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04 - 극한작업 로봇 동향
▲ 강성철 책임연구원 KIST 로봇-미디어 연구소 kasch@kist.re.kr
로봇이 인간을 도와주는 가장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3D(Difficult, Dirty, Dangerous)작업을 꼽을 수 있다.
이러한 작업을 주로 수행하는 로봇을 극한 작업로봇 혹은 필드 로봇이라고 한다.
재난현장, 군사작전, 원전 감시, 심해, 우주와 같이 극한적인 조건(지형, 온도, 기상)으로 인해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로봇을 대신 투입하여 필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로봇을 말한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다양한 극한 작업 로봇 중에서 저자가 지난 10여 년간 개발해온 위험작업 필드 로봇과 한국형 우주탐사 로봇을 소개하고자 한다.
위험작업 필드로봇 소개 및 국내외 개발 사례
(1) 원격조종으로 작동하는 다목적 위험작업 필드로봇
위험작업 필드로봇은 민간의 재난 현장 또는 군의 작전 지역과 같이 사람이 직접 투입되어 작업하기 위험한 상황에서 각각의 임무에 적합한 장비를 장착하여 열악한 지형조건에서도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을 말한다.
위험작업 로봇의 활용 목적상 최종 목표는 스스로의 지능을 통해 자율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지만, 아직까지 지능을 효과적으로 부여하는 기술은 연구단계에 머물러있으며 현장에서 사용되기까지는 기술적으로 검증되어야 할 문제점이 많다.
따라서 현재 개발된 대부분의 위험작업 로봇들은 원격지에서 조종자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제어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현장에서 복잡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위험작업 필드로봇은 다양한 기능을 갖추어야 한다.
복잡한 지형에서도 이동이 가능한 주행부를 갖추어야 하고, 임무에 따라서 다양한 장치를 탑재하기도 하며, 유연한 동작이 가능한 매니퓰레이터가 장착되면 보다 복잡하고 정교한 작업이 가능해 진다.
또한 원격지의 조작자가 현장의 상황을 온전히 파악하고 정확한 판단을 통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센싱 장치를 갖추어야 한다.
이에 따라 최근의 연구동향을 보면 위험작업 로봇은 보통 주행부와 매니퓰레이터를 포함하여 8자유도 이상의 움직임이 가능하며, 주변을 감시할 수 있는 카메라와 주변 장애물을 감지할 수 있는 레인지 센서(Range Sensor: 초음파, IR, 레이저, 레이더) 등을 장착하고 있다.
이러한 필드로봇 기술들은 기술적 특성상 재난현장과 같은 민수분야나 감시정찰 및 폭발물 탐지와 같은 군사분야에 모두 필요한 기술들이다.
따라서 최근의 위험작업 필드로봇들은 하나의 작업에 특화되기보다는 신뢰성이 높은 주행 플랫폼을 개발하고, 그 위에 운용목적에 맞는 장비들을 장착하여 사용하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다.
작업 유연성을 높임으로써 사용자가 원하는 작업이 갑작스레 변경되었을 때 수행이 가능하게 되고,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국내외 위험작업 필드로봇 개발 사례
위험작업 필드로봇 기술은 전기, 전자, 기계, 소재, 정보통신, 제어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기술들의 집약체로서, 그 연구 성과는 해당 분야의 산업에 대한 직접적인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세계 각국에서는 위험작업 필드로봇의 개발에 집중하여 관련 기술 및 시장을 주도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아래는 원격조종 위험작업 필드로봇의 대표적인 개발사례들이다.
이 로봇들은 대체로 앞서 소개한 것처럼 주행 플랫폼 위에 운용 목적에 맞게 장비들을 변경할 수 있는 특징이 있으며, 장비들은 다 자유도 로봇 팔 및 Gripper, HD 카메라부터 위험물 제거용 물대포나 화기까지 다양하다( 표 1 참조).
(3) 국내 위험작업 필드로봇 ROBHAZ(Robot for Hazardous Application) 및 MIDERS
국내에서 개발된 대표적인 위험작업 필드로봇으로는 ROBHAZ 및 MIDERS를 들 수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주관으로 개발된 이들 로봇은 주행 플랫폼에 무한궤도형을 사용하여 험지에서도 효율적인 주행이 가능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이동속도를 낼 수 있다.
또한 주행 플랫폼의 험지 주행성능을 높이기 위하여 중력에 의해 자동으로 지형 적응 가능한 2개의 트랙이 연결된 연쇄형 구조를 적용하였다.
앞에서의 개발사례들과 마찬가지로 ROBHAZ 및 MIDERS 또한 이러한 주행 플랫폼을 기본으로 다양한 위험작업에 응용이 가능하게 개발되었다( 그림 1 참조).
롭해즈 DT-2(이하 DT-2)는 위험물 처리와 같은 조작 및 접촉작업이 가능한 대형로봇으로 개발되었다.
주행 플랫폼 위에 정교한 조작이 가능한 6축 로봇 팔을 장착하여 물건을 집고 옮기는 등 주변 환경과 직접 접촉하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DT-2에서 로봇 팔을 제거하고 크기 및 성능을 변화시켜 개발된 것이 DT-3이다.
DT-3는 최대 10km/hr의 속도로 움직이면서, 20kg까지의 중량을 탑재할 수 있어 다양한 장비의 장착이 가능하다.
군용 DT-3의 경우 정찰과 위험물 제거 작업을 수행하기 위한 장거리 무선 통신 장치와 열영상 카메라, 위험물 제거를 위한 물포총 장치를 장착하였으며, 이라크 현지파병 자이툰 부대에 파견되어 시험 운용되었다.
