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INTRO

INTRO - 저성장시대의 R&D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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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근 교수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기술혁신경영연구소

b.kim@koreatech.ac.kr


Management는 최근 이슈가 되는 기술혁신 주제를 해당분야 전문가들이 심도있게 다루는 섹션입니다.


R&D는 기업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여 시장에서 생존하고 경쟁우위를 확보·유지하기 위한 핵심적인 기술혁신 활동으로, 저성장 시대에 보다 전략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세계 경제침체에도 지속적으로 높은 성과를 보이고 있는 글로벌 강소기업의 사례를 바탕으로 기술혁신 전략 유형을 살펴보고 기업의 혁신역량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저성장 시대의 R&D 투자

우리나라 경제가 2013년에 3%, 2014년에 3.4% 성장한 데 이어 올해에는 3% 성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OECD자료에 따르면 6개월 뒤 기업경기를 전망하는 지표인 기업신뢰지수(BCI)가 2015년 6월 현재 97.9로 비교 가능한 OECD 25개국 가운데 23위에 머물렀으며, 2011년 6월 이후 49개월 연속 100을 밑돌고 있다.

저성장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고착화되고, 기업의 체감경기도 저성장 기조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고착화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선진국을 추격했던 시절의 고성장은 더 이상 실현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른바 저성장 시대 생존전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성장 시대에 기업이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R&D 활동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경제상황이 나빠지면 매출액이 하락하고 수익이 저하되면서 R&D 투자를 줄일 위험이 있다.

그러나 R&D 투자를 삭감하게 되면 기업의 경쟁력을 상실하게 될 위험이 크다.

기업이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기존 사업을 지원하거나 새로운 사업을 창출하고 관련 사업을 다각화하여 성장하기 위함이다.

저성장 시대에 기업이 기술혁신활동과 R&D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여야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저성장 기조에 대응하여 지속적이고 공격적인 R&D투자로 혁신제품군 확대와 질적 성장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발표한 2015년 산업계 R&D 투자전망 조사결과를 보면 2014년 대비 6.8% 증가한 58조 3,287억 원을 투자할 것으로 추정되어 주요 기업들이 적극적인 R&D 투자로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강소기업의 혁신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는 상황에서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도 승승장구하는 글로벌 강소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강소기업은 일반적으로 기술혁신역량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을 말하며 헤르만 지몬(Hermann Simon)이 주장한 히든챔피언(Hidden Champion)과 비슷한 개념이다.

히든챔피언은 세계시장 점유율 3위 이내이거나, 소속대륙 시장점유율 1위 기업, 또는 매출액 규모 40억 달러 이하인 기업,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이라는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회사를 뜻한다.

즉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아직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을 말한다.

글로벌 강소기업의 공통적인 성공요인은 기술혁신역량, 고객지향성, 수출시장 중시, 틈새시장 개척 등을 들 수 있다.

첫째, 기술혁신역량은 기업이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지속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술혁신의 핵심적인 활동이 R&D이다.

글로벌 강소기업은 높은 수준의 R&D 투자를 통해 해당 산업분야에서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혁신역량을 갖고 있다.

강소기업은 기술혁신에 대한 투자와 노력에 있어서 적극적이며 내부적으로 혁신지향적 문화를 갖고 있다.

둘째, 강소기업은 자신들의 역량을 한정된 시장에 집중적으로 활용하여 효율적으로 틈새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시장의 독점적인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집중하는 전략을 보이고 있다.

셋째 대량판매 대신 틈새시장에 집중하기 때문에 제한적인 국내시장이 아니라 해외시장으로 적극적으로 진출하였다.

넷째, 강소기업은 고객지향적인 시스템을 갖고 있다.

고객의 니즈를 적극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반영하여 신제품을 개발하는 고객지향성이 강소기업의 혁신의 원천이다.

또한 강소기업중에는 정부의 정책지원을 포함한 외부자원을 잘 활용한 기업들이 많은 편이다.

주요 선진국의 글로벌 강소기업은 높은 수준의 기술혁신역량을 바탕으로 한 제품 전문화로 틈새시장을 선점하는 극단적인 집중 전략의 사례이다.

집중화와 다각화, 선점전략과 추종전략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저성장시대에는 집중화가 성공적인 전략방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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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기술혁신전략은 집중화와 다각화로 구분해 볼 수 있다.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기술과 제품의 다각화를 추구하게 된다.

기술적으로 다양성을 보유하게 된 기업은 계속해서 기술적 기회를 갖게 되고, 기업은 그 기회를 활용함으로써 경쟁우위와 영향력을 유지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1980년대에 관찰할 수 있었던 바와 같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다각화 분야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들어 많은 기업들이 주력 사업으로 회귀(Back to the Core Business)하고 특정산업에 집중하는 한 우물 파기 전략이 성공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 역사적 경험을 갖고 있다.

