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in Tech - 개미처럼 작은 인간은 가능할까? <앤트맨(ANT-MAN)>
MOVIE IN TECH에서는 영화 속에서 펼쳐지는 다양하고 흥미로운 과학기술에 대해 알아봅니다.
인간이 개미처럼 작게 변신하는 SF액션영화 ‘앤트맨(Ant-Man)’이 최근 국내외에서 개봉된 바 있다.
페이튼 리드 감독에 폴 러드 주연의 영화로서, 배트맨, 슈퍼맨, 아이언맨 등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역대 슈퍼 히어로물들 중에서 ‘가장 작은’ 캐릭터가 주인공인 셈이다.
영화처럼 작은 인간이 존재하는 것이 가능한지, 그리고 개미와 같은 곤충을 이용하는 기술이나 작은 미세로봇 기술 등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새로운 과학기술을 이해하는 데에 상당한 도움이 될 듯싶다.
글_ 최성우 과학평론가
사진출처_ 네이버영화(http://movie.naver.com)
아주 작은 인간은 가능할까?
물체 또는 사람의 몸을 자유자재로 늘리거나 줄일 수 있는 핌 입자를 개발한 과학자 행크 핌(마이클 더글라스 분)은 핌 입자를 이용한 돈벌이에만 집착하려는 자신의 제자와 갈등을 빚게 된다.
핌 입자가 악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핌 박사와 그의 딸 호프(에반젤린 릴리 분)는 금고를 터는 도둑 스콧 랭(폴 러드 분)에게 개미를 닮은 수트와 헬멧을 착용하도록 부탁하면서 앤트맨으로서 훈련시키게 된다.
영화에서처럼 물체 혹은 생물의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아주 작은 크기로 마음대로 변화시키는 일이 가능할까?
영화에서 핌 박사는 자신이 원자의 크기를 제어하는 신기술을 개발하였다고 설명하지만,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원자는 가운데의 원자핵과 그 주변 전자들 사이의 간격이 원자의 크기를 결정짓는데, 원자핵과 전자의 상대적 크기와 간격은 태양계의 태양과 행성들에 비견될 정도로 간격이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원자핵과 전자의 간격을 수십, 수백 분의 일 이하로 좁힌다면 물체 자체가 작아지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전자의 위치나 궤도, 즉 오비탈은 양자역학 등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마음대로 줄이거나 늘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나 생물을 인위적으로 작은 크기로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해도, 만약 걸리버 여행기처럼 아주 작은 사람이 처음부터 존재한다면 생존할 수 있을까?
생물체의 부피와 표면적에 따른 에너지 대사량의 변화, 소화능력의 관계 등을 감안한다면 거의 불가능하다.
즉 예를 들어서, 사람이 만약 키를 기준으로 1/10 정도의 크기로 갑자기 줄었다면, 표면적은 약 1/100 정도로 줄어들고 부피는 거의 1/1,000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즉 피부 면적에 비해 부피는 훨씬 큰 비율로 줄어들게 되는 셈인데, 이는 에너지 대사에 있어서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게 된다.
왜냐하면 피부를 통한 열의 손실 등은 피부의 면적에 거의 비례할 것이므로 상대적으로 에너지의 소모가 큰 반면에,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분량은 부피에 거의 비례할 것이므로 에너지의 섭취는 상대적으로 더욱 작아지게 된다.
또한 거의 비슷한 신체의 구조를 생각한다면 소화능력이 갑자기 몇 배 이상 늘어날 리도 없으므로, 아주 작은 인간들은 이론적으로도 존재하기가 무척 힘들게 된다.
물론 지구상에는 생쥐, 곤충 등 인간보다 훨씬 작은 동물들도 무척 많지만, 이들은 신체의 구조나 에너지 대사 등이 인간과 매우 다르므로 살아가는 데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것이다.