이와는 다르게 동일한 주행 플랫폼에 재난 지역에서의 인명 탐색을 위한 열감지 센서, CO2 센서 및 Laser Scanner를 부착한 구조용 DT-3를 개발하여, 모의 재난 상황에서 인명 탐색 능력을 겨루는 대회인 ‘RoboCup2004 US Open Urban Search and Rescue Robot Competition’에 참가하여 대회 당시 역대 최고의 점수로 우승하였다.
또한 DT-3에서 가반하중 및 무게를 줄이고 각도 조절이 가능한 플리퍼를 추가하여 로봇의 속도 및 지형형상 적응력을 높인 DT-5가 있다.
DT-5는 주행 플랫폼의 형상이 상하동일 구조로 설계되어 있어 로봇이 주행 중 전복되는 위험상황에서도 문제없이 동일한 주행 성능을 가지며, 방진 및 방수 기능의 신뢰성을 더욱 높였다.
이외에 ROBHAZ의 주행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기능 로봇팔(Manipulator)과 카메라 및 지중탐지레이더 융합 기반 소형 지뢰탐지센서를 장착한 한국형 위험물탐지로봇 MIDERS가 있다.
ROBHAZ를 공동 개발한 (주)유진로봇은 이 기술을 이전 받아 한국형 소형 전투로봇 배치를 위한 시험 평가 과정을 진행 중이다.
한국형 달 탐사 로버(Moon Exploration Rover)
(1) 행성 탐사 로버 및 해외 선행 개발 기술
극한 작업 로봇의 분류에서 행성 탐사 로버는 위험작업 필드로봇의 모든 기술이 통합되어 가장 완성도가 높아야 하는 극한 작업 로봇의 완성형이다.
로버는 현재의 과학 기술 수준 등의 한계로 인류가 직접 가기 어려운 외계 행성에서 지상국의 명령에 따라 다양한 과학 및 탐사 임무를 수행 할 수 있는 무인 원격 탐사 로봇이다.
이러한 로버가 작동하는 장소는 지형, 온도, 대기 및 방사선 등 모든 조건에서 지구 지표면과 달리 매우 극한 환경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로버는 정해진 수명 기간 동안 주어진 임무를 100% 완수할 수 있도록 개발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기구부, 전장 부품, 재료 및 제어 알고리즘 등 모든 개발 항목에서 극한의 신뢰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설계되고 검증되어야 한다.
이러한 탐사 로버는 우주 개발 초창기부터 우주 기술 강대국을 중심으로 개발되어 달의 환경 및 지형을 탐사하는 목적으로 활용되었으며, 최근에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화성 탐사 프로그램에서 개발된 다양한 탐사 로버가 화성으로 보내졌다.
현재도 수준 높은 과학 탐사 임무를 수행하고 학술적으로 의미 있는 연구 성과를 계속해서 도출하고 있다( 표 2 참조).
(2) 한국형 달 탐사 로버 개발
한국은 2020년 달 표면에 달 탐사 로버를 보내 과학 임무를 수행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달 탐사 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대해 사전 준비를 하고 있다.
사전 준비의 일환으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는 한국형 달 탐사 로버의 개념 검증을 위한 POC(Proof of Concept) 모델이 개발되었다.
그동안 미국을 중심으로 개발되어 사용 중인 무인 탐사 로버는 비교적 온도 변화가 적고(-125도~+20도), 대기층이 존재하여 방사선 영향이 달보다 약한 화성의 환경을 감안하여 개발되었다.
하지만 달의 환경은 대기 및 온도 조건 등에서 화성보다 매우 열악한 환경이기 때문에 기존 선행 연구 내용을 활용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며 달의 환경 조건에 적합한 최적화된 한국형 달 탐사 로버의 형상 개발이 필요했다.
KIST 연구팀은 달 표면과 같은 극한 한경에서의 탐사를 위해 ① 다양한 암석 및 토사 지형에서 주행 능력이 뛰어나고 ② 달 표면의 극고·극저온 환경(-170도~+130도)에서 동작이 가능하도록 열 제어가 용이한 디자인으로 로버를 제작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제작된 로버는 여섯 개의 휠을 이용하여 안정된 주행이 가능하며, 두 개로 분리된 몸체가 체인 형태로 연결되어 있어 울퉁불퉁한 달의 지형에서도 지면과 접촉을 잘 유지하면서 안정되게 주행할 수 있다.
또한 달 표면의 극저온·극고온 환경 및 고방사선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동작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구동 시스템인 모터와 제어기를 최대한 하나의 단일 몸체로 제작하여 배치해, 내부 열 제어 시스템이 최대한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운용되도록 했다.
이러한 로버의 설계는 KIST에서 개발되어 실용화된 위험작업로봇 롭해즈의 험지 적응을 위한 수동형 더블트랙 설계(Passive Double-Track Mechanism)를 응용한 것으로서, 한국 고유의 우주탐사 로버 설계안을 도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또한 KIST 연구팀은 진공도가 높은 달 환경을 고려하여 고체 윤활제를 적용한 로버용 베어링의 설계·제작 및 박막 코팅 기술을 함께 개발하여 달 탐사 로버 구동부 개발에 핵심이 되는 우주환경 윤활 기술을 확보하였다.
진공의 환경에서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액체 윤활제가 들어간 베어링의 활용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주환경 윤활 기술은 우주 시스템 개발을 위한 중요한 핵심 기술이다.
이러한 극한 환경에서 고신뢰성을 가지면서 운용되는 달 탐사 로버POC(Proof of Concept) 시제품의 개발 기술과 고체 윤활제 베어링 기술은 국방, 극지환경, 사회 안전 및 위험 작업 로봇에 스핀-오프되어 직접 활용이 가능하고,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로봇의 성능을 크게 개선시킬 것으로 예측된다( 그림 2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