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03 - 모노즈쿠리 노하우 계승을 통한 일본 지역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 전략
김도훈 박사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dhkim@kjc.or.kr
일본은 베이비붐 세대 제조현장 베테랑들이 일시 대량으로 퇴직하는 문제에 대응하여, 이들을 다양한 지역 중소기업의 체질 강화에 적극 활용함으로써 일본 제조 중소기업 전체의 경쟁력을 강화시켜 나가고 있다.
한국도 제조현장 베테랑들의 생산성 노하우를 중소기업에 전파해 적극 활용함으로써 제조업을 재도약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
대기업 제조현장 출신의 베이비붐 세대 베테랑 기술자들의 지역 중소기업을 위한 제2의 인생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일본의 제조현장에서는 전후 1947년에서 1949년에 출생한 베이비붐 세대가 60세가 되는 2007년을 시작으로 3년간 약 700만 명의 제조현장 베테랑 인재들이 정년을 맞이하면서, 대량퇴직에 따른 일본 제조현장의 지적 공동화에 대한 위기의식이 확산되었다.
다양한 고유기술과 현장관리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이들 제조현장 시니어들의 대량퇴직에 대비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오랜 기간 동안 축적해온 소중한 경험과 지식을 한 순간에 잃게되어, 일본의 제조업 경쟁력에 커다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측, 이른바 2007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모색이 시작되었다.
제조현장 시니어들에게 제조기업의 경영 전체를 보면서 경영자원을 극한까지 효율화하는 모노즈쿠리 관리기술의 재교육을 실시해 지역 중소기업의 경쟁력 및 일본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바로 도쿄대학의 후지모토 다카히로 교수를 중심으로 하는 도쿄대학 모노즈쿠리 경영연구센터의 모노즈쿠리 인스트럭터 육성을 통한 지역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 지도사업이다.
2003년 도쿄대학에서는 일본 문부과학성의 대학 연구거점 형성 사업인 ‘21세기 COE(Center of Excellence)’의 일환으로 ‘도쿄대학 모노즈쿠리 경영연구센터(MMRC, Monozukuri Management Research Center)’를 설립, 일본 제조업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 모노즈쿠리 지식의 창조와 보급 활동을 추진하였다.
도쿄대학 모노쿠리 경영연구센터에서는 ‘장인정신’ 또는 ‘제조의 혼’이라고 인식되고 있던, 추상적인 일본의 모노즈쿠리를 보다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정리, 이를 바탕으로 지역 중소기업에 그 노하우를 전파함으로써 지역 강소기업을 육성함과 동시에 2007년 문제를 해결하였다.
그리고 베이비붐 세대의 베테랑 퇴직 현장기술자들에게 국가 산업을 위해서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도교대학 모노즈쿠리 경영연구센터가 이렇게 제조현장 퇴직 베테랑 인재를 모노즈쿠리 인스트럭터로 육성, 지역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그 역할을 부여하는 이유는 글로벌화가 심화되는 지금이야 말로 지역경제가 세계경제로 바로 연결될 수 있는 환경이라는 인식에서다.
예를 들면 애플의 스마트폰이 세계에서 잘 팔릴지, 팔리지 않을지는 일본 니가타현의 정밀부품 업체나 열처리공장의 수주량을 보면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제조기업의 현장 능력과 생산성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시대가 다시 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속적인 생산성 향상을 통한 일본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 전략
실제로 중국과 일본의 공장 근로자의 임금 격차가 10년 전에는 20배에 달했기 때문에 일본의 제조현장이 생산성을 2~3배 향상시켜서는 중국기업과 경쟁에서 이길 수가 없었다.
여기에 일본은 엔고, 불황, 잘하지 못하는 디지털기술 등으로 일본 제조업 역사상 가장 약한 시기를 지내야 했다.
하지만 수년 후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제조 근로자들의 임금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일본기업과 경쟁하던 중국기업의 임금은 이제 7배로, 자동차 관련 기업의 경우는 5배로 임금 격차가 좁혀졌다.
반면 일본의 제조현장에서는 생산성을 2~3배로 올린 기업들이 수 없이 많아졌다.
2014년 일본과 중국의 백색가전과 스캐너의 임금과 생산성 비교를 통한 조달 코스트를 보면, 백색가전의 경우 중국의 임금은 일본의 1/5, 생산성은 1/3로 조달코스트가 일본이 100일 때 중국은 80으로 낮지만, 스캐너의 경우는 임금은 일본의 1/2이지만, 생산성이 1/2로 결국 조달 코스트는 동일하게 되었다.
