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1

특별기획 01 - 한국 주력 산업의 위기 타개를 위한 설계의 스마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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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력 산업의 위기는 다가온 현실이며, 이를 잘 극복하기 위해서는 위기를 초래한 원인에 대한 깊은 이해와 반성이 필요하다.

이 글에서는 주력 산업의 위기가 불러온 우리 산업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위기의 원인에 대해서 분석하며, 주력 산업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문제점들을 열거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엔지니어링 설계의 스마트화를 제안한다.



들어가며

중앙일보 8월 1일자 한 사설의 제목은 “한국 주력 산업, 진짜 위기다”였다.

그 내용은 요즘 신문의 경제 관련 기사를 관심있게 읽어 본 사람이면 예상이 가능한 것으로, 요약하면 “조선·반도체·철강·자동차 할 것 없이 주력산업이 매출 감소와 경쟁력 악화로 허덕인다”라는 것이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의 조선 ‘빅3’는 올해 2분기에 사상 최악인 4조 7,509억 원의 적자를 냈다.

• 삼성전자의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7.3%, 4% 줄었다.

• 5개 완성차 업체의 2분기 수출은 80만 9,643대, 수출액은 114억 8,676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0.2%, 3.9% 줄었다.

• 철강산업의 경우, 올해 5월까지 수출액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1% 넘게 줄었다.

이러한 주력 산업의 경쟁력 악화 혹은 약화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세계 500대 기업에 속한 한국기업의 수가 7개에서 3개로 줄어든 것으로 이어졌다.

이는 같은 기간 중국의 기업 수가 7개에서 48개로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사설의 저자는 위기의 타개책으로 “혁신적 사고와 변화”를 요구한다.

즉, 기업의 입장에서는 ‘필사즉생’의 기업가정신으로 재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필자의 전공인 설계 기술의 측면에서, 주력 산업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문제점들을 열거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들이 무엇인지 짚어보고자 한다.


한국 주력 산업의 문제점

한국 주력 산업의 문제점들을 살펴보기 전에 우리 산업의 현주소를 돌아보자. 한국은 2007년에 1인당 국민총소득(GNI, Gross National Income)이 2만 달러 시대에 진입하였으나 아직 3만 달러에 이르지는 못하고 있다.

이는 일본, 독일 등 제조업 기반의 선진국들이 평균 5년 내에 1인당 GNI가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로 진입한 것과 비교된다.

이러한 정체의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대표적인 것으로는 ① 요소 투입형 대량생산 체제의 한계, ② 모방/학습을 통한 압축 성장의 한계, ③ First-Mover 전환을 위한 창의성과 혁신 부족, ④ 새로운 시장과 가치 사슬 창출 실패 등을 들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러한 한국 경제의 정체를 타파하고 “지속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하여 창의성과 혁신을 획기적으로 제고하는 산업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고급두뇌 역량 강화를 통한 산업 고도화 전략, 2013년 7월).

그렇다면, 한국 주력 산업의 정체를 유발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표 1  은 한국 주력 산업의 선진국 대비 경쟁력 수준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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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주력 산업은 생산과 유통에서는 선진국과 대등한 경쟁력 수준을 보여주지만, 기획과 설계 특히 개념설계에 있어서는 모든 주력 산업에서 선진국에 비해 취약한 경쟁력 수준을 보여준다.

이는 세계적인 기업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조선 3사가 속해 있는 자동차·조선·IT제품 산업도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 주력 산업이 특히 취약한 엔지니어링 개념설계는 오랜 경험과 축적된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가치사슬 상류분야로 여타 산업으로 파급효과가 크고 고급 인재를 필요로 하는 만큼 고급 일자리 창출을 가능케 한다.

하지만, 국내 산업계는 그동안 학습과 모방을 통한 설계에 치중한 나머지, 고급 설계 인력을 양성하는 데에는 등한시하여 해석 및 설계분야에 경쟁력을 갖춘 전문기업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개념설계보다는 생산·제조 등 요소 및 애로기술 개발에만 주력해온 것이 한국 산업의 현실이다.

부가가치 창출이 낮은 요소 및 애로기술은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에 뒤늦게 출발한 중국 등이 대규모 자본을 바탕으로 우리의 턱 밑까지 추격해오게 되었고 이로 인한 주력 산업의 국제 경쟁력 약화는 한국 경제의 정체로 이어지고 있다.

정체가 지속되고 있는 우리 산업·경제의 현주소를 야기한 엔지니어링 개념설계 능력의 부족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다음은 필자가 생각하는 한국 산업의 개념설계 능력 부족의 결과 혹은 원인들이다.

(1) 일부 전문가의 경험에 의존한 주먹구구식 설계

 그림 1  은 2015년에 국제에너지기구(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가 예측한 2050년 에너지 소비 전망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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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의 예상과는 달리 다음 세대에도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 시스템에 대한 의존은 계속됨을 알 수 있다.

