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1

특별기획 01 - 강한 인공지능과 서비스 로봇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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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호 교수 서울시립대학교 jaeho@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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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인터넷, 클라우드와 같은 컴퓨팅 환경을 비롯한 ICT 기술의 비약적 발전에 따라 이제는 인간에 버금가는 지능적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지능형 서비스 로봇의 핵심요소인 강한 인공지능의 실현 환경이 무르익었다고 판단된다.

강한 인공지능 기술의 확보와 이를 적용한 강한 서비스 로봇 기술의 진보는 무한 기술경쟁 시대에 선도자(First-Mover)가 되기 위한 선행 조건이 될 것이라 믿는다.



서론

1969년 7월 16일 현지시간 오전 9시 32분 케네디 우주 센터에서 발사된 아폴로 11호에 사용된 Apollo Guidance Computer(AGC)는 대략 64Kbyte의 메모리에 탑재된, 종이 1,746장 분량의 어셈블러 언어에 의해 구동되었다.

AGC는 사령선과 달착륙선에 탑재되어 정밀한 유도·항법·제어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우주인을 달에 보내고 귀환하는 데 필수적 역할을 담당하였다.

또한 우주인들은 DSKY(DiSplay&KeYboard)라는 계산기와 비슷하게 보이는 장치를 통하여 두 자리 숫자로 된 명령어와 데이터를 입력하여 AGC를 사용하였다.

AGC는 관점에 따라서는 최초의 “컴퓨터 제어로봇”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참고로 당시 사용된 프로그램의 소스 코드는 웹에서 PDF 파일로 직접 받아볼 수도 있다).

AGC는 이후 전기신호에 의한 비행 제어를 의미하는 Fly-By-Wire(FBW)의 실용성 검증을 위해 F-8 Crusader에 장착되어 초기실험에도 활용되었다.

이후 1981년 처음 발사된 스페이스 셔틀은 MANAGEMENT 420,000 라인의 코드로 그 규모가 증가하였으며, 2012년 기준으로 F-35 전투기의 경우 24,000,000 라인에 이르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다.

최근 ICT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으며 어느덧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빅 데이터 같은 용어는 일상적 용어가 될 만큼 그 변화의 속도는 현기증을 느낄 정도이다.

집에 들어서면 나를 맞아주고, 나를 대신하여 집안일을 해주며, 나의 일정과 주변을 챙겨주는 서비스 로봇.

영화에서는 흔한 이런 로봇들이 최근의 ICT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인공지능 기술의 급속한 확산에 비추어 볼 때 현실에서도 자연스럽게 실현될 날이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렇듯 서비스 로봇의 미래가 우리의 생활에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음에도 이의 실현을 위해서는 역량을 다해서 극복하여야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

필자는 특히 인지나 조작 기술과 같이 가시적으로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분야와 달리 상대적으로 존재와 필요성이 크게 부각되지 않은 로봇지능 기술이 야 말로 문제 해결의 열쇠라고 생각한다.

2011년 2월 14일, 15일, 미국의 TV 시청자들은 IBM의 Watson 컴퓨터가 < Jeopardy! > 퀴즈쇼에서 역대 우승자들을 제치고 백만 불의 1등 상금을 차지하는 놀라운 장면을 지켜볼 수 있었다.

Watson은 퀴즈 문제 같은 질문을 이해하고 답할 수 있는 Question Answering(QA) 시스템으로서 자연어 처리, 정보 검색, 지식 표현, 자동 추론, 기계 학습을 망라하는 100여 개가 넘는 인공지능의 핵심 기술을 효과적으로 통합해서 인간 경쟁자를 물리칠 수 있었다.

초당 백만 개의 책을 읽어 처리할 수 있는 2,880개의 POWER7 프로세서와 16테라바이트의 메모리로 구성된 컴퓨터 클러스터보다 더 흥미로운 점은 인터넷 연결 없이 4테라바이트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2억 페이지의 지식’이 우승의 관건이었다는 점이다.

