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2

특별기획 02 - 일본형 히든챔피언 GNT 기업의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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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오 교수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부

hyungoh@sm.ac.kr


경제산업성은 2014년 GNT 기업 100개사를 선정하여 발표하였다.

평가 기준으로는 세계시장점유율과 이익의 양립, 독창성과 자립성, 대체 리스크에 대한 대처, 세계시장점유율의 지속성 등을 활용하였다.

GNT 기업은 일본형 히든 챔피언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규모 및 역사적 발전과정의 유사성으로 인해 한국 중소기업들에게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 이 원고의 일부는 [이형오 공저, GDP 4만 달러 전략, 일본의 선진화 경험, (재)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2014년] 내용을 활용함



들어가며

최근 한국경제가 저성장 단계에 들어섰다는 기사를 신문지상에서 자주 볼 수 있는데, 일본경제는 이미 약 20년 전에 저성장 단계에 진입했다고 할 수 있다.

일본경제는 저성장기에 많은 변화를 겪어 왔는데, 그 중 주목할 점은 대기업의 해외진출과 중소기업의 상대적 중요성 증대라고 할 수 있다.

즉, 제조 분야 대기업들이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시킴에 따라 고용 창출에서 이들의 역할은 줄어든 반면,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에 대한 기대는 높아져 왔다.

특히 중소기업 중에서도 일본 내에 생산기반을 두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판로를 개척한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기업을 글로벌 니치 톱(Global Niche Top) 기업 즉, GNT 기업이라고 부르고 있다.

GNT 기업은 일본형 히든 챔피언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에 대한 고찰은 한국기업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제시한다.

교수는 독일기업을 중심으로 연구하여 히든 챔피언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냈는데, 그가 말하는 히든 챔피언은 한국 중소기업에 비해 규모가 크고 또 역사적 발전경로가 다른 경우가 많다.

이에 반해 일본형 히든 챔피언은 규모 및 역사적 발전과정의 유사성으로 인해 한국 중소기업들에게 많은 참고가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전개하는 글에서 GNT 기업의 의의, 특징, 발전과정, 사례, 과제, 대응책 등을 살펴보기로 하자.


GNT 기업의 의의 및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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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NT 기업은 아베노믹스의 성장전략에서도 그 중요성이 강조될 정도로 일본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이 분야 전문가인 호소야 유지(細谷祐二) 씨는 그 이유로 다음과 같은 점을 들고 있다.

첫째, 이 기업들은 일본 각 지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며, 그 지역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지역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둘째, 이들은 높은 제품 경쟁력과 제조기술을 기반으로 하여 고임금과 엔고에도 불구하고 일본 국내에 거점을 유지하면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셋째, 일본의 기반기술 및 생산기술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넷째, 제품개발부터 시장창출 전반에 이르는 제품혁신을 완수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업으로서 일본경제에 공헌하고 있다.

이러한 중요성을 지닌 GNT 기업은 어떤 특성을 지니고 있을까?

이에 대한 연구는 이미 2000년대 초부터 이루어져 왔는데, 특히 2010년 경제산업성 위탁으로 20여 개 GNT 기업에 대한 심층적인 인터뷰 조사가 이루어졌다.

그 조사 결과 GNT 기업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첫째, GNT 기업들 제품은 대부분 BtoB 제품이다.

일반적으로 BtoC 제품은 글로벌 경쟁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이 그 분야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간단치 않다.

그러한 연유로 GNT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글로벌 경쟁에 노출되기 어려운 BtoB 분야 제품들을 생산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 제품 예로는 측정 및 분석장치, 공작기계나 생산장치 및 관련 유니트 부품, 특수기능을 가진 기능성 재료 등이 있다.

둘째, 창업자 경력을 살펴보면 대기업에 근무하다가 독립하여 창업한 경우가 많은데, 창업자가 대기업에서 최초 니치 톱 제품 관련 기술 및 노하우를 축적하고 잠재적 고객 니즈를 파악한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창업자의 후계자가 제2창업을 한 경우에도 기존의 기술 및 노하우를 기반으로 새로운 시장을 찾아낸 경우가 많다.

나아가 이들 기업에서의 공통점은 경영자가 독보적인 경쟁우위 확보에 대한 강한 의지와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 최초 니치 톱 제품이 시장에 침투할 수 있었던 계기로는 두가지 유형이 있는데, 그것은 일본 대기업으로부터의 구매와 해외시장에서의 평판이었다.

