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in Tech - 화성에서 살아남기 <마션(The Martian)>
MOVIE IN TECH에서는 영화 속에서 펼쳐지는 다양하고 흥미로운 과학기술에 대해 알아봅니다.
글_ 최성우 과학평론가
사진출처_ 네이버영화(http://movie.naver.com)
화성에 고립된 우주비행사의 고군분투 생존기를 그린 SF영화 ‘마션(The Martian, 2015)’이 큰 인기를 끌면서 국내외에서 상영되고 있다. 이 영화는 거장 리들리 스콧 감독에 맷 데이먼(마크 와트니 역), 제시카 차스테인(멜리사 루이스 역)이 주연을 맡았다.
화성 탐사 중에 모래폭풍을 만난 미항공우주국(NASA)의 탐사대가 팀원인 마크 와트니가 사망했다고 판단하여 남은 대원들만 떠나지만, 극적으로 생존한 와트니는 남은 식량과 온갖 지혜를 동원하여 화성에 살아남아 자신의 존재를 지구에 알리고, 그의 무사귀환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애를 쓴다는 이야기이다.
여러 신문에서도 이 영화의 실제 가능성 등에 대한 기사들이 나오곤 하는데, 화성의 물과 생명체 존재 여부, 그리고 화성에서의 농작물 재배 가능성 등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화성의 물과 생명체 존재 여부
화성이든 다른 천체이든 생명체가 살기 위해서는 물이 필수적으로 필요하게 된다.
이 영화에서는 농작물 재배에 필요한 물을 화성 자체에서가 아니라 지구에서 가져간 수소를 태워서 얻지만, 만약 훗날 인류가 화성에 가서 살아갈 수 있으려면 이런 방법으로는 역부족일 것이고 화성에 풍부한 물이 있어야만 할 것이다.
화성에 생명체 혹은 지능을 갖춘 고등 동물이 과연 존재하느냐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논란이 되어 왔다.
일찌기 미국의 천문학자 퍼시벌 로웰(Percival Lowell; 1855∼1916)은 화성에는 본래 충분한 물이 존재했는데 환경이 악화되어 점점 물이 부족해짐에 따라, 고등 생명체가 극지방의 물을 끌어들이기 위해 운하와 비슷한 관개시설을 건설하였다고 주장했고, 농업의 계절에 따라 그 수가 바뀐다고 생각하였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서, 우주선에 의한 화성 탐사가 가능해짐에 따라 화성에 과연 고등생명체가 존재하는지 더 잘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
1969년 화성 탐사선 마리너 6호, 7호가 화성 표면을 면밀히 조사해 본 결과, 화성은 고등생명체가 살기에는 너무 척박한 환경임이 밝혀졌고, 뒤를 이은 바이킹호의 탐사 결과 역시 현재 화성에 생명체가 산다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그러나 1997년 7월 화성 표면에 착륙했던 패스파인더호는 탑재했던 탐사로봇 소저너를 통하여 화성 표면에서 과거에 물이 흘렀던 흔적인 퇴적암 등을 발견하였고, 뒤를 이은 스피릿 호 및 오퍼튜니티 호 등도 화성 표면에 생명체가 존재했을 가능성을 알려주는 물의 흔적을 촬영해 전송한 바 있다.
패스파인더호는 바로 이 영화에서 주인공인 마트니가 지구와 통신을 위해 재활용하는 예전의 화성탐사선이다.
그 후 화성의 극지 등에 얼음 형태로 물이 존재한다는 점도 밝혀졌으나, 액체 상태의 물이 지금도 흐르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이 영화가 선보이기 직전에 NASA는 긴급 기자회견을 통하여 “화성에는 소금물이 흐르고 있다.”는 중대발표를 하였다.
즉 몇 년 전부터 화성의 어두운 경사면(Recurring Slope Lineae, RSL)이 계절별로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는 현상이 관측되었는데, 화성정찰위성(MRO)의 고해상도 이미지로 스펙트럼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소금물 개천이 지금도 흐르고 있다고 결론 내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이 사실을 밝힌 이는 네팔 출신의 청년 과학자 루젠드라 오이하(Lujendra Ojha)인데, 조지아 공과대학원생인 그의 관련 논문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도 실린 바 있다.
화성의 생명체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기까지는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RSL이 계절별로 바뀌는 것은 농업의 계절에 따라 운하의 수가 바뀐다는 로웰의 주장과 유사한 듯하여 놀라움을 안겨 준다.
화성에 사람이 살 수 있을까?
이 영화는 NASA 소속 과학자와 우주비행사가 제작에 참여하여 완성도와 리얼리티를 높였다는 평을 받고 있다.
앞서 언급한, 화성에서 물이 흐르고 있다는 NASA의 발표도 영화 개봉을 불과 며칠 앞두고 이루어져서, 영화의 홍보 효과를 노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이다.
화성의 거센 모래폭풍 장면 등은 지구의 대기보다 밀도가 낮은 화성의 특성상 일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실제 가능성이 높은 장면들도 적지 않다.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화성의 로빈슨 크루소’인 주인공이 기지에 남은 것만으로는 부족한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온갖 지혜를 다 짜내어 감자 농사를 짓는 장면이다.
토양에 충분한 물과 영양분만 공급된다면, 영화에서처럼 농작물의 재배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화성은 아니지만, 지표면이 아닌 우주공간에서의 농작물 재배 실험이 이미 성공했기 때문이다.
즉 2014년에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베지(Veggie)’라는 우주 농사법으로 상추를 길러서 먹는 데에 성공한 바 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흙을 사용하지 않는 수경재배 방식으로서 인공 빛을 이용하였다는 정도이다.
토탈리콜 등 예전의 여러 SF영화들을 보면, 화성을 지구의 식민지처럼 묘사하곤 하는데, 이처럼 화성에 인간이 거주하려면 단기적인 방법을 써서라도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거나, 아니면 장기적으로 화성의 자연 환경 자체를 개조하는 방법 등을 써야할 것이다.
최근 한 과학기술 전문매체는 모의 화성기지가 하와이 마우나로아산의 2,400m 고도 위에 돔 형태로 지어져 8개월 동안 운영되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높은 고도로 인하여 기압이 낮으므로 화성과 비슷한 환경이고, 활화산지대이므로 식물이 자랄 수 없는 불모지인 것도 화성과 유사한 셈인데, 실험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장기간의 화성 체류가 신체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하기 위해 8개월 동안 우주 식량 등만 먹으면서 지냈다고 한다.
네덜란드의 비영리단체 마스 원(Mars One)은 2026년 이후 남녀 2명씩 총 4명씩을 2년마다 6차례에 걸쳐 화성에 보낼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지구로 돌아올 수 없는 화성 이주임에도 세계 각국에서 수십만명의 신청자가 몰렸다고 한다.
테슬라 모터스의 CEO로 널리 알려진 엘론 머스크는 민간우주업체인 스페이스X도 경영하고 있는데, 그는 15∼20년 안에 8만여 명이 거주하는 화성 식민지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화성의 자연환경을 보다 근본적으로 지구처럼 바꾸는 방법을 테라포밍(Terraforming)이라고 하는데, 엘론 머스크는 그 일환으로서 화성에 방사능이 적은 열핵폭탄을 폭발시켜 그 에너지로 화성의 대기 온도를 올려 인간이 살 수 있는 환경에 가깝게 할 수 있다는 기발한 주장을 한 바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인간의 화성 이주는 고사하고, 화성까지의 유인 우주여행이 언제쯤 실현될 수 있을 것인지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운 형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