우리의 감각기관이 아무리 뛰어나도, 장인에 버금가는 섬세한 손발이 있다 해도, 이들을 지식과 통합하여 총괄하고 활용할 수 있는 두뇌가 없으면 각 기관들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할 것이 당연한 것처럼 로봇지능 기술의 공고한 확립이 없이는 진정한 서비스 로봇이 실현은 요원할 것이다.
 
필자는 이 글에서 서비스 로봇을 위한 로봇지능 기술의 현황을 짚어보고, 서비스 로봇의 실현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고자 한다.


지금은 강한 지능이 필요한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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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부터 지난 10년 동안 프론티어 지능 로봇 사업단은 노인들의 인지능력 향상을 돕기 위한 노인케어 로봇, 원어민 원격 수업 및 자율형 영어 학습을 지원하는 영어교육 로봇, 특수아동을 위해 언어 및 심리 치료를 지원하는 특수 아동 교육 로봇 등을 개발하여 서비스 로봇의 다양한 가능성을 실증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서비스 로봇 관련 기술의 진일보를 가져왔다.

하지만 인공지능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연구는 개별적인 서비스에 요구되는 기능(Function)의 실현을 목표로 하는 응용적 인공지능, 즉 약한 인공지능(Weak AI) 영역에 해당된다.

이에 비해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지적 임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범용적 인공지능은 강한 인공지능(Strong AI)이라 하며 인공지능 연구의 궁극적 목표이기도 하다.

로봇에 실현된 강한 인공지능 능력은 한 마디로 심층 이해(Deep Understanding)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심층 이해는 단순한 단편적 정보의 기억을 넘어서 이들 정보를 비교, 분석, 의미 해석, 연계, 응용하고 일반화하여 창조적, 비판적, 가설적, 종합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이다.

진정한 로봇지능의 실현을 위해서는 피상적인 지식의 활용의 수준을 넘어 심층 이해를 기반으로 한 지식의 질적 증진과 의사 결정, 행위 실행 능력이 요구되며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기술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가 병행되어야 한다.

로봇 아키텍처 기술 로봇 내부 정보뿐만 아니라 외부 환경 정보와 기능을 연계 조합하여 활용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구조를 규정하고 종합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인식과 행위 결정 과정을 체계화하는 시스템 통합 기술을 포함한다.

다자간 협업 기술 단일 로봇이 단독으로는 제공할 수 없는 정보나 서비스를 다른 로봇들과 협력하거나 공조하여 제공하는 기술이다.

다자간 실행이 가능한 계획을 수립하거나 조직을 구성하고 상충되는 이해나 자원에 대해서는 타협하는 기술을 포함한다.

사고 추론 기술 불확실성에 취약한 현재의 로봇지능의 한계를 극복하고, 실제로 쓰일 수 있는 고도의 지능 로봇을 구현하기 위한 기술로서 의사결정, 불확실성 반영 추론, 예측 및 계획 수립 기술 등을 포함한다.

지식 및 상황 관리 기술 로봇이 환경·행위·사용자에 관한 개념 지식과 그들 간의 공간적, 시간적 관계를 나타내는 모델을 바탕으로, 자신이 놓여있는 상황을 스스로 정확히 인식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외부 환경·행위·사용자에 관한 모델링 기술뿐만 아니라 필요한 지식을 스스로 획득하고 고수준의 지식으로 추상화·일반화하는 기술, 그리고 이것들을 토대로 실시간적으로 상황을 정확히 인식해내는 기술을 포함한다.

학습 적응 기술 인간 수준의 자율적 지식 증식 과정을 구현하고 이를 통하여 창발적 사고 및 행위를 발현해 내는 데 필수적인 기술이다.

지식 및 추론 지원을 위한 학습 기술, 로봇 인식 능력 증진을 위한 기술, 로봇 행위 증진을 위한 기술 등이 포함된다.

