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혁신의 열쇠 - 혁신, 담장 없애기로부터

혁신의 열쇠는 우리 사회 및 산업 전반에 걸쳐 다양한 혁신의 키워드와 마인드에 대해 조망하는 칼럼입니다.
 


1.PNG

2.PNG

▲ 김도연 총장 POSTECH


POSTECH은 최근 서울대, 카이스트와 함께 이공계 주요 기초과목인 물리, 화학, 생명과학, 기계공학, 화학공학, 재료공학의 온라인 강의를 제작하여 전 국민에게 공개하기로 하였습니다.

‘인터넷으로 누구나 수강이 가능한 대학강좌’를 의미하는 무크(MOOC: Massive Open Online Course)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출범한 ‘코세라(Coursera), 일본의 J무크 등 선진국의 유수대학들이 전통적인 대학교육 방식을 파괴하는, 개방을 통한 교육혁신 노력의 결과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K무크로 명명된 온라인 공개강좌가 추진 중이나 이번 POSTECH의 무크 추진은 국가 과학기술 인력의 자기학습과 과학과 공학의 대중화를 위한 최고 수준의 이공계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데 국내 유수 공대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이루어진 것입니다.

세 대학 교수진들은 각 대학이 보유한 경험과 강의 콘텐츠를 모두 공유하면서, 교육과정 개발의 모든 과정에서 긴밀히 협력할 것입니다.

국내 최고 수준의 대학들이라는 데 안주하지 않고 담장을 허물고 전 국민, 전 세계를 상대로 강의 콘텐츠를 개방하고 평가 받으려는 시도는 교육과 강의의 품질을 더욱 높이겠다는 대학 스스로의 혁신인 것입니다.

정부 또한 국정을 혁신하고 창조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도구로 개방과 협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부처 간 담장을 없애고 정보공유와 협력을 통해 대국민 서비스를 제고하려는 노력과 함께 정부의 방대한 데이터와 정보를 국민에게 개방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한 정보 공개의 수준을 넘어서 기업과 국민이 공공데이터를 활용하고 사업화할 수 있도록 국가통계와 공공정보를 개방하고 공유하는 것입니다.

그간 단편적인 정보나 보고서를 공개하던 것을 DB의 형태로 원천정보를 제공하고, 기업과 국민은 이를 능동적으로 분석·활용함으로써 가치창출을 도모하는 것입니다.

이를 계기로 공공부문의 가치 있는 데이터와 민간의 창의성이 결합하여 혁신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스타트업들도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의료자원정보DB를 활용하여 병원과 약국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해주는 앱인 ‘굿닥(Good Doc)’은 월 매출 3억 5천만 원을 올리고 있으며, 서울시의 주차장 정보를 이용한 주차장 이용 앱 ‘파크히어(ParkHere)’를 만든 벤처가 15억 원의 투자를 유치한 사례도 있습니다.

그 밖에도 날씨 정보, 지리 정보, 교과 정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공기관의 빅 데이터를 제공받아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들려는 기업과 젊은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개방과 협력을 통한 혁신 시도는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역별로 특화된 산업 분야의 중소기업 성장과 해외진출, 그리고 개인의 창업을 지원하며 지자체 및 대기업이 협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기업으로 하여금 중소기업과의 공동개발, 경영지원, 자금지원 등의 협력을 통해 산업생태계 선순환을 유도하며, 대기업들 또한 이에 호응하여 특허문제로 제품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벤처기업을 위해 보유 특허를 대대적으로 개방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보유하고 있는 특허를 공개하는 수준을 넘어 특허 전문가를 파견, 제품개발에 필요한 특허를 찾아 제공하고, 필요한 경우 개방 특허를 활용, 사업화에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대학과 정부뿐 아니라 민간기업에도 개방을 통한 혁신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과거 기업들은 공들여 개발한 기술만이 경쟁우위라고 생각하여 폐쇄적인 R&D를 수행해 왔습니다.

그러나 세상의 빠른 변화와, 고객과 시장의 다양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업 내부 역량만으로 안 되는 일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담장을 치는 것은 스스로 생태계 속에서 고립되어 오히려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것입니다.

피할 수 없는 위험이라면 오히려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받아들이자고 생각한 선진기업들이 있습니다.

이 생각이 바로 개방혁신(Open Innovation)입니다. 외부에서 개발한 기술과 지식이 기업에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더 큰 부가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면, 이를 가져다 사용하고 내부의 기술과 시너지를 도모하는 편이 현명한 것입니다.

P&G, GE, LEGO, IBM, 지멘스 등 많은 기업들이 자사의 연구개발과 문제해결에 개방혁신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소비재 생산기업인 P&G는 회사 홈페이지에 ‘원하는 것(Needs)’과 ‘가진 것(Assets)’을 공개하고, 최근 신상품을 개발하면서 부족한 아이디어나 기술 목록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 목록을 보고 전 세계에서 관련 특허나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연 2천 건 이상 연락을 해 온다고 합니다.

외부 약 150만 명의 과학자, 공학자들이 내부의 1만여 명 연구개발 인력과 연결되고 협력하는 플랫폼이 되는 것입니다.
 
대 히트를 친, 글씨가 새겨진 프링글스 감자칩도 이 개방협력에 의해 이탈리아의 작은 제빵회사에서 반죽에 글씨를 새기는 기술을 제공한 것입니다.

오랄비 전동칫솔, 페브리즈 방향제 등 누구나 아는 P&G의 히트상품들이 다 개방혁신의 결과물입니다.

이렇듯 개방은 자신의 역량이나 기술, 사업전략 등을 경쟁자에게도 내보여야 하지만 그 위험성을 감수하더라도 외부의 자원과 지식을 결합하여 혁신의 속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기술과 R&D에 집중된 혁신은 비즈니스 모델, 가치사슬, 업무 프로세스, 인사, 조직 문화까지 기업 경영 전반으로 넓어지고 있습니다. 혁신의 속도 또한 갈수록 빨라질 테니 우리 기업들도 보다 더 담장을 허무는 노력을 해야겠습니다.

개방이 혁신을 주도합니다. POSTECH은 강의 개방에 이어서 대학의 주요 직책을 외부 전문인력에게 개방하고 채용 중에 있습니다. 교수진이나 연구인력도 산업체의 역량 있는 엔지니어들에게 개방하고자 합니다.

결실의 계절 가을입니다. 미래의 결실을 위해 혁신의 씨앗인 또 다른 개방과 협력을 탐색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