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 사이언스

Movie in Tech - 기계와 컴퓨터의 반란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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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 최성우 과학평론가
사진출처_ 네이버영화(
http://movie.naver.com)


MOVIE IN TECH에서는 영화 속에서 펼쳐지는 다양하고 흥미로운 과학기술에 대해 알아봅니다.


기계와 컴퓨터가 핵무기로 인류를 몰살시키고, 저항하는 인간군의 지도자를 제거하기 위해 타임머신으로 킬러 로봇을 보내는 설정의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다섯 번째 영화인 ‘터미네이터-제니시스(Terminator Genisys)가 최근 선보인 바 있다.

70세에 가까운 노령의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다시 터미네이터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고, 액체금속 터미네이터에 이어서 신종의 나노 터미네이터까지 등장하는데, 이 영화에 나오는 몇 가지 관련 기술들을 잘 살펴보면서 현실과 비교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하다.



액체금속 로봇이 가능할까?

최근의 영화 ‘쥐라기 월드’에서 그랬듯이, 이번 터미네이터 역시 지난 1, 2편에 대한 오마주 장면들이 여럿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액체금속으로 된 T-1000은 예전 터미네이터2의 주인공으로서 막강한 위력을 과시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한국 배우 이병헌이 그 배역을 맡아 영화 초반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물론 이전 캐릭터보다 더 업그레이드된 것으로서, 인간 저항군의 지도자 존 코너가 변신한 신종의 나노터미네이터 T-3000도 등장하지만 별다른 차별화된 위력을 보여주지는 못한 느낌이다.

T-1000처럼 액체금속으로 되어 있어서 마음대로 변신이 가능한 로봇이 실제로 가능할까?

상온에서 액체 상태로 존재하는 금속은 수은(Hg) 이외에서 찾아보기 힘들 뿐 아니라, 설령 액체금속으로 로봇을 제작한다 해도 원하는 형태로 모습을 바꾸면서 제 기능을 수행하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다만 어느 정도 유사한 기능을 지닌 것으로서 형상기억합금(Shape Memory Alloy)이 있다.

이 합금은 원래의 형태를 기억하고 있어서, 변형을 받더라도 특정 조건에서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형상기억합금으로는 니켈과 티타늄을 섞은 합금인 니티놀(Nitinol)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것으로 만든 위성안테나는 지난 1969년 인간이 최초로 달에 착륙한 우주선 아폴로 11호에도 사용되어 널리 알려진 바 있다.

우주선에 싣고 갈 통신용 파라볼라 안테나는 그 크기가 작지 않아서 우주여행에 골칫거리였는데, 형상기억합금으로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우주여행을 할 때에는 우산처럼 접혀진 형태를 유지하다가 달에 도착한 후에는 달 표면의 높은 온도에 의하여 접시모양으로 펴지는 즉,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 후 다른 행성탐사용 우주선 등에도 형상기억합금 안테나가 빠지지 않고 사용된다.

또한 여성우주비행사들의 고통을 줄이기 위하여 형상기억합금으로 브래지어도 만들어졌고, 이것은 스포츠 브래지어뿐만 아니라 가슴을 아름답게 보이도록 하는 일반 여성용 브래지어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형상기억합금이 원래의 형상을 회복할 때 큰 힘이 발생하는데, 이런 현상을 이용하여 기계부품을 죄거나, 체온에 의해 치아를 단단히 묶어주는 치열교정용 와이어 등에도 활용한다.

몇 년 전 국내에서는 니티놀로 만든 용수철을 소방복의 외피와 내피 사이에 수직으로 끼워 넣은 첨단 소방복이 개발되어 눈길을 끌었다.

소방관이 고온에 노출되면 니티놀 용수철이 늘어나 내피와 외피 사이를 벌리고 이 틈에 공기층이 만들어져 단열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최근 한국인 과학자가 포함된 미국 연구진은 형상기억합금으로 주변 온도가 바뀌면 형태를 자유롭게 바꾸는 ‘마이크로 로봇’을 개발했는데, 얼마든지 작은 크기로도 제작할 수 있어서 장기나 혈관에 투여하는 의료용 로봇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사물인터넷과 머신러닝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는 항상 ‘스카이넷’이라 불리는 첨단의 컴퓨터망이 인간에 대한 반란을 일으켜, 핵무기로 수십 억 명의 인류를 몰살시킨다는 설정이 나온다.

이번 영화에서는 ‘스카이넷의 정체가 바로 제니시스(Genisys)’라고 일깨우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오는데, 제니시스란 사물인터넷을 포함한 통합형 모바일 단말기와 비슷한 것으로 소개된다.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은 ‘컴퓨터가 도처에 널려있다’는 뜻으로 유비쿼터스 컴퓨팅(Ubiquitous Computing)이라고도 불렸는데, 사람이 조작하고 개입하는 것을 최소화시키고 사물과 사물이 서로 통신하고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스스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사용되는 하이패스 시스템도 일종의 실용화된 사물인터넷이라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본격적으로 여러 분야에 활용된다면 우리 생활은 다시 한 번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해외 저명 통신장비 업체의 회장은 작년 초 세계 최대의 가전전시회인 ‘CES 2014’ 기조연설에서 “사물 인터넷은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며, 인류 생활 방식 자체를 바꾸는 혁명적인 일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또한 올해의 CES 2015에서도 역시 사물인터넷 기술과 서비스들이 대거 소개되면서, 국내의 전자업체도 대다수의 가전제품을 몇 년 내로 사물인터넷화 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예를 들면, 혼자서 차를 몰고 가다가 한적한 곳에서 치명적인 사고가 발생하여 의식을 잃었는데 이것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하더라도, 자동차 내의 컴퓨터장치가 사고를 미리 방지해주거나 혹 사고가 나더라도 즉시 구조대나 경찰에 연결해주는 시스템 등이 나올 수도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차량들이 서로 신호를 교환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시스템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애플 워치로 대표되는 웨어러블(Wearable) 기기들도 사물인터넷의 총아로 떠오르고 있는데, 각종 생체정보를 수집하고 주요 질병들을 모니터링하는 중에 이상이 발생하면 스스로 병원 등에 통보해 주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진 초기에 많은 사람들의 스마트폰 GPS가 한꺼번에 한 방향으로 휘청거린다는 점에 착안하여 사물 인터넷 기술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지진 조기 경보 시스템을 구축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은 스스로 진화하여 인간을 능가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으로 나오는데, 이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기계나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하는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이 이미 등장했다.

컴퓨터를 이용한 안면인식, 온라인 쇼핑몰의 구매패턴 분석과 추천 등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인간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인공지능 등으로 기계나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하면서 진화하는 것이다.

한 엘리베이터 회사는 머신러닝 기술을 도입해 모터의 상태와 운행 속도 등 각종 정보를 분석하고 고장을 예측함으로써 안전도를 대폭 높였다고 한다.

머신러닝에서 더욱 세분화된 딥러닝(Deep Learning)은 사물을 인식하고 처리하는 신경망 형태의 구조를 만들어 나아가면서 인지, 추론, 판단 및 예측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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