사물인터넷, 클라우드와 같은 컴퓨팅 환경을 비롯한 ICT 기술의 비약적 발전에 따라 이제는 인간에 버금가는 지능적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지능형 서비스 로봇의 핵심요소인 강한 인공지능의 실현 환경이 무르익었다고 판단된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이런 기술을 실현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으나 클라우드와 빅 데이터 같은 기술은 초고속 네트워크와 결합되어, 강한 인공지능에 요구되는 대규모 정보처리 능력을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나무에서 숲으로, 숲에서 토양으로

그렇다면 강한 로봇지능에 대한 실현은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결론은 다른 관련 ICT 산업과 더불어 토양에 대한 연구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서비스 로봇에 대한 연구개발은 개별 서비스 분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진정한 로봇지능의 실현을 위해서는 관련 ICT 산업과 이들이 공통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는 토양에 대한 종합적 연구가 필수적이다.

개별 서비스 위주의 연구개발은 꽃병의 꽃과 같은 화려함을 만들어 내지만 양분이 풍부한 토양에 심긴 나무나 숲과 같은 지속가능한 안정된 토대를 만들지는 않는다.

강한 로봇지능은 장기 로드맵에 기반을 둔 조용하지만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한 것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차분하게 진행되고 있는 EU의 RoboEarth 프로젝트와, 앞서 언급한 IBM의 DeepQA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개발한 Watson 컴퓨터 시스템은 이러한 면에서 살펴볼 가치가 있다고 보인다.

(1) EU, RoboEarth

2010년 EU에서는 RoboEarth 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RoboEarth는 그 이름이 암시하듯, 로봇의 고향과도 같은 개념으로부터 출발한 프로젝트이다.

고도의 센서 기술도, 새로운 형태의 조작 기술도 제각기 존재해서는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이 프로젝트는, 최종적으로 모든 종류의 로봇 기술이 RoboEarth의 프레임워크 위에서 통합되어 완성된 로봇 기술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다.

RoboEarth는 로봇 서비스에서 필요로 하는 환경에 대한 정보나 조작을 위한 일반적인 정보를 저장하고 각 기술이 필요할 때 공유할 수 있는 체계를 제공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RoboEarth DB는 환경이나 물체에 대한 형태, 위치, 시공간 정보나, 로봇의 행동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가를 정의하는 행위 정보 등을 저장하고 누구나 이런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제공함으로써 로봇 기술을 개발하는 누구나가 더욱 복잡한 기능을 구현하기 위하여 필요한 정보를 한곳에 모아둘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최근 Context-Awareness라는 키워드를 포함한 기술들이 바로 이런 정보들을 바탕으로 구현된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지금까지는 각 기술들이 자신의 기술을 구현하기 위하여 보유하고 있던 정보를 한곳에 모아 제공한다는 사실은 통합적 측면에서 시사하고 있는 점이 매우 크다.

KnowRob은 이와 연계된 프로젝트로 RoboEarth의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복잡한 환경을 논리적으로 이해하고 다음 수행해야 하는 행동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시스템이다.

KnowRob은 오로지 기존의 정보를 지식화하고 추론하는 영역에 집중한다. 간단히 설명하면 웹에 누군가 게시한 음식 만드는 법, 쇼핑몰에 돌아다니는 제품 카탈로그와 같은 정보를 논리적으로 이해하고, 환경 정보를 RoboEarth DB에서 습득하게 되면, 냉장고에 있는 특정 메이커의 팬케이크 가루를 구분해 내거나 보이지 않는 냉장고를 보고 손을 이용해 열 수 있음을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서비스 로봇을 개발하는 과정은 어떤 의미에서 간단하다. 개발자가 미리 이 행동 저 행동을 순서대로, 때로는 상황에 맞게 다른 행동을 취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 하면, 로봇은 그 명령대로 행동을 수행한다.