1990년대 이후 기존의 제품다각화와 시장다각화에서 기술다각화로 바뀌고 기업의 기술역량과 핵심역량이 중요해지면서 핵심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기술다각화가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업이 기술투자를 특정분야에 집중할 것인가 다각화할 것인가의 의사결정은 기업의 역량과 전략적 의도, 산업과 기술의 불확실성 정도 등에 의해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면, 고수익을 기대하고 단일한 새로운 분야 개발에 집중 투자하는 전략(Taking Big Bet)은 불확실성이 높은 새로운 기술 분야(Emergent Technologies)에서 채택되거나 또는 강한 기술리더십을 갖고 있는 기업이 시장선점 우위를 활용하고자 할 때 선택하는 전략이다.

다각화전략은 적정한 수준의 수익이 기대되는 여러분야에 투자하는 전략으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시장에서 기업이 선택하며 빠른 추종자(Fast Follower) 이점을 활용할 수 있다.


혁신전략 유형

기업의 전형적인 기술혁신전략 유형은  표 2  의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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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적 혁신전략은 시장선점을 통해 얻어지는 수익을 추구하며 강력한 연구개발을 통해 시장과 기술을 선도하는 유형을 말한다.

둘째, 능동적 혁신전략은 기존의 기술과 시장상황에 의존하지만 민첩하게 적응하는 유형이다.

셋째, 반응적 혁신전략은 비용절감만을 원하거나 혁신에 더디게 반응하는 주로 모방 또는 추종기업들이 추구하는 전략 유형이다.

넷째, 수동적 혁신전략은 위험부담이 전혀 없고, 고객의 요구가 있을 때에만 반응하는 기업의 형태를 말한다.

혁신역량을 보유한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혁신전략 유형을 집중화와 다각화, 공격전략과 방어전략을 바탕으로 유형화하여 보면 4개의 유형을 확인할 수 있다.

글로벌 강소기업은 집중(특성화)과 공격적인 시장선점 전략의 결합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저성장 시대에 기업이 택할 수 있는 전략 유형은 글로벌 강소기업의 공격적(First Mover) - 집중(특성화) 유형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장기적으로 글로벌 대기업을 목표로 한다면 공격적(Offensive) - 분산(다각화) 유형이 현실적일 수 있으며 중소·중견기업은 방어적(Fast Follower) - 집중(특성화) 또는 방어적(Fast Follower) - 분산(다각화) 유형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기업이 내부 역량과 자원, 전략적 의도, 기술과 산업의 특성을 반영하여 혁신전략을 선택하고, 혁신전략에 의해 혁신과정을 추진하고 높은 수준의 기술과 조직의 통합을 이루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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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인 개방형 혁신전략

기술과 시장의 빠른 변화와 복잡성의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은 내부 R&D 역량을 강화함과 동시에 적극적으로 외부 혁신원천
을 활용하는 개방형 혁신활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 연구, 개발, 상업화에 이르는 일련의 혁신 과정을 개방하여 외부자원을 활용함으로써 혁신비용을 절감하고 성공가능성을 제고하며 부가가치 창출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활동을 강화하여야 한다.

보다 적극적인 관점에서는 내부 R&D 역량과 개방형 혁신을 활용하여 동적역량을 구축·강화하여 기술과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여 지속적인 기술혁신을 창출하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최근은 미국의 주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인수후 개발(Acquisition and Development)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인수후 개발 전략은 자사에 부족한 제품, 기술, 인재를 한꺼번에 얻기 위해서 아직 작지만 독창적이고 뛰어난 기술을 가진 창업기업을 인수하는 전략이다.

연구개발과 인수합병을 합성한 용어로 기업들이 독자적으로 모든 영역의 기술개발을 추구하기에는 기술적 변화와 기술영역확장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하이테크분야에서 등장한 새로운 인수합병 전략이다.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도 개방형혁신 전략으로 인수 후 개발(Acquisition and Development)을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면, 삼성SDI는 캐나다 부품업체 마그나슈타이어의 전기차용 배터리팩 사업을 인수하여 신규법인 SDI 배터리 시스템즈(SDIBS)를 출범시켜 시장의 위치와 기술경쟁력을 강화시켰다.

OLED 관련 소재 회사로 공정효율을 올려주는 소재 기술을 가진 회사인 노바엘이디를 인수한 사례도 인수 후 개발전략의 하나이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용 소재 핵심기술과 특허를 다수 보유한 독일 벤처기업 노바엘이디를 2013년 제일모직이 주축이 되어 인수하면서 올레드용 공통층 소재 핵심기술을 획득하였다.

