
숨 가쁘게 진화하는 현대의 스마트 기술들은 인류의 생활환경을 예상치 못하는 방향으로 급격하게 변화시키고 있다.
스마트폰은 이미 개인용 컴퓨터가 이루어낸 변혁을 뛰어넘어 개개인의 생활양식마저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스마트폰 다음의 기술혁명은 무엇일까? 많은 미래학자들은 인공지능 로봇이 다음세대 혁신의 주인공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따라서 이 기술의 본질의 이해는 미래에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올 새로운 지능로봇 사회를 준비하는 데 매우 중요하며 현재 그 시점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기술혁명
현대에 들어와 인류의 생활패턴을 급격하게 변화시킨 두 개의 커다란 사건들이 있었는데, 첫 번째는 20여 년 전 확산을 시작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개인용 컴퓨터의 보급이고, 두 번째는 2010년 이후의 스마트폰의 출현이다.
이 두 첨단의 기기들을 통해 세상에 흩어져 있던 무한한 정보들이 효율적으로 공유되고 집중되는 숨 가쁜 혁신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혁신은 우리 인간의 기본 생활양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물건을 사러 더 이상 매장에 갈 필요가 없고, 여러 장소에 흩어진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나 얼굴을 보며 회의를 할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책을 읽고 영화를 보는 광경은 불과 10년 전만 해도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텔레마케터, 회계사, 소매 판매업자, 전문작가, 부동산 중개인, 기계전문가, 비행기 조종사, 경제학자, 건강 관련 기술자, 소방관, 편집자, 화학 엔지니어, 운동 트레이너, 치과의사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은 옥스퍼드대학의 칼 베네딕트프레이 교수가 < 고용의 미래: 우리의 직업은 컴퓨터화에 얼마나 민감한가? >라는 논문에서 주장한 자동화와 기술 발전으로 20년 내에 사라질 직업군이다.
이들 직업들의 공통점들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예측 가능한 인간적 지능을 기반으로 하는 분야로서 현재의 인공지능 기술들이 지속적으로 발달하면 충분히 컴퓨터로 대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는 분야들이다.
이와 같이 인공지능 기술들은 컴퓨터와의 결합을 통해 이전에는 불가능한 서비스들을 인간을 대신해서 수행하고 있고 점점 그 영역을 확장할 것이지만 근본적으로 정보서비스에 그치고 있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많은 미래학자들은 이러한 인공지능 기술이 로봇 기술과 결합되면 이전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대가 펼쳐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로봇들이 우리 생활 속으로 달려 들어오고 있다.
달린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상상 속에서만 존재했던 로봇들이 세계 곳곳에서 숨가쁘게 출현하고 있다.
청소 로봇, 치매예방 훈련 로봇, 그리고 택배 로봇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로봇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서비스로봇 시장이 최근 들어 급격하게 커지는 데에는 다음 세 가지의 근본적인 기술적 혁신에 기인한다.
첫째, 지능로봇에 필요한 센서 및 관련 기술의 발전이다.
키넥트로 대변되는 3D 센서, 저가의 Laser 센서, 그리고 고주파 기반 위치인식 시스템들의 비약적인 발전이다.
인간의 감각기관에 해당되는 이러한 센싱 기술들은 로봇의 활동범위를 넓혀주고 인간과의 소통을 가능하게 하여주고 있다.
둘째,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의 발전이다.
종래의 인공지능 분야의 한계를 단번에 무너뜨린 이 새로운 기술들은 로봇시스템의 상황 판단, 음성 대화 기술을 획기적으로 가능하게 하고 있다.
셋째, 기술의 공용화이다. ROS(Robot Operating System)로 대변되는 기술의 모듈화 및 공용화는 로봇 기술이 갖는 복잡성 및 재사용성의 한계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여 주고 있다.
적절한 로봇 개발 생태계를 구성하여 기술을 공유할 수 있어 각기 개발자들은 자신만의 기술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인공지능 로봇기술의 이해
로봇을 통한 인간 생활의 변화가 스마트폰에 비할 수 없이 매우 클 것이라는 이유로 다음의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현재의 스마트폰이 담당하는 정보의 집중이 로봇의 다양한 인식기술을 바탕으로 더욱 자연스럽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기기를 잘 다룰 수 없는 노인 분들도 로봇과의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예전에는 불가능했던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정보의 세계에서 소외되었던 계층도 로봇의 주선으로 좀더 편리하고 무한한 세상에 진입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생긴 것이다.
둘째, 로봇이 제공할 물리적 서비스로, 예를 들어 주부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설거지나 청소와 같은 자질구레한 일들이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로봇이 주목을 받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스마트폰이 가질 수 없는 인간성을 가지고 있다는 데에 있다.
얼마 전 ‘구글’의 자회사인 ‘보스톤다이나믹스’에서 ‘빅독’이라는 이름을 가진 커다란 개 모습의 로봇을 공개하였다.
이 로봇은 전쟁터에게 군인들의 무거운 짐을 운반하는 용도로 개발되고 있는데 자갈밭을 내달려도 넘어지지 않고 경사가 심한 산길도 뛰어올라갈 수 있는 엄청난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 회사가 이 로봇의 뛰어난 보행 능력을 보여주고자 로봇을 발로 세게 걷어차도 넘어지지 않고 균형을 잡는 동영상을 공개하였는데 난데없이 동물보호단체가 이의를 제기하는 재미있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로봇이 아플 것 같고 불쌍하다는 것이다.