공식적인 기록에 의하면 성인의 나이를 기준으로 지금까지 지구상에서 가장 작았던 사람은, 약 55cm 정도의 키에 약 5kg 정도의 몸무게를 지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미나 곤충을 이용하는 첨단기술
영화에서 주인공 앤트맨은 개미처럼 작게 변신할 뿐 아니라, 실제의 개미들과도 소통하면서 각종 개미떼들을 침투와 공격 등에 활용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여러 곤충들의 뛰어난 능력을 배우고, 곤충을 닮은 초소형 로봇 등을 개발하여 활용하려는 ‘생체모방기술(Biomimetics)’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바퀴벌레의 민첩한 움직임을 흉내 낸 ‘바퀴로봇’은 이미 개발되어 실용화 단계이고, 파리처럼 날아다니는 초소형 로봇을 개발하여 무인정찰기나 스파이처럼 이용하려는 구상은 상당히 오래되었다.
또한 곤충을 닮은 로봇뿐 아니라, 곤충 자체를 조종하려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몇 년 전 미국의 한 대학은 바퀴벌레를 원격으로 조종하여 S자커브를 돌도록 하는 실험을 한 바 있고, 그보다 앞서 미국 국방부는 곤충에 전자 칩 등을 이식하여 정찰용이나 군사용으로 활용하는 연구를 시도한 바 있다.
곤충의 몸에 MEMS(미세전자기계시스템)칩을 이식하여 발신하는 특정 주파수에 따라 곤충이 날갯짓을 하거나 방향을 바꾸는 행동을 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초소형 곤충 로봇은 아무리 작게 만든다고 해도 이를 움직이는 동력에너지의 공급 등에 문제가 있으므로 크기나 무게, 운용할 수 있는 범위 등에서 여러 한계가 있지만, 곤충 자체를 마음대로 조종한다면 이런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
즉 살아있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환경에 적응하기도 쉬울 것이며 배터리 등으로 동력에너지를 따로 공급할 필요가 없으며, 또한 정찰이나 기밀탐지 행위 등을 상대방에게 들킬 우려도 훨씬 적어지게 될 것이다.
곤충 중에서도 개미는 집단생활을 하기 때문에 개미의 사회성이나 집단지성을 활용하려는 연구도 지속되어 왔다.
100억 개 정도의 뇌신경세포를 지닌 인간에 비해 개미 한 마리의 뇌신경세포는 수백 개에 불과 하지만, 개미들은 ‘집단두뇌’를 통하여 고도의 지능을 지닌 것처럼 행동하기도 한다.
언젠가 미국과 유럽의 거대 통신회사가 개미의 습성을 이용하여 통신망의 소통을 원활히 하려는 연구를 한 적이 있다.
즉, 개미의 냄새 추적과 행동능력을 본뜬 소프트웨어로 ‘인공개미’를 개발하여, 이들이 가장 체증이 적은 통신경로를 파악해 통화가 이루어지도록 하면 늘어나는 서비스와 과부하로 인한 통신체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통신망의 개미들에게 독자적인 지능을 부여하여 사람의 손길 없이 통신망 전체를 운영하고 관리하도록 하는 계획의 가능성까지 검토한바 있다.
최근에는 수많은 로봇 개미들이 공장의 일꾼처럼 일하는 시스템을 독일의 한 기업이 선보인 바 있다.
단순히 개미의 외형을 닮은 소형 로봇이 아니라 실제 개미처럼 떼를 지어 움직이면서 협업할 수 있는 ‘바이오닉 개미’로서, 개미의 집단지성을 활용하여 생산체계를 이루는 것이다.
실제 개미처럼 바이오닉 개미들은 명확한 규칙 하에 서로 통신을 하고 행동과 움직임을 조율하면서 협업을 하기 때문에 크고 무거운 물건들을 옮기는 일 등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을 힘을 합하여 수행할 수 있고, 나아가서 다양한 제품의 생산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이 실용화된다면 미래 공장은 로봇 개미들이 노동자를 대체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