조달 코스트가 동일한 상황에서 제품 경쟁력은 품질에서 결정될 수 있는데 품질에서는 일본이 중국보다 앞서 있기 때문에 스캐너의 경우, 동일한 조달 코스트에서는 일본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본기업들은 신흥국 제조현장의 임금격차를 생산성으로 상쇄시키는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해 가고 있다.
이렇게 일본 국내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사 경영자원의 낭비를 최소화하고 효율을 최대화함으로써 생산성을 향상시켜 나가는 길 밖에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일본의 지역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도와서 경쟁력을 강화시키겠다는 것이 도쿄대학의 모노즈쿠리 인스트럭터 양성사업이다.
도쿄대학 모노즈쿠리 인스트럭터 양성 스쿨 교육 체계
도쿄대학 모노즈쿠리 인스트럭터 양성 스쿨은 2003년부터 2년에 걸쳐, 일본의 높은 생산성 노하우 축적해온 대기업들과 도쿄대학 연구진이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정부예산으로 일본 제조업의 장점들을 하나로 묶는 사업을 하였는데, 그 결과가 현재 도쿄대학 모노즈쿠리 인스트럭터 양성 스쿨의 기본 교재이다.
이 교재는 현장을 기반으로 생산성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방대한 작업이었다.
이 교재를 중심으로 제조현장의 베테랑 기술자들을 매년 10명 규모로 금요일과 토요일에 22회의 이론과 현장개선 실습 트레이닝을 통해서 모노즈쿠리 인스트럭터를 육성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모노즈쿠리 이론은 15회에 걸쳐서 모노즈쿠리의 기본개념을 시작으로 부가가치를 창조하는 고객만족의 제품 설계 및 개발에 대한 관리기술, 설계정보가 전사될 매체에 대한 관리기술, 설계정보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전사시킬 수 있는 생산 프로세스 관리기술의 3개 영역에 총 12개 과목을 교육한다.
그리고 6회는 3~4명이 한 팀으로 구성되어 견학기업과 비밀유지 서약을 하고, 제품 개발에서부터 전 과정을 견학하고 분석하여 실제 제조현장에서 모노즈쿠리 개선 과제를 발굴하고 제안하는 보고서 작성으로 실습을 하고 있다.
수료 후에는 지역 중소기업 현장의 부족한 점을 정확히 찾아서 지도하고, 중소기업현장이 납득할 수 있는 대안 제시로 현장 작업자들이 스스로 개선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지역 중소기업의 체질 강화를 통해 생산성 향상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지역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는 과거 20년보다 향후 20년이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시기이다.
지역의 중소기업은 지금이야말로 활약할 수 있는 기회이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역 중소기업들의 노력은 산업 공동화론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특히 도쿄대학 모노즈쿠리 인스트럭터들은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업에서도 지도가 가능하도록 훈련되어, 제조업이 끝나고 서비스업의 시대라는 말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다.
이렇게 모노즈쿠리 인스트럭터들이 산업과 지역을 넘어 현장의 능력 구축을 지원하고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의 심화로 경제활동 인구에 유입되는 수 보다 유출되는 수가 더 많아지고 있는 일본의 경우는 더욱더 기업의 생산성 향상이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또한 세계경제의 장기적인 추세로 볼 때도 지역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모노즈쿠리 인스트럭터들의 역할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모노즈쿠리 인스트럭터 양성 스쿨에 참여하는 베테랑 퇴직기술자들은 제조현장에서 30년에서 40년간 근무한 풍부한 현장경험과 고유기술을 가진 베테랑들이지만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기술을 배운 적이 없는, 우수한 기술자이지만 우수한 지도자라고 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들에게 다른 사람을 칭찬하고 인정하고 엄격하게 교육시킬 수 있는 기술을 모노즈쿠리 인스트럭터 양성 스쿨을 통해서 훈련시켜 현장을 개선할 수 있는 인재일 뿐 아니라, 현장을 개선하는 인재를 키울 수 있는 사람으로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도쿄대학의 모노즈쿠리는 고객이 만족하는 제품의 개발(창조)에서부터 그 제품을 구현할 수 있는 재료의 구매, 그리고 고객인 고품질의 제품을 신속하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생산, 판매까지의 전 과정에서 기업의 경영자원을 극한까지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고객을 만족시키는, 흐름을 원활히 함으로써 이익을 극대화하는 관리기술이다.
이러한 모노즈쿠리 사상을 철저하게 베테랑 퇴직 기술자들에게 교육하고 현장의 전체를 조망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실천력을 훈련시켜서, 지역 중소기업의 현장개선을 지원함으로써 지역 중소기업의 체질을 강화하여 생산성을 향상시키겠다는 것이다.
