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4

특별기획 04 - 글로벌 First Mover가 되기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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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국내 기업들은 자동차, 조선, 전자 등 모든 산업분야에서 초기에 해외 파트너와 함께 기술제휴를 통하여 사업을 시작했다.

이러한 사례처럼 국내 기업들이 지금까지 훌륭한 Fast Follower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가 주어진 환경의 탈피를 위한 일정한 형태의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의 활용이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 톱 수준으로 기술이 발달하고 사업규모가 전 세계 1~3위 수준으로 성장한 오늘, First Mover로 다시 도약하는데 매우 힘들게 된 이유 중 하나도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올바르게 활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세상에 없는 혁신적이고 파괴적인 새로운 아이디어와 제품을 만들어내는 오픈 이노베이션과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 또는 수입 제품의 국산화를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은 그 시작점과 과정이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올바른 이해를 돕고, 앞서가는 국내 혁신 기업들이 First Mover가 되기 위해서, 또는 그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어떻게 이를 도입하고 실천하는지를 알아본 뒤 국내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를 살펴본다.



오픈 이노베이션 1.0 VS. 오픈 이노베이션 2.0

기업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보다 빠르게 만들어 내기 위해서 외부의 아이디어와 도움을 받아들이는 것이 오픈 이노베이션의 정의라는 내용은 여러 매체와 학문 발표를 통해서 쉽게 발견된다.

아울러 그러한 글 안에는 우리나라 기업 대부분 오픈 이노베이션을 전혀 모르는 것은 물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우리나라 기업과는 매우 다른 국가적 배경과 기업 역사 및 역량을 가진 해외 혁신기업들의 오픈 이노베이션 성공 케이스 스터디를 나열하곤 한다.

해외 케이스 스터디가 To-Be-Model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매우 유용할 수도 있지만, 현재 우리 자신의 As-Is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많은 부족함이 느껴진다는 국내 고객의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된다.

그러므로 오늘날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의미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올바르게 이해하려면, 과거 우리나라 기업들이 오픈 이노베이션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연계된 활동을 했던 배경과 내용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1958년은 우리나라가 전후 복구 활동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산업화가 채 이루어지지 않았을 시절이다.

인터넷에 그 시절 관련 사진을 검색해 보면 주한 미군이 촬영한 가난하고 힘들게 사는 것처럼 보이는 한국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때 우리나라 기업 중 하나인 A사는 국내 생산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던 라디오(  그림 1  참조)를 개발하여 국내에서 생산하기로 결심하고, 1958년 10월 상품계획을 마무리 한 뒤 1959년 11월부터 제품을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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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년에 걸쳐서 해외 선행기술을 조사 및 분석하고, 외국인 전문가를 자문역으로 계약하고, 국내 최고의 외부 전문가를 수소문해서 채용하고, 주요 핵심 부품을 해외 벤더로부터 공급받기로 계약하고, 해외자본의 투자유치를 이끌어 낸 것이다.

이러한 신제품 개발 성공 스토리는 우리나라 여러 산업분야에서 비슷한 내용을 찾을 수 있다.

모 조선소나 자동차 공장 또는 전자제품 공장에 들어서면 대부분 역사관이나 도서관이 있는데 그곳을 방문하면 창업자가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고생하면서 해외에 나가 기술제휴를 이끌어 내고,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기술을 전수하지 않으려는 해외 기업을 대상으로 해당 국내 기술자가 어떻게, 얼마나 힘들게 그 기술을 습득해 냈는지가 흥미롭게 기록되어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일부 지적재산에 대한 이슈가 생길 수 있는 내용도 있지만 그림 1 국내 최초 생산 진공관 라디오 A-501 그래도 그 어려웠던 시절을 타개하기 위하여 학문적으로 설립되어 있지도 않던 오픈 이노베이션을 적극적으로 실천했던 사고방식은 우리 모두의 핏속에 흐르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 우리나라 기업들이 Fast Follower로서 성공적으로 도입했던 리버스 엔지니어링 또는 국산화 형태의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은 더 이상 통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다양하지만 더 이상 카피 가능한 To-Be Model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며, 과거기술 확보 후 무조건 경쟁사 대비 저가제품 생산을 통한 수익창출 이라는 Risk-Free 환경을 기대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신제품 개발을 위한 신기술이 도입되어도 그것이 성숙하지 않으면 스케일 업(Scale Up)은 물론 양산화 과정에서 많은 리스크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러면 이제 보다 다양한 측면에서 과거의 오픈 이노베이션 1.0과 오늘날 우리 기업들이 직면한 새로운 버전의 오픈 이노베이션 2.0을  표 1  을 통해 비교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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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국내 기업이 내부의 문화나 기존 업무 형태 그리고 의사결정자를 무시하고 2.0를 그대로 따르기란 무척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프로젝트를 해보면 처음에는 2.0 형태의 사고방식으로 시작하지면 나중에 잠재적인 파트너를 선정하거나 실질적으로 협업을 할 때는 1.0의 마인드셋이나 프로세스로 돌아가기 쉽기 때문이다.