결국 로봇을 생명체로 인식한다는 것인데 이 조그만 사건은 가까운 미래에 우리 생활 속에 자리잡게 될 로봇들에 대해 아주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로봇은 주인이 현관문을 들어서면 얼굴을 알아보고 다가가서 환영의 인사를 나눌 수가 있다.
그것도 아양을 떨면서 말이다. 주인의 표정이 어두우면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한다.
이러한 로봇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인간이 인간에게 충직한 강아지를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였듯이 결국 로봇은 우리의 가정에 자연스럽게 편입될 것이다.
지능로봇에 대한 기대와 우려
로봇이 인간과 공존하게 되어 인간생활의 중심으로 들어오게 되는 것이 가시화되면서 장밋빛 기대와 우울한 걱정이 같이 생겨나고 있다.
장밋빛 기대는 인간이 이제는 더럽거나 힘든 혹은 위험한 일들을 로봇에게 맡기고 인간은 좀더 창조적이고 의미 있는 일들을 할 수 있는 세상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청소는 청소 로봇에게, 설거지는 설거지 로봇에게, 노약자 간병은 간병 로봇이 대신하게 되면 주부들이나 간호사들에게는 무엇보다도 바람직한 희소식이 될 것이다.
이에 반해 걱정하는 목소리는 대략 두 가지로 이해될 수 있다.
첫 번째는 로봇들이 인간의 일자리를 뺏어가 대량의 실업사태가 일어나지 않을지에 대한 걱정이다.
울산의 현대자동차 생산라인을 가보면 일분에 한대씩 생산하는 공정에 산업용 로봇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용접과 조립 등의 일을 밤낮을 가리지 않고 힘들다는 불평도 없이 인간 작업자를 대신해서 일하고 있다.
그만큼의 작업자가 필요 없어졌다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사실 그렇게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왜냐하면 로봇이 이미 숙련된 작업자에 비해 더욱 정확하고 신속해 생산성이 매우 높다는 측면이 있다.
다시 말하면 로봇을 미리 도입한 기업들이나 나아가서 국가들은 생산성이 높아지고 수익이 창출되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앞서 20년 내에 없어질 직업군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실직의 걱정이 당연히 있겠으나 그만큼의 혹은 더 많은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여야 한다.
이러한 일자리 걱정보다도 사실 더욱 심각하게 대두되는 두 번째 문제는 인공지능 로봇에 의한 인간사회에 대한 지배력이다.
지배력은 여러 형태로 해석될 수 있으나 스마트폰의 예를 들어 설명하면 쉽게 이해될 수 있다.
이제는 한시라도 우리 손을 떠나지 않고 있는 스마트폰을 깜박 잊고 집에 두고 나왔을 때 우리가 느끼는 무력감과 의존성을 상상해 보라.
몇 백 개씩 외우던 전화번호들은 이미 내 뇌 속에는 존재하지도 않으며 오늘 약속이 무엇인지도 알 수 없다.
모든 결제는 스마트폰으로 하고 있어서 지갑 속에는 현금도 없고 길 찾기도 할 수 없다.
인간은 이미 느끼지도 못하는 사이에 이 기기에 종속되어 이것 없이는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남아 있지 못한다.
멀지 않은 미래에 더 뛰어난 기능과 편리함으로 무장한 지능로봇은 우리 인간들을 더욱 종속하게 할 것임에 틀림없다.
지능로봇 산업
“지능로봇은 언제쯤 산업적으로 꽃을 피울까요?” 자주 듣는 질문이다.
많은 미래학자들이 이런 시대가 곧 온다고는 하는데 아직 우리 눈앞에는 실질적인 로봇들이 많이 안보이기 때문이다.
지능로봇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릴 적 만화영화에서 보았던 ‘아톰’이나 ‘태권브이’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그러나 우리의 생활에 들어올 지능로봇은 꼭 인간의 형상을 가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좀더 넓게 보면 이미 우리 집안에 있는 세탁기나 청소기 혹은 식기세척기도 끊임없이 지능적 로봇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미 인간의 손에서 떠난 청소 로봇은 둥그렇고 납작한 형태로 진화하여 점점 똑똑해 지고 있다.
자기 위치를 식별해서 어디를 청소해야 하는지 알고 있고, 배가 고프면 스스로 충전장소로 돌아가기도 한다.
가끔 집주인이 자는 청소 로봇을 깨워 가스 불을 켠 채로 나왔는지 체크할 수도 있다.
지능로봇 산업이 기대되는 이유는 단순히 인간을 닮은 로봇을 만들어 내는 새로운 시장만이 아니다.
그보다 더욱 커다란 시장은 오히려 이러한 로봇 기술과 결합된 기존의 전통산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센싱 기술을 장착한 자동차는 운전기사가 필요없는 안전한 로봇이 될 것이고, 스마트폰은 똑똑하고 상냥한 개인비서 로봇으로 진화할 것이며, 거실에 놓인 TV는 가족 구성원의 취향을 스스로 파악하는 맞춤형 헬스 트레이너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