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나침반

R&D현장 속으로 -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C-Lab

최초의 혁신으로 아시아의 아름다움을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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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 정라희(자유기고가)
사진_ 한제훈(라운드테이블 이미지컴퍼니)



R&D현장 속으로는 혁신기업의 연구소나 부서 등 R&D현장을 찾아가 그들의 열정과 노력을 소개하는 칼럼입니다.


한때 뷰티 시장의 선두는 서구 기업들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한국 화장품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는 추세다.

‘K-뷰티’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기술적인 면에서도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쿠션’ 기술은 그 대표적인 사례.

한국인을 넘어 세계인이 열광한 화장품 뒤에는 최고의 화장품 개발에 집중해온 연구원들의 남다른 집념이 있다.



최고의 제품을 뒷받침하는 최고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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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화장품 연구 개발 역사를 논할 때, 이 회사를 빼놓을 수 없다. 바로 아모레퍼시픽이다.

1945년 창립해 올해 70주년을 맞이한 아모레퍼시픽은 1954년 국내 최초로 화장품 연구실을 개설하며 국내 화장품 연구 개발의 첫 물꼬를 틔웠다.

1954년, 서울 후암동 작은 사무실 한편에서 시작한 화장품 연구실은 1978년 ‘태평양 기술연구소’로 성장했다.

그리고 1992년, 경기도 용인에 태평양 중앙연구소를 준공했다. 그로부터 3년 후 명칭을 한 차례 더 바꾸며 현재의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으로 정착했다.

현재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의 연구 인력은 430여 명 규모.

매년 매출액 대비 2.5~2.7% 수준의 R&D 투자를 지속해서 이어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의 변신은 현재진행형이다.

제1연구동인 성지관과 제2연구동인 미지움 등 국내 연구 시설을 비롯해, 중국 상하이 R&I(Research & Innovation)센터와 프랑스 샤르트르 파리 연구소 등 글로벌 현지 연구소를 차례로 설립하며 시설을 확장해가고 있는 것.

인력과 조직의 변화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바이오, 피부세포, 천연물, 의학, 식품공학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차세대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실험정신’ 그리고 ‘언제나 최초와 최고를 추구하는 창조정신’은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의 신념.

이곳 연구원들이 가장 자주 사용하는 단어도 ‘최초’와 ‘최고’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은 국내 최초를 넘어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술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

1997년, 피부 노화 예방 기능을 지닌 레티놀 성분을 안정화한 기술은 세계 최초의 시도.

아울러 1966년 출시한 ‘인삼크림’을 시작으로 ‘한방 화장품’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이를 바탕으로 2004년에는 피부노화 개선에 탁월한 희귀 진세노사이드 원료인 ‘효소 처리 홍삼 사포닌’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은 최근 메이크업 기술에서도 혁신적인 성과를 냈다.

메이크업과 관련한 혁신 기술을 집약한 ‘쿠션’이 그것이다.


집념으로 일구어낸 피부 위의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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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처음으로 ‘쿠션’을 선보인 때는 2008년이다.

2000년대 중반, 이미 많은 여성이 ‘자외선은 피부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여름뿐만 아니라 사계절 내내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야 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효과적으로 자외선을 차단하려면, 자외선 차단제를 몇 시간마다 덧발라야 한다는 것이 이미 상식처럼 알려진 상태였습니다. 그런데도 메이크업을 끝낸 얼굴 위에 계속해서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기란 무척 번거로운 일이었죠.”

자외선 차단제를 덧바르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아모레퍼시픽 연구원들은 대안적 기술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산뜻하면서도 바르기 편하고, 덧바를 수 있으면서도 밀리지 않는 ‘흐르지 않는 액체’ 개발에 주목한 것.

자외선 차단제의 사용감과 지속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방안을 고민하던 가운데 연구원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스탬프였다.

액체가 흐르지 않으면서도 균일하게 종이에 찍히는 스탬프의 원리를 주목한 것이다.

문제는 액체를 효과적으로 담을 최적의 담지체를 찾는 일이었다.

“최적의 담지체를 찾기 위해 침구류에 사용하는 라텍스부터 목욕용, 설거지용 등 200여 가지가 넘는 스펀지를 대상으로 3,600번의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내구성, 배출력, 충진력 등 다방면에서 성능을 검증했습니다.”

수천 번의 테스트 끝에 최종 낙점한 최적의 담지체는 발포 우레탄 폼. 여기에 내용물을 침투시키고 이를 다시 이중 밀폐타입 용기에 담아내는 ‘셀트랩(Cell-Trap)’ 기술을 통해 휴대성과 사용 편의성을 극대화한 쿠션이 탄생했다.

“셀트랩 기술은 안정도가 낮은 저점도 액체를 담지체에 담아 안정화하는 기술을 뜻합니다. 자외선 차단제의 사용감과 지속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방안을 고민하던 중, 점도가 낮은 타입의 자외선 차단제를 만들어 내용물을 발포 우레탄 폼이라는 특수 스펀지에 담아 냈습니다.”

셀트랩 기술을 적용한 아모레퍼시픽의 쿠션류 제품들은 화장품 업계 최초의 팩트형 자외선 차단제로 인정받았다.

최초 출시 이후 7년이 지난 지금, 쿠션은 화장품 업계의 고유 명사'가 되었다.