특정 영역의 서비스에서는 이런 방법이 복잡한 행동을 세세하게 지정할 수 있으므로 더 용이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반 가정에서는 어떤 환경에서, 어떤 물건들의, 어떤 사건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모든 행동을 개발자가 미리 만들어 놓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KnowRob은 미리 사람이 만들어 놓지 않은 비어있는 행동을 채워 넣기 위한 시스템으로서 만들어졌다.

이러한 기술들은 내부적인 노력에 비해서 결과적인 측면에서 다른 유사 연구와 그다지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의 노력은 로봇 기술에 관심을 갖고 있는 전문가들의 공감과 지원으로 최초에 시작한 4년간의 EU 지원이 끝난 현재에도 Willow Garage, Philips, Google과 같은 관련 분야 최고 수준의 기업과 단체들을 동반자로서 협력을 이어나가고 있다.

(2) IBM, DeepQA

IBM이 가지고 있는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은 매우 유명하다.
 
이미 10년 전 슈퍼컴퓨터 Deep Blue는 사람과의 Chess 경기에서 우위를 점한 후 왕좌를 내주지 않고 있다.

IBM의 이런 노력은 최근에 들어서 웹상의 데이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람의 질문을 이해하고 대답하는 슈퍼컴퓨터 Watson으로 이어지고 있다.

IBM은 주지하는 바와 같이 100년이 넘는 하드웨어 제조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으로서 1999년부터 5년에 걸쳐 1억 달러를 투자하여 개발한 Blue Gene 슈퍼컴퓨터 시스템을 기반으로 오랜 기간 축적한 기술을 바탕으로 Watson과 같은 상상을 초월하는 시스템을 개발한 것이다.

똑똑한 슈퍼컴퓨터를 만들기 위하여 IBM은 수십 년간의 노하우를 다져왔다.
 
Deep Blue 프로젝트가 종료된 1997년부터 시작된 차세대 슈퍼컴퓨터에 대한 오랜 연구를 바탕으로 2005년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으며, 이후 수년간 지식 정보와 질의응답 시스템에 대한 기초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 왔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이런 점은 마찬가지이다.

대규모 병렬 분산 시스템으로 구성된 새로운 슈퍼컴퓨터는 신뢰할 수 있는 고도의 협업 기술을 필요로 했으며, IBM은 Watson에 최적화된 시스템인 UIMA-AS라는 분산 환경 프레임워크를 연구하기에 이른다.

2011년 Watson의 < Jeopardy! > 퀴즈쇼에서의 우승은 IBM이 경주해 온 노력을 일반인도 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2013년에는 Watson Ecosystem으로 발전시켜 활용할 수 있는 Watson 플랫폼으로 발전시켰을 뿐만 아니라 헬스케어를 포함한 다양한 상업적 활용을 통해 수익을 만들어 내고 있다.


서비스 로봇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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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28일 처음 오픈소스로 배포된 안드로이드 OS는 대략 12,000,000 라인의 소스 코드로 구성되어 있으며 2013년 기준 백만 개가 넘는 앱이 만들어져 50억 건 이상의 앱이 다운로드 되었다.
 
그렇다면 인간 수준의 기능을 요구하는 로봇지능을 갖춘 서비스 로봇을 구성하는 데 필요한 소프트웨어의 크기는 어느 정도가 될까?
 
참고로 현재 고사양의 자동차에는 200,000,000 라인 정도의 코드가 사용되며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이러한 수치는 로봇지능이 단기간에 쉽게 이루어질 것이 아니며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안드로이드 OS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서비스 로봇 기술이 ICT와 결합되어 발전하면 그 파급 효과와 발전 속도는 폭발적일 수 있다는 것도 암시한다.

안드로이드를 통한 모바일 시대의 도래가 그랬던 것처럼 지능 로봇의 도래도 그리 머지않을 수 있다. 기회는 바로 지금이다.

강한 인공지능 기술의 확보와 이를 적용한 강한 서비스 로봇 기술의 진보는 무한 기술경쟁 시대에 선도자(First-Mover)가 되기 위한 선행 조건이 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