모노즈쿠리 인스트럭터의 지역 중소기업 생산성 향상 지원 사례
도쿄대학 모노즈쿠리 인스트럭터 양성 스쿨은 2005년 시작해서 2014년까지 100명의 모노즈쿠리 인스트럭터를 배출하였으며, 2010년 군마스쿨을 시작으로 2015년에 나가오카, 이바라키, 시가, 히로시마, 미에, 노베오카, 야마가타에 지역 스쿨이 오픈되어 현재 모두 8개 지역에 모노즈쿠리 인스트럭터 스쿨이 운영되고 있다.
지역 스쿨은 일본 중앙정부의 경제산업성의 자금 지원을 받은 지자체가 운영주체가 되어 진행하고, 도쿄대학은 강사 파견 및 프로그램 등에서 지원하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특히 모노즈쿠리 지도방식의 표준화를 위해서 모노즈쿠리 인스트럭터 지역스쿨의 운영자는 반드시 도쿄대학 모노즈쿠리 인스트럭터 양성스쿨 수료생이어야만 한다는 원칙을 정하고, 도교대학 모노즈쿠리 경영연구센터가 전면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도쿄대학 모노즈쿠리 인스트럭터 스쿨 교육의 기본 콘셉트는 제품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제품의 설계정보를 구매, 생산, 판매 등 전 과정에 원활하게 전달하는 설계정보 관리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제품 개발부터 그 제품이 고객에게 전달될 때까지의 흐름을 정확하면서도 원활하고 신속하게 한다면, 기업의 경영자원에 불필요한 낭비를 최소화하고 현금회전률이 높아지며 결국 기업의 이익률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고유기술의 베테랑 기술자들을 사내의 고유기술 전수자로 활용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현장 전체를 조망하고 관리하는 모노즈쿠리 인스트럭터로서도 의미가 있다.
모노즈쿠리 인스트럭터 지역 스쿨 중에서 2010년 가장 먼저 오픈한 군마현 스쿨에서는 매년 12명 정도의 인스트럭터를 배출하여 지역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현장지도 사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2014년까지 군마지역에 약 70사를 지도하였는데, 가장 많은 지도 분야는 현장개선의 기본인 5S(정리, 정돈, 청소, 청결, 습관화)로 47%, 생산성 향상 지도가 27%, 뒤이어 품질, 준비교체 등의 순으로 중소기업 현장개선을 지도하였다.
한국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시사점
최근 일본경제의 급속한 회복이 엔저정책을 중심으로 하는 아베노믹스가 결정적인 요인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은 지난 20년간 뼈를 깎는 고통을 이겨내면서 원가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제조현장의 체질을 강화해 온 중소기업의 노력이 아베노믹스와 결합되면서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도쿄대학 모노즈쿠리 경영연구센터에서는 제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은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세계경제의 변화 속에서 특히, 중소기업들은 미증유의 고난의 시대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시간의 경과와 함께 모노즈쿠리 지식을 가진 현장의 베테랑 인재들의 유출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현장의 젊은 직원들이나 비정규직, 서플라이어 등에 체계화된 모노즈쿠리를 지도할 수 있는 인재, 즉 현장의 관리 개선 지도가 가능한 인재들이 부족할 것이라는 문제가 동시에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베이비붐 세대 퇴직 베테랑 기술자들에게 체계적인 모노즈쿠리 관리기술을 재교육하여 해결하자는 것이다.
지금까지 일본의 제조현장은 베테랑 퇴직기술자들을 유용하게 활용하기 위해 사내에서 후계자를 양성하기 위한 Closed Approach 방식을 많이 이용해 왔다.
하지만 도쿄대학의 모노즈쿠리 인스트럭터 양성스쿨은 2007년 베이비붐 세대의 제조현장 베테랑들이 일시대량으로 퇴직 문제에 직면하면서, 이들을 다양한 지역 중소기업의 체질 강화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모색했다.
일본 제조중소기업 전체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장기적이고 소박하지만, 강력한 전략으로 지역별 모노즈쿠리 인스트럭터 양성 스쿨을 통해서 범용적인 인재를 육성해 타사 및 타 업종도 지도할 수 있는 Open Approach 방식을 제안하게 된 것이다.
한국에서도 1955년에서 1963년에 출생한 이른바 베이비붐 세대의 제조현장 베테랑 기술자들의 대량 퇴직이 시작되고 있다.
특히 고도 성장기에 현장을 지켜왔던 대기업 출신의 베테랑 기술자들은 높은 수준의 고유기술과 풍부한 현장관리 경험을 가진 우수한 인재들이다.
이들을 대기업의 높은 수준의 생산성 노하우를 중소기업에 전파하는 첨병으로 적극 활용함으로써 제조업을 재도약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