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나침반

R&D현장 속으로 - (주)삼양사 화학연구소 EP소재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미래를 만드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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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 이유미(갑우문화사) 
사진_ 김민주(라운드테이블 이미지컴퍼니)


R&D현장 속으로는 혁신기업의 연구소나 부서 등 R&D현장을 찾아가 그들의 열정과 노력을 소개하는 칼럼입니다.


우리나라와 해외 공장에서 생산되는 TV와 자동차에 쓰이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중 상당수가 삼양사의 제품이다.

대중에게는 식품회사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이 기업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컴파운드 사업을 시작한 지도 올해로 26년이 됐다.

그간 ‘국내 최초’, ‘국산화’ 타이틀을 거머쥔 컴파운드 기술을 개발하며 국내 업계 Top 수준에 오른 삼양사는 국내를 넘어 세계 일류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날갯짓을 하고 있다.



세계와 어깨를 겨루는 EP소재의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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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을 풍요롭고 편리하게 하는 기업’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한 세기에 가까운 시간 동안 꾸준히 성장한 기업이 있다. 바로 삼양사다.

1924년 10월 삼수사(三水社)를 설립하고, 1931년 사명을 삼양사(三養社)로 변경해 오늘에 이르기까지 90년 넘게 우리와 함께한 삼양사는, 1979년 삼양종합연구소를 개소하면서 섬유 및 화학소재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1992년에는 삼양그룹 중앙연구소로 명칭을 변경하고, 이듬해에는 인천과 전주 등에 흩어져있던 연구소들을 대덕연구단지로 이전했다.

2000년에는 섬유연구부문을 SK케미칼과 합작하여 휴비스로 이관하고, 2011년에는 삼양사 중앙연구소와 삼양바이오팜 의약연구소를 분할했다.

삼양사의 연구개발 파트는 이처럼 유연하게 규모와 체계를 바꿔가며 최적화한 연구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다.

현재 삼양사에는 화학, 정보전자소재, 의약바이오, 식품 등 4개 연구소가 있으며 연구인력은 총 250여 명 정도, 연간 R&D 투자 규모는 300억 원가량 된다.

화학연구소 EP소재팀은 삼양사 화학사업의 큰 축을 담당하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연구개발을 맡고 있다.

화학엔지니어링 플라스틱(PC, Polyester, TPEE, PA, mPPO 등)과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PPS, PPA, PSU 등)을 용도에 맞게 기능성을 부여하는 컴파운드 개발을 하고 있으며, 자동차소재(헤드램프, 커넥터, 등속조인트 부츠, 벨로우즈, 도어핸들 및 버튼류 등), 전기전자(TV, 모바일, 가전제품 등)용 소재를 개발 중이다.

1989년 전주EP공장 설립을 시작으로 중합 및 컴파운딩 공정을 갖춘 삼양사는 26년째 국내외 고객들에게 각종 컴파운드 제품을 공급해 오고 있다.

국내에서 컴파운드 분야를 리드하는 기업으로 삼양사를 필두로 삼성 SDI, LG화학 등이 있으며, 해외 메이저 회사로는 사빅, 듀폰, 바이엘, BASF 등을 들 수 있다.

“기술력만 놓고 본다면 국내 기업도 해외 메이저 기업과 거의 근접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삼양사의 기술력은 우리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사들이 말해주고 있죠. 삼양사 컴파운드 제품의 가장 큰 고객은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 LG전자입니다. 컴파운드 제품을 생산하는 자회사를 가진 삼성과 LG에서도 삼양사의 컴파운드 제품을 사용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삼양사의 뛰어난 기술력이 입증된 게 아닐까요.”

삼성전자가 만든 TV의 하우징재, 현대자동차의 내장 소재류 및 헤드라이트 커버 소재 등에 삼양사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

겉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 삼양사의 컴파운드 제품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쓰인다.


독자기술로 이룬 국산화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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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사는 시장에 다양한 컴파운드 제품을 선보인 만큼 컴파운드 개발에 필요한 고분자간 상용성, 첨가제의 균일한 분산, 최적의 생산 기술 및 반응압출 기술, LFT(Long Fiber Thermoplastic)를 생산하기 위한 인발성형(Pultrusion)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다.

주요 개발 성과로는 1998년 ‘Blow Molding용 Branched PC’를 국내 최초로 개발하여 국산화하였으며, 2012년에는 국내 유일한 ‘실리콘 PC’를 개발하여 PC의 약점인 저온 및 내화학성을 개선하여 신규 용도를 활발히 개발하고 용도를 확대 중이다.

2015년에는 실리콘 PC기술을 바탕으로 PC 베이스 레진 자체에 난연성을 부여한 ‘난연성 실리콘 PC’를 개발하였으며, 양산화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이 소재는 1.5mm 두께에 투명성, 충격특성 등 PC 고유의 물성을 유지하며 난연등급 V-0를 유지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EP소재팀이 가장 자랑할 만한 연구개발 성과로 꼽는 것은 2007년 국내 최초로 ‘반응압출을 통한 폴리에스터 엘라스토머(TPEE)’를 개발한 것이다.

이 소재의 개발은 국내 관련 업계를 떠들썩하게 할 만한 대형사건이었다. 2002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2007년에 독자기술로 국산화에 성공한 ‘반응압출을 통한 폴리에스터 엘라스토머(TPEE)’는 GM 자동차 소재 승인을 받았으며, 해외 유수의 자동차 회사에 등속 조인트 부츠(CVJ Boots) 및 벨로우즈용(Bellows)으로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폴리에스터 엘라스토머(TPEE)는, 듀폰이 전 세계시장의 90%를 독점하던 소재였습니다. 하지만 2011년부터 BMW, Ford, Benz 등 13개 차종에 적용시킴으로써 삼양사의 기술력을 인정받았습니다. 특히 등속조인트 부츠나 벨로우즈용은 개발하기가 까다로운 부속임에도 불구하고 독자기술로 개발 완료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2016년 1월 양산 목표로 생산 라인을 증설 중에 있으며, 증설이 완료되면 세계 시장에서 더욱 삼양사의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EP소재팀이 현재 개발에 몰입하고 있는 소재는 LFT(Long Fiber Thermoplastic)이다.