발전, 중공업, 자동차, 철강 등 화석에너지 다소비 산업이 기간산업을 이루고 있는 국내 환경을 고려했을 때, 이러한 에너지 시스템 산업에 공격적인 연구·개발 투자가 이어져야 한다.

하지만, 국내의 에너지 연구 개발은 주로 원자력 부분과 신재생 부분에 집중되어 왔으며, 이로 인해 에너지 시스템 산업에서의 개념설계 역량은 아직 선진국에 한참 이르지 못하고 있다.

특히, 발전·중공업 분야에서는 일부 전문가의 경험에 의존한 주먹구구식 설계가 이어지고 있다.

기존 설계에서 크게 바뀌지 못한 채 약간의 변화를 이용한 설계로는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들다.

이는 이공계 기피현상이 두드러지는 국내 현실에서, 경험 많은 설계 전문가가 은퇴하는 몇 년 후에는 고급 설계 인력의 공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의 축적된 설계 경험을 데이터베이스화하고 네트워크로 연계한 후 손쉽게 설계를 할 수 있도록 플랫폼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 한다.

(2) 제품 모듈 설계와 아웃소싱에서 드러나는 비효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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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국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많은 대기업들은 제품의 모듈 설계 시스템을 도입해왔고, 이렇게 모듈화된 부품들은 아웃소싱을 통해 제작 비용을 절감하고 개발기간을 단축해왔다.

일례로, Boeing사는 1967년에 생산된 Boeing 747의 경우 부품의 50% 미만을 아웃소싱을 통해 해결해 왔으나, 2009년 생산된 Dreamliner 787의 경우 70%가 넘은 부품을 아웃소싱을 통해 해결하였다.

이러한 대기업과 아웃소싱을 담당하는 협력업체간의 협업시스템 구축으로 인한 효과는  표 2  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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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러한 협업시스템은 또 다른 문제점을 낳고 있다. 완성업체는 전체 시스템의 성능에 대한 목표는 뚜렷하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한 모듈의 성능 목표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모듈을 생산하는 협력업체에 과한 성능을 요구하게 되고 이는 전체 효율의 감소로 이어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협력업체가 모듈 설계를 수행할 시에 전체 시스템에 대한 정보가 주어져야 하지만 보안이라는 이유로 공개가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제품 모듈 설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보안을 유지한 채로 협력업체에게 전체 시스템에 대한 정보접근성을 보장해주는 설계 소프트웨어 개발이 절실하다.

(3) 설계에 필요한 해석 모델의 정확성 부족

현대자동차의 경우 자동차 설계의 많은 부분에서 해석 모델을 이용하여 설계 기간을 단축해왔고 완제품의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이는 자동차 해석 모델의 정확성 향상에 기인한 바가 크다. 해석 모델의 정확성 향상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실험의 수를 줄임으로써 설계 기간 단축을 가능케 했고, 완제품 성능에 대한 정확한 예측을 가능케 함으로써 품질 향상을 꾀할 수 있게 했다.

현대자동차뿐 아니라 다른 산업체들도 이러한 효과를 누리기 위해 해석 모델의 정확성 향상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으나 제대로 된 방법을 적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해석 모델의 정확성을 검증하기 위해 주로 취하는 방법은 실험값과 비교하는 것이다.

이 경우, 실험으로 얻은 값을 참값이라고 가정하고 해석 모델의 결과물과 비교하는 데, 이는 실험의 오차를 무시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해석 모델의 검증은 통계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져야만 한다. 즉, 여러 번의 실험을 수행한 결과와 해석 모델의 통계 기반 해석을 통해 얻은 결과의 비교를 통해 해석모델 정확성 검증이 이루어져야 한다.

글을 마치며 - 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설계의 스마트화 이상으로 한국 주력 산업의 현주소와 위기, 그리고 그 위기를 초래
한 원인들에 대해서 간단하게 알아보았다.

요약하면, 주력 산업에서의 엔지니어링 설계 능력 부족이 한국 경제의 정체를 야기했다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① 기획·설계 역량 향상을 통한 전통 제조업 고도화, ② 대기업-협력업체 동반 성장 생태계 구축 등이 있으며, 이는 고급 설계 인력을 양성하는 것에 대규모 투자를 해야만 달성할 수 있는 목표이며 이를 통해 궁극의 목표인 설계의 스마트화를 이룰 수 있다.

이는 필자만의 결론이 아니라 정부도 알고 있는 것이다.

이미 산업통상자원부가 우리 산업의 당면과제로 “제품의 부가가치와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기획·설계·엔지니어링 디자인 등 고급두뇌 역량 강화”라고 2013년에 발표한 바 있다(고급두뇌 역량 강화를 통한 산업 고도화 전략, 2013년 7월).

즉, 우리는 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다.

단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을 바로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과감성이다.

학교, 연구소, 기업, 정부가 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각자가 수행해야 할 일을 제대로 실천할 때, 우리나라는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의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