즉, 첫 번째는 업계를 리드하는 일본 대기업이 그 제품을 빨리 채택해 주어 그 평판이 다른 대기업으로 퍼져간 경우이다.

두 번째는 해외 메이커나 해외 대리점이 먼저 그 제품을 채택해 준 다음 그 실적과 평판이 국내시장으로 침투한 경우이다.

넷째, 이 기업들의 성공비결은 고객 니즈 지향적인 제품개발에 있다.

대기업을 나와 최초로 니치 톱 제품을 개발한 경우에도 자신의 경험을 살려 고객 니즈에 부합하는 제품을 개발한 경우가 많았다.
 
또 두 번째 이후 니치 톱 제품의 경우는 대부분이 고객 니즈에 기반하여 개발한 제품이었다.

특히 대기업 고객의 잠재적 니즈를 선제적으로 파악하여 사전에 제안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다섯째, 니치 톱 제품을 계속적으로 개발하는 과정은 반드시 기술 기반 지향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이 기업들은 신제품 개발에 새로운 요소기술이 필요한 경우 적극 외부기술을 도입하는 등 개방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즉, 제품개발은 고객 니즈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필요한 요소기술이 내부에 없는 경우에는 고객 또는 공급업자 등과의 연계를 통해서 외부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었다.

여섯째, 이 기업들은 자사의 경쟁우위를 유지하는 수단으로서 핵심기술을 블랙박스화하고 경쟁력 유지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즉, 경쟁우위 유지를 위해 특허도 활용하지만 다양한 노하우를 기업비밀로 유지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하였다.

또 높은 품질, 대기업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 시장의 확보, 신용력 유지 등을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하고 있었다.

일곱째, 매출액이 일정 규모 이상이 된 경우에는 회사 경영체제를 확고히 하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즉, 기업 규모가 어느 정도 되면, 대기업의 기술부장 등을 역임한 인재들을 확보하여 이들을 중심으로 산학연계 프로그램이나 국가보조금 사업에 참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또 해외 판로 확보를 위해 유학생을 활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GNT 기업의 발전과정

이상 GNT 기업의 특징을 살펴보았는데, 이 기업들 대부분은 오랜 기간의 발전 과정을 통하여 오늘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다.

그 발전 과정에 관해 난바 마사노리(難波正憲) 교수 등이 연구한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이들은 큐슈지역 GNT 기업 9개를 조사하였는데, 해당 기업들의 제품은 설비, 기계, 그 부품 및 서브시스템 등 모두 BtoB 제품들이었다.

설립 시기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9개 회사들의 설립년도 평균은 약 1956년이었으며, 종업원 수 평균은 약 118명이었다.

각 기업들이 생산하고 있는 GNT 제품 9개의 개발과정을 살펴보면, 8개가 고객 니즈에 부합하는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개발되었고, 1개가 새로운 지식을 활용하는 형태로 개발되었다.
 
GNT 제품 개발에 있어서 고객 니즈 파악과 이를 위한 고객과의 긴밀한 교류가 중요하다는 점을 이 사례들이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9개 제품 중 GNT 기업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것은 5개였으며, 나머지 4개는 다른 기업과 협력하는 형태로 개발되었다.

이 점은 GNT 기업들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적극 활용한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편, GNT 기업들의 성장 경로는  그림 1  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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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서 A, B, C, D 네 가지 유형의 기업을 생각할 수 있는데, 대부분 기업은 국내 시장에서 범용품을 판매하는 A유형으로 시작한다.

궁극적 목표인 D영역 기업, 즉 글로벌 시장에서 독자적 상품을 판매하는 GNT 기업이 되는 경로로는 네 가지가 있다.

즉, B를 거쳐 D로 가는 경로 ①, C를 거쳐 D로 가는 경로 ②, 곧바로 D로 가는 경로 ③, 기업 설립 단계부터 D에 속하는 소위 본-글로벌(Born-Global) 기업 경우인 경로 ④가 있다.

9개 기업 중 7개 기업에 대해 그 경로가 파악되었는데, 7개 모두가 경로 ①을 거친 것으로 나타났다.

단, 그 중 4개 기업은 A를 출발점으로, 3개 기업은 B를 출발점으로 해서 GNT 기업이 되었다.

이 점은 글로벌 시장에서 니치 톱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국내에서 니치 톱이 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7개 기업 중 한 회사는 판매거점을, 또 한 회사는 판매 및 생산거점을 해외에 가지고 있었지만 나머지는 모두 수출로 해외 판매를 하고 있었다.