이는 기존의 Short Fiber 강화 자동차용 부품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하며, LFT의 지속적인 개발을 통해 컴파운드 기술을 넘어 컴포지트 기술을 보유한다는 계획이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은 산업 트렌드에 따라 경량화와 친환경성을 요구받는데, 이러한 니즈가 가장 많은 산업이 자동차산업이다.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연비 규제,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이슈를 만족시키려면 자동차 차체가 가벼워져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 자동차에 쓰이는 컴파운드보다 더 강하고 가벼운 플라스틱 소재가 필요하게 되었고, 컴포지트를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소통으로 연구에 속도를 붙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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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사 화학연구소 EP소재팀에는 연구원들만의 고충을 해결하는 특별한 제도가 있다. 바로 ‘연구 신문고’다.

연구 신문고란, 연구 중에 풀리지 않는 문제가 생겼을 때 메일로 전체 구성원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비슷한 경험이나 정보를 공유하는 제도이다.

메일을 받은 연구원들은 한 자리에 모여 대화를 나누면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간다.

“혼자 하는 연구는 늘 허점이 있게 마련입니다. 비록 연구 분야는 달라도 기술의 베이스는 컴파운드로 같으니 다른 연구원의 경험 속에서 자기 분야의 적용점을 찾을 수 있죠. 집단지성을 이용하여 허들을 극복하는 것입니다. 이런 시스템은 일상화되어 있어 서로 의견을 나누는 것에 대해 거리낌이 없습니다.”

조성환 팀장은 1995년에 입사해 20년간 삼양사의 화학분야에서 연구를 해왔다.
 
10년간은 폴리카보네이트, 폴리에스터, TPEE 등의 원재료 중합연구를 했었고, 그 후 10년은 기능성 제품을 만드는 컴파운드 연구를 해오고 있다.

입사 후 지금까지 연구하면서 보유하게 된 지식재산권이 70여 건에 이른다는 그 역시 연구 신문고 제도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고객의 니즈를 맞춰가는 과정을 통해 나온 이슈를 20년간 DB화하고 있으며, 다양한 문제점과 의견들을 빅데이터화 하면 고객의 개발 콘셉트를 정확히 잡는 데 있어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당연하죠. 연구 신문고 제도가 다른 기업과의 차별성을 갖는 제품 개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어느 정도 역할을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삼양사의 EP사업은 연구원들의 노력으로, 또 그들의 노력이 헛되이 버려지지 않도록 도움을 주는 연구 신문고와 같은 시스템이 있기에 순항을 이어가는 중이다.

현재 매출액 4,500억 원에서, 5년 후 9,000억 원 매출액 달성을 목표로 세운 EP사업은 PRM(Product Road Map)과 연계된 TRM(Technology Road Map)을 바탕으로 목표 달성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은 컴파운드에서 컴포지트, 탄소복합체(CFRP) 소재 개발로 이어집니다. 글로벌 기업과의 속도 경쟁, 품질 경쟁에서 이기려면 차별화된 기술이 있어야 하는데, 이는 결국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어떻게 제품에 녹일 것이냐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창의적 혁신과 함께 경량화·친환경 등의 산업 트렌드에 부합하는 기술 개발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겠습니다.”


플라스틱의 한계를 뛰어넘는 소재 개발을 꿈꾼다

조성환 EP소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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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근 주력하고 있는 연구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A. 자동차 경량화 소재를 개발하기 위하여 컴포지트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 LFT(Long Fiber Thermoplastic)에 주로 사용되는 PP 대신 삼양사가 강점을 가지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및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이용한 LFT를 개발하여 EP 제품을 고부가치화·고기능화하는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LFT기술을 기반으로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카본 컴포지트 분야로 기술 개발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경량화 이슈와 더불어 소재의 친환경 이슈를 극복하기 위한 개발도 진행 중이며, Biomass 유래 친환경 고분자인 PLA, PTT, Bio-PET, Bio-PC 등을 이용한 컴파운드 개발을 다양하게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친환경 컴파운드 제품들은 모바일폰용 소재로 확대되고 있으며, 내구 특성을 개선하여 자동차용 소재로 확대하는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또한 향후 3D프린팅용 소재의 성장성을 고려하여 정부과제를 수행하고 있으며, 시장의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Q. 기술개발에 대한 신념과 철학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기술개발은 끊임없는 도전입니다. 중간에 포기하게 되면 결실을 얻기는 불가능합니다.

어떠한 허들도 해결책은 있으며, 기본에 충실할 때 해답을 찾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기본을 지키면서 끊임없이 도전할 때 성공의 달콤함을 맛볼 수 있습니다.


Q. 연구원으로서 도전 목표를 말씀해주세요.

A. 플라스틱이 금속을 완전 대체한다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짜 금속 같은 플라스틱을 만들고 싶습니다. 만졌을 때 터치감이 금속과 같고, 시각적으로도 금속의 느낌을 그대로 재현한 플라스틱이 개발되어 나온다면 시장은 크게 바뀔 것입니다.

금속의 물성 및 가격 경쟁력이 있는 플라스틱 소재를 만드는 게 개인적인 목표입니다. 개발한 소재가 친환경적이라면 더욱 유용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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