오픈 이노베이션 사례 #1 - 전자·디스플레이 기업

(1) 글로벌 톱 제조사의 명확한 기술 니즈 정의에 도움


B사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개발하는데 수년 동안 모든 역량과 리소스를 투입해 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추구하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그 격벽의 두께가 매우 얇은 마이크로 단위라서 기존 제조과정에 사용하던 고온 적용 접착제로는 습기가 발행하고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외부 전문가와 기술적 요구 사항을 다시 한 번 다각도로 정의를 내리면서 이들이 필요한 기술은 습기를 일으키지 않는 저온 적용가능 접착제는 물론 그 얇은 격벽에 정확하게 접착제를 뿌릴 수 있는 기술도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2) 신제품 개발에 대한 보안 리스크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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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가 필요한 기술이나 재료를 찾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국내외 네트워크를 직접 가동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될 경우 이 회사의 이름이 해외 수백 개 기관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오픈 이노베이션 관련하여 신뢰성이 인증된 글로벌 브랜드를 가진 외부 전문기업을 활용함으로써 1차적인 검색을 익명으로 완료하게 되어, 수백 개의 해외 기관에 보안이 노출되는 리스크를 없애고, 3~5곳 정도의 가능성 높은 잠재적 파트너들만을 대상으로 비밀협약을 체결한 뒤 보다 자세한 기술적 내용의 직접적인 공유는 물론 샘플 테스트를 매우 짧은 기간 내에 실시할 수 있었다.


오픈 이노베이션 사례 #2 - 화장품 기업

(1) 기존 대비 현저히 빠른 속도로 잠재적 기술 파트너와 연결

C사는 고객이 어떤 기계에 자신의 얼굴 피부를 스캔하면 실시간으로 그 컨디션을 분석해 주고, 자사의 어떤 화장품을 추천해주는 것은 물론 일정 기간 후 또 다시 스캔을 하면 향상된 피부 컨디션을 재분석 해주는 기계의 개발을 원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피부를 분석하는 기계만 있어서 되는 것이 아니고, 분석에 필요한 알고리즘은 물론 오늘 스캔한 피부의 위치가 상당 시간이 지나서 스캔한 피부의 위치가 조금 다르더라도 그것을 보정해 주는 기술이 필요했다.

2년 동안 자체 네트워크를 가동해 검색해보았지만 도저히 만족하는 기술을 보유한 잠재적인 파트너를 찾기란 매우 힘들기만 했다. 결국 외부 오픈 이노베이션 전문기관에 이 문제를 의뢰하기로 하고 그해 4월에 계약을 체결, 6월에 전 세계 15개 기관으로부터(기업 8개, 대학 3개, 연구소 2개, 정부연구소 1개, 비영리 연구소 1개) 제안서가 접수완료 되었던 것은 물론, 같은 해 9월 필요한 제품의 도입 또는 소요기술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고객 스스로 지난 2년 동안 전혀 해결하지 못했던 것을 단 6개월 만에 실현할 수 있었던 것이다.

(2) 문제 해결을 위한 업무 프로세스 개선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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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계기로 고객은 기존 기술탐색을 위한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신제품 출시를 위해서 마케팅팀에서 수십억 원을 들여서 시장 조사를 하듯이 신제품 또는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기 전에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해당 기술의 동향이나 잠재적 파트너를 검색하여 분석해 보는 것이 리드타임을 앞당기고 불필요한 프로세스를 제거하기 위해서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이해한 것이다.

그로 인하여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신규 팀을 구성하고 모든 연구기획 또는 신제품 개발 기획 단계에서 전 세계를 오픈 이노베이션 형태로 스캐닝 해보는 것을 필수로 하였다.


국내 기업들이 First Mover 형태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활용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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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이노베이션 2.0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거나 실천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국내 기업을 관찰하다 보면 과거 국내 기업들이 전사적 자원관리(ERP, Enterprise Resource Planning)을 처음 도입했을 때 경험했던 혼돈을 기억하게 된다.

전사적 자원 관리라는 타이틀 아래 특정 툴을 도입을 하기는 했지만 기존의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지 않았고, 이해관계자 모두와 새로운 내용들을 공유하거나 합의하지 못한 것은 물론,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인력의 구성이나 사고방식의 변화도 부족했던 사례가 다수 발견되었다.

심지어 몇몇 기업은 ERP를 구축해 놓고는 기존 엑셀이나 이메일로 업무를 계속해서 진행하여 리드타임을 줄이는 것도, 불필요한 업무를 제거하는 것도 하지 못해 업무 효율과 생산성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못되고 말았다.

국내 기업들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도입하고자 할 때 가장 먼저 범하는 오류가 인터넷에서 해외 성공 사례를 검색하여 우리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으려고 하는 것이다.

그 대신 기존에 자사가 오픈 이노베이션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그러한 형태의 업무를 지금까지 누가, 어떻게, 무슨 의사과정을 거쳐서, 어떤 툴을 활용해서 진행했는지를 조직 내에서 먼저 정리를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거기에서 시작하면서 과거 실패했던 내용, 시간이 너무 낭비되는 부분, 부족한 툴, 그리고 개선되어야 했던 내용 등을 정리하다 보면 자사만의 독특한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과 업무 프로세스가 나올 수 있다.

더 이상 Fast Follower 형태의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으로는, 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파괴적 혁신을 이룩해내거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낼 수 없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실천하는 First Mover가 되기 위해서는 실패와 리스크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실패로부터 개선방향을 찾고 리스크는 최소한으로 낮추기 위한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

이러한 마음가짐을 바탕으로 보다 멀리 바라보면서 이해관계자들 간의 공유, 그리고 개선된 업무 프로세스의 적극적인 실천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