또 이들이 해외로 진출한 방법, 즉 B에서 D로 이행한 경위로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즉, 대리점의 해약 및 도산으로 인해 자사가 직접 해외고객과 거래한 경우, 국내시장 성숙 및 한계로 인해 해외 진출한 경우, 해외기업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아 진출한 경우, 일본계 기업의 해외거점으로부터 수주한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GNT 기업의 사례

GNT 기업은 일본의 아베노믹스 정책에서도 강조되어 왔는데, 그 일환으로 경제산업성은 2014년 GNT 기업 100개사를 선정하여 발표하였다.

평가 기준으로는 세계시장점유율과 이익의 양립, 독창성과 자립성, 대체 리스크에 대한 대처, 세계시장점유율의 지속성 등을 사용하였다.

그 기업들의 산업별 분포를 살펴보면, 기계·가공 부문 52개사, 소재·화학 부문 20개사, 전기·전자 부문 15개사, 소비재·기타 부문 13개사였다.

또 기업규모별 분포를 살펴보면 대기업이 6개사, 중견기업이 25개사, 중소기업이 69개사였다. 그 중 필자가 방문 또는 인터뷰 한 2개 기업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세이부기켄은 1965년 설립되어 로터, 열교환기, 제습기 등을 생산하고 있는 후쿠오카 소재 기업이다.

이 회사 제품 중 ‘VOC(Volatile Organic Compounds) 농축 로터’는 세계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하는 GNT 제품이다.

이 회사는 1988년에 해당 제품을 개발하여 상품화하였는데, 먼저 일본 국내에 납품하였다.

이후 일본 엔지니어링 회사와 제휴하여 미국의 점착 테이프 메이커에 자사 제품을 공급하였다.

그런데 요구 성능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였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시스템 회사에 자사 제품을 납품하는 것에 성공하였다.

특히 해당 미국회사와 거래를 직접 함으로써 고객의 요구사항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었고 또 높은 신뢰를 형성할 수 있었다.

한편, 나믹스는 1947년에 설립되어 도전재료, 절연재료, 필름재료 등을 생산 및 판매하는 니가타 소재 기업이다.

이 기업은 반도체칩 저항기 보호용 코팅제, 플립칩용 언더필제 등 6개 GNT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그 GNT 제품들은 휴대전화, 게임기, 컴퓨터, 액정TV 등에 내장되는 전자기판의 실장(実装)부품에 사용되고 있는데, 최종제품의 요구사양 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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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는 스스로의 힘으로 GNT 상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적극 해외 판로를 개척해 왔다.

이를 위해 경영자를 포함한 상위직 구성원들이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고객을 방문하였고, 또 해외 각지에 판매자회사를 설립해 왔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해외에서도 철저히 고객니즈 지향적인 기술개발을 할 수 있었고, 고객가치의 창출에 성공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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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NT 기업의 과제 및 대응책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일본경제에서 GNT 기업들은 중요한 역할을 해 왔고 또 향후 더 큰 활약이 기대되고 있는데, 이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 또한 적지 않다.

앞서 언급된 경제산업성 위탁연구에서는 그 과제를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가장 큰 과제는 이 기업들의 모노즈쿠리 환경이 열악해지는 점인데, 그러한 변화를 가져오는 요인으로는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대기업들의 생산현장이 해외로 이전됨에 따라 그 기업들의 개발 및 설계부문도 해외로 이전되고, 그 결과 GNT 기업들이 대기업의 제품개발 니즈를 파악하기 어렵게 된 점이다.

둘째는 대기업들이 시장 및 수요가 축소된 제품의 생산을 중단함에 따라 관련 부품 및 장비를 공급해 온 GNT 기업들이 더 이상 수요를 확보할 수 없게 된 점이다.

고객인 대기업들로부터의 수요가 축소되는 환경변화에 대응하여 GNT 기업들도 그 해결책을 마련하였는데, 그것은 자신이 과거 대기업이 했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었다.
 
그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GNT 기업이 고도 사양 부품의 양산을 주문받아 단일 공정 등을 관련 중소기업에 발주하는 것, 대기업이 고려하지 않는 소규모 시장을 대상으로 한 제품을 개발하는 것, 대기업들이 시장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생산 중단한 제품을 생산하는 것, 국가 R&D 프로젝트 참여 결과물 중 대기업이 시장규모를 이유로 개발에 소극적인 제품을 물려받아 제품화하는 것 등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