노바엘이디는 올레드용 공통층 핵심기술과 관련해 530여 건의 특허를 보유한 전형적인 벤처기업이다.

이와 같이 주요 대기업의 개방형 혁신의 방향이 위탁개발에서 A&D(Acquisition & Development) 전략으로 바뀌게 된 주요 배경으로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10~20년의 장기간 투자가 필요한 R&D는 성공확률도 낮고 성과를 거두기에 너무 오랜 시간이 소요되어 내부에서 수행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둘째, 급변하는 기술과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여 필요한 모든 R&D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내부 자원이 부족한 분야는 외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다.

이제는 내부에서 개발해서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는 현실을 직면하게 된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요인으로는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의 시장 포지션과 전략방향이 변화한 것이다.

추종자(Fast Follower)에서 시장선도자(First Mover)로 변하게 되면서 내부 자원을 활용한 R&D나 위탁개발 등을 통한 외부협력개발을 넘는 수준의 개방형 혁신이 요구되게 되었다.

기존의 빠른 추종(Fast Follower) 전략에서는 시장 리더(First Mover)의 기술과 제품을 모방하면 가능하였다.

예전에는 선진기술의 모방과 개량이 R&D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했다. 그런데 삼성이 어느 순간 시장선도자 위치로 바뀌면서, 1등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R&D 활동만으로는 부족하다.

중장기적으로 기술리더십을 확보하고 지속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R&D 투자가 필요하고 시장과 기술의 빠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데 내부 자원과 역량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기업의 탐색활동은 활용활동에 비해 기본적으로 상당한 수준의 불확실성과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데 A&D 전략은 기업의 탐색활동을 일정한 정도 외부화하면서 이와 관련된 위험과 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업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탁월한 역량에 보다 집중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하이테크 분야의 많은 기업들이 A&D전략을 추구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기본적으로 성공적인 A&D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시스코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뛰어난 기술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전략적 적합성을 갖춘 피인수 기업의 탐색과 선정에서부터 실사, 인수합병 전 계획 및 합병 후 통합의 전 과정에 걸쳐 상당한 수준의 역량을 갖고 있어야 한다.

개방형 혁신체제와 혁신과정의 조직 간 협력체제로 구성된 조직 네트워크의 배태성(Embeddedness)이 중요하다.

실리콘 밸리의 양면성을 가진 하이테크 클러스터에서의 시스코시스템의 배태성, 특히, 벤처캐피탈과 창업기업들과의 협력과 유대 관계가 시스코시스템의 A&D전략의 주요 성공요인이다.

또한 분권형 조직구조와 개방적이고 신뢰를 중시하는 조직문화와 인센티브도 A&D전략의 성공요인들이다.


혁신역량 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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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시대에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성장을 지속해 나가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R&D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와 함께 기업의 기술혁신역량과 자원을 고려한 혁신전략의 선택과 함께 혁신활동과 R&D 투자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많은 노력들이 경주되어야 한다.

기업의 혁신역량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것이 필수적인데, 기업의 혁신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들이 필요하다.

첫째, 혁신 지향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고 혁신전략의 수립, 실행, 학습 등 혁신 전 과정에 다양한 구성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조직의 혁신지향성을 높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기술과 시장 기회의 탐색, 혁신전략 수립, 실행, 학습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혁신역량을 강화하여야 한다.

둘째, 기업 성장의 원천으로 내부 R&D 역량 강화와 외부자원의 적극적인 활용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부 혁신역량 개발과 개방형 혁신이 동적인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야한다.

셋째, 기업의 R&D 활동을 고객중심, 시장중심으로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고객의 니즈를 적극적으로 파악하여 끊임없는 기술혁신을 창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강화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R&D기획과 실행, R&D 성과의 상용화 전 과정에서 연구소와 마케팅, 생산 등 타부서와의 협력을 강화하여 시장에서 요구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고품질 저비용의 신제품을 생산하여 R&D 성과의 효과성을 제고하여야 한다.

넷째, 기술혁신 과정에서 기업간 협력을 강화하여야 한다.

성공적인 R&D와 혁신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부품공급 기업, 수요기업 등과의 기업간 전략적 통합을 강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개방적이고 혁신적인 조직문화를 창출하고 기술협력관리 역량을 구축하여야 한다.

또한, 개방형 혁신 특히, 기술과 혁신역량을 가장 완전하게 획득 할 수 있는 A&D 전략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기술력을 갖춘 창업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외부 기업들과의 협력적인 관계를 구축·확대하고, 분권형 조직구조와 개방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저성장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이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기업의 R&D 투자와 기술혁신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정책들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