히트상품의 잣대로 볼 수 있는 다양한 카피 제품들이 시장에 나오면서, 쿠션이 하나의 메이크업 유형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현재 아모레퍼시픽에서는 13개 브랜드를 통해 다양한 쿠션 화장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세계 각국에서 1.2초마다 1개씩 팔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쿠션의, 쿠션에 의한, 쿠션을 위한 기술개발

“메이크업 분야에서, 가장 최근의 혁신기술을 모두 담아낸 제품이 곧 쿠션입니다. 2008년 아모레퍼시픽에서 쿠션을 개발할 당시에는 비슷한 유형의 화장품이 없었습니다. 최초의 시도였기에 처음부터 모든 과정을 하나하나 해결해가야 했죠. 최적의 스펀지에 액체 제형을 안정적으로 담는 기술부터 용기 디자인, 퍼프까지 모든 부분을 개발해야 했기에, 수천 번의 테스트를 감당해야 했습니다.”

그 결과, 최적의 담지체를 찾는 것은 물론 스펀지에 입자를 고르게 분산 할 수 있는 특화된 미세 분산 제형 연구를 비롯해 넓은 영역의 자외선을 효율적으로 차단하는 제형 연구까지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지속적인 기술 혁신을 통해 아모레퍼시픽은 지금까지 쿠션 관련 기술로만 국내외 143건의 특허를 출원했고, 14건의 특허 등록을 마쳤다.

올해 7월에는 7년여의 쿠션 개발 노하우를 집약해 기술연구원 내에 쿠션 기술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C-Lab을 개설했다.

아모레퍼시픽의 대표적인 혁신 기술 중 하나인 셀트랩 기술을 더욱 심도 있게 연구하고 발전시켜가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메이크업 연구 부서에서 페이스 메이크업 제품 개발과 연구 업무를 담당했던 팀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쿠션과 파운데이션, 베이스, 프라이머, 파우더까지 다양한 제형을 개발했던 연구원들이 모여 각자의 강점을 하나로 모으게 되었습니다. 메이크업 제품 개발 연구와 함께 고객 연구나 C&D(Connect & Development) 연구를 수행했던 분도 있어요. 다양한 경험을 지닌 사람들이 협업하며 더 창의적인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최초 출시 이후 지난 7년여 동안 ‘고객 중심의 혁신’을 기준으로 계속해서 관련 기술을 발전시켜 왔지만, 여전히 갈 길은 남아 있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기능이나 사용감에 차이가 있기에, 그 틈새를 메울 수 있는 다양한 유형의 쿠션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쿠션랩에서는 기존의 쿠션 제품 개발 업무를 진행함과 동시에, 고객의 목소리와 필요에 귀를 기울여 더욱 만족감을 높인 차세대 쿠션 연구를 진행할 것입니다. 아직도 외국에서는 쿠션을 접하지 못한 글로벌 고객이 남아 있습니다. 현지인들의 피부에 적합한 질감과 다양한 인종의 피부색에 맞는 음영 연구를 통해 더욱 탄탄한 성장 동력을 만들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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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가는 쿠션 연구를 위해

최경호 C-Lab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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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내에 쿠션랩이 신설되면서 연구소장을 맡으셨습니다. 리더로서 포부를 듣고 싶습니다.

A.
 K-뷰티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제형이 쿠션입니다. 이러한 쿠션제형을 더욱 다양한 고객의 취향과 요구에 맞게 특화하려는 목적으로 쿠션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C-Lab을 신설했습니다.

쿠션시장이 지금도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도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글로벌 진출을 이끄는 선두지점에 쿠션이 있다는 자부심과 함께, 더욱 잘해야 한다는 사명감과 부담감도 느끼고 있습니다.


Q. 화장품 연구 개발이 ‘피부과학’으로 불리는 요즘입니다. 화장품 연구의 중요성에 대해서 한 마디 해주신다면요.

A.
 이제는 메이크업 제품들도 겉으로 보이는 피부 보정 효과만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자외선 차단을 포함해 주름이나 미백까지 아우르는 2중, 3중의 기능성을 갖춘 제품이 다수 출시되고 있습니다.

이 시대의 화장품은 아름다움을 추구함과 동시에 과학적인 접근을 통해 다양한 기능을 겸비해야 합니다.


Q. 고객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더 나은 기술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느꼈던 적은 없나요?

A.
 고객들은 쿠션 제품에 만족하면서도 일부 기능이 좀 더 개선되었으면 좋겠다는 기대감도 보였습니다.

예를 들면 자외선 차단지수가 높으면서도 잡티를 모두 가리고 싶다든지, 혹은 잡티 개선 기능이 좋으면서도 자연스러운 피부 표현을 원한다든지 하는 거죠.

그런데 기술적으로는 그런 요소를 아우르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속적인 연구 개발을 통해 각기 다른 고객의 취향을 공략한 다양한 유형을 개발해 가고 있습니다.


Q.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라는 말이 자주 회자하고 있습니다. 한국 화장품의 우수성을 세계인이 인정하고 있는데요. 이에 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A.
 K-뷰티는 단순히 일시적인 유행은 아니라고 봅니다.

K-뷰티는 우리나라의 오랜 역사와 문화 그리고 구성원들의 관심과 기질이 일구어낸 흐름이 아닐까요?

현재도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 화장품의 영향력이 크지만, 앞으로도 ‘신속성’, ‘역동성’, ‘변화 다양성’, ‘편리성’ 등을 고려한 제품을 개발한다면 세계에 우리만의 독특한 화장 문화를 지속적으로 전파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