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스 엣세이 - 기술 혁신과 리더십
플러스 엣세이는 사회 원로와 저명인사, 각계 전문가가 기고한 글입니다.
우리는 모든 산업분야를 막론하고 새로운 기술의 대두로 혁명적인 변혁을 경험하고 있고, 이로 인해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 전혀 예측하기 힘든 시대에 살고 있다.
이것은 이미 잘 구축된 산업에서뿐만 아니라 새로 대두되고 있는 산업에서도 비슷한 실정일 것이고, 산업 간에 서로 영향을 미치고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것을 우리는 모두 목격하고 있다.
기술 발전의 새로운 추세를 이해하기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다는 것 역시 쉽지 않은 과제일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그동안 성장의 견인차였던 전자, 자동차, 철강, 조선, 석유화학 등 주요 분야에서 이미 우려할 만한 정체를 경험하고 있고, 이를 돌파해서 산업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야 할 모멘텀이 필요한 실정이다.
따라서 추적자의 역할에서 Trend Setter로 변신에 필요한 시의 적절한 기술 혁신 전략의 수립과 실행이 이에 대한 요체가 될 것이고 그 성패는 리더십에 의해 크게 좌우될 것이다.
전략의 부재나 실패는 회사의 생존 자체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회 손실로 이어질 것이다.
필자가 30여 년간 정열을 바쳐 종사해 왔던 자동차 산업의 예를 들어 보면, 최근에는 환경과 자원의 이슈로 인해 Electrification(전기화), Autonomous Driving(자율주행), Connectivity(차량과 인프라 간의 연결성)가 주된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어떤 혁신 전략으로 달성할지는 각 사의 역량일 것이다.
당분간 이 기술들이 대량 양산으로 이어지지 못할지라도 회사의 브랜드 파워를 높일 수 있는 ‘Halo(후광)효과’로서 가치를 승화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예들은 현대자동차의 연료전지 차량, 토요타의 하이브리드카, 유럽메이커들의 고성능 차량(스포츠카 등)이 열거될 수 있다.
전기차량의 경우 그동안 업계에서는 이차전지(에너지 저장)와 연료전지(에너지 변환) 기술이 각각의 장단점으로 인해 교대로 개발의 추세를 이어 왔으나, 기존의 내연기관과 변속기를 최적의 상태에서 운행 가능한 소위 저전압(Low Voltage) 전지 기술의 대두로 비용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획기적으로 환경과 연비를 개선하는 기술 혁명을 수년 내로 맞이하게 될는지 모른다.
사물인터넷(IoT)이나 IT기술로 연결성이 강화된다면 그 기대 효과는 배가 될 것이고, 이것은 ‘Shared Mobility(차량의 공유)’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3D 프린팅 기술 혁신은 이 시스템을 구성하는 요소 부품들의 저렴한 생산과 발 빠른 양산 대응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사실 3D 프린팅 기술은 이미 오래 전 자동차 업계에서 급속조형기술(Rapid Prototyping)의 형태로 제한적으로 적용되어 왔으나, 업계 주도의 과감한 투자로 광범위한 양산 기술로 이어지지 못해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이렇듯 산업기술의 한 분야에서도 우리는 다양한 신기술의 합종연횡(合從連衡)으로 혁신적 제품의 출현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다양하고 획기적인 아이디어는 해당 사업장에서 도출될 뿐 아니라 세계의 어느 곳에서라도 혁명적인 돌파구를 찾는 열린 경영(Open Innovation) 전략의 수립이 필요하다.
주로 소프트웨어 개발측면에서 플랫폼을 제공하고 앱을 외부에서 자유로이 공급받는 비즈니스 모델은 보편화되어 있지만, 시스템, 신메커니즘 개발 측면에서도 외부의 연구진, 기술진으로부터 수시로 아이디어를 모집하고 그들의 개발계획을 지원하는 체계구축이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
혁신기술의 성패는 우선 Top-Down 형태를 띤 강력한 리더십의 직접적 관심과 의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고경영자의 단순한 후원행태를 넘어서서 본인이 혁신사업에 직접 참여해서 비전을 제시하고 독려하며, 개발일정까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어떤 경우는 Micro-Management라는 비아냥을 들을 수 도 있겠지만 이에 개의치 않는 현장참여형(Hands-On) 경영의 참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해당사업에 대한 핵심역량을 평가하고, 어떻게 새로운 영역의 기술과 산업을 매칭시켜 시너지를 발휘케 하느냐가 관건인데, 적절한 투자와 효과적 인력운영 또한 리더십의 중요한 속성일 것이다.
기존 기술이 확고한 형태로 자리잡은 사업장에 파괴적인(Disruptive) 혁신환경이 자리잡기는 쉽지 않다.
우선 기술개발 전략을 혁신적, 파괴적으로 운용할수록 관련 기초투자도 만만치 않아서 재정적 부담이 크게 되어 많은 경우 전략의 실패로 귀결되거나, 창출된 혁신 결과물들이 창고에서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는 상황을 우리는 종종 보아 왔다.
필자는 이런 점에서 혁신기술의 양면성 추구를 강력하게 권장하고 싶다.
혁신기술은 그 미래에 대한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Contingency Plan의 수립이 필수적이고 부수적인 파급효과도 사전에 마련해 놓아야 한다.
기술 개발자들도 혁신기술을 수행키 위한 자신의 핵심역량을 단기간에 발휘할 기타 프로젝트를 병행·추진하여 가시적 성과를 내서 경영진을 안심시키는 전략적 사고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감한 혁신기술일수록 기존의 핵심사업과 충돌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사업장 거점도 기존 사업으로부터 멀리 격리할 필요성도 대두되는 데 이 또한 최고경영자의 판단에 크게 의존하게 된다.
혁신을 주도하게 될 핵심인재(실무 리더십) 관리 및 육성 또한 성공의 주요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실패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을 키워야 한다.
여기저기서 많이 듣는 당연한 말이지만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기존의 관성에 의존하는 현상유지는 경쟁에서 밀려난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어떠한 과제를 부여 받든 경중을 떠나 변명의 여지가 없는 업무에 대한 주인의식(Ownership)을 가져야 하고, 이를 통해 역경에 대처할 능력을 키워야 한다.
수평적인 업무환경(Ad hoc, Cross Functional팀)에서 자기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소기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자질(수평적 리더십, Team Smart) 또한 요구된다.
마치 축구경기에서 빈 공간 패스로 결정적인 골 기회를 만들어내는 넓은 시야를 가진 리더의 역할에 비견될 수 있겠다.
최고 경영자가 의사결정을 조속히 내릴 수 있도록 실무진들은 간결한 보고서 준비 능력도 겸비해야 한다.
일정 부분 이것은 지속적으로 훈련함으로써 얻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장황한 설명과 돌고 돌아오는 귀결에 종종 많은 경영자들이 당황했으리라 생각한다.
위와 같은 실무 리더십의 자질은 당연히 해당 분야의 충분한 전문성과 경쟁력의 토대 위에 구축되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수 년 전에 혁신을 주도할 기술개발 부서의 핵심인재들이, 업무를 ‘어떻게’ 수행할지 한 방편으로 “HOW(Hard Work, Open Mind, Wise)”를 강조하곤 했던 필자의 경험이 새삼스럽게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